고슴도치 가시는 어떻게 자라나요 - goseumdochi gasineun eotteohge jalanayo

아이가 있는 풍경행복한 놀이가 펼쳐지는 원우네 이야기

아이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이 있다. 솜씨 좋은 엄마가 만든 장난감으로 놀이하는 원우네가 바로 그곳. 친구처럼 편안한 아빠, 영원한 놀이 짝꿍 엄마와 함께하는 일상을 들여다봤다.

부모는 아이에게 최고의 놀이 파트너가 되기를 꿈꾼다. 하나만 낳아 키 우는 가정이 늘면서 아이의 흥미와 발달에 따른 놀이를 즐기는 육아맘, 육아대디가 많아졌다. SNS를 통해 소통도 쉬워져 재미있는 놀이법을 찾고 공유하는 일도 활발해지고 있다.

엄마들 사이에서 ‘누누달’이란 닉네임으로 유명한 노신영 씨의 인스타그램(@nunu.dal)에도 아들 원우와 노는 사진과 동영상이 빼곡하다. 미술, 과학, 수학 등 다양한 주제의 놀이를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기발한 놀잇감이 가득해 육아맘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원우를 위해 놀이 전문가로 나서다

“엄마표 놀이를 소개한 뒤로 5~6개월 만에 팔로워 수가 1만 명을 돌파해 깜짝 놀랐어요.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댓글로 재료나 방법을 묻는 분도 많아졌어요. 버려지는 재활용품이나 간단한 미술 도구로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좋다는 평을 보면 힘이 나요. 아이와 함께 노는 모습을 찍어 보내주기도 하는데 호응해주실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년 전만 해도 신영 씨는 여느 엄마들처럼 평범함 워킹맘이었다. 홈쇼핑의 인테리어 MD로 일하며 출산 후 3개월 만에 복직해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 일과 육아를 병행했다.

“아이가 약하게 태어나 자주 입원했고 병실에서 출근하는 날이 많았어요. 한번 감기에 걸리면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됐죠. 항생제를 한 달 내내 먹여도 낫지 않는 아이를 보고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육아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 결국 퇴사를 결정했죠.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많았는데 저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다양한 놀이로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녀도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밖으로 나가거나 인터넷에서 찾은 개월별 활동을 따라하기 바빴다. 우연히 책에서 예술과 창의력을 담당하는 우뇌가 6세까지 발달한다는 글을 읽고 그날부터 엄마표 미술놀이를 시작했다.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덩달아 엄마표 놀이 스킬도 늘어났다. 그림책이나 미술 작품 감상, 아이와의 대화 등 소소한 일상에서 얻은 영감으로 놀이를 기획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놀이 영상을 찾아보며 따라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완성한 작품과 장난감이 쌓여 집은 어느새 키즈카페를 방불케 할 정도다.

매일 한 뼘씩 자라는 아이

올해 네 살인 원우는 다른 또래 남자아이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낯을 가리지 않는 탓에 처음 보는 사람과도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공룡이나 자동차 이야기가 들리면 멀리서도 뛰어와 목소리를 높여 설명한다.

“성격이 활발해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산만하게 자라진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스포이트를 활용한 과학놀이, 장난감 빨래를 널어보는 소근육 놀이 등 관찰력이나 집중력이 필요한 활동을 꾸준히 했어요. 놀이를 통해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한시름 놓았죠. 집중력이 향상돼 활동에 몰입하다 보니 놀이 내용을 스펀지처럼 흡수해요. 최근에는 우주 이야기에 흠뻑 빠져 지내고 있어요.”

신영 씨는 우주를 좋아하는 원우를 위해 안방 벽면을 태양계로 구성했다. 각각의 행성을 장난감으로도 만들어 매일 이야기 나누고 역할놀이를 하며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게 돕고 있다.

“평소에 관심이 많은 공룡과 우주를 접목해 놀이 공간을 만들었더니 배우는 속도가 빨라요. ‘엘라스모사우루스는 토성에 있고 싶은데 토성은 기체라서 살 수가 없어. 빨리 지구로 가면 좋겠어. 안킬로사우루스는 지금 붉은색 화성에 있어’하고 행성에 대한 어려운 지식도 줄줄 꿰고 있어 깜짝 놀랐죠.”

엄마표 놀이의 효과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일대일로 상호작용하고 아이의 반응에 따라 놀이를 하니 원우의 표현력과 창의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엄마와 추억도 쌓고 애착도 강해져 이제는 엄마 껌딱지가 됐다고.

육아맘들과 소통하는 즐거움

남편의 출근과 아이의 등원을 준비하고 가족과 저녁 시간을 보내는 일상은 여느 육아맘과 같지만 그녀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일과가 있다. 오전 10~11시와 밤 10시가 되면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 다른 엄마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새로운 놀이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영상물은 보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번 놀이 과정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편집해요. 번거롭고 힘든 작업이지만 다른 엄마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놀잇감을 만들거나 활동에 쓰인 도안은 블로그(blog.naver.com/lovetaay)에 무료로 제공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따로 시간을 내 준비하기 힘든 엄마들을 위해 손수 만든 소중한 자료다. 얼마 전에는 독일에서 3세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누누맘의 놀이가 큰 도움이 된다는 감사 인사와 선물을 받았다.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했다는 이야기에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는 신영 씨. 앞으로도 그녀는 원우와 재미있게 놀면서 그 기록을 SNS에 공유할 계획이다. 육아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작은 것이라도 다른 엄마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신영 씨의 마음이 오롯이 담 긴 특별한 놀이기 때문이다.

누누달이 제안하는 엄마표 놀이

01 색쌀로 만든 꽃과 나비
준비물 지퍼백, 물감, 쌀, 휴지심, 스케치북, 글루건
1 지퍼백 여러 개에 쌀을 담고 각각 다른 색의 물감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요.
2 ①을 비벼 색을 물들이고 지퍼백을 열어 하루 정도 말려요.
3 휴지심을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 스케치북에 붙이고 ②로 채워요.
TIP 물들인 쌀로 만지고 색을 탐색하는 촉감놀이를 해도 좋아요.

02 뾰족뾰족 빨대 고슴도치
준비물 스티로폼, 망치, 빨대, 사인펜
1 스티로폼에 고슴도치를 그리고 가시는 세모로 표현해요.
2 빨대를 짧게 자르고 한쪽 끝부분을 뾰족하게 만들어요.
3 ①의 세모 부분에 ②를 망치로 두들겨 꽂아요.
TIP 빨대 끝부분이 뾰족해 위험할 수 있으니 놀이 전 아이에게 주의를 주세요.

03 나는야, 소방관
준비물 종이컵, 색연필, 투명테이프
1 종이컵에 불을 그리고 투명테이프로 감싸요.
2 ①과 같은 방법으로 종이컵 9개를 더 만들어요.
3 화장실이나 베란다에 종이컵을 쌓고 물총으로 하나씩 쓰러뜨려요.
TIP 물총이 없으면 분무기를 활용해보세요

04 신나는 발사 놀이
준비물 페트병, 지름이 다른 빨대, 점토, 스케치북, 색연필, 투명테이프, 가위
1 페트병에 지름이 큰 빨대를 끼우고 점토로 입구를 빈틈없이 막아요.
2 스케치북에 로켓과 나비를 그려 오린 후 지름이 작은 빨대에 붙여요.
3 ①의 빨대에 ②를 끼운 뒤 페트병 몸통을 살짝 눌렀다가 떼어 날려요.
TIP 역할을 나눠 한 명은 날리고 다른 한 명은 잡는 놀이를 할 수 있어요.

이것만은 꼭 지키세요!
• ‘놀아줘야지’가 아니라 ‘같이 놀아야지’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요. 의무감으로 시작한 놀이는 짜증으로 이어지기 쉬워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세요.

•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기다려요. 블록을 쌓거나 구멍에 끼우는 등 새로운 놀이는 아이에게도 적응할 시간이 요필하니 응원하며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세요.

• 꼭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지 마세요. 부모님의 아이디어를 더하면 놀이가 더 재밌어질 수 있어요.

프로젝트 [호제] 2018년 앙쥬 6월호
에디터 조윤진 포토그래퍼 박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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