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과 졸업 논문 - sahoehaggwa jol-eob nonmun

1. 사회학과, 졸업논문을 제출하고 왔다.

인문계 이과출신에 공과대학 전자컴퓨터공학부로 입학해 전자공학도로 향하고자 했던 공대생은

2017년 2월, 생각이 바뀌어 과감히 전과를 했다. 이과생에서 문과생으로.

주위에선 나보고 미쳤다고 했다. 전과면접을 당시 보셨던 학과장님께서도 공대생에서 사회학도로 전과하려는 것을 이해못하시고 말리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고 앞으로 향했다. 대학생으로서 대학다운 공부, 학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로선 그게 사회학이라 생각했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 사회학과로 전과하게 되었다.

1년이 지나 사회학만으론 인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거라 생각해 철학까지 공부했다.

정치철학, 한국철학, 종교철학, 노장철학, 논리학, 불교 등을 공부하며 나만의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잡혔다. 내가 원하는 세상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한 고유한 세계관이 잡혔다.

2017년, 2018년, 2019년.. 4학년이 되었고 졸업반이 되면서 졸업논문까지 써야할 시기가 되었다.

내가 사회학도로서 고민해왔던 연구주제는 크게 2가지가 있다. 내 최종적인 세부전공은 종교사회학과 세대사회학, 종교사회학에서는 광주광역시 내 신흥종교의 발흥과 역사적 기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는 관심, 또 하나는 오늘날 한국 대학생이 취업준비에만 일삼는 자기계발의 호구(虎口)가 되었는가에 대한 관심이었다. 최근에는 일본취업을 결심하면서 일본 사회내 소자고령화 및 지방창생문제에 대한 관심도 있어 졸업유보를 하고 1년 더 깊이 연구해 소자고령화 문제에 대해 논문을 쓰려 하다가.

주위 사람들의 설득과 빠른 졸업 권유로 끝내 졸업을 하기로 재결정하였고, 예전 문화사회학 강의에서 레포트로 제출했던 한국 대학생의 자기계발 문제를 논문형식에 맞게 보충, 추가하여 졸업논문으로 만들었다.

1주일 가까이 밤새듯이 다시 문헌을 뒤지고 각종 온라인 오프라인 자료들을 헤집었다. 강의시간에 자체조사했던 데이터까지 포함시켜 좀더 완성도를 높였다. 그렇게 오늘 아침에 최종완성시키고 오후에 최종 제출하고 왔다.

사회학과 졸업 논문 - sahoehaggwa jol-eob nonmun

학과 조교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

"와, 대박이다, 되게 잘썼는데?"

"아.. 아닙니다.. 내용은 또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냥 레포트 있는거 좀더 추가했을 뿐입니다."

"동재야, 혹시 대학원갈 생각 없어? 형식 잘 맞췄는데?" 30장이나 썼어? 대단하다."

"실은 사회학과 교수가 되는게 꿈이었는데.. 생각이 좀 바껴서 좀.. 하하."

"야, 이정도면 충분히 연구 잘할 것 같은데 너무 아깝다. 근데 진짜 고생많았어."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한때 학구열이 폭발적인 때가 있었지. 종교사회학과 세대사회학을 전공한 나름의 학문적 권위자가 되고 싶었는데. 세상을 살아보니 생각이라는 건 끊임없이 바뀌더라.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취업해서 돈벌며 살고 싶은 마음.

그래도 이번 졸업논문만큼은 오래간만에 학구열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정성을 다해 썼다.

특히, 내가 연구해보고 싶었던 분야중 하나였기에.

이제 졸업요건이 모두 끝이 났다.

사회학 주전공, 철학과 부전공, 졸업소요학점 모두 이수, 그리고 졸업논문까지 제출완료.

2월 26일 졸업식만 남았네.

2014년 3월에 입학해, 2020년 2월 말에 이곳 전남대학교를 떠날 준비만 남았다.

2. 파헤쳐지는 전남대학교

졸업논문을 제출하고 사회과학대학에서 나오는 길.

중앙도서관(홍도)옆에는 새로이 디지털 도서관이 쌓아올려지고 있고

캠퍼스 곳곳에는 '민주길 조성'사업때문에 공사가 한창이다.

아래의 영상이 전남대 민주길 기공식에 관한 영상이다.

사업상은 위 영상대로 그러하다고 한다. 근데 현장을 이렇게 들여다본다.

뭐랄까, 그냥 한마디로 어디 초토화된 폐허같다.

사회학과 졸업 논문 - sahoehaggwa jol-eob nonmun

게임을 하진 않지만 메이플스토리로 치면 미래의 문을 통해 입장 가능한 '파괴된 헤네시스' 같다.

좀비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으시시하다.

이 상황에서 오는 2월 말에 졸업식을 한다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상상이 안되는 걸?

아, 그거 아는 가.

2017~8년 입학 이전 전남대 재학생들은 알겠지만 저 디지털 도서관이 세워지는 자리에 텔동(텔레토비 동산)으로 학생들의 터전, 피크닉, 노상 공간이 있었고 그 위에는 인벤 카페(인문대 벤치 카페)가 있어 만남의 장소였다.

미래를 위해 이리저리 새로 세우고 발전시키는 것도 어느 관점에선 좋은 도약일 수 있겠지만 지극히 학생입장에서 보면, 이쪽 입장에서 보면 우리들의 추억의 공간, 우리들의 캠퍼스 생활의 터전, 추억의 공간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

이제는 봉지마저도 다 파헤쳐졌다.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지만 상상안된다. 더 좋게 바뀐다 해도 절대 지금까지의 감성은 더이상 느낄 순 없을 것 같다. 왜 자꾸 학생들의 고유한 터전을 성장과 재고를 명분으로 변형하고 앗아가는가.

앞으로 내 모교가 어떻게 또 변해갈 진 모르겠지만 입학 초기시기와 지금 시기를 비교해본다면 확실히 인위적 손길이 많이 가해진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민주길이라, 잘 모르겠다. 전남대학교가 물론 5.18이라는 역사의 시발점이자 민주화를 위한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터전이긴 하지만, 오늘날 자꾸 우리 학교 학생들의 터전이 좁아지고 파괴되는 걸 생각하면 마냥 좋게만 볼 순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내가 전남대학교를 모교로서 좋아하고 사랑한 이유는 전남대 감성을 풍기는 고유한 풍경과 자연, 장소들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어디에 손을 댈 진 모르겠지만.. 한숨만 나온다 그냥.

혹여 이 글을 읽고 있는 전남대 학우분들이 계신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솔직한 심정,

코멘트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이랬던 깨끗한 봉지호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