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식량 - bojon siglyang

이는 거친 바다에서 항해를 하던, 사이가 나쁜 적국과 전쟁을 하던, 사막의 실크로드를 건너 무역을 하던, 심지어 한강으로 소풍을 가던, 수렵 채집을 했던 시절부터 우주로 뻗어 나가는 순간까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썩기 마련입니다. 매일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건 권력자들의 특권에 가까웠고 심지어 그들 또한 계절에 따라 밥상이 바뀌곤 했습니다.

 

이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기의 음식들은 저장 기간이 짧았고 상하기 쉬웠으며 먹을 수 있었던 것들이 굉장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고급 어종으로 취급받는 참치가 그렇습니다. 참치의 경우 굉장히 상하기 쉬운 생선이면서 원양에 살았기 때문에 저장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고양이도 안 먹는 쓰레기 생선 취급을 받었습니다.

 

내륙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썩은 참치는 물론 생선 구경조차 못해본 이들도 많았고 이와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여러 방법으로 보존식을 만들었습니다.

- 지금도 몽골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새우가 벌레와 비슷하다 하여 먹지 않습니다. -

 

건조 : 수분을 제거하여 미생물과 세균 활동을 억제시키는 방법.

염장 : 소금의 삼투압 현상으로 미생물 내부의 수분을 제거하여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

절임 : 설탕, 꿀과 같은 고당도로 삼투압 현상을 일으켜 수분을 억제하여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

발효 : 미생물을 이용하여 음식을 삭혀 다른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미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

훈제 : 음식에 연기를 쐬어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

 

기본적으로 음식의 부패는 미생물이 관여합니다. 이 때문에 보존식의 기본은 수분을 제거하거나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여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여러 시도를 하면서 직감적으로 수분을 제거하거나, 음식을 절이는 것으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오늘은 생존을 위해 시대를 막론하고 쓰였던 강력한 보존 식량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보존 식량 - bojon sigl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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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텍 (Hardtack)

밀가루가 주 재료이며 수분을 극단적으로 제거하여 보존하는 건빵입니다.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까지 수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활용된 비상식이며 기본적으로 밀가루, 물, 소금으로 반죽을 만들고 별다른 발효 과정 없이 구워내는 음식입니다.

 

특별한 점이라면 수분을 제거하기 여러 차례 반복해서 구워내는 조리 방식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이 굉장히 단순해서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볼 수 있을 정도인데, 직접 만들어 먹어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호기심에 한 번쯤은 만들어 먹을만하다는 평을 주고 싶습니다.

-그래도 만들어 먹는 것보다 건빵을 사먹는게 훨씬 맛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서 제대로 수분을 제거한 건빵은 이론적으로 수백에서 수천년까지 보존이 가능하며 실제로도 150년 전 건빵을 먹은 유튜버도 존재합니다.

-전투식량을 먹는 유튜버인데 각국의 MRE부터 1차 세계대전까지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음식을 먹기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건빵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이집트'가 등장합니다. 이집트인들은 '두라(Dhourra)'라고 불리는 납작한 비스킷을 항해용 보존식으로 사용했는데 이후 로마인들이 이 빵을 개량하여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youtu.be/Ga5JrN9Dr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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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클럼 (Buccellum), 부첼라툼 (buccellatum)

밀가루와 소금, 물을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두 번 구워낸 음식으로 이후 비스킷의 어원이 되는 부클럼입니다.

 

맛을 따지지 않고 장기 보존이라는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한 음식인지라 원정이 잦았던 로마군에게 적극적으로 애용되었습니다. 빵에 구멍이 뚫려 있는 이유는 접촉 면적을 늘려 내부의 수분을 제거하기 위함입니다.

 

만들기 쉽고, 재료도 적고, 이론상 수백, 수천년까지도 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진 부클럼은 제작 과정의 큰 변화 없이 지금까지도 사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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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 비스킷 (Ship Biscuit)

상대적으로 물을 구하기 쉬운 육군과는 달리 해군에서 먹는 건빵은 쉽 비스킷이라 하여 더욱 악명을 떨쳤습니다. 한번 배에 오르면 내리기가 쉽지 않고 그 안에서 물과 식량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는 식량과 식수를 조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클럼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보관할 필요성이 있었고 옛날 사람들은 비스킷을 두 번을 넘어서 네 번, 많게는 일곱 번까지 반죽을 구워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죽은 수분이 바짝 빠져서 벽돌같이 단단해집니다. 그대로 씹어 먹었다가 이빨이 부러지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쉽 비스킷은 선원들에게 이빨 파괴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고, 이걸 휘두르거나 던져서 사람을 폭행할 수도 있었기에 영국 해군에서는 식사 중에 쉽 비스킷을 던지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쉽 비스킷은 썩지는 않았지만 '바구미'라는 벌레가 비스킷 속에 자리를 잡고 파먹기 일쑤였고 선원들은 먹기 전에 겉면을 두들겨서 바구미를 털어내거나 그냥 같이 씹어먹기도 했습니다.

 

나름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했고 털어낸 바구미는 버리지 않고 잘 모아서 닭이나 쥐의 모이로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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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들도 사람인지라 이런 쉽 비스킷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구상했는데 건빵을 기름에 찍어먹거나 튀겨먹기도 했고, 이를 잘게 부순 다음 육포랑 섞어 끓이는 '랍스카우스'를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물론 같이 끓이는 육포가 끔찍할 정도로 짠 맛을 지니고 있고 둘이 뒤엉켜서 만들어내는 쓰레기 같은 비주얼 때문에 살기 위해서 먹는 어쩔 수 없는 음식으로 취급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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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그 (Grog), 포트 와인 (Port wine)

음식만 부패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와 오랜 항해를 하면서 고여 있던 물과 술 또한 썩기 마련입니다.

 

항로가 개척되면서 장기 항해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오랫동안 물이 고여있다보니 썩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해군과 선장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 대신 술을 식수 대용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처음 영국 해군은 다른 술보다 가격이 저렴한 '맥주'를 싣고 항해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맥주 또한 석 달이 넘어가자 버티지 못하고 썩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해군은 값이 싸면서 도수가 높아 보존 기간이 긴 술을 원했고 이후 영국이 '자메이카'를 점령하면서 그들의 요구에 딱 맞춘 사탕수수로 만든 '럼'이 보급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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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다크 럼'은 55도나 되는 도수를 지니고 있으면서 가격도 매우 쌌기 때문에 영국 해군의 마음에 쏙 들게 됩니다.

 

영국 해군은 공식적으로 선원들에게 럼을 보급하게 됩니다. 하루에 1 파인트를 아침과 저녁으로 두 번 배급했고 약 0.5L에 달하는 럼을 선원들이 매일 마실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55도에 달하는 독한 술을 마시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겼습니다. 선원들이 고주망태가 되어 명령을 불복하거나 실족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수병들의 건강이 박살이 나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군 제독 '에드워드 버논'은 독한 술을 그대로 배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며 물과 럼을 섞어 도수를 낮춘 칵테일 '그로그'를 배급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물과 럼을 4:1의 비율로 섞었으며 맛을 높이기 위해 설탕과 라임 주스를 섞어 넣었는데 이는 선원들이 괴혈병을 예방하는데 작지만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로그 배급은 엄격한 감독 하에 진행되며 조합에는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으나 술의 배합으로 장난질을 하거나 빼돌리는게 발각이 된다면 폭동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로그(Grog)'의 이름은 버논 제독의 별명인 'Grogram'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물과 술을 섞음으로 물의 부패를 늦추고 장기 항해를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포트 와인(Port wine)' 역시 그로그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국은 와인을 굉장히 사랑했으나 영국 땅은 맛있는 와인을 만들기에 적합한 땅이 아니었고 부족한 와인을 충당하기 위해 해외에서 수입을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와 뱃길을 거치면서 와인이 변질되는 경우가 있었고 영국의 무역상들은 와인이 변질되지 않도록 알코올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와인과 섞어 와인의 발효를 억제시키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포트 와인은 기존 와인보다 높은 도수를 지니고 있으면서 독특한 풍미를 지녔기 때문에 보존의 용도를 넘어서 기성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영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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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장 고기 (Salt meat)

굉장히 옛날부터 오랫동안 사용되었으며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소금에 절여 보존기간을 늘린 식품입니다.

 

유명한 염장 고기로는, '하몽', '살라미', '베이컨' 등이 있지만 여기서는 군침이 싹 도는 염장 고기들이 아닌 보존에 집중한 염장 고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염장 고기는 콤비처럼 하드텍과 함께 먹던 보존식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없었던 선원들에게 굉장한 인기가 있었으며 일단은 고기였기 때문에 하드텍과는 달리 비교적 좋은 취급을 받았습니다.

-고기는 굉장히 귀했는데 당시, 빵과 고기, 술이 보급되는 해군이 되고자 자진해서 입대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는 지독하게 짰기 때문에 그냥 먹을 수는 없었고 물에 불려서 소금기를 빼거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경우에는 염분을 줄이기 위해 바닷물로 고기를 씻어 먹기도 했습니다.

 

제조 방법으로는 적절한 크기로 자른 고기를 소금과 초석에 재워 수분을 빼낸 뒤, 소금물 혹은 소금을 채운 나무통에 담가 밀봉하는 것으로 끝입니다.

 

초석을 넣는 이유로는 고기 깊숙한 곳까지 염분이 스며드는 것을 도우면서 변색되지 않고 식중독을 방지해주기 때문인데, 이는 고기를 나무토막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벽돌과 나무토막의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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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고기 (Dried meat)

염장육과 더붙어 고기를 보존하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었으며 이걸 얕게 썰어서 포를 뜨면 우리에게 익숙한 육포가 됩니다.

 

간단하게 고기를 손질한 다음 바짝 말리는 음식으로 보존성이 높고 적재도 용이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였던 보존 식품 중 하나입니다.

 

보통은 소금이 쓰이지만 여기에 향신료로 양념을 해서 맛있게 만들어 먹기도 했고 살코기였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음식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건조 고기는 몽골의 '보르츠(Борц)'가 있습니다. 옛날 몽골 제국이 유럽까지 확장할 수 있었던 강력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겨울이 되면 방목하던 가축을 잡아서 살코기를 길게 잘라낸 다음 게르나 천장에 매달아 바짝 말렸습니다.

 

보르츠는 일반적인 건조육과는 달리 소금이나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굉장히 긴 보존 기간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몽골의 건조하고 차가운 기후와 시너지를 일으켜 탄생한 '동결 건조' 현상 때문입니다.

-제대로 말린 보르츠는 건조율이 매우 높아 수분이 '우주식량'보다 더 적어졌습니다.-

 

이렇게 수분을 제거한 보르츠는 무게가 1/3로 줄어들며 매우 단단해지기 때문에 몽골 사람들은 보르츠를 잘게 부숴 가루로 만든 다음 소의 '위장'이나 '방광'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어 보관했습니다.

 

먹을 때는 뜨거운 물이나 차에 가루가 된 보르츠를 타서 국처럼 마셨고 순수 단백질로 구성되어 100g당 약 400kcal에 달하는 칼로리를 지니고 있어 운동할 때 마시는 프로틴과 별 다를바가 없는 우수한 보존식입니다.

-순수 단백질을 열량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때문에 몽골 사람들은 가능하면 보르츠 외에도 지방과 탄수화물이 포함된 음식들을 함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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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구 (Stock fish)

건어물 역시 빠질 수 없는 보존식 중 하나입니다. 잡은 생선의 내장을 제거하여 바람과 햇살에 바짝 말린 식품으로 옛날부터 건조육과 함께 오랫동안 사랑받은 보존식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말린 생선은 호수나 바다가 없는 내륙에서도 생선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돌처럼 단단하기 때문에 그대로는 먹을 수 없고 물에 불리거나 삶은 다음 양념에 조리하는 것으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식재이기도 합니다.

 

서양의 바이킹들 역시 즐겨 먹었던 보존식이며 '북어'의 경우 '미숫가루'와 함께 신라 시절부터 있었던 한국 최초의 전투식량중 하나로 손꼽히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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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곡물 (Dried grain)

곡물을 건조하고 빻아서 가루로 만든 음식입니다. 농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있었던 아주 고전적인 식량 보존 방법이며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기본적으로 곡물 자체가 보존 기간이 길고 여기에 남은 수분을 제거하고 가루로 만들어 보존성과 적재 효율을 향상했고 다양한 요리의 기본적인 베이스가 되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잘 쓰이고 있습니다.

 

이를 전투 식량이나 비상식으로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음식은 동양의 '미숫가루'가 있는데 중국이나 인도 등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그 기원이 불분명하여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시각이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 동양뿐만이 아닌 서양에서도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인게 밀가루지만 서양에서는 먹으면 비스킷을 만들어 먹었지 가루 자체를 먹지는 않았습니다. -

 

한국의 경우에는 최소 삼국시대부터 '미숫가루'가 존재했으며 '조선'에서는 전쟁이 날 것 같으면 집에서 가장 먼저 준비하는게 미숫가루일 정도로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만드는 방법으로는 찹쌀이나 맵쌀, 보리쌀이나 기타 곡물들을 찌고 말리고 볶아서 가루로 만든 것으로 이 과정에서 살균과 건조가 되어 거의 상하지 않고 부피도 줄어들며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보존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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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미컨 (Pemmican)

레토르트나 통조림이 나오기 전까지 보존식의 제왕으로 군림했으며 심지어 통조림이 나온 이후에도 영향력을 끼쳐 현대의 초코바, 시리얼바 같은 에너지바의 원조가 되는 음식입니다.

 

기원은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의 보존식으로 크리(Cree) 부족에서 지방이나 기름을 의미하는 피미(Pimi)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완성된 패미컨은 부피가 작고 조리할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었으며 100g당 약 220kcal에 달하는 열량과 곡물, 육류, 과일, 견과류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가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물건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잘게 빻은 육포에 곡물 가루나 열매를 넣어 섞은 후 지방이나 기름으로 반죽하여 굳히는 것인데, 위에 나온 보르츠와 미숫가루를 섞은 다음, 견과류나 베리를 지방과 섞어 반죽하면 바로 패미컨이 됩니다.

 

긴 보존기간은 물론 만드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바리에이션이 있으며 충분히 정성을 들이면 맛있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패미컨은 여행자들에게 있어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패미컨과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로는 남극점을 정복한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의 경쟁이 있는데, 아문센은 패미컨을 가져간 반면 로버트 스콧은 통조림을 가져갔고 결과적으로 스콧의 통조림은 얼어서 터져버려 먹을 수 없는 등 문제를 만든 이야기가 있습니다.

 

youtu.be/MElMJsIP1Y0

 


이 외에도 보존식은 굉장히 많습니다. 당장 한국에서 즐겨 먹는 김치부터 시작해서 병조림부터 통조림, 장, 치즈, 피클, 햄부터 수르트뢰밍까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든 보존식들이 있으며 지금도 각국의 현지에서 즐겨 먹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보존식들과 문명의 관계를 살펴보면 음식이 문명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부클럼'이 없었다면 '로마군'은 장거리 원정을 나갈 수 없었을 것이고 '쉽 비스킷'이 없었다면 '콜럼버스'는 대서양에서 굶어 죽었을 겁니다.

 

'보르츠'가 없었다면 '몽골군'이 유라시아를 가로지를 수 없었을 것이고 '패미컨'이 없었다면 '아문센'은 '남극점'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를 보았을 때, 배와 말과 같은 운송수단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음식은 사람이 갈 수 있는 거리를 제한합니다. 더욱 오래 보존되고 더욱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챙길수록 사람과 그 문명은 더욱 멀리까지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에서야 냉장 기술이 발달하고 유통이 활성화되어 언제든지 세계 곳곳의 음식들을 신선하게 먹으며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지만, 시선을 하늘로 돌리면 아직 인간이 넘어서야 할 도전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개발자들은 우주에서 최적의 효율을 만들 수 있는 '우주 식량'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으며 SF 장르에서 흔히 등장하는 '캡슐 식사' 또한 이러한 보존식의 연장선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