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업 CEO 역할 - seutateu eob CEO yeoghal

P&G A.G 래플리 CEO 겸 회장

P&G의 전성시대를 이끈 래플리 CEO 겸 회장의

오직 CEO만이 할 수 있는 일

을 읽고 스타트업의 CEO, 경영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1. Startup CEO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 CEO는 소위 “잡부”로 오만가지 일을 처리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의 CEO 역할>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균이상으로 이뤄내지 못하면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할 거라 생각한다. 어느 하나 Trade-Off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고 우리가 기억하는 위대한 기업과 성공한 스타트업은 6가지 이외에도 수만 가지의 일을 Well-done 하므로 존재하며 기억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CEO도 사람이고 수년~수십 년간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일한 ‘회사원’ 이었거나 막 창업에 뛰어든 ‘학생’ 이었을 텐데, 우선순위를 어떻게 매기면 좋을까?

우선순위 이야기 전에, 사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빠트리고 왔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막’ 생겨난 회사를 이야기하고, 어떤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지칭한다. 결국 스타트업 또한 ‘회사’이고 ‘법인’이다.

내가 생각하는 법인의 핵심 3가지는 ‘사람’, ‘자본’, ‘비전’ 이다. 이 세 가지 중 ‘자본’은 투자나 대출을 통해서 만들수 있고, ‘비전’ 또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따라 다양하게 바뀔 수 있지만 ‘사람’은 법인 설립 초기에 구성이 잘 안 되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수많은 스타트업 관련 뉴스나 인터뷰 기사에 괜히 ‘’이 중요하다고 하는게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팀을 구성하면 좋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경험담은 찾기 쉽지 않아 내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1. 차가 날아다니는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는 현대사회에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건 IT 기술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결국, 어떤 산업영역에서 어떤 문제를 풀고자 하더라도 IT 인력은 모든 회사에 핵심적이다. 자신 스스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지, 혹은 충분히 검증된 CTO를 공동창업자로 영입해라.
  2. 될 수 있으면 오랜 신뢰관계가 있고, 함께 일해본 경험이 많은 사람과 하는 것이 좋다. 스타트업은 매일이 불안전하고 불투명하다.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고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3. 회사를 만들기 전에 에 R&R과 지분율 합의를 명확하게 해라. 가까운 사람과 함께 창업할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지분’이 아닐까 싶다. “좋은 게 좋은 거지”하면서 대충 넘어가고, 나이가 젤 많으니까, 나이가 젤 어리니까 CEO를 한다는 식은 출발부터 스타트업 전체 영혼을 50%쯤 갉아먹고 시작하는 방법이다. 우리 회사는 공동창업자 셋이서 3장 분량의 워드 파일을 서로 적으며 각자의 역량, 역할, 경험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지분율을 써내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정했다. 이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의견을 나누며 이야기해라. 이 과정에서 무너지면 함께 스타트업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체커의 창업자들이 작성한 주식배당 요청서

결국, 스타트업은 ‘팀’ , 즉 사람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이 사람들이 결국 창업자들이며 초기의 CEO와 경영진이 될 사람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초기 스타트업에서 CEO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아마도 스타트업 대표마다 대답이 가지각색이라 생각되지만 난 회사의 정체성과 문화를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개인이 아니다. 법에 따라 생성된 새로운 인격체인 ‘법인’이다. 따라서 이 인격체에 대한 정체성과 구체적인 것들에 대해 정의해야 한다. 인간은 자라면서 인격을 형성하고 정체성을 찾아가지만, 법인은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초기 창업자, 특히 CEO가 법인에 대한 정체성과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립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체커를 만들기 전에 ‘Company Guide Book’ 이라는 20장의 초안을 만들었다. 이 문서에는 ‘체커를 왜 설립했는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보상받을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작성했고, 이를 토대로 체커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은 CHEQUER Handbook을 완성했다. Handbook은 지금도 업데이트되고 있는 체커의 살아있는 인격이자 정체성이며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체커의 핵심 가치이다.

두 번째는 채용이 아닐까 싶다. 개발/기획/마케팅/디자인 등 회사에 필요한 핵심인력을 외부로부터 영입할 수 있는 능력과 네트워크, 그리고 공개채용을 진행할 때는 진정성 있는 채용 공고와 채용 프로세스를 만들고 영입 이후에는 성과/보상 기준과 연봉테이블 관리, 스톡옵션 확보 등을 잘 해내야 한다. 채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은데, 기회가 되면 스타트업의 채용에 대해 한 번쯤 정리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는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잘 전달하여 방향을 제시하고, 투자자에게 비전을 셀링해서 회사가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만들어오는 역량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1~2년을 잘 견뎠다면 혼자서 어설프게 하던 일을 더 전문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주고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한번 해봤다고, 어설픈 경험과 지식으로 전문분야가 아닌 “잡무”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 CEO의 핵심 역량을 더는 키울 수 없다. 어느 정도 조직과 자원이 구성되었다면 래플리가 이야기하는 4가지에 조금 더 집중해야 될 때라 생각된다.

래플리는 “CEO는 외부 세계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실제 업무에 접목할 수 있는 사람” 이고, 외부 세계와 내부 조직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핵심적인 4가지 임무가 있다고 했다.

  1. 의미있는 외부 세계를 정의하라. 모든 외부 이해관게자 중 누가 가장 중요한 존재인가? 어떤 결과가 가장 의미 있나?
  2. 어떤 비즈니스를 할지 결정해라. 승리를 원한다면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가? 어떤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평가와 토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질문과 관련된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각을 가진 CEO밖에 없다.
  3.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맞춰라.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 사이에 적절히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우려면 단순히 지식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다양한 경험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제대로 균형을 맞추려면 먼저 현실적인 성장 목표를 세워야 한다.
  4. 가치관과 기준을 정하라. 기업이 갖고 있는 가치관은 그 기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행동 지침이 되기도 한다. 시장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의미있는 외부 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현자와 미래에 모두 도움이 되는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가치관과 기준을 정립하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가?’, ‘가장 막강한 경쟁상대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있는가?’에 대해 답해야 한다.

래플리가 이야기한 CEO의 역할과 임무를 읽으며 CEO는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부에서는 전체적인 업무 진행 상황을 챙기고, 외부에서는 우리 회사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일을 찾아다니며 내/외부를 끊임없이 연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모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완벽한 CEO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3명의 초기 스타트업 CEO와 30명, 300명 스타트업의 CEO는 해야할일과 역량의 차이가 너무 크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가 필요한 직업이다.

2. 경영진

스타트업 초기에는 공동창업자들이 모두 주주이자 경영진이다. 그들이 회사를 세웠고,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초기에 필요한 대부분의 일을 함께 진행해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성장함에 따라 ‘창업자 = 경영진’ 이라는 공식은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주로서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지만 성장한 회사에 맞는 경영진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서 돌아가야 한다.

경영진은 법인 경영에 핵심적인 의사결정자이며 CEO와 함께 비전, 미션을 제시하고 법인의 성장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또한, 투자, 채용, 입금협상 등의 의사결정을 함께 진행하는 핵심적인 사람이다. 공동창업자 중 이러한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주어진 자기 일이 더 즐겁고 회사 성장에 기여하는 방법이 다르다면 의견을 존중해주고 주주로서의 대우와 존중을 해주는 것 또한 CEO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 생각한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다양한 사람이 합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다양한 성장통을 겪게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나는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을 하는데 새롭게 합류한 사람은 왜 그렇지 않지?’ 라는 착각과 오해다. 스타트업 초기, 창업자들은 주당 7~80시간 이상을 일하며 지금의 회사를 일궜다. 하지만 회사가 지속적으로 기존 방식처럼 유지될 수 없으며 성장하는 과정에 따라 변화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사람은 ‘새로운 사람’이 아니라 CEO와 경영진이다. 조직이 작을때는 비전, 미션, KPI 등이 긴밀하게 공유되고 서로가 모든 생각을 공유하기 쉬웠지만 조직이 커짐에 따라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향성과 더불어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회사의 목표를 맞출수 있도록 경영진의 전략과 행동이 매우 중요해진다. 난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커짐에 따라 CEO와 경영진도 성장해야하고, 그에 맞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조직의 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게 CEO와 경영진이 성장하는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내가 봤던 몇몇 스타트업은 성장은 지속해서 이뤄졌지만, 공동창업자 = 경영진이라는 공식을 적절한 시점에 정리하지 못해서 여러 가지 인사문제를 낳고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성장하는 회사에 맞는 경영진 구성과 경영진의 행동지침을 잘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나는대로 체커의 경영진 행동 지침을 정리해봤다.

- 체커 경영진 행동 지침 -

  1. 회사와 개인이 분리되지 못한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 회사의 물건을 집에 가져가거나, 내가 곧 회사라는 의미의 발언 )
  2. 경영진이고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반말하는 행동은 치명적이다.
  3. 특정 크루가 진행 중인 일에 대해 팀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이야기 하는 행동은 팀 전체의 퍼포먼스를 떨어뜨리고 일의 방향성을 모호하게 만들수 있다.
  4. 임원, 직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체커의 모든 구성원은 ‘크루’로 동등하다. 경영진은 더 많은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5. 외모를 평가하거나 성적인 수치발언을 하지 않는다. ( 이쁜데? 이뻐졌는데? 치마 입었네? 등 )
  6. 경영진 간의 친분 과시를 통해 다른 크루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
  7. 사내에서 경영진 간의 가급적 존칭 사용한다. ( 사석에서도 다른 동료가 있을 경우에는 반말 하지 않는다 )
  8. 경영진 회의에서 언급된 모든 내용은 기본적으로 기밀사항이며,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 팀장, 가족, 가장 가까운 지인도 예외 없음 )
  9.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나, 의사 결정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10. 경영진은 회사의 얼굴이자 대변인이다.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경영진의 표정과 말투가 구성원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두.

많은 회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와, 체커에서 절대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을 행동 지침을 경영진 행동 지침으로 삼았고, 이 또한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지속해서 업데이트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래플리의 글을 읽으며 기업의 모든 경쟁력과 방향은 CEO로부터 출발하고, 경영진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타트업의 CEO와 경영진은 회사 규모가 작을 뿐 삼성전자, LG 전자 같은 회사가 갖추고 있는 모든 시스템을 작게나마 구성할 수 있어야 하고 이 시스템을 얼마나 빠르고 차별화 시킬 수 있는지가 스타트업의 존립 여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