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연속 구토 - goyang-i yeonsog guto

 고양이를 처음 키우면서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 바로 고양이의 구토는 생활이라는 것. 꼭 어딘가 아플 때만 한다기보다는 조금 불편하거나 표현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고양이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약간의 의지? 만 있으면 하는 것이 고양이의 구토다. - 여기서 '고양이의 구토는 습성'이라는 말도 나온다. -

문제는 정말 고양이가 아파서 나타내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바로 구토이고, 아프다는 것을 알아도 구토라는 그 증상 하나만으론 어떤 것이 불편한지 추적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정말 무수히 많은 원인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구토는 처음 접한 집사들을 병원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증상이지만, 시간이 지나 고양이에게 조금 익숙해진 집사들에겐 그것과는 약간 다른 고민을 하게 만드는 증상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구토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필자가 겪었던 루이와 단비 구토의 기억까지 참고로 넣었다.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떤 대비나 대응을 했는지에 관한 내용까지도 기술해보겠다. 관련 내용은 정답이 아니니 경험 관련 내용은 참고만 하길 바란다. 

※ 이 글은 참고를 위해 적은 글이지, 의학적 처치를 위해 적은 글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어떤 질병으로 어떤 구토를 한다.' 같은 내용은 없을 것이다. 사실 그런 글은 구토 자체가 고양이의 건강 상태에 따라, 정말 수백수천의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 의학 관련 서적에서 질병의 증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구토와 설사다. -

※ 만약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된다면 무조건 전문가와 상담하자. 정말 1분 1초가 중요한 순간, 인터넷 검색보다 전문가의 한마디가 훨씬 중요하다.

고양이 연속 구토 - goyang-i yeonsog guto
한 때 루이는 정말 구토 안 하는 고양이인 줄 알았다.

구토가 무조건 질병의 신호는 아니다. 

 구토를 전혀 하지 않는 고양이. 첫째 고양이 김루이가 그랬다. 정확히 성묘가 되기 전까지 루이는 고양이 행동학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내용이 '정말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게 행동하는 고양이였다. 그렇게 구토를 잘한다고 알려진 동물이 고양이라고 했는데, 정말 단 한 번도, 헤어볼조차 구토한 적이 없다. 약 먹이면 토하기도 하고? 냄새 맡고 거부도 한다는데? 가루약으로 액상 간식에 섞어주면 너무나 잘 먹었다. - 심지어 약 탄 액상 간식으로 여러 가지 훈련도 진행했다. 지금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  

그런 루이의 첫 구토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헤어볼 토였는데, 한번 뒤집어진 속을 진정시키지 못했는지, 거의 6~7회 정도 연속으로 했으며, 구토 후에는 밥도 물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도 놀랐는지 컨디션, 놀이반응 모두 전반적으로 떨어진 걸 관찰할 수 있었다. 루이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밥을 먹기 시작했고, 컨디션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단, 이 내용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고양이도 기분이 있고, 구토를 통해 멘탈적인 하락의 모습도 보인다는 점이다. 집사들은 보통 고양이가 구토하면 신체에 관한 의학적인 문제로 접근하려 한다. '구토를 한다. -> 밥을 먹지 않는다. -> 몸에 문제가 있다.'는 연결고리 말이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구토를 한다. -> 밥을 먹지 않는다. -> 구토로 인해, 기분이 안 좋아졌다.'라는 다른 연결고리도 생각할 수 있다. 

즉, '구토 후 밥을 안 먹다.'가 무조건 병의 징후는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고양이들은 기계가 아니다. 그렇게 딱딱 맞아떨어질 수도, 그래서도 안 된다. 

고양이 연속 구토 - goyang-i yeonsog guto
요 천진난만한 아깽이는 격리시절 구토요정이었다.

집사의 적절한 개입.

 사료를 먹고 사료토, 기호성이 떨어지고, 밥을 먹지 않다가 결국 공복토를 하고, 시간이 지나 조금 먹을 수 있을 때, 급하게 먹다가 구토를 하고. 이런 시퀀스는 집사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단비를 통해 겪었다. 밥을 먹다가 사료토를 한 단비가 이후의 밥을 거부했다. 나름 꾸준히 먹이던 사료기에 기호성의 문제는 없었다 생각했고, 구토 후의 거부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거로 예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료를 거부했고, 결국 공복토를 해대기 시작했다. 시간이 약간 지나 기호성이 좋은 간식을 급여했지만, 이마저도 급하게 먹다 다시 다 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반복이 이어지다, 결국 이 사태는 병원에서 구토억제제를 맞고 끝났다.

이후에도 똑같은 상황이 몇 번 있었는데, 대응이 조금 달랐다. 밥시간이 돼서 배치되는 사료의 종류는 소화가 잘되도록 습식류를 갈아서 급여했고, 거부했을 때 간식을 주거나 다른 사료를 급여하지 않았다. 다시 급식 시간이 되었을 때, 다시 전에 급여했던 것과 같은 습식을 새로 갈아서 교체했고, 기다렸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밥을 먹기 시작했고, 이후에도 소화가 잘되도록 사료의 형태와 양을 조절하면서 단비의 속을 달랬다. 컨디션은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위의 상황을 똑같이 대입하길 원해서 적는 것이 아니다. 집사는 자신의 고양이를 관찰하고, 질병이 아닌 구토 패턴이나 대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비는 구토 후, 바로 밥을 먹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필자는 다시 밥을 먹을 때, 건사료보다는 습사료를 선호한다. 컨디션이 올라와 배가 고플 때, 급하게 먹거나 과식을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구토하는 연결고리를 끊는다. 특히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사기에 사료를 갈아 넣고 강제급여하는 방식은 권하지 않는다. - 솔직히 자기 입속에 먹기 싫은데 꾸겨 넣으면 얼마나 괴롭겠나? 고양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

이렇게 상황을 지켜보면서 너무 과하지 않게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고양이 연속 구토 - goyang-i yeonsog guto
항상 찍고 기록하는 습관!

다행히 눈에 보이는 원인의 구토들은 존재한다.

 솔직히 이런 경우는 집사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 약을 먹였는데, 구토, 사료를 바꿨는데 구토, 새로운 간식을 먹였는데 구토, 캣그라스를 열심히 먹고 구토 등 이렇게 적어도 '뭔가를 했다. -> 구토를 했다.'로 연결되는 시퀀스들은 분명 답이 존재한다. 물론 위험한 물건이나 음식을 삼켰을 상황은 완전 다른 얘기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집사가 꾸준히만 관찰한다면 해결책이 있다.

- 고양이라고 무조건 구토를 많이 하지 않는다. 질병이 없고 건강하며, 먹는 것에 문제가 없고, 꾸준한 빗질과 털 관리, 고양이와 집사가 생활하는 환경 자원의 풍부함과  청결함까지. 집사가 바쁘고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는 집이라면 딱히 고양이가 토할 이유는 많지 않다. -

구토는 중요한 시그널이다.

 이 글에서 이야기한 '경험'의 관한 내용이 '구토가 별것 아니다.' 라는 것으로 연결되면 매우! 아주! 심히! 곤란하다. 너무 구토 자체를 심각한 질병으로 받아들이며 '큰일 아닐까?' 가슴 쓸어내리는 집사들을 위해 공유한 이야기일 뿐, 여전히 구토는 고양이가 보여줄 수 있는 건강 시그널 중 하나이다.

- 필자는 될 수 있다면 구토하는 상황, 간격, 예상되는 원인, 사진, 구성물, 냄새까지 모두 기록하기를 권한다. 그렇게 기록하다 보면 대략 위 같이 '큰일까지 아닌' 상황은 조금씩 걸러진다. -

시그널 체크, 토사물 확인.
  • 헤어볼토
    그루밍을 자주 하는 고양이는 헤어볼이 체 내에 쌓이면 정리를 위해, 구토한다.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으로 이후의 컨디션도 크게 떨어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보면 '이게 헤어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구성물을 해체해보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 사료토
    사료를 급하게 먹거나, 새로 급여한 사료가 맞지 않는 경우(알레르기나 사료 알갱이의 크기 문제 등) 토할 수 있다. 사료의 색상(주로 갈색)을 띠며 소화되지 않은 사료 알갱이가 눈으로도 관찰된다. 
  • 공복토
    노란색의 액체나 하얀색의 거품토를 관찰할 수 있다. 위액이나 담즙이 포함되었을 때, 노란색을 띠며, 일반적인 상황에는 투명하거나 하얀색 거품을 동반한 액체를 토한다. 
  • 녹색 계열 구토 (위험)
    췌장 관련 질환에서 보이는 색이다. 무조건 동물병원 방문.
  • 빨간색, 분홍색 포함 구토 (위험)
    출혈이 동반된 구토일 수 있다. 이물질이나 상처로 인한 색일 수 있고, 색이 진할수록 위험한 상황일 수 있으니 무조건 동물병원 방문이 필요하다.

녹색, 붉은색 계열을 제외하면 당장 위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구토 자체가 반복성을 보인다면 진료 필요성이 있다. 특히 단모인데 헤어볼을 자주 토하거나, 먹기만 하면 사료토를 하거나, 반복성 공복토 등 어쨌든 그 횟수가 습관적이라고 느껴지면 병원 진료와 환경 케어는 꼭 필요하다. 이외에도 설사를 동반하거나 다른 증상들이 함께 나타난다면 꼭 동물병원에 방문하도록 하자.

구토억제제.

 마지막으로 구토억제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구토에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있고, 스트레스의 약한 고양이의 특성, 단순 구토라는 증상 하나로 여러 가지 검사에 들어갈 높은 비용 등의 이유로 동물병원에서는 구토억제제를 처방하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의사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집사와 동물 모두를 위해 다방면으로 고려 후 내린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구토억제제의 처방으로 이 사건(?)을 종결하는 것은 문제다. 분명 이유가 있기에 집사는 원인 찾는 일을 멈춰선 안 된다. 안 그러면 앞으로도 꾸준히 구토억제제를 처방받을 일이 생길 것이다. 사료나 생활하는 환경 등 많은 것을 뒤지고 점검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

- 실제 큰 생각 없이 구토억제제만 딱! 처방하고 마는 나쁜 수의사도 존재하겠지만, 처방 자체가 같더라도 정말 깊고 다양한 고민 후, 처방하는 수의사도 존재한다. 처방이 같다고 모두 나쁜 수의사로 모는 경우도 가끔 보았는데, 살다 보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보다 '같은 아 라도 다를 수 있다.' 라는 말이 더 공감 갈 때가 많다. -

고양이 연속 구토 - goyang-i yeonsog guto
격리시절 단비. 이 때 필자도 정말 힘들었다.

이번 글에선 구토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여러 번 이야기했듯, 구토라는 것은 하나의 증상일 뿐, - 특히나 고양이의 구토는 더더욱 - 정확한 질병 진단의 단일 데이터는 되기 힘들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큰일이 아닌 듯' 보이는 구토조차도 너무 가볍게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된다. 그래서 늘 반려묘를 관찰하는 눈과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집사는 꾸준히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항상 여러분의 반려묘가 건강하길 바라며, 할 말은 모두 끝난 듯하니, 점을 찍어본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