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블유 박 모건 - geom beul-yu bag mogeon

열 살은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이미 5년 전에 드라마 <밀회>에서 스무 살 차이 나는 연인의 진한 사랑을 만끽한 적 있기에. 사실 드라마는 물론이고 브라운관 밖 현실에서도 위아래 열 살은 이제 이슈조차 되지 않는다. 사랑에 국경도 없다는데 나이 따위가 무슨 상관이람.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가 2019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유는 비단 38살 여자와 그보다 열 살 어린 28살 남자라는 ‘인물’ 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이 드라마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사람이 라면 이미 눈치챘겠지만,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매력 포인트는 따로 있다. 바로 로맨스 드라마의 장르적 문법을 전복시킨 남녀 주인공의 ‘관계’ 설정이다.

가슴팍이 드러난 셔츠를 입은 남자에게 “너무 야하게 입고 다니는 거 아냐? 가슴 다 보여. 넌 여자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절대 모를 거야”라고 여자가 타박한다. 그러면 남자는 여자에게 “진짜 이상한 아저씨네”라고 응수한다. 주인공의 성별만 바꿔 놓으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화임이 분명하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이 연인에게 “너무 굶었어”라고 말하며 자신의 성욕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던 게 어느덧 십오 년 전이다. “너 보면 미치겠어. 너 안고, 만지고, 좋아하고 싶어”라고 <검블유>의 여주인공 배타미는 저돌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육체적으로 형상화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만난 첫날 두 사람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데, 이에 대해 여자는 ‘원나잇’이란 시작이 꺼림칙하다고 연인이 되길 거절한다. 그러자 남자는 자신을 원나잇한 상대로 남게 하지 말라고, 다시 시작하자며 여자를 설득한다.

“나 버리지 마요.”

이 드라마의 절정은 바로 이 대사다.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남자 주인공의 애절한 사랑 고백. 비혼주의라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를 부담스러워하는 여자, 그리고 그녀를 끈질기게 붙잡는 남자. 여자와의 갈등 상황에서 남자는 매번 “사랑해”라는 말 대신 “나 버리지 마요”라며 동정과 연민에 호소한다. 게임 음악 회사 대표인 남자는 멋진 외모와 멋진 목소리를 가졌고 그래서 극 중 모든 여자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이러한 화려한 스펙은 입양아란 그의 아픈 과거 앞에서 다 무용지물이 된다. 매해 같은 날만 되면 몸살이 나는 남자의 곁을 여자는 떠나지 못한다. “너 아프게 하는 사람은 내가 다 죽일 거야.” 아아, 최고의 사랑은 긍휼이라고 했던가.

더욱 재미있는 것은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드라마 <봄밤>에서도 같은 장면이 빈번하게 반복된다는 점이다. <봄밤>의 남자 주인공 역시 여자 주인공에게 “우리 버리지 마요.”라고 말한다. <검블유>와 다른 점이 있다면 <봄밤>의 남주인공은 아이가 있는 미혼부이기에 ‘나’가 아닌 ‘우리’라는 것이랄까. <봄밤>의 제작진은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만들기도 했는데, 밥 사 달라고 조르던 연하남에서 버리지 말라고 애원하는 싱글대디까지 당대 인기 드라마의 남자 캐릭터 변천사가 왠지 의미심장하다.  

검 블유 박 모건 - geom beul-yu bag mogeon
ⓒtvN

그런데, <검블유>를 미디어에서 말하듯 ‘페미니즘 드라마’로만 바라보면 작품이 너무 납작해져 버린다.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호명 아래 다양성과 소수자성에 대한 관심이 촉발된 지도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단순한 성 역할 전복 정도에 만족할 시청자들이 요즘 어디 있겠는가. <검블유>가 높은 화제성 지수를 기록했던 것에는 분명 보다 ‘심오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검블유>를 본방사수했을까. 그러니까 왜 배타미는 박모건을 버리지 못하고 함께 하기를 선택했을까. 청문회에서 국회의원과도 맞짱 뜨던 위풍당당 그녀가 아니었던가. 모든 답은 질문에 이미 있다고 하던데.

“나 버리지 마요.”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4차 산업 혁명의 영향력 아래 지금 이 시대를 부모 없는 ‘고아’의 시대라고 처음 말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그런데 그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것이야 당연한 이치겠지만 그 발전이라는 것이 과거의 기술을 새로운 기술로 ‘대체’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고 그래서 과거의 모든 지식과 경험들이 오늘의 ‘나’를 위해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린 시절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커다란 그늘이 되어주던 ‘부모’는 이제 없다. 새로운 기종의 핸드폰 앞에서, 카페 무인 주문기 앞에서, 그리고 공인인증서란 가상의 증명서 따위 앞에서 황망해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우리는 이미 보지 않았던가. 6.25, 4.19, 5.18, IMF 등등 파란만장한 역사의 고비들을 다 넘어오신 분들이지만 그 모든 연륜이 고작 작은 핸드폰 앞에서 폐기되어 버리지 않았던가.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짐작조차 못 하는 상황, 그러니까 광야에 혼자 서 있는 듯한 이 막막한 상태가 부모 없는 고아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쩌면 미래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선물이 아니라 재앙, 천국이 아니라 지옥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검블유>에 내가 이토록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박모건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그가 ‘나’와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그는 홀로 낯선 나라 캐나다에 남겨진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 나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정서적 착각’을 하게 만든다. 니체가 신의 죽음을, 루카치가 길을 인도해주는 밤하늘 별의 실종을 이야기한 지도 이미 오래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던 절대적인 세계는 사라지고 없다. 절대적인 것은 절대 없다는 고리타분한 진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부모 없는 고아이고 ‘박모건’이다. 지금 여기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박모건’이 있다. “우리 버리지 마요.”  

검 블유 박 모건 - geom beul-yu bag mogeon
ⓒtvN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위풍당당 배타미도 박모건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 부르투스 너마저! 시저가 칼에 찔리면서 내지른 짧은 외침은 분명 배신감이 아닌 실망감에서 나온 것이었을 것이다. 서른여덟이나 스물여덟이나 ‘우주먼지’인 것은 다름이 없는 것일까. “서른여덟 살 정도 먹으면 완벽한 어른이 될 줄 알았어요”라는 극 중 배타미의 대사는 마치 내 마음을 몰래 훔쳐놓은 것처럼 나의 심장을 무겁게 짓누른다.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가 불혹이라고 했건만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끔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러니까 내가 <검블유>에 열광했던 것은 ‘여성’이라는 나의 성별이 아니라 ‘고아’라는 나의 정서적 나이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일까. <검블유> 속 배타미와 박모건의 대화를 유심히 듣다 보면 사랑보다는 전우애 또는 파트너쉽이 느껴진다. “내 말대로 모든 만남엔 끝이 있고, 어떤 식의 이별이든 우리는 이별을 향해 달려가겠지. 근데 이별로 달려가는 그 길 위에서 초조함을 함께 해줄 유일한 사람이 너야. 그러니까 같이 초조하고 같이 불안하자. 같이 위로하고 같이 안심하자. 결국 잃게 되더라도 지금은 가지자. 서로를 가지자.” 인생이란 이름의 거친 광야를 지나가는 동안 서로에게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주는, 그런 수평적이고 쌍방향적인 관계.

드라마 배경으로 인터넷 포털 회사를 ‘그냥’ 설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인터넷이란 어떤 곳이던가. 수백 수천 만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모이는 만남의 광장이 아니던가. 그 안에서 함께 울고 웃고 지지고 볶으면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지 않았던가. 자신과 다른 의사결정을 한 회사 대표 브라이언에게 배타미는 나와 다르지만 많이 배웠다고 말하고, 경쟁사에서 이직 권유를 받은 알렉스는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배타미와 팀원들 곁에 남는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파트너가 되어 함께 그 광야를 견뎌내고 있다. 어쩌면 ‘완벽한 어른’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건 그저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 존재할 뿐. <검블유>에서 배타미와 박모건은 이별 후 재회하지만 사랑의 불완전성을 그대로 껴안은 채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기로 약속한다. 그러한 열린 결말은 인생이 과거완료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며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우리는 “같이 초조하고 같이 불안”해할 누군가를 만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아, 사랑스러운 그 이름 박모건이여. 오늘도 나는 ‘박모건’을 열심히 검색하는 중이다.

2화에서 프로듀스 X 101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배타미가 나오고, 바로 피아노 레슨 배우러 가서 대표곡 《_지마》를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배타미는 "왜 이렇게 노래가 슬플까요"라고 말하며 "투표를 안 해서 떨어진 걸까요"라고 피아노 쌤한테 물어보고, 피아노쌤은 그렇다고 답하면서 "국민 프로듀서시잖아요.."라고 농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 뒤에 국민 프로듀서 대표 이동욱이 우정 출연한다. 12화에서도 배타미가 프듀를 시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응원하는 픽이 떨어졌어도 힘들 때마다 보는 듯 또한, 박모건과 헤어진 배타미가 회식 자리 노래방에서 울적한 표정으로 지마 노래를 신청하는데, 수상함을 느낀 차현이 배타미를 밖으로 데려가 자초지종을 물어보려고 하자 "나 센터할거야"라고 말하기도. 결국 부르지 못하고 다른 tf팀 멤버가 개사하여 부른다.

  • 7화에서 이동욱이 배타미 전 남친으로 우정 출연한다. 명확하게 헤어진 이유를 언급하지는 않으나 배타미가 결혼을 원하지 않아 헤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 송가경이 인터넷에 미역국 레시피를 검색하여 미역국을 직접 해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래 재벌집 딸이었기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요리를 한다(..). 국에 진간장을 넣는 참사까지 만드는데, 흥미롭게도 해당 역을 맡은 전혜진은 과거 남편 이선균과 함께 간장 광고를 찍은 바 있다.

  • 오마주한 장면들이 더러 있는데, 대표적으로 배타미와 차현이 차를 부수러 가는 장면은 김은숙 작가의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의 한 장면이 있다.

  • 11화, 12화에 주로 언급되는 마이홈피 이야기는 싸이월드를 연상하게 한다.

  • 2022년에 방영된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등장하는 문지웅의 학교 밴드 이름이 박모건의 학창시절 학교밴드의 이름과 같은 '밀림의 왕자'라던가, 최종화에서 백이진이 로그인 하려던 포털사이트가 '바로'인 것으로 보아 세계관이 연관 있어 보인다.

11. 역대 편성표[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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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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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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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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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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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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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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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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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스터 션샤인을 이응복 PD와 공동연출했다.[2]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이다. 이번 작품이 입봉작인 셈.[3] 초기 시놉시스는 '아내도 엄마도 선택하지 않은 21세기 여자들이 차별과 장애 없이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드라마'이다.[4] 비슷한 예로 황후의 품격의 이혁과 천우빈 역시 지나친 브로맨스 코드가 거북하다는 의견이 여러 여초 사이트 등지에서 지적을 받은 바 있다.[5] 단순한 성형이 아닌, 60대 장모님이 30대로 보이게끔 전신 성형을 한다.[6] 작중 차현은 남주가 누구인지 궁금해했지만, 해당 드라마가 결방되자 "왜!!"라고 소리치며 인터넷에 폭풍 검색을 한다.[7] 사실 함께 주연진을 꾸리고 있는 세 명의 여성 배우들이 모두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면서도 연기력 측면에서도 꽤나 훌륭한 배우들이기 때문에 장기용의 연기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