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운이 없을 때 - gabjagi giun-i eobs-eul ttae

​몸에 힘이 없을때, 신체적 심리적 원인

-신체적 원인에선 간질환/결핵 등 만성 쇠약성 질환 의심

-이외에도 기력부족에 의한 전신 쇠약증에서도

-신체적 원인 검사해도 없거나, 보약을 써도 효과없을때도

-또렷한 신체 원인 없다면 정신심리적 원인을 점검해봐야

-우울증에 의한 무기력 양상에서도 흔히 나타나

-아침에 못일어나고, 밤에는 말똥말똥 해지기도

-불안장애인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건강염려증에서도 나타나

-발작적으로 갑자기 "몸에 힘이 없어요"라고 할 때는 공황장애 의심

-가족갈등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주요 증상으로도

-현대인들에겐 우울 불안, 억압된 분노와 관련된 원인이 더 많아


 

 우울증은 종종 사건 또는 상황에 대한 일종의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반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고향을 떠나야 할 때, 또는 친구가 암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할 때, 우리는 절망감에 빠져든다.

 이러한 절망감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분노를 내포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사랑의 신'이라고 불리는 신이 그가 사랑하는 자녀가 암에 걸리는 것을 방관했을까? 이 절망감은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와 동년배인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다./ 이 새로운 도시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자녀들이 집을 떠나가면 나는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이 잠재적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때, 우리는 '반응성'우울증을 경험할 수 있다.

 장기간에 걸쳐 고통에 시달리던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서 그러한 정신적 충격을 무의식 속으로 억압한다. 이렇게 무의식에서 억압된 감정들은 우울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우울의 심리학)

 몸에 힘이 없을때 환자들의 호소는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비롯될 수 있다. 우선, 보호자들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몸의 이상이다. 수면부족이나 만성피로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에서 나오는 호소라면 이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신체적 이상을 의심할만한 결핵이나 간염 등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상에서도 아무런 신체적 이상이 없는데도 이런 호소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기력증진을 위한 보약을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몸의 문제인가 정신심리적 문제로 인한 갈등이 신체반응의 형태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것인가를 면밀히 구분부터 해봐야 한다. 의외로 이런 호소를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들이 많이 호소한다.

 오히려 이들은 우울하다, 불안하다라는 표현 대신에 처음에는 몸 여기저기에서 전환되어 나타나는 신체신호를 통해 자기 내적 갈등을 호소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신체증상과 달리 정신심리적 원인이 전환된 것이다.

  우선, 불안지수가 높은 환자들이 기력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호소를 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단순 체력부족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 불안을 자극받게 되는 순간 이런 호소를 더욱 더 자주 하게 된다.

 이뿐만아니라, 그런 무의식적인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주된 방법으로 회피적 수단을 선택할 때, 환자들은 자신의 몸의 이상 신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자기 삶을 지금 이대로 그대로 직면하게 되면, 자신은 더 큰 상처나 더 큰 위험 요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이미 선 경우다. 그래서 무의식에서는 그런 요소에 맞서지 말고 피하도록 명령한다.

 몸에 힘이 없을때 바로 이런 요소도 점검해봐야 한다. 하지만, 불안증 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증상이 불안에 의해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처음에는 인식하기가 어렵다.

 대신, 자꾸 자신의 몸에 더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만성피로나 몸의 이상에서 비롯되는 것과, 불안증에서 비롯되는 것은 증상 발현 과정과 호소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단순히 몸의 이상이라면 증상 호소가 큰 폭의 변화는 없다. 그리고 수면부족이나 업무과다 등 악화 여건이 있으면 당연히 더 심해지고, 충분히 쉬고 잠을 자면 조금은 덜해지는 식의 비례 관계를 어느 정도 유지한다.

 하지만, 불안증에 의한 경우는 다르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다지 피곤할 요인이 없는데, 어느 순간 갑작스레 증상이 확 나타나서 온몸에 힘이 빠져버리는 식으로 나타나는 것은, 불안증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렇게 힘이 확 빠졌다가도, 수분에서 수시간이 지나면 다시 멀쩡해지는 양상으로 반복된다면 이는 공황장애 같은  불안증을 점검해야 한다. 이때는 심장두근거림, 가슴답답증, 호흡곤란, 팔다리 마비감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물론, 불안증 중에서도 걱정과 염려가 상시적으로 나타나는 건강염려증이나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발작적이라기보다 상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신체증상들이 큰 병이나 희귀병이 아닐까 지나친 걱정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인터넷 등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몸으로 표현되는 증상에 대해 검색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내용에 더 집착하면서 선택적으로 정보를 취합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몸에 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아도, 안심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불안해진다. 그래서 새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다른 병원을 찾게된다.

 왜냐하면 자신의 병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으면 어쩌나라는 불안감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무기력증이나 신체감각의 이상이 잘 나타나는데, 이때는 아무리 기력을 보강하는 약을 써도 힘이 나지 않는다.

 전혀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자신의 삶과 성격적 원인에서 비롯되는 불안 주제를 빨리 찾아야 한다. 그리고 기력 보강 약만 쓸 것이 아니라, 자율신경은 안정시키는 치료를 해야 만성적인 신경쇠약을 막을 수 있다.

 불안증에 의한 만성 신경쇠약 외에도, 우울증이나 수동공격심리에 의한 경우도 많다. 자기 삶에서 무언가 목표에 대한 상실감이나, 가까운 관계에서의 배신, 상실감, 갈등관계 등을 겪을 때 무기력증의 하나로 힘이 없는 현상이 나타난다.

 우울에 의한 경우에는 밤낮이 뒤바뀐다던지, 수면시간이 너무 뒤죽박죽 길어진다던지 하는 수면 변화가 함께 동반되기도 한다. 아침에 못 일어나거나 수면부족을 충분히 보충했는데도 힘이 없다는 호소를 하면 기분장애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기분장애의 하나인 조울증에 의한 경우에는 한동안에는 수면을 거의 취하지 않고 어떤 일에 몰입하다가, 어느순간부터는 기운이 하나도 없고 잠만 자려는 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부부관계든, 부모 자식간의 관계든 어떤 갈등 요인이 있을 때, 이를 현실적으로 자신이 가진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싶을 때 수동공격 심리에 의해 이같은 힘이 빠지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청소년들의 경우 부모와의 갈등관계에서 부모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없다보니, 오히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형태로 수동적이며 우회적으로 자신들의 억압된 분노를 표현하게 된다.

 이는 일종의 화병 양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분노가 치솟고 있지만, 그 분노를 현실적으로 드러낼 수 없거나, 드러내면 더 큰 상처를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 힘이 빠지는 탈력감을 자주 호소하게 된다.

 이처럼 몸에 힘이 없을 때 점검할 부분들은 비교적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공진단이나 기력증진용 한약만 먹는다고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자세한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글/강용혁 원장(분당 마음자리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