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자동차 몰락 - diteuloiteu jadongcha mollag

항구도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창원과 산업입지적 환경이 비슷하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 메이커의 본산이 될 정도로 ‘미국의 자존심’이었다. 산업활동이 활발하다 보니 디트로이트의 광역권에 무려 500만 명의 인구가 모여들어 번성했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동력이 미처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주력인 자동차업종이 급격 이탈하면서 2005년부터 도시의 자족기반이 뿌리째 흔들렸다. 급기야 지난달 14일에는 디트로이트 시 당국이 세수부족에 따른 재정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나락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번영의 상징’이었던 디트로이트가 왜 ‘가난하고 위험한 도시’로 묘사될 정도로 쇠락한 것일까.

그 이면엔 더 많은 요구를 해오는 강성 노조와 각종 소송 등을 이기지 못한 자동차업체들이 기업환경이 더 나은 다른 주나 해외로 이탈했고, 대규모 해고가 동반된 것이 주된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950년대 200만 명을 넘었던 도시 인구는 7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세수기반도 무너졌다. 집값은 절반 이하로 폭락했고 고객이 떠나 버린 상가와 병원, 기차역 등 주요 시설물들은 연이어 폐쇄됐다. 남겨진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고 싶어도 집이 안 팔려서 못 떠나는 상황이다.

현재 디트로이트시의 연간 재정적자는 3억2700만 달러에 이르고 갚아야 할 빚은 163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제도권금융을 통한 신용조달의 길이 막혀 버렸다. 시는 세계적 명성의 ‘디트로이트 미술관(Detroit Institute of Arts)’을 팔아서 재정에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최근 디트로이트를 다녀온 사람들에 따르면 도심에는 빈집과 빈 공장이 속출해 전체 면적의 30%가 빈 공간으로 방치돼 있고, 빈 건물은 관리가 안 된 채 미관을 해치고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한 도시가 번영하기 위해 건전한 노사문화와 미래성장동력의 지속적인 발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특히 한 도시 주력산업이 몰락할 경우 번성하던 도시가 순식간에 폐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소름끼치게 상기시킨다.

최근 창원을 비롯한 경남에 대해 ‘한국판 디트로이트의 몰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력업종인 조선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연관산업들이 줄줄이 도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기계산업의 활황에 도취돼 미래 신성장동력산업 준비를 게을리하면 우리도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는 각성이다. 실제로 그 전조 증상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창원국가산단은 LG 등 많은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무감각하고 행정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행정당국으로선 이런 비판이 다소 억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근래 4대강 논쟁, 진주의료원 사태, 통합창원시 청사 대립 등의 갈등에 볼모로 잡혀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소홀히 하지 않았나 깊이 성찰해봐야 한다.

지난 4일 경남신문과 한국무역협회 경남본부가 공동 주최한 ‘수출 좌담회’에서도 이런 걱정이 분출됐다. 이날 좌담회 말미에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쏟아낸 불만과 걱정은 시사하는 바 크다.

“공무원들이 기업체의 금융조달 애로 등 ‘손톱 밑 가시’를 능동적으로 뽑아줘야 하는데 감사원 감사가 겁이 나서 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 실제로 정부 시책과 제도 개선의 속도가 매우 보수적이어서 급격한 글로벌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너무 현재의 규정만 내세운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시민들의 의식 개조도 급하다. 이러다간 한국경제가 머잖아 쪽박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광범위하게 공유해야 한다.”

이상목(경제부 부장)

회생 파산과 조세

자동차 왕국의 몰락…디트로이트市 끝내 파산선고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3.12.04 17:20:38 | 최종수정 2013.12.04 17:48:10

미국 연방 파산법원이 디트로이트시에 파산보호 절차를 진행하도록 승인했다.

3일(현지시간) USA투데이는 이날 연방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디트로이트시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파산보호 절차를 밟게 된 지자체가 됐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로즈 미국 파산법원 미시간 동부지원 판사는 "미국 지자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빚을 안고 있는 디트로이트시가 비상관리법에 의거해 파산보호(챕터9)를 받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로즈 판사는 90분간의 판결 선고 끝에 "오늘은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한때 영화를 누린 도시가 빚으로 쓰러졌지만 동시에 새 출발의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로 큰 호황을 누렸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자동차산업은 쇠락했다. 방만한 시 재정 운영이 겹치면서 18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게 되자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지난 7월 케빈 오어 변호사를 디트로이트시 비상관리인으로 임명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파산보호 과정에서 당국이 자신들의 연금 지급액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에 연금 수혜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