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외전 피사검법 - uicheondolyong-gioejeon pisageombeob

소싯적에 알피쥐 게임을 즐겨하셨던 분들이라면
의천도룡기외전(원제는 김용군협전)이라는 게임을 알고 계실겁니다.
이소룡(.....)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조종해서 김용 선생의 14작품에 나오는 캐릭터,스토리들을 모두 짬뽕시켜놓은 세계를 탐험하는 게임인데요.
다양한 무공들을 배우는 재미도 쏠솔하고, 원작의 팬들이라면 책에서 읽었던 반가운 캐릭터들을 직접 조종해볼수 있는 재미도 쏠쏠했기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일직선 진행 일변도의 당시 알피쥐게임의 경향에서 벗어나 꽤나 자유도가 높은 편이었습니다만......
알피쥐 게임 많이 해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자유도가 높은 알피쥐게임은 대체로 난이도가 높았죠.
이 게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하다못해 원작이라도 읽어봤다면 어떤 무공이 좋고, 어떤 캐릭이 쓸만하고, 어떤 이벤트를 겪어야 되는지
대강 알수 있어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텐데, 제가 이게임을 처음 접했을 당시에 제 나이는 (대략)11살.......
어지간히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그 나이에 김용 선생의 무협소설을 읽어봤을리 만무하죠.
지금처럼 인터넷만 좀 뒤져도 공략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가 아닌지라, 온갖 삽질을 다했죠.
이 놈의 게임은 레벨 노가다 할 수 있는 곳도 정해져 있어서, 그 장소를 모르면 레벨빨로 깨는것도 불가능해서
매 번 허약한 주인공과 허접한 동료들로 절정고수가 있는 장소에 잘못 들어갔다 강제 이벤트 전투땜에 신나게 얻어터지고 게임오버를 보곤 했죠......

서설이 좀 길었습니만,
아무튼 어찌어찌하다가 게임잡지에 나온 공략을 보게됬고, 그제서야 간신히 진행다운 진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피사검보` 라는 `최강의 무공비급`을, 언제나 초반 레벨업 대상이 되어주었던 고마운 임평지씨와의
이벤트로 얻을수 있다는 정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준다음 동료로 맞으면 된다는 아주 간단한 조건이었기에, 저는 즉시 실행에 옮겼습니다. 한 정파(청성파)의 장문인을 쓰러뜨리면 되는데, 다른 미친듯이 강했던 장문인들에 비하면 무지 약골이라 허접에서 좀더 강해진 저의 어정쩡한 주인공도 쓰러뜨릴 수 있었죠. 임평지를 동료로 맞이하고 보니 과연, 피사검보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만세를 외치며 수련할려고 보니 무공 설명이 상당히 섬찟하더군요-`대를 끊는 악랄한 검법` 
무슨 패널티라도 생기나, 하고 영 찜찜한 기분에도 일단 `수련한다`를 선택했습니다.
그러자 나오는 더 섬뜩한 문구- `이 무공을 익히려면 희생이 필요합니다` 헐........
예전에 플레이했던 알피쥐 게임중에 가끔씩 아주 강력한 무기나 기술이지만 능력치에 패널티를 준다거나
게임 엔딩을 배드앤딩으로 만든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어서, 순간 관둘까 고민했지만 공략에 별다른 말이 없었기에 과감히 익혔습니다.
익힌 다음 캐릭터 능력치를 살펴봐도 전혀 문제 없었고, 막판 엔딩까지 봐도 아무문제없이 해피하게 끝났기에 저는 ` 그냥 버그나 미실현 된 부분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잊어먹었었죠.

그리고 세월은 흘러흘러 제가 대학교에 막 입학했을때
학교도서관의 어마어마한 장서들중에 김용 선생의 소설들 다수를 발견하였고, 의천도룡기 외전의 추억도 떠올릴겸해서 아주 즐겁게 읽어나갔죠.
그러던 중, `소오강호` 라는 소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오 역시 낮익은 이름들이 마구 보이네요, 영호충,악불군, 임평지 등등......
그러다가 `벽사검법` 이라는 무공을 보았습니다. `어라? 소싯적에 즐겼던 의천도룡기 외전에 나온 그 괴상한 `피사검법`이랑 비슷한 이름이네?` 라는 생각에 소설을 더 읽어보니 그거 맞더군요. 게임 한글화한 사람들이 잘못번역한거였죠.....
그렇게 신나게 읽어 나가던중, 
소오강호를 읽었던 분들은 다들 기억하실 그 경악스런 진실의 순간!을 보고야 말았죠.

`..............................................ㅋ..............ㅋ......ㅜㅜㅜㅜㅜㅜ
아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리 게임 캐릭터일 뿐이지만....................... 진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세상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마이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무슨짓을 저지른거지!!!!!!!!!!!!!!!!!!!!!!!!!!!!`
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없는 절규를 질렀답니다.

아니, 그 `희생이란게` `대를 끊는다`는게 그런 의미인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허허허허허허
아무것도 모르는 게이머들에 의해 현실에 돌아가서도 자식을 키울수 없게된 (게임 주인공)이소룡씨에게
다시한번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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