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리 딜레마 의견 - teulolli dillema uigyeon

인간의 도덕성을 실험하는 유명한 트롤리 문제(trolley problem)가 있다. 위급한 상황에 누구를 살릴 것인가를 보는 윤리실험이다.

전차가 궤도를 따라 달린다. 그 궤도 앞에 5명이 움직이지 못하게 묶여있다. 그대로 놓아두면 전차는 5명을 치어 죽게 할 것이다. 전차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전차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레버 옆에 당신이 서 있다. 만약 레버를 당기면 전차의 방향은 바뀌고, 5명은 살아난다.

그런데 이렇게 방향을 바꾸는 다른 궤도에는 1명이 궤도에 묶여 있다. 당신이 레버를 당겨 궤도를 바꾸면 5명은 살아나지만, 1명은 죽을 것이다. 과연 어떤 행동이 윤리적으로 타당한 일일까?

이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이다.

트롤리 딜레마 의견 - teulolli dillema uigyeon

유럽의 전차. ⓒ Pixabay

첫번째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5명은 죽지만, 당신은 도덕적으로 누구를 죽게 했다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의무주의)
두 번째는 레버를 당기는 일이다. 당신은 1명을 죽게 했지만, 5명은 살리는 결과를 낳게 했다. (결과주의)

바로 이것이 그 유명한 전차문제 (trolley problem)혹은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이다.

이 모의 실험은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5명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고, 한 명은 내 가족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실험은 실제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상황을 가정한 사고실험(思考實驗)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실제상황에 맞게 살아있는 생쥐 대상 실험

그런데 이 트롤리 문제를 실제 상황에서 벌인 실험결과가 나왔다. 대상은 사람이 아니고, 실험 쥐를 선택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살아있는 동물의 생명이 오가는 것이므로 실제상황에서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벨기에 겐트대학(Ghent University) 사회심리학과의 드라이스 보스틴 (Dries Bostyn) 등은 약 20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생쥐 우리에 전기 충격을 주는 실제상황에서의 트롤리 딜레마 실험을 했다.

학생 참가자들은 한 명 씩 실험실로 들어가서 아주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 실험실에는 전기충격장치가 두 개의 생쥐 우리에 연결 되어있다. 한 우리에는 생쥐가 5마리 들어있다. 다른 우리에는 생쥐 1마리 뿐이다.

실험 참가자들은 20초의 시간을 가지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만약 아무 결정도 하지 않으면, 전기 충격은 5마리 생쥐 우리로 간다. 그런데 단순히 버튼 하나를 누르면 생쥐 5마리는 전기충격을 면하고 살아남지만, 대신 다른 우리에 있는 1마리 생쥐가 희생된다.

자원했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생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동물을 죽이는 일이다. 학생들은 심리적인 압박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최종적으로 이 실제상황에서 벌어진 실험에서 84%의 학생들이 버튼을 눌렀다. 다시 말해 5마리를 살리고 대신 1마리를 죽이는 선택을 의도적으로 한 것이다.

이 실험을 한 연구팀은 전통적인 방식의 모의 사고실험도 했다. 질문은 똑 같았지만, 실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학생들 앞에 전기쇼크장치의 방향을 결정할 버튼도 없었고, 우리에 갇힌 생쥐도 없는 가상 실험이었으니 그저 머리로만 선택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가상실험에서는 66%의 학생만이 버튼을 누른다고, 그래서 5마리를 살리는 대신 1마리를 희생시킨다고 답변했다.

물론 이 실험은 제한이 적지 않다. 우선, 기존의 트롤리 실험이 사람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지만, 이 실험은 인간에게 훨씬 적은 윤리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생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생쥐라고 해도 동물을 죽이는 실험은 잔인하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다행히도,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절대 비밀로 했지만, 버튼은 공갈 버튼이었다. 버튼을 눌러도 전기가 흐르지도, 그래서 생쥐를 죽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한 실험참가자는 실험실에 들어와서는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트롤리 딜레마 의견 - teulolli dillema uigyeon

트롤리 딜레마 개념도 ⓒWikipedia

이런 몇 가지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험은 실제로 흥분된 상태에서 사람들은 좀 더 도덕적 의무주의에 쏠리기 보다 결과주의에 쏠리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도덕적 의무주의란 내가 행동함으로써 그렇지 않았다면 살았을 생쥐를 죽이는 것은 비도적적이라는 생각을 말한다. 내가 행동함으로써 한 마리를 죽이는 것이 비도덕적이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행동함으로써 5마리를 살릴 수 있다는 결과에 더 마음이 쏠리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실렸다.

트롤리 딜레마의 현대적인 형태는 1967년 필리파 푸트(Philippa Foot)가 제시했지만, 주디스 톰슨(Judith Thomson), 프란시스 캄(Frances Kamm), 피터 웅거(Peter Unger) 등이 재해석하고 확대했다.

그러나 트롤리 딜레마의 초기 형태는 1905년 위스콘신대학의 학부생에게 제시된 윤리문제로서, 대신 죽게 되는 1명은 레버를 당기는 사람의 아들로 나온다.

자율자동차 운전 설계할 때 참조할 듯

트롤리 딜레마의 변형된 형태중에는 ‘육교 사례’가 있다. 전차가 철길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 다섯 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당신은 철길 위의 육교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다. 전차를 세우려면 큰 물건을 열차 앞에 던져야 한다.

마침 당신 앞에 뚱뚱한 사람이 난간에 기대 아래를 보고 있다. 뚱뚱한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면 전차를 멈추고 5명은 구할 수 있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뚱뚱한 사람’ 버전은 또 다른 변종을 낳게 했다. 알고 보니 그 뚱뚱한 사람이 바로 5명을 위험에 빠뜨린 악당이었다는 사고실험이다. 이때는 물론 뚱뚱한 악당을 떨어뜨려 전차를 멈추게 하는 것은 윤리적인 판단이라기 보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로 여겨질 수 있다.

트롤리 딜레마와 이의 변형된 형태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사용됐으며 최근에는 자율자동차의 윤리문제 논란에 활용된다.

(24166)

<배경음 없음>

※ 본 글은 20201228(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공리주의의 기초를 잡은 영국의 철학자 겸 법학자 제레미 밴담(Jeremy Bentham)

 공리주의는 제레미 밴담 등의 학자가 주장한 철학 사상으로 효용(Utility)을 중시하는 학문입니다.

 필자는 철학과도 아니고, 그 쪽의 전문가도 아니니 잘 모르는 사람도 알 수 있게 설명하자면...

 이 말이 공리주의를 대표하는 명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 최대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품고 있는 생각이죠.

 불행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근데, 왜 뜬금없이 이 이야기가 나왔냐고요?

 4차 혁명이라 불릴 만큼 기술과 과학이 발달해서 오늘 아침엔 AI가 미국 전투기의 부조종사 역할도 수행해냈다는 뉴스가 들려옵니다.

 AI는 마침내 이정도 위치까지 왔고,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해 무인승용차가 나오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들 하죠.

JTBC 팩트체크에서 다룬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에 따른 책임 문제 

 하지만 여기서 던지는 핵심 질문은 공리주의적인 관점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사고났다면 그 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

 "자율주행 차량이 운전자를 태운 채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뛰어들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핸들을 틀어 운전자만 죽여야 하는가, 아님 운전자를 위해 다수의 사람을 죽여야 하는가"

 상당히 극단적인 예시지만, 사고라는 것은 항상 최악을 가정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답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1) 사람의 가치는 동등하다, 다수를 살리기 위해 운전자를 죽인다.

2) 차량은 운전자의 상품이다. 운전자를 우선해 다수를 죽인다.

 여기서 1번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공리주의입니다.

 실제로 이런 일은 없는 게 최선이지만, 이런 행동을 사람의 의지로 행하면 보통은 영웅이라고 불리죠.

 하지만 그런 상품에 여러분이 소비자라면 타고 싶을까요?

 재미있게도 이 질문은 오늘 제목의 나머지 반을 차지하는 트롤리 딜레마(Trolley Problem)란 이름으로 예전부터 논의되어 왔습니다.

 철학, 윤리학에서 다루는 이 실험문제는 공리주의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트롤리는 광차를 말하는 것으로 실제 광차들이 브레이크가 자주 고장나기도 했기에 현실적인 사고실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법적 책임은(도덕적 책임은 별도) 면한다는 가정 하에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트롤리 딜레마 사례1번 예시

 사례 1

 트롤리는 선로를 따라 달려오고 있고, 선로에는 다섯 사람이 있다.

 당신은 선로 밖에 서 있고 다섯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선로전환기를 당기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선로에 있는 다른 한 사람이 죽게 된다.

 선로전환기를 당기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허용 가능한가?

 사례 2

 트롤리는 선로를 따라 달려오고 있고, 선로에는 다섯 사람이 있다.

 당신은 선로 밖에 서 있고, 바로 옆에는 상당히 무거운 사람이 한명 서 있다.

 다섯 사람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옆에 서 있는 사람을 선로 위로 밀쳐서 그 무게로 트롤리를 멈추게 하는 것인데,

 이 경우 트롤리는 멈추게 되지만 그 사람은 죽게 된다.

 이는 도덕적으로 허용 가능한가?

 자, 머리가 아파오는 극단적인 질문이죠?

 실제로도 이 문제는 답이 없습니다.

 다만, 통계적 자료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선택을 주로 했습니다.

사례 1 - 선로전환기를 당긴다 (한 사람을 죽인다) : 실험자의 89%가 선택

사례 2 - 사람을 밀지 않는다 (다섯 사람을 죽인다) : 실험자의 73%가 선택

 여기서 공리주의적 선택이 무엇인지 감이 오시나요?

 그렇습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므로 사례 1,2에서 모두 한 사람을 죽인다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째서 사람들의 선택은 이렇게 2가지 케이스에서 다른 선택을 하게 된 걸까요?

 위 사례1, 2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사견을 덧붙이자면, 사람은 개인의 행복과 다수의 행복을 별도로 생각한다는 점이겠죠.

 그리고 공리주의 역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안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를 전제로 깔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어떻게 생각했나를 보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하버드 특강에서 이야기한 벤담의 공리주의 영상(자막 있음)

 영상 11분쯤에 교수님은 다른 트롤리 딜레마를 제시합니다.

 질문 1

 당신은 의사다.

 당신 앞에 6명의 환자가 배달되었다.

 5명의 환자는 상대적으로 경상이고, 1명의 중상자가 있다.

 당신은 1명의 중상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치료에 하루 종일 소모하게 되어 5명의 환자는 사망할 것이다.

 당신은 5명의 중경상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이 경우 5명을 구할 수 있지만 1명의 중상자는 사망할 것이다.

 이 경우 당신은 누굴 우선적으로 살려야 하는가?

 질문 2

 당신은 장기 기증 전문 의사다.

 당신 앞에 5명의 환자가 배달되었으며, 이 5명은 각각 다른 장기가 필요하다.(한명은 심장, 한명은 폐 이런식...)

 그러나 장기기증자가 없어 5명의 환자가 죽게 생겼다.

 그런데 당신은 옆방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환자가 있으며, 그는 낮잠을 자는 중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당신은 그에게서 조용히 장기를 꺼내 5명을 구할 수 있지만, 남자는 죽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당신은 누굴 우선적으로 살려야 하는가? 

 그리고 이에 대해 13분쯤에 하는 한 학생의 답변이 일품이죠.

 "(질문 2에 대해)5명 중 한명이 죽으면 그를 이용해 다른 4명을 살리겠다."

 무슨 생존 배틀로얄입니까... ㅎㅎㅎㅎ

 교수는 전제 자체를 무너뜨렸다고 웃어넘겼지만, 의외로 공리주의의 문제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은 저렇게 극단적인 선택지만 있지 않다는 점이죠.

 그리고 한국에 미X놈들의 커뮤니티에 디씨가 있고, 일본에 2ch이 있다면 미국엔 4chan이 있죠.

 이 4chan에 이 트롤리 딜레마를 질문하니 나온 답변들을 마무리로 보시죠.

누구도 살아나갈 수 없다 

시간이여 멈춰라!!

35명 죽이기 vs 고자되기

빠른 트롤리가 접근하고 있고 철로 위에는 아무도 없다

한편 당신은 밥에게 당신의 샌드위치를 먹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당신은 그를 밀 것인가?

(이거 쏘우잖아...)

진짜 흑막

(해석 : 당신은 트롤리 밈에서의 기관사입니다.

당신은 열차를 멈출 수 있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아무도 이 상황에서 당신의 역할을 모릅니다. 당신은 매번 살인 욕구를 충족하고 무사히 빠져나갑니다)

미친 ㅎㅎㅎㅎㅎㅎㅎㅎ

 약한 맛 몇개만 퍼왔습니다.

P.S : 첫 번째 자율주행차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개인적인 상상으로 우리나라라면 이렇게 할 것 같습니다.

 emergency option등의 이름으로 대충 차 구입시 필수선택(혹은 동의) 창을 넣고,

 사용자가 선택하게 하는 옵션 항목으로 넣을 것 같네요. (예 : '다수 생존 우선', '운전자 생존 우선' 등으로)

 그리고 '다수 생존 우선' 쪽의 옵션을 고른 사람에게 자동차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줄 것 같군요.

 그리고 이 옵션 여부는 블랙박스와 더불어 재판 등에 유용하게 쓰일 것 같습니다.

(기업이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이 사용자에게 선택지를 줘서, 사용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거니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