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도는 짤이 있다.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수도권 지하철 호선을 악마에 비유한 건데, 노이즈캔슬링을 뚫는 ‘굉음의 악마 5호선’, 10분 연착은 기본인 ‘왜곡의 악마 경의중앙선’, 완행과 급행 간 극단적 이중 자아를 보이는 ‘두 얼굴의 악마 9호선’, 콩나물시루를 연상시키는 ‘혼돈의 악마 2호선’ 등이다. 그중 최강은 ‘대악마로 불리는 1호선’인데 움직이는 할렘가, 지옥으로 가는 전차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유튜브 댓글로 “1호선은 왜 최악의 지하철이 되었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정말 사람들이 1호선을 최악의 지하철로 생각하는지 왱 커뮤니티에 투표를 통해 알아봤다. [첫 번째 이유. 빌런들의 소굴] 자르반 84세, 1호선 다크로드, 아키라, 사도세자, 각종 행상인과 포교인 등등. 이러다 보니 1호선은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다 같은 지하철인데 왜 유독 1호선에서 이런 풍경을 목격하게 되는 걸까?
그래도 특이한 행색으로 그저 남들 눈살 찌푸리게, 가끔은 헛웃음 짓게 하는 이상행동으로 그치는 경우는 다행인 편이다. 더 심각한 경우는 지하철 기물을 파손하는 원펀맨이나 좌석에 냅다 방뇨를 하는 소변남, 타 승객에게 폭력을 쓰기까지(!!). 절대 웃으며 볼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1호선은 모든 호선 중 노인 이용률이 가장 높고, 동대문, 노량진, 영등포 등 상업 지역이나 서울역, 용산역, 수원역 등 기차역을 많이 지난다는 특징도 있다. 아, 물론 너무나도 당연하게 노인=빌런이라는 게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객관적인 통계를 확인해보니 예상과 좀 다른 부분도 있었는데 오히려 2호선이 최악의 지하철로 보였다. 작년 기준 지하철 호선별 민원 건수를 살펴보면 2호선의 민원량은 전체의 46%, 범죄 건수는 33%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는데 2호선은 불법 촬영 이슈가 유독 많은 곳이기도 하다. 반면 1호선 민원량은 전체의 2.8%, 범죄 건수는 10%밖에 되지 않았다. 1호선 타는 사람들의 신고의식이 약해서일까 아님 너무나 익숙해서? 1호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유독 강하게 박힌 건 1호선의 빌런 한명 한명의 아우라가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두 번째 이유. 노후화된 시설.(feat. 악취와 소음)] 그래도 아예 변화가 없는 건 아닌 게 직물 시트는 스테인레스 소재로 바뀌고 있고, 코로나의 영향으로 청소와 소독에 더욱 민감해졌으며, 차량 정비 등으로 문제를 개선하고자 한다니 이건 더 지켜볼 일이다. [세 번째 이유. 중간까지만 가는 행선지.] 그래도 광운대역행이 3번 연속 도착하는 이런 상황이나, 구로역의 9개 승강장 중 알맞은 승강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선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운행사에서는 불편 요소를 줄이기 위해 민원 센터 간편화, 지하철 보안관 정책 등을 시행하고, 지하철 경찰대가 역내 상주하며 범죄를 잡아내고 있다. 노후화된 시설과 열차도 리모델링과 정비를 통해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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