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월급 날 - samseongjeonja wolgeub nal

9% 임금인상에 중기 평균임금 4배로
대ㆍ중소기업 임금 양극화 구조 더 심화
尹 정부, 임금 양극화 완화 적극 나서야

삼성전자 월급 날 - samseongjeonja wolgeub nal

삼성전자 노사가 최근 올해 임금인상폭을 9%로 결정하면서 임원을 제외한 직원 평균연봉이 1억5,000만 원을 넘게 됐다. 삼성전자 평균연봉은 중소기업 평균의 3.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도체·IT 기업들의 연봉이 치솟으면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뉴스1

임원을 제외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올해 실질 평균연봉이 1억6,000만 원에 이르게 됐다. 노사가 최근 9% 임금인상을 결정하면서 인센티브 등을 반영한 지난해 실질 평균연봉 1억4,000만 원에서 올해 연봉이 줄잡아 2,000만 원 내외 가뿐히 오를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직원들로서는 9% 임금인상이 당연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79조6,000억 원과 영업이익 51조6,300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17.8%, 43.3% 실적이 호전됐다. 또 이런저런 반도체 둔화론에도 불구하고 2019, 2020년의 실적 정체를 극복하고 올 1분기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사내에서는 되레 임금인상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고 한다.

평균연봉 1억6,000만 원이면 대부분 샐러리맨들에겐 꿈 같은 얘기지만, 메이저 기업군에선 결코 놀라운 얘기가 아니다. 2020년 일부 스타트업과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인재확보를 겨냥해 촉발한 임금인상 ‘치킨게임’이 지난해부터 주요 반도체ㆍIT 대기업으로 확산하면서 연봉 ‘메이저 리그’가 이미 구축됐다. 실제 카카오 임직원 평균연봉은 지난해에 이미 1억7,200만 원을 찍은 데 이어 올해 15% 인상이 결정됐고, SK텔레콤과 네이버 등도 삼성전자와 고액연봉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저 기업군뿐만 아니다. IT 분야의 핵심 인재인 시니어개발자 직군으로 치면 네이버나 카카오를 제외한 ‘라쿠배당토(라인ㆍ쿠팡ㆍ배달의민족ㆍ당근마켓ㆍ토스)’나 ‘몰두센(몰로코ㆍ두나무ㆍ센드버드)’ 등 신흥기업에서도 고액연봉이 보편화하는 추세다.

기업이 인재 확보를 위해 다투어 연봉을 올리는 건 해당 인재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론 연봉 메이저 리그가 형성되고, 거기에 편입된 임금근로자 극소수만 고액연봉을 누리는 양극화 구조가 정착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생산력과 생산성이 성장궤도에 올라탄 대기업과 핵심 인력에 집중되는 건 불가피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첨단산업의 역동성이 강력한 경제에선 그런 집중화가 더 가파를 수밖에 없다. 2002년 기준 각각 64.2%와 74.7%였던 일본과 유럽연합(EU)의 대기업 임금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중은 2018년 각각 68.3%와 75.7%로 높아져 임금격차가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70.4%였던 게 59.8%로 되레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 1월 기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이 924만8,000원, 중소기업은 382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2배였던 임금 격차가 무려 2.4배로 확대됐고, 2018년보다 임금 양극화가 훨씬 심해진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기치로 출범했음에도 성과는 미미했다. 정책의 초점이 최저임금이나 기초연금 인상 등 하위 1분위 소득확대에 맞춰져 있던 데다, 집값 폭등으로 그나마 효과조차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직속 동반성장위원회는 대ㆍ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완화를 위해 ‘대금 제대로 주기 3원칙’을 시행하고, 대기업과 중소 협력기업 간 ‘임금격차해소운동’ 협약을 추진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구조변화를 이끌지는 못했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상대적으로 ‘시장원리’를 강조하면서 자칫 양극화 문제의 핵심 구조인 대ㆍ중소기업 임금 양극화 현실을 간과할 우려가 크다. 하지만 문제를 방치하면 양극화 악화를 통한 공동체 위기는 물론, 산업 경쟁력도 점차 약화할 수 있다. 시장원리도 좋지만, 임금 양극화를 직시하고 구조적 차원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정책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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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2.05.02 19:49 수정2022.05.02 20:31

삼성전자 월급 날 - samseongjeonja wolgeub nal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임금 인상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간 대립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노동조합 공동교섭단(노조)이 올해 9%의 임금 인상률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수준 임금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고액 연봉의 임원들이 포함된 '허수'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삼성전자 임직원 실질 연봉이 올해 1억6000만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노조 요구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올해 평균 급여 1억5000만원 육박 추정

2일 삼성전자의 '2021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전체 임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4400만원으로 전년(1억2700만원) 대비 13.4% 올랐다. 작년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임금조정 협의를 통해 평균 7.5%의 인상률을 결정했다. 실제로는 성과급을 포함한 각종 인센티브 등이 반영되면서 상승률 두 자릿수 연봉 인상 효과를 냈다.

노조는 임직원 평균 급여는 '고액 연봉'의 임원들이 포함된 허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 평균 급여 역시 지난해 기준 1억3500만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미등기임원 933명의 총급여는 7178억원으로 전체 급여총액 15조8450억원의 4.5%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올해 노사협의회에서 결정된 평균 9%의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면 직원 평균 급여는 1억5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인센티브를 더한 실제 연봉은 평균 1억6000만원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CL2 직급(대졸 사원/대리급)의 경우 평균 인상률이 12%에 달한다. 지난해 상위 고과를 받은 일부 직원은 최고 16.5%의 인상률을 적용받게 된다.

노조는 "올해 대부분 직원의 임금이 5%만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낮은 인상률을 적용받는 일부 고연봉 부장급도 연봉이 최소 5.5% 오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는 대졸 사원뿐 아니라 고졸 사원도 상당수 있다"며 "대졸자 채용 위주의 대기업이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비해 평균 연봉 수준이 상당히 높은데 평균 임금 인상률 9%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앞선 지난달 29일 삼성전자의 올해 임금 인상률은 평균 9%로 합의됐다. 이는 최근 10년새 최대 인상률이었던 지난해(7.5%)보다도 1.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평균 임금 인상률은 기본 인상률에 개인 고과별 인상률을 더해 정해지므로 개인별 임금인상 수준은 고과에 따라 달라진다.

당초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 위원 측은 15.72% 인상을 주장했지만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인상률을 낮춰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선에서 합의점을 도출했다. 아울러 유급휴가 3일 신설, 배우자 출산 휴가 기존 10일에서 15일로 확대 등 복리후생 방안에도 합의했다.

노조, 협상 과정 문제 삼으려 사측 고발

협상 과정도 논란이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사협의 입금 협상은 33조와 근로자참여법 5조를 위배한 불법"이라며 "노사협의회와의 불법 임금협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에 사측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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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기구다. 그간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정해왔다. 통상 2~3월이면 합의를 도출했지만 올해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4월을 넘겼다.

노조는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선출 절차의 적법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했다. 노조 측은 "선별된 소수 직원들만 후보로 지명된 뒤 직원들에게 어떤 공유도 없이 후보 내에서만 짬짬이 근로자 위원을 선출했다"며 "이렇게 회사 입맛에 맞게 선출된 위원들은 당연히 11만 삼선전자 전체 직원을 대변하지 않고 회사 요구에 따라 임금 협상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부터 지금까지 인내심을 갖고 회사와 최대한 대화를 통해서 임금교섭을 타결하고자 했지만 회사가 노조를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회사가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 투쟁을 선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회사 측은 노조원 비중이 전 직원의 4%에 불과해 96%에 달하는 비조합원들 급여를 확정하려면 노사협의회를 통해 합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원 대표를 먼저 직선제로 뽑고, 그중에 노사협 근로자 위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구성 역시 적법하다고 했다.

현행법이나 예년의 임금 조정 사례 등을 감안할 때 노사협의회를 통한 협상은 문제가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견해다. 노사협의회는 법률에 규정된 합법적 기구로, 전체 직원 과반으로 구성된 노조가 없을 경우 근로자들이 직접 선출한 위원들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조정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 협의는 취업규칙이나 노동부 행정해석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노조 주장대로) 이게 불법이라면 과거 수십년간의 임금 조정 결과를 모두 부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노사협의회와는 2022년도 임금교섭을 마쳤고 노조가 단체교섭권을 가진 만큼 노조와의 협상도 성실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한국노총,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과 함께 '불법 임금교섭'이라며 투쟁을 선포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