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 페이퍼 벽돌 - lidi peipeo byeogdol

리디 페이퍼 벽돌 - lidi peipeo byeogdol

1. 왜 샀는가


계속 사용기만 쓰게 되는 것 같은데 지난 몇달간 한게 뭔가 사고 거기에 적응한것 뿐이라 별 수 없다. 변화가 많았던 시기라.

그 와중에 페이퍼 라이트는 충동구매한 물건이다. 그냥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동서 미스터리 북스콜렉션 + 동서 월드북 콜렉션 + 문예 세계문학 콜렉션 + 범우문고 콜렉션' 을 16만 9천원에 50년간 대여하면, 페이퍼 라이트를 덤으로 준다는 배너에 홀려버린 것이다.

원래 이런 '보는' 용도의 기기에 대한 욕구는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다. 아이폰의 주 용도는 전화하고 카톡하고 음악듣고 그리고 킨들에서 구매한 전차책이나 아오조라 문고의 책들을 보는 것이었는데, 좀 더 큰 화면에 대한 욕구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기는 '아 좀더 한번에 많이 읽고 싶다(나는 한페이지에 가득찬 활자를 느긋하게 꼭꼭 씹어먹는 걸 좋아한다. 열린책들에서 발행한 7500원짜리 체호프 단편선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판형과 페이지당 글자수가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경우이다)는 단순한 소망만으로 구매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덕에 너무 비쌌다. 그냥 막연히, 요즘 게임에 열이 붙으신 어머니가 좀더 성능 좋은 폰으로 바꾸겠다 하시면, 사용하던 갤럭시 그랜드 맥스를 리더기로 빼돌려야겠다는 소박한 꿍꿍이가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차피 사려던 책들이고, 실제 책으로 살 경우 열댓권이나 살만한 가격에, 리더기를 껴준다고? 그리고 그게 내일 모레면 끝난다고? 즉시 나는 사면 안되는 합리적 이유보단 이걸 사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고, 다음과 같은 점을 알게 되었다.

  1. 리디북스는 기기간 동기화를 지원한다. 즉 아이폰에 리디북스 앱을 깔아두면 기기로 읽던걸 폰으로 이어 읽거나 그 반대도 가능하다.
  2.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는 e-ink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lcd와 다른 점은 화면의 상태가 전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유지되며, 태양빛 아래에서도 일반 종이에 쓰인 글씨와 같은 가독성을 가지고, 한번 충전하면 일주일 이상 쓸 수 있을만큼 전력소모가 적다는 것이다. 즉 실외 실내 구분없이 읽을 수 있고, 한창 재밌어지려는 참에 어댑터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하지만 화면 반응 속도가 빠르지 않아 동영상을 보는건 무리라고 한다.
  3.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기에 루팅하면 킨들 앱이나 퍼펙트 뷰어를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첫번째와 두번째에서 오호하는 소리가 나왔고 세번째를 확인하자 나는 바로 결제했다. 그리고 다음날 페이퍼 라이트가 집으로 왔다.

2. 루팅


기기를 받아들자마자 wifi설정하고 로그인해서 책 받아지나 보고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 후  네이버 이북까페(클릭)의 페이퍼 라이트 게시판 정보글의 내용대로  바로 루팅을 했는데, 바로 벽돌이 되었다. 조금 끙끙대다가 복구하는데 성공했고 여기선 주의점만 밝힌다.

  1. 기기를 켜서 설정을 하지 말고 바로 루팅 작업에 들어갈 것. 특히 업데이트를 하면 안된다. 벽돌이 된 원인.
  2. 벽돌이 된다고 끝장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전원을 끄고 pc와 연결 후 서비스 모드(우측 페이지 넘김버튼을 누른채로 전원버튼, 이후 한동안 우측 페이지 넘김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로 연결하면 다시 롬 작업이 가능하다.
  3. 드라이버는 두개를 설치해야 한다. 서비스모드로 연결된 기기를 인식하는 드라이버랑, 그냥 usb 연결시에 쓰는 ADB드라이버. ADB드라이버의 경우 해당 까페의 글을 읽다보면 은근슬쩍 놓치기 쉬운데 여기(클릭, 영문)서 설치방법과 파일을 구할 수 있다.

3. 사용해보니


기기의 상태

무게는 가볍다. 일반적인 문고본이 훨씬 무겁게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베젤은 좀 얇고 터치 민감도가 높은편이라 한손으로만 쥐고 쓰는 경우, 엄지가 스크린쪽으로 조금만 넘어가도 페이지 넘김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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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으로 받쳐들고 다른 손으로 넘길 때는 별 문제가 없다. 별매중인 x-ring 같은 악세사리나 케이스를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소리나 진동같은 피드백이 없고 화면 전환이 느리기 때문에, 화면을 터치하거나 하단 베젤의 뒤로가기 버튼을 눌렀는데 이게 제대로 눌린건지 아니면 앱 전환이 천천히 되고 있는건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 외에도 버튼의 경우 좌우 눌림이 다르다거나, 뒷판이 약간 누르면 들어가는 듯하다거나 하는 사소한 단점들이 존재한다.
기본으로 동봉된 케이블로 PC와 연결하니 충전이 잘 되었다. 삼성이나 LG 휴대폰용 충전기에 연결해도 이상없이 충전 되었다.

기본앱과 화면

정말 인쇄물처럼 읽을 수 있다. 조명이 있으면 더 잘보이며, 백라이트를 끄면 이런 전자기기를 오래 볼때 느끼는 눈의 피로감도 없다. 다만 일정 페이지마다 화면을 완전히 새로고침하며 잔상을 제거하는데 이때 흑백 반전이 잠깐 일어난다. e-ink 디스플레이에 공통된 특성이라고 하나, 신경쓰이는 사람에게는 마이너스 요소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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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누르끼리한 기본색 때문에 만화를 보면 진짜 만화책 같다(아래사진은 리디북스에서 다운로드한 강철의 연금술사 체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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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상도 때문에, 만화나 pdf의 경우 너무 작은 글씨는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pdf의 경우 퍼펙트 뷰어에서 가로보기+여백자동 자르기를 하면 사정이 좀 나아지긴 한다. 상위 모델인 페이퍼는 좀더 또렷하게 보이는 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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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앱의 경우 몇가지 단점이 있다 : 화면 회전이 되지 않고, 서적을 읽다가 서재로 나오지 않고 슬립시킬 경우, 가끔 진행상황이 서버로 전송되지 않는다. 첫번째는 그다지 아쉬운 점이 아니라 넘어가고, 두번째는 책을 덮는다는 느낌으로 습관을 들이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퍼펙트 뷰어와 킨들, 전자도서관 앱

퍼펙트 뷰어랑 킨들 앱 모두 제대로 설치되고, 잘 실행 된다. 퍼펙트 뷰어의 경우 화면방향 회전, 물리키의 기능 임의 배치등이 다 제대로 작동한다. 단 pdf를 읽을 때 기본 설정으론 가독성이 매우 좋지않은데, 감마값을 조절하면 괜찮아진다. 화면 갱신이 느리다 보니 이 '괜찮아지는' 감마값(기본보다 낮아야 하는데 또 너무 낮추면 오히려 흐려진다)을 설정하기 위해 슬라이더를 드래그 하는게 좀 귀찮을뿐이다. 한번만 설정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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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기의 메모리가 넉넉하지 않은 편인지, 기본 리디북스 앱과 퍼펙트 뷰어 킨들 앱 세개를 모두 실행한 상태에서 오랜시간 슬립시켜 놨다가 키면 가끔 다운된다든가 앱 중 하나가 죽는다든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킨들의 경우 페이지 넘김 효과가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매우 어색하게 표현되며, 또 페이지 넘김 버튼을 활용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설치 직후 일부 서적이 다운로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기기를 껐다 키니 괜찮아졌다).

킨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동기화(나는 PC와 아이폰, 그리고 이 페이퍼 라이트 세개를 모두 사용해서 읽는다)는 제대로 작동하는지라 일단은 '큰 화면에서 읽고, 여러 기기에서 이어 읽는다'는 점에는 문제가 없다.

아오조라문고 앱도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당분간은 읽을 일이 없을것 같아 아직 미확인. 나중에 사정이 되면 추가하겠다.


리디북스 전자책들
문단 정렬에 심혈을 기울이던 때가 있었는데, 나이를 먹어가고 영미권 기사를 읽기모드로 보다보니(대부분 왼쪽 정렬 상태로 표시된다) 이젠 그 부분에 많이 너그러워진 편이다. 그래서 출판사별로 전자책의 좌우정렬 상태가 달라도 그리 화가 나진 않았다. 약간 신경이 쓰일 뿐이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건 그뿐만은 아니었다. 즉 :

  1. 출판사마다, 그리고 서적마다 정렬상태가 다르다. 좌우 다 맞췄거나, 좌측 정렬 둘중의 하나.
  2. 기존에 다른 포맷으로 썼던걸 변환했는지 서적들에서 구문오류가 나타나곤 한다. 대표적으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경우 몇몇 인용구에서 지정 폰트가 글귀 앞에 노출된다 ('고딕체 아아 저문을 닫아주오' 같은 식으로)
  3. 가끔 그림이 삽입되어 있는데 해상도가 영 좋지 않다. 그런데 이건 킨들에서 구매한 것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으니 내가 알지 못하는 저작권이나 송신 비용등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여튼 불만이다.

그래도 더이상 책장을 들여놓지 않고 이사갈 때마다 노끈으로 묶어야 되는 책더미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라..

4. 결론


불만점이 없는건 아니나 덤으로 받은 기기(물론 이거랑 전자책들 다 합쳐서 16만원 이라고 생각해야겠지만)...즉 가격을 감안하면 - 요즘 이상하게 이말을 자주 쓰는 느낌이다 - 사길 잘했다고 느끼고 있다. 앞으로 만약 기변을 하게 된다면 해상도 때문이거나, 아니면 터치할 때마다 1년쯤 서가에 꽂아놓은 책 냄새를 뿜어주는 기능이 달린 기기가 출시되었거나, 아니면  소파위에 두었다가 깔고 앉아 아작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벤트 없이 새로 구매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가격의 차이를 따지기 전에 반드시 페이퍼랑 페이퍼 라이트 실물을 직접 보고 결정하길 권하고 싶다...나는 심신의 안정을 위해 일부러 페이퍼 실물은 보지 않으려고 피해다니고 있다. 한번 눈이 높아지면 좀처럼 끌어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