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가드너 실험 - laendi gadeuneo silheom

인간은 과연 잠을 자지 않고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1964년 랜디 가드너라는 17세의 미국 고등학생이 학교의 과학실습 프로젝트를 위해 이 실험에 도전한 적이 있다. 월리엄 데먼트라는 과학자가 그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랜디의 신체와 정신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면밀히 관찰했다. 그때 랜디가 잠을 자지 않고 버틴 시간은 무려 264시간이었으며,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은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잠을 자지 않는 동안 랜디는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실험 5일째부터 정신분열증세롤 보이기 시작해 환각을 일으켰고 방향감각을 잃었으며 편집증과 피해망상에 시달렸다. 심지어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자신을 잡으러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험 7일째부터는 운동 기능을 잃었으며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한 가지만은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데먼트 박사와의 핀볼 경기에서는 연달아 100번이나 승리를 거둔 것이다.

랜디 가드너 실험 - laendi gadeuneo silheom

▲ 잠의 정확한 기능에 대해서 여러 가설이 제기되었지만,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morgueFile free photo

그로부터 43년이 흐른 2007년 영국의 정원사 토니 라이트가 랜디보다 2시간이 많은 266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음으로써 그 기록을 깼다. 그는 차를 마시고 수영을 하면서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냈다. 그러나 그 기록은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했다. 기네스협회에서 잠을 오래 자지 않는 부문은 건강을 심각하게 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폐지했기 때문이다. 토니는 그 사실을 미처 모르고 헛수고만 한 셈이다.

잠을 계속 자지 않으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실험으로 증명된 적이 있다. 시카고 대학의 알렌 레샤펜 교수는 쥐가 잠들려고 할 때마다 깨우는 장치를 만들어 쥐가 계속 잠들지 못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쥐는 몸이 점점 야위어지면서 결국 14일 만에 죽고 말았다. 이 연구는 수면 부족이 죽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최초의 실험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람뿐 아니라 포유류, 조류, 양서류를 비롯해 초파리까지 수많은 동물들에게 잠은 공통된 생리현상이다. 심지어 회충과 같은 선충류 벌레까지도 잠을 자는 것으로 확인됐다. C. elegans라는 선충류는 잠이 부족할 경우 사람처럼 빨리 그리고 깊이 잠든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하지만 잠을 전혀 자지 않는 동물도 있다. 바로 황소개구리가 그 주인공이다. 황소개구리는 잠을 자지 않고 그냥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또 잠을 자지 않아도 아무런 신체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동물도 있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연구팀이 비둘기를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실험을 한 결과, 비둘기에게서 아무런 신체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 연구팀이 “영원히 잠을 자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였다”고 말할 정도로 비둘기에게 수면 부족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존의 반대 행동처럼 보이는 잠

그럼 왜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들은 잠을 자는 것일까. 잠은 보통 생존의 반대 행동처럼 여겨진다. 잠자고 있는 동안은 포식자로부터 공격 받기 쉬우며 먹이를 찾거나 외부 침입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잠의 정확한 역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잠이 기억을 강화시킨다든지 뇌의 성장, 면역체계 유지, 에너지 절약 등을 위해 잠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 깨어 있는 동안 발생된 산화적 스트레스로부터의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는 가설도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어느 하나가 결정적이라고 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억 강화의 경우 잠이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기억력이 잠을 자는 본질적인 이유라고 보긴 어렵다. 에너지 절약도 잠으로 절약되는 에너지의 양이 너무 적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차라리 그 시간 동안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해서 에너지 양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

그런데 최근에 뇌가 독소 물질을 청소하기 위해서 잠을 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의료센터의 마이켄 네더가드 교수팀이 잠은 깨어 있을 때 뇌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림프계는 몸에서 나오는 노폐물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뇌에는 림프계가 없다. 네더가드 교수팀은 뇌에도 ‘글림프 시스템’이라는 독자적인 청소 체계가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발견했다. 그 후 네더가드 교수팀은 생쥐의 뇌척수액에 염료를 주사한 뒤 깨어 있을 때와 잠잘 때의 글림프 시스템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생쥐가 자고 있거나 마취되어 무의식 상태일 때는 염료가 신속하게 이동했으나, 생쥐가 깨어 있을 때는 염료가 거의 이동하지 않았다. 그것은 잠자거나 깨어 있는 상태 사이의 뇌세포 공간에 커다란 변화가 있다는 의미였다. 연구팀은 그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 뇌에 전극을 삽입한 뒤 뇌세포 사이의 공간을 측정한 결과, 생쥐가 잠들거나 마취되었을 때는 뇌의 안쪽 공간이 60% 정도 증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질환과 관련이 있는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생쥐에 주사한 후 글림프 시스템이 그 독소를 제어하는지의 여부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는 생쥐가 수면을 취할 때 더 신속하게 사라졌다. 즉, 잠이 들었을 때 세포 사이 공간이 넓어져 뇌척수액이 왕성하게 분출되면서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노폐물을 청소하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건강과 질환에 있어 수면이 새로운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동물 종에 따라 수면 시간 크게 달라

하지만 독소 청소처럼 잠이 수행한다고 믿어지는 기능의 필요를 전혀 보이지 않는 사례도 동물 중에서 발견된다. 수컷 민물도요새는 3주 정도의 구애 기간 동안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 또 범고래나 큰돌고래의 어미와 새끼는 출산 후 6주간 눈을 감지 않고 계속 활동한다. 새끼 고래들이 아직 수중 호흡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잠을 자지 않아도 새끼 고래들의 신체에는 아무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수면 시간이 종에 따라 크게 다른 것도 미스터리다. 큰갈색박쥐의 경우 20시간에 달하지만 말은 2시간에 불과하다. 큰개미핥기와 나무늘보는 18시간을 자지만, 자신을 잡아먹을 포식자가 없는 코끼리는 4시간밖에 자지 않는다.

수면 시간이 비슷한 큰개미핥기와 나무늘보의 경우에도 렘수면 시간에서는 차이가 크다. 큰개미핥기는 7시간 렘수면을 하고 나무늘보는 70분만 렘수면을 한다. 또 바늘두더지의 경우 렘수면을 아예 하지 않으며, 뇌가 반씩 교대로 잠드는 고래와 물개도 렘수면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종에 따라 수면의 기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최근 동물에 부착시켜 수면 중의 뇌나 근육 활동을 모니터할 수 있는 소형기기들이 개발돼 잠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잠의 비밀에 대한 연구가 뇌과학과 진화생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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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가드너 실험 - laendi gadeuneo silh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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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인생의 1/3를 잠을 자는 데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잠'이 우리 삶에 있어서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크다. 그런데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고 버틴다며 어떻게 될까.

과거 한 고등학생들이 과학 실습 과제로 이 같은 실험을 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캣덤은 1965년 당시 17살 고등학생이었던 랜디 가드너와 그의 친구들이 한 '가장 오래 자지 않고 버티기' 실험을 재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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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가드너 실험 - laendi gadeuneo silh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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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가드너는 이 실험을 위해 264시간, 무려 11일 동안이나 잠을 자지 않고 버텼다. 이들의 실험을 도운 과학자 월리엄 데먼트는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랜디의 신체와 정신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면밀히 관찰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험 이틀째. 랜디는 눈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물체를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물체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도 둔화됐다.

실험 3일째가 되자 랜디는 우울감을 느꼈다. 그리고 예전보다 예민해졌고 쉽게 화를 냈다.

실험 5일째가 되자 랜디는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후 방향감각을 잃었고 편집증과 피해 망상에 시달렸다.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자신을 잡으러 올 것이라며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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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진행한지 일주일이 지나자 그는 운동 기능을 잃고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11일째가 되던 날 랜디는 거의 감정이 없는 인형에 가까웠다. 기억력도 심하게 감퇴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는 뇌를 사포로 긁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말까지 하며 괴로워했다.

랜디는 11일 25분 동안 한숨도 자지 않는 것에 성공해 당시 연속 불면 시간 세계 최장 기록을 세웠다. 훗날 그는 어떻게 11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버텼냐는 질문에 "(당시) 수면 부족으로 인지 장애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이 장시간 잠을 자지 않았을 때 몸의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랜디의 실험을 5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큰 화제를 모은다.

한편 랜디의 불면 시간 최장 기록은 50년 이상 깨지지 않고 있지만 기네스 세계기록위원회는 건강상의 위험을 이유로 연속 불면 시간 세계기록 도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