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2사단 부조리 - haebyeongdae 2sadan bujoli

해병대 2사단 부조리 - haebyeongdae 2sadan bujoli

나는 7~8년 전 해병대에서 군생활을 했던 개붕이다...

꽤나 특이하다면 특이한 군생활을 했는데, 나는 흔히들 아는 해병수색대에서 일병 5호봉까지 있다가

보병중대로 옮겨 가서 군생활을 끝마친 케이스다. 그 이유는 굳이 여기서 밝히지 않아도 될거같으니 패스

우선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해병대뿐 아니라 일반 병사 즉, 육해공에서 군생활을 하지 않아도 됐다 

왜냐면 집안 사정 때문에 병무청에서는 나보고 상근으로 입대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흔히들 말하는 전쟁영웅이셨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존경해왔고 

애새끼때부터 두 분들에게 군인의 명예와 자부심, 조국 수호의 일념 등....... 일종의 이데올로기를 학습받으며 자랐기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장 남자답기로 유명한 해병대에 지원했고, 힘도 꽤 좋았고 수영도 잘했기에 수색대에 지원했다.

그러나 실제 군생활은 말그대로 개지랄판이었다. 나느 이등병, 통칭 '아쌔이' 때도

말년병장 때도 해병대만의 엽기적인 문화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있는 지금도 마찬가지고

선 3줄요약) 

1. 병들 사이에 10계명 처럼 내려오는 통칭 '인수인계' 문화는 일종의 '종교'다.

2. 간부들(특히 하사들)도 똑같다.

3. 장교들도 똑같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에서 해병대 밈이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걸 비교적 최근에 알았다

전역하고 나서 해병대에 딱히 소속감을 느껴본 적도 없는 본인이었지만, 인간은 그리움의 동물이라 했나

20대 초반에 내가 몸담았던, 말그대로 개처럼 굴렀던 집단이라 그런지 서글픈 향수도 느껴지고 

가끔 어처구니 없는 썰이나 MCU 만화 등을 보면 실소가 터져나왔던 것도 사실이다ㅎ

시대가 시대라지만 여전히 육해공 군별을 가리지 않고 여전히 병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 등이 기사화 되고 있지 않나

그중에서도 특히 왜 유독 해병대에서만 평범한 인간이라면 납득할 수 없는, 상식을 뒤엎는 개븅신 같은 부조리가 근절되지 않을까...?

에 대해서 내 생각을 아주 간단하게 써보려고 함

해병대의 병들 사이에는 '인수인계'라는 것이 있다. 군대에서 흔히 말하는 그 인수인계는 당연히 아니다.

신이 모세에게 십계명을 하달하며 너의 백성들을 이롭게 하라고 말한 것처럼

무구한 역사를 지닌, 그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영겁의 시간 전부터 내려오는 가혹행위 십계

자랑도 아니고 과장은 더더욱 아니지만 뉴스 기사에 올라오는 가혹행위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의 절반의 절반도 담지 못한다.

역시 예시를 드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으니 본 개붕이의 경험을 몇 가지 나열해보자면...

나는 2사단(김포)에서 근무했다. 김포 사는 개붕이들은 알겠지만 한강 하류 근처는 완전히 깡촌이라 각종 날벌레들이 엄청나게 많다.

아쌔이 시절, 흡연장에서 짬밥(상병 5호봉)이 대뜸 나보고 입을 벌리라고 했다. 그러더니 뒤쪽 흙밭에 굴러다니는 민달팽이 한마리를 집어서 

내 혓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악마새끼처럼 히죽히죽 웃고 있더라. 나는 존나 당황해서 그대로 얼어 있었는데, 놈이 갑자기 정색하며 말하길

"개x끼가 기합 ㅈㄴ빠졌네? 안 처먹냐?"라고 말하며 내 뺨과 쪼인트를 존나게 후렸다.

그래서 어쩌겠음, 먹었다 그냥. 

이빨로 달팽이를 씹자 마자 찐득한 체액이 터져나오고 비릿한 냄새가 내 입안을 윤간하면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더라. 

물론 나는 선대 해병들보다는 많이 안 먹었겠지만 달팽이는 기본이었고 나방, 개미, 그리고 정체모를 나뭇가지도 먹어봤다.

해병대 2사단 부조리 - haebyeongdae 2sadan bujoli

(진짜 이런 식으로 맞는다.)

그리고 그 유명한 '악기바리' 즉, 식고문도 좆같은 문화였다. 어릴때부터 식도가 안좋았고 애초에 먹는걸 별로 안좋아하는데

지들 딴에는 사랑스러운 아쌔이 환영식이라고 냉동만두 4봉지, 컵치킨 8개, 스파게티 3개, 이름은 까먹은 냉동 컵밥 5개 컵라면 등등...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px 음식들을 나와 내 동기 총 2명에게 30분만에 다 먹으라고 하더라. 

내 동기는 체구도 크고(183/91) 워낙 식성도 좋아서 꾸역꾸역 잘 버텼지만 나는 ㄹㅇ 컵라면 두개에 만두 한봉, 스파게티 하나 먹으니까 

눈깔 뒤집어지고 헛구역질 올라오더라. 그 낌새를 눈치챘는지 오장(일병 5호봉)이 나보고 힘드냐고 하더라.

솔직히 나도 알고 있었지 거기서 힘들다고 하면 더 쳐맞는 걸. 근데 정말 죽을거같고 힘들어서 사실대로 얘기하니까

그자리에서 온갖 개쌍욕 얻어 먹고 어깨, 뺨 구타당하면서 땅바닥에 토했다. 

해병대 2사단 부조리 - haebyeongdae 2sadan bujoli

일명 '원산폭격'. 씻팔 내 생각엔 지금 탈모도 이때 기합때문인거 같다

아참, 그리고 여기까지 읽은 개붕이 중엔 "수색대처럼 훈련 빡센 곳은 부조리 별로 없지 않나?"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내가 수색대와 일반 보병중대 둘 다 경험해보니,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그 반 중에 하나는 일명 '지옥주'. 수색대 고유의 훈련 기간을 이렇게 부르는데 천리행군, 중소대 단위 TT 처럼 생활관을 떠나는 기간을 제외하면

사실 일반 병들과 크게 다른 일과는 없다. 똑같이 전투체육하고 개인정비 시간 갖는다...그러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 외에도 당연히 해병대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성고문'은 딱히 안 적고 싶고 생각도 하기 싫지만

선임 이야기 하나만 예시로 들자면, 그새끼 별명은 젖꼭지 스크램블러였다. 아쌔이 및 후임들 젖꼭지를 존나 좋아하던 놈이었는데

혀로 깨물기, 그렌라간 초회전 돌리기, 빨래집게로 꼬집기 등... 젖꼭지 SM의 거장이자 대가였다.

수십, 수백명의 아쌔이들의 젖꼭지를 파괴했던 극악무도한 놈도 결국은 선진병영 문화 기조에 굴복하고 영창을 갔다ㅋㅋ

그냥 이유없이 맞고 이유없이 욕먹었던 기간이 전부였던거 같다... 

애초에 무자비한 폭력에 이유가 어디 있겠음

그래서 나는 지긋지긋하고 고압적인 생활관을 벗어나기 위해서 

수색훈련 조교에 지원을 많이 했다. 보통 한달에 한번은 했었던 거 같은데

일반 해병들이 IBS(상륙기습훈련) 훈련을 받을 때 4~5일 간 선임들과 떨어져서 활동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일반 보병중대로 갔다. 

근데 거기도 역시 똑같았다. 물론 그 즈음부터는 나도 상병도 달고 짬도 차기 시작하면서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에선 해방되었으나 그건 내 얘기였고, 밑에 애들은 똑같거나 더했다.

옆 화기중대의 아쌔이들은 엎드려뻗쳐 자세하고 81mm 박격포 포신으로 구타당한다는

괴담도 돌더라. 물론 본적은 없지만 마냥 부정하지도 못하겠다. 

그럼 병들이 이래 개판인데 간부는 뭐하냐? 궁금할 수도 있어.

간부는 뭐할까? 

지들도 똑같다. 아니 더한다ㅋㅋㅋㅋ 신임 하사들 즉 '하쌔이'라고 하지? 얘네들은 있지 

이등병 아쌔이보다 더 쳐맞고 더 욕먹는다ㅋㅋㅋ 내가 기억나는 거는 여름에

페트병에 믹스커피 농도 조절 잘못했다고 그 페트병으로 존나 처맞는 하쌔이 봤다. 

생활관 복도에서 ㅇㅇ... 새끼 울라고 하더라 나이도 나보다 어렸는데

그리고 행정관(행보관)들도 똑같다. 물론 지위도 지위고 책임져야 할것도 많은 상사들이고

무엇보다 윗선의 명령이니 어떻게든 병영 부조리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은 하는 양반들인데

그 해병 DNA는 똑같다. 

비가 너무 많이와서 대민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거든? 그때 내 기억으론 육군 대대? 중대?도 같이 왔었음 ㅇㅇ

우리 중대에 곡괭이하고 삽이 부족해서 일손 몇이 놀고 있었는데

어디서 닷지 차량이 하나 오더니 행정관이 내리더라? 그러고는 뒤에서 곡괭이하고 삽을 어디서 구해왔는데 

병장 하나가 어디서 구해오셨냐고 물으니까 

"땅깨새끼들꺼 긴빠이(절도) 쳤지 뭐ㅎㅎ" 라고 말하더라ㅋㅋㅋㅋㅋ구라 같겠지만 진짜임

그래서 돌려줬냐고? 

그건 몰?루?

해병대 2사단 부조리 - haebyeongdae 2sadan bujoli

쓰다보니까 내가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고 힘들어서 더 못쓰겠다

위의 선 3줄요약에서 밝힌 것처럼 장교들도 똑같다.

병들이 쓰는 단어 지들도 다 알고 다 쓴다. 

그리고 좀 어리버리하거나 행동 느린 일이병들한테는 상병장들 하고 똑같이 욕하고 

지랄한다ㅇㅇ... 

나때도 대대장 지시사항이니 연대장 명령이니 해서 가혹행위, 부조리 뿌리뽑으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뭔 효과가 있겠냐? 그냥 적당히 눈치보다가 전역할 놈 전역하고 

병신같은 해병 인계사항은 그대로 내려오고 

간부들은 히죽히죽 웃고

장교들도 뒤에서 숨죽여 지켜볼 뿐 바뀌는 것 없는 무한의 굴레일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해병대의 심연, 혹은 그 근원에 존재하는 해병대 특유의 문화를 뿌리뽑지 않는 이상

별 엽기적이고 가학적인 부조리들은 영원히 전승되고 힘없고 나약한, 착하고 순한 해병들은 고통속에 스러질 것이다.

해병대 2사단 부조리 - haebyeongdae 2sadan bujoli

글재주도 없고 특별한 썰도 없지만 소주 한잔 먹은 겸 그냥 끄적여 봤다

마지막은 우리 할배 훈장으로 장식하며 끝맺음.

궁금한건 질문해주면 가능한 답해보겠음 ㅎㅎ! 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