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현실 디시 - byeonlisa hyeonsil disi

이 글은 꽤나 잔인한 현실에 관한 글이다.

전문직 시험에 도전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지표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 전문직 시험을 계속 공부하고 있는 사람은 뒤로가기를 눌러주기 바란다.

수험생 때는 최고의 희망을 품고 합격하면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합격이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수험생 시절부터 현실을 너무 많이 아는 사람치고 수월하게 붙는 경우를 난 못 봤다.

이 글은 너무 적나라하고 처절하게 전문직의 현실을 까발리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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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위 말하는 8대 전문직 중의 하나의 직업을 가지는 사람으로서

올해로 현업에 나와서 일을 한 지 5년차이다.

외국의 한 논문에서는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졌을 때 업무의 종류를 일상적 업무, 비일상적 업무, 공학적 업무, 장인적 업무로 나누고 있는데

전문직의 업무는 공학적 업무에 속한다.

즉, 정해진 일을 얼마나 빠르고 빈틈없이 처리하느냐가 중요할 뿐 업무에 창의성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전문직 업무를 처음 경험하고 나서 가장 뼈저리게 내가 왜 전문직을 택했는지 후회했었던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전문직에 종사하게 되면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업무방식이나 시스템을 생각해 내어 실무에 접목시키는 사람이 경쟁력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얼마만큼 실수 없이, 기계적으로 정해진 일상의 업무를 반복하느냐이다.

일반적인 기업의 평사원은 전문직이 법을 다루고 혹은 의학을 다루기 때문에 대단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문직 종사자들은 마치 알바생들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제조할 때 매뉴얼을 들여다보고 커피를 제조하듯

그저 짜여진 매뉴얼대로 일상 업무를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더욱이 법이란 것이 어려운 용어로 써있긴 하지만 조금만 공부해 보면 다 뻔하디 뻔한 것들이여서

법률에 관계된 서비스를 해주면서 누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일은 현실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변호사를 필두로 한 법률관련 업계 뿐 아니라 의약 업계도 전부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전문직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수단은 현재는 거의 가격경쟁력 뿐이고 그로 인하여 전문직에 대한 회의감은 나날이 커져갈 수밖에 없다.

전문직들이 가격경쟁에 내몰리면서 그렇게 가격을 후려쳐서 덤핑을 하고

회사의 대표들은 덤핑에 대한 손실을 고스란히 자기가 고용한 직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기 때문에

대표 밑에 직원으로 고용되는 전문직들은 대기업 연봉에도 한참 못 미치는 연봉을 받아가면서 고혈을 빨리고 있는 것이다.

합격하면 월500 정도는 받아야 수험생활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최소한이다.

인생의 황금기를 고시원, 도서관에서 썩었는데 말이다!! 그것도 한치앞도 안 보이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

그러나 합격 후 전관이 아닌 시험출신은 월 300~400 이나 받으면 매우 잘 풀린 케이스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그어떤 전문직에서라도!

그래서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ARS응답서비스나 강사나 직업에 맞는 여타 부업을 찾아나서지만

그런 부업이라도 찾은 사람들은 능력있는 사람들이고 대부분 그런것도 TO가 없어 잘 하지 못한다.

두번째로는 전문직은 직원이 아닌 자영업자라는 것이다.

옛날에는 이것 때문에 전문직이 정년 없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 말은 현실을 아예 모르는 바보들이나 하는 말이다.

전문직에 대한 프리미엄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1990년대에 이미 꺼졌다.

강용석의 말을 빌리자면 그 때 벌써 변호사 끝물이란 얘기가 나돌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문직이 계속 각광받은 이유는 IMF를 거치면서 대거 실직자가 생겼기 때문에 부모들이 안정적인 직업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전문직이 안정적인가?

옛날에는 대중들 눈에 그렇게 비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전문직의 현실을 낱낱이 밝혀주면 전문직은 분명하게(!!) 정년이 있으며 오히려 정년 보장된다는 일반 회사원보다 안정적이지 못하고

급여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며 업무강도는 오히려 쎄다. 거기에 영업압박에까지 시달리게 된다.

정년없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이미 15~20년 전에 개업을 하여 자리를 잡고 사무장을 두며 영업을 시키면서

편하게 돈을 갈퀴로 긁어모았던, 지금 50대 후반~70대 초반이 되는 대표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 사람들은 전문직 자격증을 따고 충분히 개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당시에는.

당신이 대표라고 생각해보라.

내가 아까 전문직 업무는 누가 하든 업무 숙련도에 따른 레버리지가 크지 않다고 했다.

이런 단순사무성 업무를 빠릿빠릿하고 머리 잘 돌아가며 열정까지 있고 그런데 월 200~300만 줘도 부려먹을 수 있는 어린 놈과

업계에서 짬좀 먹어서 알거 다 알고 잔꾀만 늘어 부리기도 힘든 40이상 먹은 놈 중에 대표 입장에서는 밑에 직원을 누굴 두고 싶어할까?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전문직 자격증을 가지고 법인에 들어가면 처음 몇년간은 일을 배우느라 정신없을 것이고

그 이후에는 영업압박에 시달릴 것이며, 만약 당신이 나이 40이 넘었어도 갖고 있는 업체 하나 없다면 법인에서는 연봉을 동결시키거나

나가라고 무언의 압박을 줄 것이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나와서 개업을 해야 하는데 영업력이 없어 법인에서도 쫓겨난 놈이 무슨 수로 개업을 한단 말인가?

너무 뻔한 스토리다. 그런데 수험생 때는 이걸 모른다. 

합격하고 나서야 기가 차는 현실을 맞딱뜨리고 30대 나이에 이미 깨닫고 결국 공무원, 사기업, 공기업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런데 자격증을 갖고 입사했다고 하여 그 조직에서 우대해줄 것 같은가? 천만에, 오히려 주요 승진에서 배척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사람들(박힌돌)입장에서 이직해 온 전문직은 외부사람인 것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게 대다수 전문직의 현실이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무 연줄도 빽도 없는 놈이 개업? 이것은 빚 떠안고 파산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저 늙은이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쏘냐?? 라고 생각하고 개업했다간 한국사회의 꽌시문화가 얼마나 지독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세번째로 전문직은 을이라는 것이다.

변호사든, 의사든, 회계사든, 기타 다른 모든 전문직들은 고객 혹은 클라이언트의 뒤치다꺼리나 해 주어야만 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환자의 병을 척척 고쳐내는 명의나 법정싸움 끝에 승리하여 클라이언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변호사.

현실에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이런 꿈을 꾸면서 시험에 합격했다면 마주치는 현실은 기가막힐 것이다.

사회는 돈의 논리대로 흐를 수박에 없고 한국인들은 특히나 갑질근성이 있어서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갈 때는 내가 왕이요

나한테 돈받는 사람을 아예 하인부리듯이 하려고 한다. 전문직이 대우받을 떄가 있었다는데 그게 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이 사회에서 공무원이 아닌 이상 서비스직은 어디나 을의 포지션이어야만 하며 그걸 갖고 징징댈 수는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만약에 당신의 친구가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그 모든 경쟁을 뚫고 부장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대기업에서 부장이 되면 권력, 명예, 돈이 자연스레 따라붙게 된다. 사회생활을 안 해본 사람은 그게 피부로 안 와닿을 테지만.

그러나 전문직은 아무리 승진하여 파트너가 된다 할지라도 권력? 명예? 그딴거 조또 없다.

오히려 영업압박만이 거세질 뿐이고 클라이언트의 말 한 마디에 살얼음판과 천국을 왔다갔다 할 것이다.

돈이 되는 클라이언트일수록 당신 말고 누군가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면서 빼앗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사실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갖고 있는 클라이언트 지키는 게 더 어렵다.

대기업은 생존경쟁이 있고, 그게 싫어서 전문직을 했다면 생존경쟁보다 더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회사생활이 불만족스럽고 적응이 안돼서 전문직을 한다고? 그럼 백번 천번 다시 생각해 봐라.

정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어차피 전문직 업계에서 계속 살아남는다는 것은 전쟁터라는 회사 밖 지옥에서 살아남는 것이고

그게 안되면 또다시 회사 안으로 들어가야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전문직을 따야 하는가? 도대체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전문직 자격증을 따는 이유는 뭐지?

그건 100% 사회적 인식 탓이다. 다시 말하면 당신들의 부모들이 갖고 있는 고리타분한 구시대의 인식 때문이란 것이다.

아직까지도 전문자격증은 사회에서 대우를 해주고 결혼 등에 매우 유리하다.

전문직이 되면 막연히 돈잘벌고 안정적이고 뽀대나는 직업이란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건 전문직의 현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40,50대나 갖고 있는 생각으로

앞으로 10~15년 정도만 더 흐른다면 전문직의 진실은 낱낱이 대중들에게 드러날 것이며

지금도 "에이, ***되도 요샌 별거 없어"하는 마당에 그때가 되면 그어떤 전문직이든 메리트는 거의 사라질 것이다.

결국 각자도생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전문직이란 울타리 안에서 거부하려고 했다면 현실은 실망만이 가득할 것이다.

전망 좋은 전문직이 있다고?

그건 학원가에서 학생 유치하기 위해서 하는 뻘소리에 불과하다.

현직으로서 수험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제발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 속에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해답을 찾았을 때 전문직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