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논란 - balam-i bunda nonlan

바람이 분다 논란 - balam-i bunda nonlan

지브리 영화 바람이 분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이기도 하면서 동시의 논란의 작품이었습니다. 전쟁 미화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제로센을 만드는 지로의 시점에서 보나 관동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을 그리는 모습을 보나 어쩔 수 없는 일본인이 만든 작품이라는 평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는 아름다웠고 꿈을 펼쳐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처음 작품을 보고 든 생각은 아름답다와 '저런 사랑을 나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시 영화를 생각해보니 전형적인 전쟁 미화 영화였으며 지로가 나호코를 대하는 모습 역시 이기적인 남자의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영화 바람이 분다가 왜 전형적인 전쟁 미화 영화인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방법 1. 지로의 이야기로 일본의 속내를 감추려 하다. 

영화는 제로센을 만든 주인공 지로 위주로 흘러갑니다. 그가 어떻게 해서 비행기 제작을 꿈꾸게 되었는지 그리고 꿈 속에서 유명한 비행기 설계사 카프로니 백작의 꿈과 연결까지 되며 그의 꿈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성한 것인지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일반 관객이면서 그 당시 시대 배경이 없는 상황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이런 그의 이야기를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 말고는 별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로의 꿈은 지브리 영화답게 여러 가지 방면에서 뛰어나게 그렸기 때문에 현혹되기가 너무 쉬웠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나 역사적 배경 지식을 배제한 채 영화를 보시는 분들에게는 무분별한 정보이자 세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어떠한 역할이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정말 아름다운 비행기 설계자의 이야기구나 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방법 2. 나오코를 이용하다. 

지로는 자신의 비행기 제작을 위해 나오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있어야 하는 나오코를 자신의 옆에 두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서는 결핵을 뛰어넘는 사랑으로 비춰주지만 현실에 대입해보면 이기적인 모습일 뿐입니다. 그저 자신의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요. 물론, 나오코도 자신의 뜻으로 옆에 있기 위해 지로 옆으로 왔지만 과연 그것이 나오코의 뜻이 맞는지는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지진을 통해 지로와 나오코의 운명적인 사랑을 보여주며 자신들이 행하는 행태들을 덮으려고 합니다. 지로를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그리고 나오코를 어쩔 수 없이 끌려간 조선인이나 다른 민족들로 대입을 해보면 이는 얼마나 잔혹한 짓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민족의 아픔이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생각하지 않고 이용한 것을 생각해보면 나오코와 지로의 관계는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입니다.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장면 속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오코를 보고서도 지로는 자신의 목적 (비행기 설계)에만 매달리며 나오코를 돌보는 장면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나오코가 아파하면 슬퍼하고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거는 행위들이 나오지만 영화 속에서 보이는 행동들은 일본이 다른 민족을 위해 희생했다는 메시지를 이렇게 던졌을 뿐 실제와는 다른 행보였으니 기만이고 미화입니다.

방법 3. 평범한 회사원들로 속이다. 

지로의 회사는 미쓰비시 중공업입니다. 긴 말로 설명은 안 하겠습니다. 바람이 분다에서는 이 회사를 정말 지극히 평범한 회사로 소개하고 마치 일본의 소시민이 일하는 회사처럼 그렸습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당연합니다. 우리도 우리의 군수 업체를 너무 평범한 회사처럼 그려낼 수 있죠. 하지만 일본의 입장에서 보여준 회사의 모습은 역사를 모르거나 서양인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 평범한 회사라 그들의 눈과 귀를 속이는 수준이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속았고 지금 다시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화가 날 정도로 짜증이 났습니다. 그들이 하는 행동이 무엇을 초래했는지 윗 선을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저는 영화 바람이 분다를 보고 2번의 글을 쓰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름다웠고 지로가 마지막에 전쟁터에서 폐허가 되어 돌아온 비행기를 보며 슬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보고요.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니 그는 비행기가 탄 것이 아쉬워 보였습니다. 전쟁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어 보였고 그저 비행기만 눈 안에서 반짝거리는 것 같았죠. 

그래서 영화도 역사를 알고 봐야 합니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보지 않으면 깜빡 속아 넘어가 미화되고 구전되어 우리의 뇌리에 박히는 순간 역사도 의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죠. 지금 중국이 그 짓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지금은 일본보다 중국이 더 무섭습니다. 

바람이 분다 논란 - balam-i bunda nonlan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가 드디어 다음달 5일 개봉한다. '벼랑위의 포뇨' 이후 5년만에 돌아온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은 이미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바람이 분다'는 일본에서 6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600만 관객을 넘긴 히트작이자 화제작이 됐고, 제 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되는 저력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다른 의미로 화제작이 됐다. '가미가제 폭격기'로 알려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주력기, 제로센을 만든 호리코시 지로를 주인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우경화로 한일관계까지 경색된 요즘, 한국 관객에겐 더욱 불편한 인물이다. 그러던 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을 강한 어조로 비판해 화제가 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또한 높아졌다.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판타지를 그려 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바람이 분다'를 통해 처음으로 현실의 이야기, 어른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브리 특유의 서정적 2D 화면에는 전쟁을 일으켜 파멸해가는 나라 덕에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던 호리코시 지로의 아이러니가 담겼다. 또한 지로와 동시대를 살았던 일본 문학가 호리 타츠오의 소설 속 아프고도 아름다운 로맨스가 비극의 시대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전쟁에 대한 직접적 묘사가 최소화된 가운데 히노마루(일장기)를 단 모든 비행기가 추락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최근 도쿄에 위치한 개인 아틀리에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바람이 분다'와 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말했다. 미처 묻지 못한 질문에도 서면으로 긴 답을 보내왔다. 한국의 관객들이 편견 없이 작품을 보길 바라는 거장의 진심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실존인물과 시대적 배경이 등장하는 작품을 내놨다. 늘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다가 이런 변화를 시도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를 제작하는 일은 상업주의와 타협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데 동요치 않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현재 세계가 격변기에 접어들면서 시대의 톱니바퀴가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 지독히도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 아이들을 잠깐 기다리게 하고, 한 소년으로 돌아가 어려웠던 시대를 살아본 것이 이번 '바람이 분다'다.

-왜 하필 논란의 위험이 있는 제로센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를 주인공으로 삼았나.

▶그의 젊은 날 사진 한 장이 심금을 울렸다. 부끄럽다. 논란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릴 만한 인물이라고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무기를 사용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자'는 데 대한 의문은 저와 스태프에게도 있었다. 정의는 보장되지 않고, 시대의 왜곡 속에서 꿈이 변형되고, 고뇌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살아야만 하는… 그런 건 사실 현대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 운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의식은 안했겠지만 그가 만든 비행기가 태평양 전쟁에 쓰였다. 내가 열심히 살아왔다고 해서 무조건 면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저는 '이웃집 토토로'를 어린이들이 밖에서 뛰어 놀길 바라는 바람으로 만들었지만 결국엔 아이들이 집안에서 TV를 보게 됐다. 간단치가 않다. 열심히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

◆논란 감수하고 주인공 선택..미화하지 않았다..

-전쟁무기를 만든 인물을 미화했다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미화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많이 있겠지만 제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라는 제목은 '바람이 분다, 그러니 살아야겠다'는 폴 발레리의 시에서 따 왔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

▶세계이며, 생명이며, 시대다. 바람은 산뜻한 바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의 거센 바람, 방사선을 포함한 독이 든 바람도 불어댄다. 동시에 바람이 일어나는 것은 생명이 빛나는 증거이기도 하다. '세계는 있다. 세계는 살아있다. 나도 너도 살아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지 않으면 안된다'고 이해하고 있다.

-영화에는 감독의 역사인식과 그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영화를 통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면.

▶현대, 이 순간 저는 지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저희 부부는 검소하게 살려고 마음먹고 있지만, 모든 돈을 의미있는 곳에 기부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 시대를 사는 것은 그 시대·사회의 왜곡과 함께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이 왜곡을 자기 자신의 왜곡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좋다. 영화가 너무 길어서 끝낼 수 없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과 싸운 지난 2년이었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시대에 휩쓸릴 뿐

-주인공이 자꾸 '일본은 가난하다'고 반복해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도경제 성장의 결과 숫자상으로 현재 '일본은 풍족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저 역시 '일본은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영화에 빠진 아이들, 과도한 소비나 경쟁, 이웃에 대한 무관심…. 물질과 마음이 균형이 잡힌 사회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문화예술계 인사의 정치적 의견 표명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목소리를 내야 할 부분에서 소리를 내지 않으면 시대에 휩쓸려 버린 것일 뿐 시대를 살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라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원로 만화가는 한국에도 여럿 있지만 원로 애니메이터는 전무하다. 무엇이 계속 그림을 그리게 하나.

▶애니메이터가 되고 나서 세계의 비밀을 조금 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움직임이란, 빛이란, 감정이란, 육체란, 시간이란…. 무척 매력있는 틈새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더더욱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영화를 봐줬으면 하는지.

▶반일감정은 반한감정도 발생시킨다. 저는 동아시아가 평화롭기를 마음 속 깊이 바란다. 영화를 보고 보지 않고는 개인의 자유다. 어떻게 볼 지도 개인의 자유다. 다만 저는 고뇌하면서 성실하게 이 영화를 제작했다. 이 점만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