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뜻 - yuga sangseung tteus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꺾인 건 올해 6월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타던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1월 23일 기준 각각 배럴당 86.60달러와 80.95달러로 내려앉았다.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3월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 내년 국제유가는 어떤 흐름을 띨까.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요 요인을 분석해 2023년 국제유가를 전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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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하락을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사진=뉴시스]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1월 104.7(2020년=100 기준)이던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 109.2로 4.3%나 올랐다. 전년 대비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월과 7월에 6%대를 기록했다. 8월과 9월엔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상승률은 5%대였다. 

물가가 오른 만큼 실질소득은 줄었다. 올해 3분기 특별시와 광역시를 포함한 도시에 거주하는 1인 이상 노동자 가구(가구주가 노동자)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55만6746원으로 1년 전보다 0.9% 증가했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510만9182원)은 같은 기간 4.7% 줄었다. 고물가에 국민 고충이 더 커진 셈이다. 

내년에는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까.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유가다. 물가 등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기름값이어서다. 문제는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한두개가 아니란 점이다. 주요 변수는 크게 3가지다. 

■변수❶ 세계 경기와 OPEC+ =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결정은 국제유가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산유국들이 기름 생산량을 늘리면(증산) 공급이 늘어나 국제유가는 떨어질 수 있다. 고물가로 애를 먹는 미국이 OPEC의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속적인 증산을 요구해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10월 OPEC+는 거꾸로 “석유 수요 감소 전망에 따른 200만 배럴(일일 기준) 감산”을 결정했다. OPEC+의 기조는 내년에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올해보다 내년 세계 경제가 더 좋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2일 “2023년 세계 경제 성장세는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9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진 4.6%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도 지난 21일 ‘2023년 경제ㆍ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보다 3.1%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경기가 좋지 않다는 건 석유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이는 OPEC+의 결정이 증산으로 바뀔 요인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OPEC+가 추가로 감산만 하지 않는다면 세계 경기 위축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가 국제유가 안정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OPEC+가 지금처럼 석유를 생산하고, 예상대로 경기가 위축된다면 ‘석유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인지 국제 석유선물시장에선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 않다.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11월 이후 소폭 하락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세계 석유수급은 올해 2분기 이후 공급 과잉으로 전환했지만 세계 각국의 낮은 석유재고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포 프리미엄’이 국제유가 상승세를 2분기까지 견인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내년 상반기 유가는 세계 석유 수요가 계절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 등 주요 산유국들의 꾸준한 생산 증가가 러시아의 생산 감소분을 상쇄해 2022년 하반기보다 다소 낮게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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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가 증산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사우디는 가능성을 부인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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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❷ 미국의 석유 생산량 = 또다른 변수는 미국의 석유 생산량 변화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석유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올해 미국은 국제유가 상승과 동시에 석유 생산을 대폭 늘렸다. 미국의 1월 하루 석유 생산량은 1137만 배럴이었는데, 8월에는 1198만 배럴로 5.4% 증가했다.

내년에는 1200만 배럴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 8월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미국은 석유 수요ㆍ공급을 맞추기 위해 일일 127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랜홈 장관의 말대로라면 국제유가가 안정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전략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석유ㆍ가스ㆍ석탄 투자 규모가 줄고 있어서다. 경기 위축으로 석유 수요가 줄더라도 공급이 더 감소해 국제유가가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2분기 미국의 화석에너지 생산량은 늘었지만, 투자액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면서 “미 대통령의 압박에도 생산이 늘지 않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도 추가적인 석유 시추 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은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쉽지 않은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변수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개전開戰 300일이 돼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핵심 변수다. 사실 이 전쟁은 국제유가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의 석유 공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강해지면서 시장에 석유 수급 불안 심리가 확산했다. 이는 고유가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정작 미국이 대對러시아 제재수준을 더 끌어올릴지는 의문이다. 

반면 전쟁이 종료된다면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불러일으킨 핵심 요인이 사라지니 당연한 귀결이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2023년 국제유가는 올해보다 더 올라갈 요인이 많지 않다. OPEC+가 증산으로 돌아서진 않겠지만 세계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국제유가가 오르긴 쉽지 않다. 그만큼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게 분명해서다.

2020년 4월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던 국제유가(Brent 기준)는 금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결국 $100/B 선을 돌파하여, 3.8일 $127.98/B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후 유가는 $100/B 이하로 급락하였다가 수일만에 $120/B 이상으로 급등하고, 이후 다시 급락하는 등 매우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필자는 2020년 10월 이후 세 편의 주간석유뉴스 해설을 통해 석유수요 회복, 미국 생산능력 저하, OPEC+의 시장 통제력 강화, 글로벌 재고 감소로 인하여 유가의 구조적 상승이 유발되게 되며, 재고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공급을 감소시키는 사건이 터질 경우 시장의 불안감이 폭발하여 오일쇼크식 급등이 발생됨을 주장해왔던 바 있다.

석유 공급부족의 근본 원인이 다년간의 상류부문 투자부족, 팬데믹 종식에 따른 수요급증 등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면서 석유시장에도 많은 변수들과 불확실성이 새롭게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변수들은 현 시점에 높은 변동성을 유발하는 요인인 동시에 유가의 중장기적 흐름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인 바, 본고에서는 금년 석유시장 전망의 기준 시나리오를 우선 살펴보고, 해당 시나리오를 다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주요 변수들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2. 2022년 석유시장 전망

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 불에 기름을 붓다

팬데믹 종식 및 석유수요 회복 기대감과 OPEC+ 잉여생산능력 고갈이 맞물려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감이 연초부터 이미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전년 하반기 주요 기관들은 ‘22.1분기에 재고 감소가 중단(공급초과 전환)될 것이라 전망하였으나, 실제 ’22년에 접어들자 글로벌 재고는 1분기에도 감소세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예상보다 공급 증가는 부진하였고 수요는 강력하였던 데 기인한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대응하는 서방의 對러시아 제재로 공급이 추가로 제약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폭발하게 되었다.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산 석유의 자국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조치를 취하였으며, 이외에도 은행 국제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하고 독일로 이어지는 Nordstream 2 가스관 승인이 중단되는 등 다각적인 압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제재조치는 향후 전쟁 전개 양상(대량살상무기 사용 여부, 민간인 피해 규모 등)에 따라 추가로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부과하기는 쉬우나 풀기는 어려운 제재의 특성을 감안해 볼 때 최소 수개월 이상 석유 실물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對러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수출 감소분이 약 3백만b/d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는데, 이는 만약 이란(1백만b/d 증가예상), 베네수엘라(50만b/d 이하 증가예상) 등에 대한 제재가 해제된다 해도 대체할 수 없는 규모이다. 다만 러시아 원유에 대한 큰 폭의 디스카운트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도, 터키 등이 러시아 원유 수입을 늘림에 따라 4월 초 현재까지 러시아 원유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어, 실제 공급 감소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향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요소이다.

만약 러시아 수출이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석유 수급은 장기간 심한 불균형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뿐 아니라 전쟁 발발 전 이미 세계 석유 수급은 공급부족 상태에 빠져 있었던 점과 항공유 수요 회복(2~3백만b/d) 등으로 인해 석유수요가 금년 하반기까지 추가 증가할 것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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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구조화된 공급부족 – 기울어진 운동장

수급 불균형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중간유분(경유, 등유, 항공유)이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지나간 후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용, 운송용 경유 수요가 증가하였고, 해당 부문은 특성상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아 높은 가격에도 수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경유 수입량 중 약 절반을 차지하던 러시아산 경유가 제재 우려로 공급 차질을 빚게 되었고,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전 및 산업 부문에서 이를 대체(Gas-to-Oil)하는 수요가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5월부터는 항공유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된다. 항공정보업체 OAG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좌석수는 5월부터 급격히 증가, 6월말 경에는 팬데믹 직전인 2020년 초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정제공정상 항공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유사한 제품인 경유의 생산수율 하락이 불가피하므로 당분간 중간유분 시장은 매우 타이트한 수급상황을 유지하며 원유가격에 강세압력을 가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는 강세인 데 비해 공급은 러시아 이슈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불충분하다. OPEC+는 중동 2개국(사우디, UAE)을 제외하고는 잉여생산능력이 거의 고갈되어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해당국들은 OPEC+의 단결 저해를 우려하여 쿼터 재조정(추가 증산)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셰일 역시 여전히 ESG 이슈에 발목이 잡혀 충분한 생산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원월물 유가가 충분히 높지 않아 미래 생산물량에 대한 판매가격 헤지가 어려우므로 높은 비용을 무릅쓰고 생산을 크게 늘리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또한 사우디, UAE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지속적 공격 시도, 리비아 정세 불안 심화 가능성, 미국 허리케인 등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 및 사고 등으로 인하여 오히려 공급이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국제 공조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여 단기적 유가 하락을 이끌어낸 바 있으나, 이러한 조치는 장기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이 근본 원인인데 비축유 방출로 인하여 현 시점의 유가가 잠시 떨어진다면 수요는 촉진되고 생산 증대 의사결정은 방해를 받게 되어 근본적인 수급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극도로 타이트한 수급상황에서는 시장참여자들이 ‘협의’의 상업재고뿐 아니라 비축유나 잉여생산능력 등 ‘광의’의 재고 감소도 가격상승 요소로 간주하므로 비축유 방출 효과가 상쇄되는 측면도 존재한다.

이를 종합하면 금년 국제유가는 구조적 공급부족과 러시아 제재 이슈로 인하여 상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구조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의 투자 부족과 팬데믹으로 인해 공급능력이 현저히 약화된 상태에서 단기간 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고유가에 의해 수요가 파괴되어 수급 밸런스가 강제로 맞춰지는 가격수준까지 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된다.

 

3. 주요 변수 분석

금년 석유시장은 기본적으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유가의 방향을 위로든 아래로든 크게 뒤바꿀 수 있는 여러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 점은 전망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상황은 이른바 팻테일 리스크(Fat tail risk)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이는 극단적으로 확률이 낮은 사건들의 발현 빈도가 높아져서 정규분포 곡선에서 양 끝 부분이 두꺼워지는 모양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실제 결과치가 예측치 평균에 수렴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높은 변동성이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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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높은 가격 변동성 – 변동성이 변동성을 낳는다

최근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극단적인 변동성을 꼽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원유시장의 일일 등락폭은 이전에 비해 매우 커진 상태이다. 이는 원유선물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규모가 최근 5년 중 최저 수준까지 급감하였기 때문이다. 미결제약정은 오픈된 후 반대매매로 청산되지 않고 남아 있는 포지션의 숫자를 뜻하는데, 미결제약정이 높으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참여자의 숫자 및 금액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결제약정 감소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절대적인 유가 수준 및 원유선물 거래시 예치하여야 하는 개시증거금 금액이 올라가면서 트레이더들이 동일한 자본으로 잡을 수 있는 포지션의 숫자가 줄어들게 된 것이 그 중 하나이다. 여기에 추가로 유가 변동폭이 확대되어 리스크가 증가하였고, bid-offer 스프레드(매수호가-매도호가 차이)마저 줄어들어 거래비용이 증가하게 되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에 대응하여 포지션을 축소하면서 미결제약정은 급감하였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유통주식수로 비유할 수 있는 미결제약정이 줄어듦에 따라, 원유시장은 적은 거래량으로도 큰 가격 등락이 유발되어 변동성이 증폭되게 된 것이다.

향후 현존하는 여러 리스크들이 실체화되어 변수가 줄어들게 되면 시장 참여자들이 다시 늘어나면서 이러한 상황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대체로 유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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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수요 불확실성 – 경기침체와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석유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요에도 여러 리스크 요인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코로나19 재유행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미리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요소들이다.

우선 미 연준(FED)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긴축정책을 개시하면서 경기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위기는 글로벌 원자재 공급부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석유·가스 등 에너지 부문만 공급이 부족하다면 고유가가 어느 정도 감내될 수 있겠으나 금속, 농작물 등 거의 모든 원자재의 공급에 차질이 있는 상태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차질이 더욱 심화된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연준이 당초 예정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 등을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증시 등 위험자산 선호가 줄어들 뿐 아니라 가계의 소비여력이 감소하여 수요가 위축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저조한 고령층 백신접종률로 인해 오미크론 유행 후 홍콩에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본토의 방역조치도 강경일변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전처럼 완전한 통제가 가능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전파력이 매우 높은 오미크론과 그 하위 변이의 특성상 중국이 ‘제로 코로나’ 목표를 계속 달성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현지에서 방역정책이 정치쟁점화되고 있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중국 본토에서 대규모 사망자를 감내하며 재개방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으므로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릴 때까지는 일정 기간 봉쇄 정책 유지가 불가피하다. 이는 중국의 내수 석유수요 감소로 이어질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성장률 감소를 유발하여 추가적인 수요 감소를 불러오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이 수개월 주기의 유행을 탄다는 점과 빠르게 변이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신규 변이의 글로벌 재유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신 접종 및 오미크론 기 감염으로 많은 인구가 면역력을 획득함에 따라 재유행이 일어나더라도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적지만, 현재 시장의 가격수준은 팬데믹이 거의 종식되는 것을 반영하고 있어 신규 변이 재유행시에는 일시적인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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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우크라이나 종전 – 절망이냐 희망이냐

영원히 지속되는 전쟁은 없으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어떠한 형태로든 언젠가 끝을 맞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금번 전쟁으로 러시아와 서방 간 관계는 완전히 파탄되었기 때문에 종전이 되더라도 석유시장에는 장기간 공급감소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는 방식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러시아가 공세를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일부 지역(돈바스, 마리우폴) 점령에 성공하고 휴전 및 정전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 석유시장에 대한 영향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군이 돈바스 등에 총공세를 퍼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서방의 장비와 물자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군이 키에우에서처럼 돈바스에서도 방어에 성공한다면 러시아군이 전술핵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공세종말점에 다다를 때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서 러시아군 주력에 대한 포위섬멸을 시도한다면 러시아군이 1발의 전술핵 사용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공세 역량을 소멸시키고 전쟁을 종료하려고 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요 도시 등에 대한 대규모 전략핵 공격이 아니라 야전군을 상대로 1발의 전술핵만 사용될 경우 NATO가 핵반격에 나서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핵전쟁으로 확전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직후 유가는 급등할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훨씬 강력한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전면 수입금지, 중국 및 인도 등 러시아 원유 수입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등이 도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에너지 공급 차질 등 경제논리를 안보논리가 압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유가가 하락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있다. 전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서방의 제재로 피해와 불만이 누적된 결과, 내부 쿠데타, 암살, 시민봉기 등으로 푸틴 대통령이 제거되는 시나리오다. 금번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 자체가 러시아의 국익에 해가 되는 비합리적 결정이었던 점을 들어 푸틴의 건강 및 정신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무리동물 집단에서 우두머리가 쇠약해질 경우 리더십의 교체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일이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작스럽게 푸틴이 실각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푸틴이 사라질 경우 단기적으로 큰 혼란이 예상되지만 러시아 신정부와 서방 간 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제재 해제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찌 되었든 세계는 러시아의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하고, 러시아가 무리한 확장정책과 군사적 야욕을 포기한다면 제재를 지속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4.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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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금융정책 전환 등으로 석유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시기에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해 보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은 아직도 석유를 필요로 하고 있고,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원자재의 수급 안정은 극도로 중요하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에너지 종속은 곧 직접적인 안보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이 러시아 석유·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았더라면, 북해와 미국 셰일 원유의 생산량이 충분하였더라면, 러시아는 그렇게 쉽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부 오판이 있기는 했지만 서방이 러시아산 석유·가스에 의존하므로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강도 높은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러시아 수뇌부가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이번 전쟁의 배경 중 하나이다.

이처럼 전통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환경 이슈 등을 이유로 선진국들이 투자를 축소할 경우, 결국 더 위험하고 불안정한 국가에 에너지 공급을 맡기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로 인해 안보적, 경제적으로 큰 피해가 초래되어 사람들의 삶이 파괴될 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발생한 에너지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발전이나 노후화된 설비가 다시 가동되어야 하는 등 환경적으로도 악영향이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위험이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트렌드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 자체에는 반대가 있을 수 없겠지만, 이러한 정책은 철저히 현실에 입각하여 계획·추진되어야 하며 동시에 현재 주력인 전통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충실히 지속되어야만 한다. 해외자원개발 및 국내 도입 활성화, 국내 대륙붕 탐사 등 에너지 안보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