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한복음 14:1-14 지상 사역의 마지막, 곧 죽음으로 나서는 길목에서 전하시는 예수님의 고별메시지는 요한복음 13장에서부터 시작되어 14장에서도 계속 이어집니다.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자신의 생애와 사역의 의미를 요약하면서 자신이 아버지께로 떠나가는 것이 제자들에게 유익이 됨을 설명하십니다. 서언(1-3절) 한글 성경은 예수님의 이러한 대답을 명령문으로 번역했으나, 일부 변역본에는 평서문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너희는 하나님을 믿고 있고 나를 믿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헬라어는 평서문과 명령문의 형태가 같기 때문에 무엇으로든 해석은 가능하지만, 문맥에서 볼 때, 한글 성경과 같이 명령문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해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떠나시어 제자들을 위한 거처를 마련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거할 곳에 해당하는 헬라어 ‘모네’는 통상적으로 대저택, 맨션(mansion)을 의미한다고 해석해 왔습니다. 흠정역이라 불리는 KJV(킹제임스버전)도 이를 맨션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17세기 영어에서 맨션은 수수한 가옥을 뜻하는 용어였습니다. 더구나 ‘모네'는 요한복음에서 ‘거주하다’, ‘머무르다’의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중요한 동사인 ‘메네인’의 명사형으로써, 장소적인 '거처'나 '자리' 혹은 '지위'로 해석되는 것이 매끄럽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모네’를 장소적인 의미보다는 ‘메네인’ 동사의 행동 또는 그 상태를 의미하는 ‘거함’으로 보는 것과 이를 더 구체적으로 해석해서 하나님과의 ‘교통’을 의미한다고 해석합니다. 따라서 거할 곳이라는 의미는 하나님과 교제를 할 수 있는 곳으로 해석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하늘에 대궐과 같은 집이 예비되어 있다는 해석은 적어도 이 본문을 예로 들어 말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예수님과 예루살렘을 포함하여 이스라엘 전역을 함께 거닐었던 제자들, 그들은 예수님과 숱한 식사를 함께 하며 교제하고, 예수님 사역의 현장에서는 신기한 이적들도 직접 목도하고 경험했습니다. 자신들의 기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누릴 수 없는 행복을 주님과 함께 하면서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삶을 놓고 주님의 손을 잡는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떠나심(4-14절) 길, 진리, 생명, 이 세 개의 용어들 중에서 강조점은 길에 있습니다.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과 교제를 나누기 위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오직 예수님 한 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다른 사람이 이 일을 대신 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만이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예비히신 곳으로 인도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었습니다. 빌립에게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봄으로써 하나님을 보고 있다고 직선적으로 설명하셨습니다. 이는 요한이 자신의 복음서에서 말하는 기독론, 곧 예수님에 대한 핵심적인 메시지였습니다. 예수님은 단지 유능하고 똑똑한 랍비나 좋은 길로 인도해주는 안내자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어떤 목적지를 가기 위한 수단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곧 하나님으로써 그 자체가 목표이자,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요한복음 1장의 내용과 중첩이 되는 메시지입니다. 아들과 아버지의 궁극적인 연합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완전한 사람의 모습을 취하신 완전한 하나님이었습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한다면, 예수님은 하나님의 대사입니다. 정당하게 권위를 부여받은 대사는 그를 보낸 사람의 이름으로 말하고 그와 같은 권한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이러한 해석은 한계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하나님께 종속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예수님은 동등된 인격으로, 하나님은 예수님 안에, 예수님은 하나님 안에 계시는 완전한 연합의 상태임을 암시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능력을 행하신 하나님께서 이제 앞으로는 제자들 안에서도 그 능력을 행하시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이러한 능력을 행하기 위해서는 예수님께 기도해야 한다고 함께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떠나가고 시작되는 일들이었습니다. 제자들의 삶에서 예수님께서 빠지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빠진 자리를 성령님께서 채워주시면 제자들의 사역에는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주님이 그들의 삶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라, 그들의 구함, 곧 기도 옆에서 그들과 함께 큰 일을 이루고 계셨습니다. 기도 묵상을 돕는 질문 (작성 : 정인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