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 의 야상곡 - wolha ui yasang-gog

<악마성 드라큐라 시리즈>는 2009년 가장 많은 시리즈 작품을 보유한 게임으로 기네스에 등재될만큼 그 인기에 힘입어 많은 게임이 출시 된 시리즈로도 유명하다. 오늘 리뷰해 볼 월하의 야상곡 또한 그 시리즈 중 한 작품이다.

그렇게 많은 악마성 게임들 중에서 대부분의 악마성의 올드팬들이 그렇듯이 난 <월하의 야상곡>을 가장 좋아한다. <월하의 야상곡>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마성 게임인 동시에 나의 악마성 입문작이기도 하다. 패미컴이나 슈퍼 패미컴 혹은 메가 드라이브로도 악마성 시리즈 게임은 출시 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워낙 소프트를 구하기가 힘들었고 혹시 매장에 있더라도 엄청나게 고가의 소프트였기 때문에 난 손 댈 엄두도 안나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PS1으로 처음 접한 <월하의 야상곡> 을 보았을 때, 그 첫인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엄청나게 다크한 유럽 고딕풍의 그래픽, 웅장한 사운드와 수려한 클래식 음악, 그리고 적을 죽였을 때의 화려한 연출… 난 한 눈에 이 게임에 반해버렸다.

월하 의 야상곡 - wolha ui yasang-gog
적을 처치할 때의 그래픽 연출과 사운드가 굉장히 웅장하다

<월하의 야상곡> 역시 다른 악마성 시리즈와 같이 엄청나게 비싼 소프트였다. 하지만 PS1이 나왔을 당시에 복사 CD 소프트가 엄청나게 활성화 되었었기에, 그 시절의 나는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복사 CD를 구입하여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그 후 수많은 악마성 시리즈의 게임이 출시 되었지만 <월하의 야상곡>이 준 감동과 재미를 안겨주는 소프트는 없었다. 얼마전 악마성 드라큐라 타이틀이 발매되어 오랜만에 소프트를 구입해서 예전의 기분으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악마성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밌게 플레이한 작품, <월하의 야상곡> 리뷰를 해보겠다.

해외판 제목은 <캐슬바니아>

<악마성 드라큐라>라는 타이틀 네임은 일본판에 한정된 이름이다. 해외로 수출될 때는 <캐슬바니아>란 제목으로 수출된다. 내수용과 해외용의 이름이 다른 이유는 처음에는 <악마성 드라큐라>라는 제목을 영문으로 직역한 <Devil Castle Dracura>로 하려 했지만, 이 타이틀은 마치 어린이용 완구나 놀이기구 같은 느낌이라서 해외용으로는 <캐슬바니아>라고 이름을 새로지어 수출했다고 전해진다.

명작으로 평가받건 <피의 윤회> 후속작

<월하의 야상곡>은 PC엔진 SUPER CD-ROM용 소프트 <악마성 드라큐라 X 피의 윤회> 로부터 5년 후의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게임의 오프닝은 <피의 윤회>의 주인공이었던 리히터가 트라큐라와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필자는 <월하의 야상곡>으로 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기 때문에 오프닝의 감동을 알지 못했다. 훗날에 <피의 윤회> 를 플레이해서 엔딩을 보았을 때 <월아의 야상곡>의 오프닝이 <피의 윤회>의 최후의 대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시리즈의 팬들이 <월하의 야상곡>을 처음 봤을 때, 얼마나 감동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월하의 야상곡>의 주인공인 알카드는 원래 패밀리 컴퓨터용 소프트 <악마성 전설> 의 동료 캐릭터 중 1명이었다.

월하 의 야상곡 - wolha ui yasang-gog
이 작품의 오프닝은 전작인 <피의 윤회>의 마지막 장면이다

전작과 달라진 점

이제까지의 스테이지형 게임에서 벗어나 RPG와 같은 경험치를 도입하여 레벨업이 가능해지고 아이템을 장비하는 시스템이 생겼다. 그리고 아이템을 다량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성 밖을 배경으로 하는 스테이지 등은 모두 없어지고 오로지 성 안에서만을 무대로 플레이하게 되었다. 성 안에서는 처음에는 이동할 수 없는 곳이 많은데, 성 안의 장치를 작동시키거나 비밀의 통로를 발견하거나, 게임 도중 스킬을 배우거나 해서 갈 수 없던 지역을 탐색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점프가 닿지 않는 곳을 2단 점프 스킬을 얻은 후, 갈 수 있게 되거나 벽으로 막혀 진행이 불가능한 곳도 안개 스킬을 입수한 뒤에 안개로 변신하여 벽을 통과하는 등 새로운 스킬을 얻음으로서 갈 수 없던 공간을 탐색할 수 있게 되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그 당시에는 생소한 게임 스타일이었고, 게이머들은 이 새로운 게임 스타일을 ‘매트로배니아’라고 불렀다. 닌텐도의 인기 시리즈인 <매트로이드>와 <캐슬배니아>의 합성어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지금의 ‘매트로배니아’ 장르의 탄생에 상당한 기여를 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스테이지가 없어진 대신 성 내부의 곳곳에 세이브 포인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그 장소에서 세이브와 동시에 HP와 마나를 모두 충전할 수 있다. 고수들에게는 그저 세이브의 장소였지만, 게임의 진행이 어려운 초보들에게는 알카드가 죽으려하면 되돌아와 HP를 채우고 다시 진행하는 장소로의 의미가 더 컸다.

또 예전의 작품들에서 높은 난이도의 주범이었던 점프가 개선되었다. 그 당시 악마성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 점프의 개선이야말로 유저들의 가장 큰 환호를 받아 마땅한 요소였다. 개선이라는 표현을 넘어 개혁이라 불러도 이상할 것 없는 점프의 변경은 전작들을 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전작들에서는 점프를 하면 일정한 거리와 일정한 높이로만 점프가 되었지만, 본작에서는 점프 후에 궤도를 조정한다던가 점프 버튼을 약하게 눌러 살짝만 점프를 한다던가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당연한 것이 가능해지면서 이제는 움직이는 발판이나 좁은 공간으로 점프의 공포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낙사라는 개념이 본작에서는 사라지면서 화면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죽지는 않지만, 다시 떨어진 지점으로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죽음을 대신했다.

그리고 채찍만으로만 플레이해야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여려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방패의 존재가 생기면서 적이 쏘는 ‘파이어 볼’이나 적이 던지는 무기 따위의 것들을 방패로 막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것 또한 시리즈의 전통의 어려웠던 난이도를 부수는 또하나의 요소이다.

차세대 하드웨어를 통한 개발의 자유

본작에 대한 인터뷰에서 프로듀서인 하기와라 토오루는 하드웨어가 플레이 스테이션이 되면서 지금까지의 하드웨어보다 개발에 대한 제한이 줄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디렉터인 이기라시 타카시는 후에 본작 개발 당시의 모습을 회상하며

  • 타이틀에 ‘X’ 라고 붙어 있으므로, 이제까지의 악마성 시리즈와는 다른 시리즈라는 의미로 기존의 전통을 깨고 싶었다.
  • 탐미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싶었기에 일러스트와 캐릭터 디자인 등을 모두 바꾸고 싶었다.
  • 채찍은 이제 질렸으니까 밸몬드 일족이 아닌 다른 존재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다.
  • 적이 오히려 밸몬드라고 해도 재밌을 거 같다.

와 같은 기존의 관행들을 타파하는 여러 의견들을 수렴하여 개발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본 작품은 소프트웨어가 CD-ROM으로 제작되었지만(피의 윤회도 PC엔진의 CD-ROM), 같은 CD-ROM이라 해도 하드웨어의 세대가 보다더 고성능인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발매되었기 때문에 용량의 증가에 따라 연출면에서 다양한 강화가 이루어졌다. 영상은 2D 도트 그래픽 액션 게임이지만, 당시의 최신 기기가 가진 ‘3D 드로잉 기능’ 을 활용하여 매끄러운 애니매이션과 갚이 있는 배경 등으로 고품질 연출이 실현되었다. 또 야마네 미치루가 담당한 클래식적인 음악이나, 코지마 아야미가 담당한 일러스트 디자인은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의 이 시점에서도 매우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의 디렉터인 아카라시 타카시는 우연히 서점에서 소설책을 읽다가 소설 속의 삽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 삽화가를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일러스터로 섭외했다고 전해진다. 그 삽화가가 바로 코지마 아야미이다. 창백하면서도 깊이있는 그녀의 인물묘사가 이 게임의 분위기와 너무 어울렸고 이후 시리즈에서도 계속해서 그녀는 일러스트를 담당하게 된다.

월하 의 야상곡 - wolha ui yasang-gog
코지마 아야미의 일러스트와 악마성 시리즈는 매우 잘 어울린다

엔딩에 대해서

본작에서는 성을 공략하면서 드라큐라의 부활 수수께끼를 찾게 된다. 드라큐라 부활의 비밀의 흑막을 알게 되면, 악마성을 거꾸로 180도 회전시킨 ‘역차성’ 이 등장한다. 악마성 위에 또 하나의 뒤집힌 악마성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생겨난다. 이 두성은 워프 포인트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역차성의 맵은 지형은 완전히 180도 회전시킨 것이지만, 블록으로서는 완전히 180도 회전시킨 것이 아니다. 그래서 특수한 조작에 의해 맵이 개방되는 부분이 존재하므로 맴 최대 달성률은 200%가 아니라 200.6%가 된다. 후에 이 게임은 <세가 새턴>으로 이식되는데 이때의 맵 달성률은 212.2%가 된다.

엔딩은 총 5개가 존재한다. 최종 배틀에서 이 성의 흑막을 밝히지 못했을 경우에 특정 이벤트를 봤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베드 엔딩이 2개가 존재하고, 최종적인 목적을 달성한 후의 엔딩이 맵 달성률에 따라서 해피(?) 엔딩이 2개가 있다. 그리고 엔딩을 본 세이브 파일이 존재한다면 다음 플레이에서는 ‘어나더 플레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새로 시작하게 된다. 어나더 플레이로 시작하게 되면 상점에서 판매 물품이 모두 해방되어 있고 몬스터들이 드롭하는 아이템이 달라지는 등 많은 부분이 바뀐 채 플레이하게 된다. 그리고 세이브 파일에 이름을 입력할 때 ‘리히터’라고 입력하면 리히터 밸몬드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리히터의 엔딩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엔딩의 수는 총 5개가 된다.

월하 의 야상곡 - wolha ui yasang-gog
파일 네임을 리히터 라고 입력하면 리히터를 플레이할 수 있다 새턴판에서는 처음부터 고를 수 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시리즈 중 최고의 걸작인 동시에 게임역사에도 의미있는 족적을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보통 영화나 소설, 미술 등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그 분야의 사조를 외우고 아주 오래된 그 작품들을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나도 게임 마니아”를 자처한다면 이 작품 역시 한 번 해 볼가치는 충분히 있다는 걸 일러두면서 이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