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운율 예시 - siui un-yul yesi

 

1) 정의

(1) 운(韻) : 같거나 비슷한 음이 규칙적으로 시행이나 연의 일정한 위치에서 반복되는 것이다.

(2) 율격(律格) : 수량적,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소리의 양식이다.

① 음절 율격 : 시의 행을 구성하는 말이 일정한 음절의 수에 따라 선택, 정돈된 것이다. 남유럽계의 시와 일본 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② 소리값 율격 : 각 음절의 고저 장단을 변화 있게 조직한 단위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③ 강세 율격 : 시행이 일정 수의 강세를 담고 있는 율격이다.

④ 강세 음절 율격 : 강세와 음절의 수를 모두 일정하게 한 율격이다.

2) 운율의 구성 요소

(1) 동음 반복 : 특정 음운이 반복하여 나타나면서 운율을 이룸을 말한다.

① 어두 반복(語頭反復) : '바다 벼랑의 벚꽃놀이'

② 모음 반복(母音反復) : '서로 도와 꿈 동산'

③ 자음 반복(子音反復) : '웃음 웃는 사슴의 음률'

(2) 단어의 반복

예)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김소월, 왕십리>

*'오다'의 반복

(3) 음수 반복 : 일정한 음절 수가 운율 효과를 가져온다.

그대가 바람으로 생겨났으면 (7 5)

달 돋는 개여울의 빈 들 속에서 (7 5)

내 옷의 앞자락을 불기나 하지 (7 5)

<김소월, '개여울의 노래'>

(4) 음보의 반복 : 동일한 길이의 소리 묶음 단위의 반복

예)

날좀 보소

날좀 보소

날좀 보소(3)

동지 섣날

꽃 본 듯이

날좀 보소(3)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3)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소(3) <민요, 밀양 아리랑>

* 3음보의 반복(격동감, 서민적)

(5) 의성어(擬聲語), 의태어(擬態語) : 어떤 음이 감각적 반응을 일으켜 표현 가치를 지니면서 음성 상징적 기능을 하는 것이다.

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 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조지훈, '고풍 의상'>

(6) 통사 구조 : 구절 또는 행을 이루는 통사 구조가 같을 경우

(예)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윤동주, '별 헤는 밤'>

(7) 주제와 의미 : 시인이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감동과 사연 등에 의해 운율이 형성된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잔디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실 두둥실 붕새춤 추며, 막새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

<박두진, '어서 너는 오너라'>

위의 요소들은 한 편의 시에서 독립적으로 가능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조와 주제를 향하여 상보적(相補的)인 관계에 놓인다. 물론, 특정 요소가 강하게 드러날 수는 있다.

3) 운율의 효과

(1) 소리의 규칙적 질서에 의하여 쾌감을 주고, 인상을 깊게 해 준다.

(2) 평상시의 말에 대한 우리의 습관적인 무감각에서 우리를 일깨우며, 한편 일정한 요소의 반복에 의해 우리의 의식 상태를 가라앉게 하기도 한다.

(3) 한편의 글이 생경한 말의 한 토막이 아니라 재정리된 것, 즉 예술이라는 각성을 일으켜 시와 생활을 구분하게 한다.

(4) 작품의 주제와 연결되면서 독특한 어조를 이룬다.

4) 운율의 종류

(1) 외형적 운율(外形律) : 객관적 성질의 운율이라고도 함. 형식, 문체,형태 등의 측면으로 노출된 운율임.

① 음위율(音位律) : 압운(押韻), 일정한 위치에 운을 일치 시키는 것.

㉠ 두운(頭韻) : 각 시행의 머리 운을 일치시키는 방법

㉡ 요운(腰韻) : 각 시행의 가운데 운을 일치시키는 방법

㉢ 각운(脚韻) : 각 시행의 마지막 운을 일치시키는 방법

② 음성률(音聲律) : 음성의 강약 고저 장단 음질 등에 의해서 규칙적 반복의 리듬을 형성 하는것

※ 음성률은 액센트가 있는 언어(알파벳), 평 상 거 입(平上去入)등의 고저를 가진 언어(중국어)에서 가능하다. 한국어 에서는 어려움.

③ 음수율(音數律) : 일정한 음수 단위를 규칙적으로 반복함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운율. 우리나라에서는 7 5, 4 4 등의 자수율을 많이 씀

※ 시조는 자수율에 의거한 시가임.

④ 음보율(音步律) : 규칙적인 리듬에서의 최소 단위.

※ 평시조는 각 장 4음보로, 전체 12음보임.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제1음보) (제2음보) (제3음보) (제4음보)

⑤ 반복과 병렬(竝列)

㉠ 반복 : 같은 단어나 구절이나 행을 되풀이 하여 운율을 형성하는 것

㉡ 병렬 : 속성이 비슷하거나 상대적인 행 또는 절들을 대비시키는 것

⑥ 성유법 시자법과 활음조

㉠ 성유법(聲喩法) 시자법(示姿法) : 의성어, 의태어 등을 이용한 방법

㉡ 활음조(滑音調) : 목청이 울려지면서 나오는 부드러운 소리를 이용한 방법 → 유포니(euphony)현상, 반대는 카코포니(cacophony)현상임.

(2) 내재적 운율(內在律) : 주관적인 성질의 운율이라고 할 수 있음.

자유시나 산문시에서 느끼는 내재율

<예시 1>

내 마음의 어딘듯 한 편에 끝없는 江물이 흐르네.

돋쳐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오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필줄엔듯

마음이 도론도론 숨어 있는곳

내 마음의 어딘듯 한 편에 끝없는 江물이 흐르네.

金永郞 <동백잎>

이 시에서 시인의 내면적 호흡은 외면적으로 형식화한 것으로 의미를 낳게 하는 음의 연속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음은 음악성을 보인 언어 음색미에서 오는 운 글자나 구, 행의 길이에서 오는 율을 형성한다.

또, 현대시의 내재율은 의미율을 형성하여 의미구조의 움직임, 상징, 암시 등 정서의 움직임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은 내용 단락을 형성한다.

이런 점에서 현대시는 '우주현상과 인간생활의 생성과정을 강약, 명암, 생장, 소멸의 리듬으로 환원한 것이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垂直의 波紋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은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처서 옛 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한용운 <알 수 없어요>

형식상 내용단락을 구분지울 수 있는 6연으로 이루어진 전연 자유시이다. 그러나, 이 시처럼 현대시는 시의 운율을 시의 내면기조 속에 내재율화하게 된다.

<예시 3>

가난이야 한낱 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山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靑山이 그 무릎 아래 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엔 없다.

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午後의 때가 오거든

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풀 쑥굴헝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玉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서정주 <무등을 보며>

위에 인용한 시는 우리도 무등산을 닮아 어려움에 굽히지 말고 생명을 지켜 가자는 뛰어난 작품인데, 이 시에는 외형상 리듬이 없는 것 같지만 속살로 흐르는 시인 특유의 맥동과 호흡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곧 자유시에서 필요로 하는 내재율(internal rhythm)인 것이다.

<예시 4>

客睡何曾着 秋天不肯明

入簾殘月影 高枕遠江聲

計拙無依食 途窮仗友生

老妻書數紙 應悉未歸情

杜甫 <客夜>

오언율시인 위의 시에서 시인은 偶數句 末尾字인 명, 성, 생, 정을 압운하고 있다. 절구에서는 물론 2행과 4행의 말미에 압운하게 된다.

<예시 5>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 우리들의 죽음보다도

더한 냉혹하고 절실한

回想과 體驗일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여러 차례의 殺戮에 복종한 生命보다도

더한 復讐와 孤獨을 아는

苦惱와 抵抗일지도 모른다.

박인환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박인환의 시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테리의 외로운 육성이 있다. 따라서 시의 리듬도 꾸밈이 없는 소박한 외침으로 되어 있다.

<예시 6>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꾹이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정지용 <고향>

자유시 중에서도 김소월을 위시하여 김영랑이라든지 자연파 시인들은 음악적인 리듬을 중시하는 시를 많이 남기고 있다. 여기 인용한 정지용의 『고향』이란 시는 각련이 2행으로 구성되었고 3, 3, 4의 리듬이 변형을 이루면서 음악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정지용은『백록담』과 같은 산문시를 많이 쓰고 즉물적인 감각을 노래한 시인이지만, 또 한편『고향』과 같은 전통적 서정을 잘 나타내었다.

<예시 7>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운 눈섭을

즈믄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서정주 <동천>

4 4 5의 리듬에 5행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