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최대 1만원만 투자하시면 되는 데다 효율도 좋아요. 광고 한 번 해보세요." 오픈마켓 쿠팡에서 도자기를 판매해온 김정훈(가명)씨는 지난달 11일 쿠팡 본사 광고팀 직원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처음 김씨는 '생각 없다'며 거절했지만, 직원은 하루 최소 250원, 최대 1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광고 효율을 앞세워 김씨를 붙잡았다. 결국 그는 쿠팡과 광고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김씨는 "쿠팡이 거짓말로 판매자를 속였다, 이건 사기"라며 분개했다. 그가 쿠팡의 안내 페이지(대시보드)에서 그가 내야 할 광고비를 확인해 보니,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총 8일 간 진행된 광고료가 60만원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김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쿠팡에서 물건을 판매해온 쇼핑몰 운영자, 이른바 '셀러'들이 모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최근 들어 '쿠팡에 광고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만든 SNS 단체 채팅방에도 이미 50명이 넘는 셀러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이들과 쿠팡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상품당 1만원?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셀러들은 쿠팡이 광고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루 최대 1만원'의 광고비를 강조하면서도 '상품당'이라는 말을 빼놓거나, 셀러들이 그 사실을 이해할 만큼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씨에게 60만 원이 청구된 것도 '상품당 하루 최대 1만원'이라는 쿠팡의 계산식 때문이다. 대부분의 셀러들은 오픈마켓에서 적게는 몇 개부터 많게는 수백 개에 이르는 제품들을 팔고 있다. 김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광고 담당자는 상품 중 상위 20개 상품을 골라 홍보해주겠다며 하루 1만원만 강조했다"며 "당연히 20개 모든 상품에 대한 광고비가 1만 원인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쿠팡쪽은 무작위로 20개의 상품을 선택했고, 제품 한 개당 하루 최대 1만 원의 광고를 진행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최대치로 계산하면 하루 광고료로 20만 원이 나오는 셈이다. 김씨는 광고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광고 후에도 주문 수는 평소와 같았다, 효율이 0에 가깝다"며 "쿠팡 대시보드에는 노출 숫자가 나오는데 정말 노출된 게 맞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셀러 이정원(가명)씨 역시 지난 2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쿠팡쪽으로부터 광고 제안 전화를 받았다. 그에 따르면, 각각 3분, 5분 총 8분 동안 이뤄진 쿠팡 광고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상품당'이라는 단어는 첫 번째 통화에서 딱 한 번 등장했다. 광고 담당자가 빠르게 쏟아낸 '첫 멘트' 속에서다. 이씨는 "쿠팡에게 합법적으로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며 "(광고 담당자가) '상품당'이라는 이야기를 한 만큼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해도, 영세업자들을 대놓고 기만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그에게도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계약서상에는 '상품당 1만원'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메일로 온 해당 서류에 이씨는 직접 전자 서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명을 하기 전 충분히 서류를 읽어볼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이씨에 따르면, 그와 통화했던 광고 담당자는 통화가 이뤄지는 도중에 "이미 전화로 계약서 내용을 모두 설명했다"며 "메일로 계약서를 보낼 테니 서명해달라"고 말했다. 통화 도중에 계약을 맺은 건 그뿐만이 아니다. 앞선 김씨 역시 "(쿠팡 쪽에서) 금방 계약이 끝난다며, 전화 끊지 말고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추석 앞두고 갑자기 멈춰 선 대시보드 '대시보드'의 오류도 일을 키웠다. 김씨와 이씨는 "계약상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시보드만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셀러들의 피해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쿠팡에서 활동하는 셀러를 위한 채널 '윙(Wing)'에서 광고를 하기로 한 이들에게 따로 열리는 페이지가 대시보드다. 광고 노출수나 클릭수 수익률 등이 여기에 나타난다. 하지만 지난 9월 10일부터 이 대시보드에 오류가 났다는 게 셀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들은 당시 광고비나 노출 등 수치가 모두 '0'으로 표시돼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광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8월 중순부터 쿠팡에 광고를 맡겨왔던 오슬기(가명)씨의 피해도 그렇게 커졌다. 오씨는 당시 "(광고 담당자가) 본사에서 진행하는 광고라며 믿고 맡겨달라고 했고, 원치 않으면 언제든 대시보드에서 광고 중단 버튼(off)을 누를 수 있다고 말해 계약했다"고 했다. 실제로 8월 중순부터 9월 9일까지는 계약한대로 광고비용이 청구되기도 했다. 오씨는 "8월 20일부터 말일까지 총 12일 동안 진행된 광고에 대해 13만 원이 청구됐다"며 "수수료를 포함하면 하루 평균 1만 원에서 2만 원 정도여서 광고를 계속 유지했다"고 했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있던 지난달 10일, 전날까지 움직이던 대시보드가 갑자기 멈춰 섰다. 광고 노출이나 광고비 모두 '0'이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내내 대시보드를 확인했지만 오류는 계속됐고, 그는 이 기간 광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여겼다. 오씨가 다시 대시보드를 확인한 건 오류를 발견한 시점부터 약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제야 오씨는 2주 동안 광고가 이뤄졌으며, 광고료로 무려 100만 원이 청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쿠팡, 피해 주장 일부 판매자들에게 환불 약속 그는 쿠팡 쪽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오씨는 "고객센터 직원이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하루 1~2만 원대로 유지되던 광고가 왜 갑자기 하루 7~8만 원대로 올랐는지에 대해 묻자, 판매자 콜센터 직원들은 '모른다'고만 반복해 말했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쿠팡이 광고 계약을 어겼다는 입장이다. 그는 "효율이 낮으면 직접 광고를 끌 수 있다는 말에 계약했는데, 오류 기간엔 off 처리가 불가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쿠팡쪽은 말을 아꼈다. '광고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셀러들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쿠팡 관계자는 16일 "셀러분들께서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지적하는 것은 쿠팡에게 아주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현재 쿠팡쪽은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일부 셀러들에게 광고비 환불을 약속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셀러 가운데 일부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기관인 공정거래조정원(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해둔 상태다. 조정원 관계자는 "현재 신고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쿠팡쪽에 알려둔 상태"라며 "쿠팡은 앞으로 2주 내 '사실관계 확인 문서'를 조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본 후 본격적으로 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뿐 아니라 최근 들어 오픈마켓에 광고를 맡겼다가 피해를 입고 조정을 신청하는 판매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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