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웨이 욱 일기 - jaowei ug ilgi

자오웨이 욱 일기 - jaowei ug ilgi

▲ 최여경 문화부장

요 몇 달간 문화계 인사를 만나면 꼭 등장하는 얘깃거리가 중국 대중문화의 기이한 일들이다. 최근 만난 지인은 중국 스타 장저한과 자오웨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줬다. 영화와 방송, 광고를 휩쓴 톱스타 장저한의 이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이고 출연작들에서 싹 다 사라졌다. 2017~2018년 그가 욱일기 사진을 올리고, 일본 신사에서 참배하는 사진이 발단이 됐다. 인민일보와 CCTV 등 중국 관영매체들이 공론화하자 당국 규제가 발동했고,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거듭 사죄해도 대중들은 대번에 돌아섰다.

여파는 장저한의 소속사 대표이자 중국 국민배우인 자오웨이에게로 튀었다. 자오웨이의 과거 욱일기 패션에 탈세 의혹까지 불거져 역시 출연작과 프로필이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중국 내에선 이를 ‘기록말살형’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팬덤 영향력이 엄청난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에선 드물지 않다. 중국 대중문화계에 퍼진 ‘홍색 정풍 운동’도 그래서 가능한 일이다. 중국 정부가 무질서한 팬덤을 정리하도록 요구하자 대중문화계는 바로 화답했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방탄소년단(BTS), 아이유, 엑소 등 21개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을 30일간 정지시켰다.

중국인 지인은 ‘사회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기조를 안다면 전혀 이해 못 할 게 없다고 했다. 사회주의가 핵심이었던 마오쩌둥 시대를 지나 ‘능력 있는 자가 우선 잘사는 세상’을 주장한 덩샤오핑 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은 정치와 경제에 다른 기조가 접목된 ‘한지붕 두가족’이 됐다.

문제는 경제권력이 국가권력을 능가할 정도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시 주석이 ‘1호 국정과제’로 부패 척결 운동을 한 것부터 경제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에는 플랫폼 기업과 교육, 대중문화계로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자 시 정권은 순차적으로 규제 폭탄을 날렸다. ‘살아 있는 재신(財神)’으로 불리던 알리바바 마윈에 수조원대 벌금을 때리고 지난 5월에는 강력한 사교육 산업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대중문화계 규제는 앞서 말한 ‘홍색 정풍 운동’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들어보려고 만난 중국인 친구들에게선 한결같은 말이 나왔다. “요즘 한국 정부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거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언론중재법을 꼽았다.

한국에 온 지 20년 가까이 된 지인은 어릴 때 겪은 중국 문화대혁명 이야기를 해 주면서 권력과 대중의 속성을 꺼냈다. 지식인으로 분류된 아버지가 감시 대상이 되면서 밤마다 공안이 찾아와 온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고 간 게 수개월이라고 했다. “백성들이 너무 똑똑해지면 통제가 불가능해지니까 아예 싹을 잘라버렸다. 특히 능력이 한계에 부닥치면 더 강력한 통제를 하고 싶은 게 권력이고,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언론 통제였던 거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불필요한 법을 정부가 자꾸 만든다. 집값 잡겠다고 급조한 법 때문에 국민은 더 불행해졌다. 정직한 사회는 깨지고 말았다.(중략) 언론중재법도 그렇고 국가가 퇴행 중이다. 정부 통제가 심해지면 중국과 비슷해진다.”

이들이 언론중재법을 두고 중국식 통제를 떠올린 건 우연일까. 법안은 모호하고 처벌을 과도하게 규정한 내용은, 국내외에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여당이 우리는 언론개혁을 부르짖는 것이지 중국식 통제와 다르다고 ‘정신 승리’를 할 때가 아니다. 왜 중국과 닮은꼴이라는 시각이 생겼는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 한국은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숙려를 거치는 민주주의 사회 아닌가. 아직 논의할 시간은 남아 있다.

최여경 문화부장

대만언론, 적벽대전 등 출연한 자오웨이 프랑스 도피설 보도
20년전 욱일기 연상 디자인 복장으로 최근 논란
동영상에서 작품 삭제되고 검색 안돼
대리모 출산 정솽 탈세 인정 539억원 때려맞아
中 당국 무질서한 팬덤 관리 강화 방안 발표

자오웨이 욱 일기 - jaowei ug ilgi
중국 배우 자오웨이
드라마 '황제의 딸'과 영화 '적벽대전'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중국 배우 자오웨이가 프랑스로 도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만 자유시보와 연합보 등은 자오웨이가 27일 새벽(현지시간) 프랑스 남부의 유명 와인 산지인 보드로 공항에 전세기를 이용해 도착했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르도에는 이전에 자오웨이가 구매한 와인 농장 4곳 가운데 한 곳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녀는 이 곳에서 미리 도착한 남편·자녀와 만난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홍콩 언론 명보는 일부 네티즌들이 자오가 여전히 고향인 안후이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오웨이 욱 일기 - jaowei ug ilgi
과거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옷을 입은 자오웨이. 바이두 캡처

자오웨이는 최근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복장으로 등장한 2001년 사진으로 인해 동영상 사이트에서 작품의 삭제되고 중국 매체들의 뭇매를 맡는 등 곤욕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자오웨이가 알리바바 영상 자회사와 앤트그룹에 투자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자오는 중국 당국에 단단히 찍힌 마윈과 친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오 부부는 2017년에는 투자 관련 가짜 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5년간 주식 거래를 금지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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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자오웨이와 마윈. 대만 이티투데이 캡처
자오웨이 뿐만 아니라 요즘 중국 연예계는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이를 버린 것으로 알려져 대중의 비난을 받고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정솽은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도 이를 숨긴 혐의로 벌금 2억 9900만 위안(약 539억 원)을 부과 받았다. 정솽은 2009년 방영된 중국판 '꽃보다 남자'인 '같이 유성우를 보자'의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배우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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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우 정솽. 바이두 캡처
배우 장저한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린 사진으로 인해 모든 광고가 끊기고 연예계에서도 퇴출됐다. 이에 앞서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인 캐나다 국적자 크리스(중국명 우이판)가 강간죄로 공안에 체포되면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중앙 인터넷 안전 정보화 위원회 판공실은 최근 연예인 인기 차트 발표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팬클럽들이 서로 비난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아이돌 경쟁 프로그램에 많은 돈을 쓰며 투표를 하는 것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취해진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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