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백 결혼 줄거리 - igangbaeg gyeolhon julgeoli

결혼(이강백) 줄거리

1) 줄거리*

(1) 하인은 빌린 물건(모자, 구두, 넥타이 등)으로 남자를 치장한다.
(2) 남자는 이야기 책을 보고, 하인은 쟁반만한 회중시계로 시간을 잰다.
(3) 남자는 이야기 책을 소리내어 읽는다. 이야기 책 속의 내용은, 남자가 빌린 저택과 물건으로 부자처럼 치장하여 맞선 볼 여자를 기다린다. 여자가 저택에 도착한 부분을 읽으려 할 때, 하인은 빌린 시간이 지났으므로 남자로부터 책을 빼앗는다.
(4) 남자는 여자를 기다리는 초조한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 여자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여자란 그렇다면서요? 이쁘게 보이려구 일부러 약속 시간보다 오 분 쯤은 늦는다죠?"
(5) 남자는 모자를 썼다 벗었다 반복하며, 시간을 재는 하인을 초조하게 본다.
(6) 남자는 초조해서 관객에게 여러 종류의 담배를 빌린다.
(7)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후 여자가 등장한다. 남자와 여자는 인사를 나눈다.
(8) 남자가 여자에게 라이터를 자랑하는 순간, 빌린 시간이 지났으므로 하인이 가로챈다.
(9) 남자는 여자에게 서둘러 청혼한다.
(10) 하인은 덤벼들어서 남자의 구두를 벗겨간다.
(11) 영문을 모르는 여자가 물 한잔을 요구하자 남자는 하인에게 물 한잔을 빌린다.

(12) 여자는 남자가 부자인 줄 몰랐다며, 어머니에게 남자가 빈털터리면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맹세를 한 이야기를 남자에게 한다.
(13) 하인은 남자의 넥타이를 벗겨간다. 여자는 남자에게 하인이 넥타이를 뺏어가는 이유를 묻는다. 남자는 관객에게 넥타이를 빌리며 위기를 넘긴다.
(14) 여자는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간 빈털터리 사기꾼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별명인 '덤' 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15)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에 감동하여 관객에게 넥타이를 돌려준다.
(16)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로 인해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여자는 남자가 부유한 것을 믿고 복에 겨워 눈을 감는다. 그동안 하인은 남자의 호주머니를 뒤져 빌린 시간이 다한 소지품을 가져간다.
(17)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의 가문의 자랑이 미인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할머니, 어머니, 자신의 사진 석 장을 보여준다.
(18) 사진으로 여자와 남자는 시간놀이를 하면서 서로에게 매혹된다.
(19) 여자가 보는 데서 하인이 남자의 저고리를 벗겨간다.
(20) 남자는 맨발에 윗저고리도 안 입은 채 여자에게 청혼한다.
(21) 하인은 남자에게 봉투를 준다. 여자는 봉투 속에 든 "나가라!" 는 경고문을 읽고 남자가 모든 걸 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2) 여자는 실망해서 나가려 한다. 남자는 필사적으로 여자에게 자신이 빌린 물건은 소중하 사용하고 돌려주었다며 청혼한다 "이 증인 앞에서 약속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덤 당신을 빌리는 동안에, 아끼고, 사랑하고, 그랬다가 언젠가 그 시간이 되면 공손하게 되돌려 줄 테요."
(23) 하인은 남자를 구둣발로 걷어차고, 여자는 쓰러진 남자를 부축해 일으키고 포옹한다.
(24) 남자는 다시 청혼하고, 여자는 남자의 청혼을 승낙한 뒤, 함께 나간다.

2) 간추린 줄거리

결혼을 하고 싶은 남자가, 집과 하인과 모든 물건들을 빌려 맞선을 보기로 한다. 여자를 기다리면서 남자는 ‘책’을 읽고 있는데, 돌려줄 시간이 되어 하인에게 빼앗긴다.

맞선을 볼 여자가 드디어 도착한다. 남자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과시하며 여자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빌린 물건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돌려주어야 한다.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빌린 물건들을 하나씩 돌려줄 시간이 되었고, 하인은 가차 없이 물건을 빼앗아간다. 남자는 물건들을 뺏기지 않으려고 하인과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라이터, 구두, 넥타이, 소지품, 구두,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까지 모두 빼앗긴다.

빈털터리가 된 남자의 처지를 확실히 알게 된 여자는 남자를 떠나려고 한다. 그런데 모든 것을 빼앗기고 어떤 깨달음을 얻은 남자는, 소유의 무상함과 사랑의 본질을 말하며 여자를 설득한다. 남자의 진심을 알게 된 여자는 결국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에게 함께 이곳을 떠나자고 한다.

등장인물

남자 : 작품의 주인공이면서, 자신이 읽고 있는 이야기책 속의 주인공이다. 여자에게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과시하여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물건은 관객에게서 빌린 것으로, 자신을 거짓 치장하여 여자를 속인 것이다. 결국 돌려줄 시간이 되어 모든 것을 다 뺏긴 후 ‘소유’의 본질을 깨닫는다. 그 후 사랑의 진심과 소유의 무상함을 말하며 여자에게 결혼하자고 설득한다.

여자 : 맞선을 보러 나온 여자이다. 처음에는 부유해 보이는 남자의 구애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인에게 물건을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된 남자를 떠나려고 한다. 남자의 진심을 알게 된 후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하인 : 대사가 없는 인물이다. 독자는 작품 속 지시문을 통해 하인의 행동을 그려볼 수 있다. 하인은 남자가 빌린 물건을 돌려줄 시간이 되면 냉정하고 기계적인 태도로 그 물건들을 빼앗아 간다. 그 과정에서 남자와 희극적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관객에게 소도구를 빌려 오는 역할도 한다.

하인은 극 중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이강백 결혼 줄거리 - igangbaeg gyeolhon julgeoli

결혼(이강백)의 핵심 정리

* 갈래 : 단막극, 실험극
* 성격 : 풍자적, 희극적, 교훈적
* 배경
① 시간 - 현대
② 공간 - 어느 저택
* 제재 : 어떤 남자의 결혼담
* 주제 : 소유의 본질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
* 특징
①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음.
② 관객을 극 중으로 끌어들임.
③ 이야기책의 내용을 극 중 현실로 바꿈.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전통적 기법을 벗어나 실험적 기법으로 창작된 희곡으로, 소유의 본질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야기책 속 사건을 극 중 현실로 바꾸어 상황을 관객에게 설명하는 독특한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다양한 장치를 이용해 한정된 시간 안에 결혼을 해야 하는 남자의 성공담을 풀어 나가고 있다. 이 작품은 별다른 무대 장치도 없고 관객과 무대의 절대적인 구분도 없다.

연극은 ‘남자’가 이야기책을 읽으면서 시작된다. 그 책의 내용은 바로 주인공이 겪을 극적 사건과 동일한 것으로, 관객은 자연스럽게 연극의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 일단의 연극의 형식적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특별한 무대장치가 없고, 주인공인 ‘남자’는 자신을 치장하는 데 필요한 소품들을 관객에게 빌려온다. 관객이 연극적 상황에 개입하도록 설정한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남자’는 공연 중에 객석으로 내려오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그 과정에서 희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면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연극은 주인공 '남자'가 맞선 보는 여자에게 자신이 부자인 것처럼 사기를 치지만, 오히려 진심을 표현하면서 여자의 마음을 얻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관객들에게 물건을 빌려서 부자인 척했던 남자는 정해진 시간이 되면서 빌린 물건들을 돌려주어야 했다. 즉 '여자'와 만나는 동안 '남자'는 점점 원래의 모습인 빈털터리가 된다. 결국 남자가 보여준 행동이 모두 사기였음이 밝혀진다. 하지만 남자의 진심 어린 구애에 여자는 감명을 받는다. '여자'는 빈 몸으로 남은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맞선과 결혼을 소재로 택했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조건, ‘소유’의 본질, 사랑의 속성 등을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빌린 집’은 ‘인생’을, 등장인물인 ‘남자’와 ‘여자’는 ‘현대의 모든 남녀’를, 물건을 뺏어 가는 ‘하인’은 ‘시간’을 우의()한다. 남자와 여자는 인간이 이 세상에 잠시 나온 ‘덤’의 존재이고, 우리가 소유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잠시 빌린 것이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단막극임에도 불구하고 주제가 단순하지 않다. 인간이 유한한 자신의 인생을 사는 동안 소유에 집착하지만 그것은 언젠가 돌려주어야 할 것들이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물적 소유가 사랑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며, 사랑의 본질은 상대에 대한 진심과 헌신에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해설*

작가는 "결혼"에서 시계로 측정되는 객관적 시간을 극적 구성법의 중심 제재로 사용한다. "결혼"에서 상연시간과 무대의 시간은 45분간 으로 일치한다. "결혼"에서 하인은 쟁반만한 시계로 시간을 측정하고, 빌린 시간이 지난 물건은 가차없이 회수한다. 빌린 물건으로 부자처럼 치장한 남자는 45분 안에 여자의 결혼 승낙을 얻어내야 한다. "결혼"에서 시간은 흐르는 시간과 흐르지 않는 시간으로 나타난다. 흐르는 시간은 사라지는 시간이고, 흐르지 않는 시간은 등장인물의 내적 세계에 각인되는 환상으로 나타난다.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들은 다양한 오브제로 가시화된다. 오브제를 이용하여 시간을 육체화했기 때문에 "결혼"은 공연에서도 성공했다.

만약 결혼에서 오브제의 시간 순서를 뒤바꿔 놓는다면, "결혼"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진행될 것이다. 오브제의 순서는 작품의 진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장식품들을 상징하는 오브제, 라이터, 구두, 넥타이, 소지품, 모자는 여자에게 현실로 인식되지 않는 물건들이다. 여자는 구체적으로 사회적 위치를 상징하는 저고리와 생활터전을 상징하는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때 현실적으로 변한다. 등장인물의 시간이 물리적 시간의 경과를 따라 심리적 시간으로 변해 가는 것은 "결혼"에서 아주 단순하게 진행된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다. 주인공들의 과거 이야기들은, 서로에게 객관적 시간을 주관적 시간으로 변화시킨다. "결혼"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더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시간은 반복 순환하는 시간구조를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여자가 어머니처럼 사기꾼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운명의 순환구조를 보여준다. 여기서 "결혼"의 외적 시간구조는 직선적 시간구조이지만, 내용은 반복, 회귀의 순환구조를 포함한다. "결혼"의 주인공 남자는 사라지는(흐르는) 시간을 초월하기 위해, 영원성을 추구한다. "결혼"에서 영원성을 추구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태연함이다. 지나가는 시간에 흔들림 없이 주어진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태도이다. 그것은 바로 현존의 시간을 영원성으로 추구하려는 태도이다.

***평소에도 논문 내용 가져올 때는 쉽지 않은 내용들이 많은데 이번 내용은 한번 읽어서는 내용 이해가 잘 안 되네요. 논문 내용이라고 다 의미 있진 않지만 이번 내용은 매우 좋은 내용 같아요 이 논문 아니면 이렇게 좋은 텍스트를 어디서 볼 수 있을지 상상도 안 될 정도로 말이죠.***

이강백

1947년 12월 1일 전북 전주 출생.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그는 등단 이래 1970년대의 억압적인 정치‧사회 상황하에서 제도적인 폭압 체계를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그는 제도적인 폭압 하에서 신음하는 개개인의 비극적 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그러한 현실 이면에서 횡행하고 있는 권력의 위선을 폭로하는 데에 더욱 주안점을 두었다. 「셋」(1972), 「알」(1972), 「파수꾼」(1974)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의 작품들, 곧 「결혼」(1974), 「보석과 여인」(1975) 등부터는 그러한 제도적인 면 뒤의 인간적인 보편성까지를 추구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우화적인 장치는 1980년대의 「족보」(1981), 「쥬라기의 사람들」(1982), 「호모 세파라투스」(1983), 「봄날」(1984) 등의 작품에 와서는 상징주의 혹은 서사극적인 기법으로 바뀌고, 주제 면에서도 정치‧제도 등의 외적인 한계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보다는 운명적 조건하에서의 인간 본성의 탐구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이러한 주제들은 「유토피아를 먹고 잠들다」(1987), 「칠산리」(1989), 「물거품」(1991), 「동지섣달 꽃 본 듯이」(1991) 등의 작품에 이르러서는 훨씬 더 삶의 본질적인 태도를 묻는 형이상학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의 탐구로 접근해 간다.

이 점은 민족현실을 취급하고 있는 작품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분단문제를 다룬 「칠산리」에서는 전쟁의 화약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도 분단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동지섣달 꽃 본 듯이」는 우리 사회의 정치‧종교‧예술의 모습을 우리 고유의 정서 속에서 보여주고자 한 작품으로서, 그가 추구해 온 ‘겹침효과’의 방법이 설화구조 속에서 효과적으로 빛을 발휘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도 「북어대가리」(1993), 「자살에 관하여」(1994) 등을 발표하는 등 꾸준한 창작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1982년 동아연극상, 1986년 대한민국문학상, 1989년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하였으며, 『이강백희곡전집』이 평민사에서 4권까지 간행되었다.

*1) 줄거리해설은 논문 "이강백 희곡의 시간구조 연구 : 『결혼』과 『영월행 일기』를 중심으로"를 참고 했음을 밝힙니다.

"결혼" 관련 자료가 많진 않은데 논문 덕에 내용이 풍성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아마 제 글을 보시는 분들도 제가 올리는 논문에서 메리트를 찾고 계실텐데 전에도 말했듯이 제가 올린 글에 논문 인용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논문을 찾아 보지 않았다거나 그런건 아니에요 올리고 있는 모든 작품은 관련 논문을 모두 찾아본 뒤 글을 올리고 있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전문(대본)은 아래 pdf에 있습니다!**

이강백 결혼 전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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