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민 통계 - hangug imin tong-gye

최근 취업준비생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이런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로 나가는 게 발이 묶였지만 전염병이 잠잠해지면 한국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일자리가 없어졌다”거나 “헬조선에는 희망 따위는 없다”는 자조 섞인 내용과 함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2019년 7월에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해외 이주자 수가 문재인 정권 2년 만에 약 5배나 늘어서 금융위기 이후 최대였다”고 쓰자 민주당이 “착시적 통계를 악용했다”고 발끈한 것이다. 이해식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를 정리하며 기존 국적상실 신청자들에 대한 행정처리 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깎아내리기에만 눈이 멀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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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오종택 기자

그런데 국적 포기자가 아닌 해외 이주자 통계 자료를 보면 실제 해외 이민은 문재인 정부 들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23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이주 신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해외 이주를 위해 출국한 사례는 모두 2510명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267명이었던 데 비해 98.1% 증가한 것이다. 자료 집계 기간은 현 정부가 오히려 6개월 더 짧았지만 해외 이주 신고자 수는 두 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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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박정부 해외이주자 비교. 그래픽=김경진 기자 [email protected]

해외 이주자가 늘어난 곳은 대부분 선진국이었다. 미국은 992명에서 1680명으로 69.4% 증가했고, 캐나다는 71명에서 260명으로 266% 증가했다. 일본(490%), 프랑스(475%), 호주(90%) 등도 증가율이 높았다. 중국으로의 이민은 12명에서 16명으로 늘었고 전부 국제 결혼을 통한 이주였다.

외교부의 해외 이주자 통계는 ‘연고 이주’(결혼, 친족의 초청, 입양 등)와 ‘무연고 이주’(취업, 사업 등)를 합해서 집계하고 있다. 무연고 이주에 비해 연고 이주는 상대적으로 간편한 이민 방식이다. 결혼을 하거나 먼저 해외에 나가 있는 친척이 초대를 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연고 이주’ 미국 123%, 캐나다 594% 증가

연고 이주만 따로 보면 미국은 502명에서 1121명으로 123%, 캐나다는 17명에서 118명으로 594%, 호주는 16명에서 50명으로 213% 각각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해외 이주 여건이 더 좋은 경우에는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2017년 12월 해외이주법이 개정되면서 외교부는 다른 목적으로 출국했다가 현지에서 해외 이주를 하는 ‘현지 이주’ 사례도 따로 집계하기 시작했다. 현지 이주는 2017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3년 동안 모두 1만396명이었다. 미국이 47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2067명), 호주(1004명), 일본(834명), 뉴질랜드(454명) 등의 순서였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이 이민을 꿈꾸는 나라로 실제로 많이 해외 이주를 한 것이다.

해외 이주 급증하다 코로나 사태로 주춤 

급증하던 해외 이주는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주춤했다. 현지 이주를 제외한 해외 이주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455명(2016년)→825명(2017년)→879명(2018년)→978명(2019년)으로 매년 증가 추세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덮은 지난해에는 246명으로 급감했다.

이주환 의원은 “문재인 정권 들어서 해외 이주자가 늘고 있다는 말이 무성했는데 사실로 확인됐다”며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폭증 추세가 꺾였지만 안정세에 접어들면 언제든 한국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 줄어드는데 이민 인색한 한국…선진국 25% 늘때 5% 줄었다

강진규 기자 기자 스크랩

입력2022.10.11 18:07 수정2022.10.12 01:05 지면A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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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23) 코로나 풀려도 닫힌 국경

지난해 한국 온 이주민 5만명
코로나 이전보다 32%나 줄어
"고급인재 유치전서 밀려" 지적

선진국은 1년새 이민 수용 급증
캐나다 117%·伊 82%·美 43%↑

한국이 지난해 받아들인 이민자 수가 전년 대비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코로나19로 닫혔던 국경이 열리면서 지난해 이민자 수용을 늘렸다. 선진국이 인재 확보를 위해 이민자 유치에 나서는데 한국만 거꾸로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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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 이민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으로 영구 이주한 인구는 5만600명으로 추산됐다. 2020년 5만3600명보다 5.5% 감소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7만4600명과 비교하면 32.2% 줄었다.

반면 대부분 OECD 회원국에선 이민자 수가 급증했다. 이민자 통계가 있는 35개국이 받은 이민자 합계는 2020년 391만5200명에서 지난해 479만6200명으로 22.5% 늘었다. 표준화된 통계가 존재하는 24개국 기준으로 25.2% 증가했다.

취업이민이 45% 증가했다. 국제결혼 등 가족이민도 증가 폭(40%)이 컸다. 별다른 이유 없이 거주지를 옮기는 자유이민은 17%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캐나다로의 이민이 많았다. 캐나다는 지난해 40만1100명의 이민자를 받았다. 2020년보다 117.3% 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 34만1200명)을 뛰어넘었다. 가장 많은 이민자가 유입된 곳은 미국이었다. 83만3900명이 미국행을 택했다. 2020년 58만1600명에서 43.4% 늘었다. 이탈리아(82.3%)와 영국(51.4%)도 이민 증가율이 높았다.

지난해 이민이 감소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 정도였다. 코로나19로 국경을 걸어 잠근 일본(-37.3%)과 아일랜드(-10.4%) 정도만 한국보다 이민자 감소율이 더 컸다.

OECD는 지난해 세계 각국의 이민자 수가 늘어난 이유로 선진국의 적극적인 이민확대 정책을 꼽았다. OECD는 “고학력자와 잠재적 투자자 등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과 저숙련 노동자 부족 현상을 해소하려는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면서 이를 위한 정책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어 교육과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서 빨리 안정적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선 이민 장벽으로 작용하는 인종차별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해외 유학생 유치를 통한 외화수입도 적지 않다. OECD에 따르면 각국이 해외 유학생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업료와 숙박비 등 외화수입은 2010년 50조유로에서 2019년 110조유로로 뛰었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되고 ‘지방 소멸’ 위험도 커지는 만큼 해외 고급 인재와 저숙련 노동자 유치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가 ‘인구절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이주·이민정책 컨트롤타워인 이민청 설립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민자 증가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늘어날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11일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팀 회의에서 “중기적으로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현실화할 것”이라며 “외국인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방안 등을 사회적 논의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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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인구 #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이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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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급여 100만원 준다고 아이 낳겠나…경력단절부터 해결해야"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했는데,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모든 걸 포기해야 하나요.”(배유진·32·미혼·중소기업 사무직)“남자가 육아휴직을 썼다가 공공연하게 불이익을 당한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요. 대기업에서조차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구조입니다.”(정진우·30·기혼·대기업 직원)2030세대에게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를 묻자 나온 대답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저출산 대책에 매년 수십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와 대책을 듣기 위해 2030세대 남녀 다섯 명과 좌담회를 열었다. 한마디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었다.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부모 급여 100만원’에 대해서도 “출산 결정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는 지적이 나왔다. 좌담회는 지난 3일 서울 중림동 한경 회의실에서 열렸다.2030이 출산 꺼리는 이유는.▷배유진=“2개월 뒤 결혼하기로 한 예비남편과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직하며 여러 직장을 다녀봤는데,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직장 선배와 친구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중소기업에선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면 원래 직장으로 복직하지 못한 채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요. 복직해도 원래 하던 일을 못 하거나 직급이 낮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정진우=“대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아내와 딩크족(자녀 없는 맞벌이부부)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육아휴직 제도가 보장된 대기업에 다니는데, 그러면 뭐하나요. 1년 휴직하고 돌아오는 순간 육아휴직을 안 쓴 남성 동료에게 무조건 승진이 뒤처지고 변두리 부서만 돌게 되는데요.”▷김별(29·기혼·요가 강사)=“프리랜서는 육아휴직 제도 자체가 없어요. 게다가 저는 요가 강사라 임신하는 순간 경력단절은 물론 육아를 마칠 때까지 생계가 완전히 끊기게 돼요. 남편도 웹툰 작가로 일하는 프리랜서인데, 직장인이 육아휴직 때 받는 급여만큼을 1년이라도 보장받는다면 아이를 낳을 수 있겠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한민정(가명·30·기혼·감정평가사)=“원래 두 명은 꼭 낳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첫째를 낳고 일과 육아를 병행해 보니 도저히 둘째는 못 낳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육아휴직으로 인한 업무역량 저하는 제가 감내해야겠지만 정말 문제는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뒤예요. 누가 아이를 보살펴주나요. 저도, 남편도 야근과 휴일 근무가 많아 매일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가기 힘들거든요. 첫째 아이를 돌봐주시기 위해 결국 부모님이 모두 일을 그만두셨습니다.”▷강현일(가명·37·기혼·금융사 직원)=“저와 아내는 (아이 때문에) 아예 집을 부모님 댁 옆에 마련했어요. 우리 부부는 둘째까지 낳기로 했는데, 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절대 둘째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출산 늘리려면.▷배유진=“베이비시터는 하루 4~5시간 고용해도 월 150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그나마 이건 공식적인 금액이고 각종 수당과 명절 선물도 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정진우=“조선족과 중앙아시아 출신 베이비시터는 월 200만원 안팎인데, 한국인을 고용하려면 최소 한 달에 400만원은 들여야 해요. 수당 등 추가 비용은 별도고요. 이렇게 비용이 비싼 건 수요에 비해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요. 고령 은퇴자를 베이비시터로 재교육해 보육시장에 적극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한민정=“남성 육아휴직이 의무화되면 둘째를 낳을 것 같아요. 남편은 공공부문에서 일하는데도 육아휴직을 쓰면 무조건 승진에서 밀려요. 저도 그걸 바라지 않기 때문에 남편에게 육아휴직을 써달라고 말을 못 합니다. 부부가 1년씩 번갈아가면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면 여성도 훨씬 편한 마음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배유진=“회사에서 모두 경쟁하는데, 남성은 육아휴직을 안 쓰고 여성에게만 육아를 강요하는 건 공정하지 않아요. 아이는 반드시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의식 자체를 바꾸려면 육아휴직 의무화가 필요합니다.”▷정진우=“지금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여성도 육아휴직을 쓰려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과격하더라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육아휴직 의무화가 필수라고 봅니다.”▷강현일=“육아휴직이 아니라 출산휴가만 써도 ‘네가 애 낳았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인데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꾸죠. 육아휴직을 쓴 남성 비율이 높은 기업에 정부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부모 급여에 대한 생각은.▷김별=“이 금액이 계속 늘어나면 아이를 낳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배유진=“저는 별로 와닿지 않았어요. 아이를 못 낳는 이유가 돈 때문만은 아니거든요. 돈이 아니라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훨씬 중요합니다.”▷한민정=“바람직한 제도라고 보지만 출산 결정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정의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