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출고 대기 8월 - giacha chulgo daegi 8wol

차량 출고 대기 기간, 전월보다 2, 3개월 지연
싼타페·아반떼 HEV, 지금 계약해도 24년 5월 인도
하반기 완화 기대됐던 반도체 수급난, 다시 악화
러시아 가스 수출 중단 여파·극심한 가뭄 겹쳐
유럽 반도체 공장, 가동률 하락·라인강 운송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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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현대차 대리점 전경.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줄어들기는커녕 길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올 하반기엔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에너지 부족과 극심한 가뭄으로 반도체 생산과 운송에 차질이 생겨 신차 출고 대란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현대차·제네시스·기아 9월 납품기간(납기) 정보' 문서에 따르면 대부분 차량 출고 대기 기간은 전월 상황과 비슷하거나 1~3개월가량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8월엔 납기가 소폭 줄어들었지만, 한 달 만에 도리어 상황이 나빠진 셈이다.

새 차 출고가 가장 오래 걸리는 모델은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HEV)'이다. 8월보다 2개월 더 늘어난 20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지금 계약해도 2024년 5월에나 인도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선루프, 6·7인승용 3열 시트 등 옵션을 선택하면 출고는 더 늦어진다. 아반떼 HEV도 9월 예상 납기가 20개월 이상으로, 8월(17개월)보다 3개월 늘어났다. 단종을 앞둔 그랜저도 HEV 모델의 경우 9월 계약분 출고 기간(10개월)이 전월 대비 2개월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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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제네시스·기아 주요 차종 9월 납기 정보

제네시스와 기아도 마찬가지다. GV70의 8월 예상 납기는 12개월이었지만, 이번 달엔 15개월로 3개월 늘어났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8개월이면 받을 수 있던 G80도 이젠 열 달 이상 대기해야 한다. 쏘렌토 HEV의 예상 납기는 18개월로 지난달보다 1개월 길어졌다. GV80, 스포티지 HEV는 출고 대기 기간이 지난달보다 늘어나진 않았지만, 계약 후 인도까지 18개월 이상 걸린다. 미니밴 '카니발 디젤'도 여전히 16개월 이상 걸린다.

예상과 달리 악화된 반도체 수급난…납기 지연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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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친환경 중형 SUV '더뉴 싼타페 하이브리드'. 현대차 제공

현대차·제네시스·기아의 9월 예상 납기가 지난달보다 늘어난 것은 반도체 수급상황이 다시 나빠졌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 차량의 납기 지연 주요 원인은 엔진 전자장비를 제어하는 반도체(ECU) 공급 부족이다. 때문에 일반 내연기관차량보다 ECU가 두 배 이상 필요한 HEV 대부분은 납기가 더 늘어났다. 아이오닉5, EV6 등 주력 전기차의 경우 현대차·기아에서 반도체를 우선 공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출고 대기 기간이 12~14개월이나 된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올 하반기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이후 반도체 수급 상황이 좋아졌고, 덕분에 올 상반기 판매량도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전 세계 완성차 업계 3위에 올랐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급난이 말끔히 사라지지는 않아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연가스 부족·가뭄 여파 맞은 유럽 반도체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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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직원이 반도체를 검수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반도체 수급처 대부분이 유럽에 위치한 점을 납기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차그룹은 주로 현대모비스(한국), 보쉬(독일), 콘티넨탈(독일), 인피니언(독일), NXP(네덜란드),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스위스) 등에서 반도체를 공급받는다. 현재 유럽 공장들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하면서 정상 가동이 어려워졌다. 또 독일의 경우 극심한 가뭄으로 라인강 수위가 내려가면서 공업용수 부족, 화물 운송 감소 문제가 생겼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유럽의 경기 침체로 상황이 나빠지면서 반도체 업계 상황도 불안해지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 정상화도 올 하반기가 아니라 내년 초로 미뤄지는 분위기"라며 "현대차그룹도 일본 르네사스 등 반도체 공급처 다각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 업계도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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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카니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심화한 차량 출고대란이 2년여 만에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현대자동차·기아의 주요 차종 출고 대기기간이 대형 모델을 중심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반도체 등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 수급 개선이 주요 원인이지만, 할부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소비자들은 차량을 보다 빨리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수요 감소가 본격화할 경우 완성차 업계 실적에는 부정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줄어드는 주요 차종 출고기간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 준대형 세단 K8(3.5 가솔린 기준)은 계약 후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난달 6개월에서 이달 들어 3개월로 짧아졌다. 10개월 걸리던 카니발 가솔린 모델은 이달 들어 5개월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8개월에서 17개월로 줄었다.

현대차 모델은 싼타페(디젤)가 9개월에서 8개월로, 그랜저(2.5 가솔린)가 6개월에서 5개월로, 쏘나타(1.6 가솔린)가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됐다. 출고기간이 유지되거나 늘어난 차종도 있지만 주요 모델의 출고기간 단축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경색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신차 출고대란 완화는 우선 생산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량은 지난 2월 21만3025대에서 지난달 27만7501대로 6만 대 이상 증가했다. 2월 이후 4개월 연속 생산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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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부품 수급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편으로 캐리어에 부품을 담아올 정도로 반도체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1차 협력사에 부품 공급을 맡기던 관행에서 벗어나 르네사스, 인피니언 등 해외 반도체업체와 직접 장기계약을 추진하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완성차 생산량은 하반기 들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아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와 4분기 예상 생산량이 70만 대 중후반이라고 밝혔다. 60만 대 후반이던 2분기보다 10만 대가량 증산을 예상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개선세가 확연하다”고 전했다.

○고금리·경기침체에 수요 꺾이나

차량 생산이 늘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건 나쁠 게 없다. 최악의 출고대란에 시달렸던 소비자들도 더 빨리 차량을 인도받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고유가, 고금리,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수요가 침체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기아는 이달 들어 영업직을 대상으로 계약만 성사시켜도 인사평가에 활용되는 포인트를 지급했다. 올 들어 매달 증가하며 4월엔 5만 대까지 돌파했던 내수 판매량이 5월(4만5663대)과 6월(4만5110대) 두 달 연속 감소하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신차 계약은 취소가 자유롭기 때문에 보통 출고가 완료된 뒤에 완성차 업체가 영업사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특히 생산량이 증가했는데 판매량은 줄었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일선 영업직원은 “대형 차량부터 수요가 확연히 줄기 시작했다”며 “주가 하락 등으로 경기 침체를 실감하면서 차에 돈을 쓸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급등한 할부금리도 부담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기아 카니발 신차를 구입할 때 할부금리(하나캐피탈·60개월 기준)는 올 1분기 연 3.86%에서 2분기에는 최저 4.6%, 최고 8.0%로 뛰었다.

수요 침체 속도가 빨라질 경우 완성차 업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량 감소에도 두터운 수요를 기반으로 차량 가격을 올리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박준홍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한국기업신용평가팀 이사는 “소비 감소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며 “가전, 자동차 등 여러 내구재 소비가 약화돼 하반기 기업 실적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