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코도마뱀 접착제 단점 - gekodomabaem jeobchagje danjeom

게코 도마뱀은 도마뱀 세계의 슈퍼히어로다. 그들은 인간 두 명의 체중을 지탱할 정도로 끈끈한 패드를 발가락에 장착하고 있어, 벽에 달라붙거나 천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기어다닐 수 있다. 그러나 여느 슈퍼히어로와 마찬가지로, 게코 도마뱀도 크립토나이트(kryptonite: 슈퍼맨의 고향인 크립톤이라는 행성에 있는 돌.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물에 젖은 표면이나 축축한 발이 게코 도마뱀의 악력(grip)을 약화시킨다고 한다.

게코 도마뱀의 성공적인 부착력의 핵심은 발가락의 기저부에서 발견되는 강모(剛毛, setae)라는 털 모양의 구조물에 있다(첨부그림 1 참조).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강모의 가닥들은 각각 압설기(壓舌器, spatulae)라고 불리는 수백 개의 나노 크기의 끄트머리(tip)로 갈라진다. 압설기들은 자신의 분자와 (도마뱀이 달라붙어 있는) 표면의 분자 간에 소위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s)을 생성한다. 이러한 힘들은 개별적으로는 미약하지만, 게코의 발가락에는 수백만 개의 압설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는 미약한 힘을 갖는 미세한 강모들의 힘이 합쳐져 강력한 악력(secure hold)을 창조한다. 백만 개의 압설기를 동전 위에 가지런하게 올려놓으면, 어린이 한 명의 체중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다.

선행연구자들은 건조한 표면(예: 매끈한 유리 표면, 거친 벽면)에서 게코의 부착력을 실험했지만, 실제로 게코가 서식하는 환경(열대우림지역)에 가까운 것은 축축한 표면(wet surface)이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미국 오하이오주 아크론 대학의 연구진은 한 무리의 토케이 게코(Gekko gecko)에게 힘 감지 센서(force sensor)가 부착된 작은 굴레(harness)를 씌운 다음, 「건조한 유리」, 「이슬이 맺힌 유리」, 「물로 뒤덮인 유리」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게코가 유리 표면에서 떨어질 때까지 굴레를 뒤에서 잡아당기면서, 센서를 이용하여 각 표면별로 게코의 부착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였다(첨부그림 2 참조). 그 결과 연구진은 "표면이 축축해질수록, 게코는 부착력(또는 악력)을 유지하기가 몸부림을 치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연구진은 다음으로, 게코의 발이 젖었을 경우 각각의 표면(건조한 표면, 이슬이 맺힌 표면, 젖은 표면)에서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하였다. 연구진은 게코의 발을 90분 동안 물 속에 담근 다음, 게코에게 굴레를 씌우고 앞의 실험과 동일한 표면 위에 올려 놓았다. 연구진이 굴레를 잡아당기며 게코의 접착력을 측정한 결과, 앞의 실험에서 측정된 수치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게코의 발이 건조한 경우, 건조한 유리 표면에서 게코를 떼어내는 데 필요한 힘은 20N(즉, 게코의 체중의 20배)이었지만, 게코의 발이 젖은 경우에는 1N의 힘만 가해도 게코를 유리 표면에서 떼어낼 수 있었다. 게코의 발과 유리 표면이 동시에 젖었을 때 게코의 접착력은 최저수준으로 하락하여, 게코는 0.5N의 힘만 가해도 유리 표면에서 떨어져 미끄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상의 실험결과를 정리하여 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8월 8일호에 기고하였다.

연구진은 게코의 젖은 발이 접착력을 잃는 메커니즘을 아직 해명하지 못했지만, 연구진이 제기하고 있는 한 가지 가설은 "게코의 발가락이 물로 과포화됨에 따라 超소수성(superhydrophobic property)을 잃는다"는 것이다. "게코 도마뱀은 엄청난 부착력을 지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우리의 연구에 의하면 그들의 접착력에는 다소간의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알리사 스타크 박사(통합생물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생물의 생태, 특히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것이 서식하는 야생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이번 연구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물이 게코의 부착력을 현저히 감소시킬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물이 게코의 부착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게코의 발가락에 장착된 소수성 패드(hydrophobic pads)가 물 속에서도 잘 작동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기 때문"이라고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티모시 하이엄 박사(생물공학)는 논평했다. (하이엄 박사는 이번 연구에 관여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게코의 엄청난 접착력을 응용하여 초강력 합성 접착제를 개발하는 데 몰두해 왔다. 새로운 접착제는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의학, 로봇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게코가 습한 환경에서 포식자를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와 `게코는 물에 젖은 나뭇가지를 어떻게 움켜쥘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게코의 접착력을 응용한 합성 접착제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던칸 어쉭 박사(기능생물학)는 "도마뱀이 물 속에 들어가면 접착력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감소 그 자체`가 아니라, `감소의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게코의 접착력이 무력화되는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게코의 접착력을 응용한 합성 접착제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코의 천연 접착시스템을 제한하는 요인을 분석하면, 습한 환경에서도 오랫동안 접착력을 유지하며 재사용이 가능한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아크론 대학의 알리 디노지왈라 박사(중합체과학)는 말했다.

※ 원문정보: Alyssa Y. Stark, "The effect of surface water and wetting on gecko adhesion", J Exp Biol 215, 3080-3086, doi: 10.1242/?jeb.070912
※ 관련 동영상: http://bcove.me/ren2h2wt

출처 : http://news.sciencemag.org/sciencenow/2012/08/what-gets-geckos-unglued.html?ref=hp

우리 주변에는 자연을 모방한 기술들이 많습니다. 낙하산은 민들레 씨앗의 모양을 모방해 만들어졌습니다. 상어 지느러미가 작은 돌기들로 코팅되는 리블렛 구조는 물과의 마찰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구조는 수영 선수들이 과거 입던 전신 수영복의 표면에 활용되었습니다. 그 효과가 너무 좋아 현재는 국제 대회에서 금지되기까지 했습니다. 도꼬마리나 엉겅퀴 등 식물의 가시 모양을 모방해 만든 벨크로, 찍찍이는 이미 많이 상용화되어 신발, 가방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구조나 특징을 모방해 활용한 기술을 생체모방기술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런 생체모방기술 중 게코 도마뱀의 발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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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가시의 갈고리 모양을 모방한 벨크로(찍찍이)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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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코 도마뱀

위 사진은 게코 도마뱀의 모습입니다. 참 귀엽죠? 게코 도마뱀은 도마뱀 붙이라고도 부릅니다. 게코도마뱀은 애완용으로 많이 거래되며 표범을 닮은 레오파드 게코, 볏이 있는 크레스티드 게코,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플라잉 게코 등이 있습니다. 이 귀여운 게코 도마뱀의 발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다음은 게코의 발바닥을 확대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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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코 발바닥을 확대한 사진. 반복적인 나노 구조가 표면적을 넓힌다.

게코의 발바닥 표면에는 사진과 같은 미세한 강모(Micro-hair)가 있습니다. 각 강모는 50~100μm의 길이와 5~10μm의 지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코 발바닥에는 이러한 강모가 수백만 개 배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강모는 또다시 수백 개의 섬모(Nano-hair)로 나눠집니다. 그리고 섬모 하나는 1~2μm의 길이, 200~500nm의 두께로 매우 작은 크기입니다. 머리카락의 두께가 평균적으로 약 100μm인 것을 생각하면 구조 하나하나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강모와 섬모는 게코 도마뱀 발바닥의 표면적을 크게 증가시켜줍니다.

발바닥의 표면적이 넓으면 어떤 점에서 유리할까요? 분산력, 혹은 반데르발스의 힘(Van der Waals force)은 원자나 분자 사이 작용하는 작은 인력을 말합니다. 원자나 분자 한두 개 사이의 힘은 매우 작지만, 수백만 개에 이르는 강모는 이 반데르발스의 힘을 극대화합니다. 그 결과,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은 강력한 접착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게코 도마뱀의 이 끈끈한 발바닥은 우리에게 큰 아이디어를 제공해줍니다. 게코 발바닥의 접착력은 특별한 물질을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서 밟은 부분에 끈적끈적한 물질이 남지 않습니다. 문어나 오징어의 빨판처럼 붙었던 부분에 압력 차이에 의한 자국이 남지도 않습니다. 또한, 앞서 설명한 벨크로, 즉 찍찍이처럼 갈고리에 의한 조직의 미세한 손상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게코 도마뱀의 이 특이한 발바닥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게코 테이프?!

게코의 발바닥을 활용한 테이프? 심지어 점액도 없는 게코의 발바닥이 테이프로 활용된다니, 쉽게 연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테이프는 한쪽 면에 접착제가 발라져 있어 끈적끈적한 면이 대상을 접합해줍니다. 하지만 붙어있던 절연테이프나 박스테이프를 오랜만에 떼어내면 끈적한 접착제가 남아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게코 발바닥의 구조를 활용하면 이러한 단점을 쉽게 보완할 수 있습니다. 접착제 대신 테이프의 나노구조를 통해 접착력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게코 테이프의 접착하는 면에는 도마뱀 발바닥과 유사하게 아주 가느다란 섬모가 많이 있습니다.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아주 가는 나노물질을 수십억 개 사용해 테이프를 코팅하면 도마뱀 무게의 수천 배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코의 강모와 섬모를 모방하여 테이프 표면의 극세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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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가 만든 인공 나노 섬모 패치의 확대 사진. 게코 도마뱀의 강모와 섬모를 모방한 극세사가 패치를 덮고 있다.

기존 테이프의 접착제는 인체에 유해하고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게코 테이프는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나노 구조만 유지된다면 떼어낸 후에도 접착력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게코 테이프는 인체에 직접 부착되어야 하는 수술용 접합 테이프과 여러 번 떼었다 붙였다 해야 하는 게시판 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게코 테이프 두 개를 맞대어 미세 섬모끼리 맞물리게 만든다면 기존의 벨크로를 ‘찍’ 소리가 나지 않는 찍찍이로 변형할 수도 있습니다.

게코를 모방한 기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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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코 그리퍼(gecko gripper)

게코 테이프처럼 게코 발바닥의 구조를 모방하고, 이에 공학적인 요소를 더한 기계들이 있습니다. 위 사진의 게코 그리퍼(gecko gripper)는 NASA에서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할 때 사용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사용되어도 나노 구조의 변화가 없으면 접착력을 잃지 않는다는 게코 발바닥의 특징이 잘 사용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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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코를 모방한 게코 로봇

게코 자체를 모방한 게코 로봇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게코는 발바닥의 공 덕분에 벽면을 수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러한 게코를 로봇으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게코 테이프와 다르게 게코 도마뱀 로봇이 벽을 오를 때 힘이 아래쪽으로 일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극세사보다는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된 나노 구조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게코 로봇은 게코의 발바닥 뿐만 아니라 게코의 낮은 체형을 통한 안정성, 그리고 낮은 체형에서 게코 다리 관절의 움직임 등을 모방했습니다.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 ESA)에서는 이러한 게코 로봇을 우주에서 사용할 방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주와 유사한 진공 상태와 고온과 저온 상태 모두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했다고 합니다. 우주에서 도마뱀들이 무인 로봇으로 각종 수리와 유지를 담당해준다면 인공위성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지구에서 수정하거나 추가한 사항이 실시간으로 우주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에는 모든 인공위성에 게코 로봇이 타고 있어서 우주선을 게코 조종사가 운영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며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만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와 발명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게코의 발바닥 외에도 현재 연구되고 있는 생체모방기술은 매우 많습니다. 자연의 모든 생물, 그리고 무생물까지도 모방하고 배울 점이 있다니 생체모방기술의 미래 역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기사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자료조사를 통해 여러 생체모방기술의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정말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고 잠시였지만 사례들을 보며 얻은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작은 게코마저 인간의 모방 대상이 되기에 자연 앞에서 다시 한번 겸손해진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도 게코가 아니더라도 주변 환경에서 모방을 통한 아이디어와 그 원리를 생각해본다면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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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EurekAlert-How gecko feet got sticky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6-10/uoc--hgf100616.php

[2] Sciencetimes-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발바닥 개발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B2%BD%EC%9D%84-%EC%98%A4%EB%A5%B4%EB%82%B4%EB%A6%B4-%EC%88%98-%EC%9E%88%EB%8A%94-%EB%B0%9C%EB%B0%94%EB%8B%A5-%EA%B0%9C%EB%B0%9C&s=%EA%B2%8C%EC%BD%94

[3] EurekAlert-Gecko-inspired adhesion: Self-cleaning and reliable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4-02/ha-gas021914.php

[4] esa-From geckos to space: Inspiration for new docking mechanisms

https://www.esa.int/Enabling_Support/Space_Engineering_Technology/Shaping_the_Future/From_geckos_to_space_Inspiration_for_new_docking_mechanisms

[5] d라이브러리-“게코도마뱀 발바닥에서 딱정벌레 날개를 봤습니다!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203N039

<이미지>

[1] https://violetsleepbabysleep.com/

[2] https://tenor.com/view/crazy-gif-5155755

[3] https://a-z-animals.com/animals/jellyfish/

[4] https://jolggu.tistory.com/531

[5] https://notefolio.net/lxxhyeonsin/94874

[6] https://themilitarywifeandmom.com/starting-babywise-top-10-newborn-baby-sleep-t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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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학생기자 강찬우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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