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서 전에 봤던 드라마나 영화를 다시 보는 중. 새로운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나의 경우 재미있게 본 인생작들은 몇 번씩 다시 보면서 곱씹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라, 그리고 나름대로는 딱 입맛에 맞게 재미있게 보는 작품도 많지 않은 편이라 본 거 또 보면서 또 빠지는 타입이다. 왓챠 , 웨이브,
넷플릭스를 돌려가면서 보는데 넷플릭스는 확실히 일드가 조금 적은 편이고 영화나 오리지널 시리즈가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넷플릭스에 내가 재미있게 본 옛날 일본 드라마가 좀 있어서 다시 정주행하며 보고 있다.
이후에 한국에서도 리메이크가 되어 배두나, 차태현 주연으로 나왔으나 흥행에는 실패, 원작에 많이 못 미치는 아쉬운 리메이크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잘 맞지 않는
정서였으려나.
도대체 결혼은 무엇이고, 부부는 무엇일까?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흥미 없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시대에, 서른 살 동갑내기 두 커플이 결혼과 이혼을 통해 성장하는 로맨틱
& 홈 코미디 드라마
최고의 이혼을 찾아보니 이렇게 2줄 설명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두근두근하고 멋진 로맨스, 알콩달콩한 신혼, 결혼 이야기는 전혀 없고 현실적인 결혼 이야기를 보여준다. (물론 난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지 ?) 보통 이혼이라는 단어가 드라마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자극적일 것 같은데, 바람, 도박, 폭력 - 막장 드라마에 나올법한(?) 자극적인 이혼 이유가 아니라 정반대의 남과 여, 그 두 사람의 성격 차이, 작은 배려와 공감 부족 등... 어떻게 보면 무척 사소하지만 도저히 참아주기 힘든, 서로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데
그래서 더 공감 가는 것 같다. 사실 이런 사소하고 가벼운 이유지만 참을 수 없는 상대방의 단점들이 싸움이나 이별의 주원인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한 발자국만 더 다가가고, 조금만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관계인데 그 조금이 모자라서 이 부부는 같은 실수와 싸움, 이별을 반복한다. 타인으로 이 부부를 보면 남편도, 와이프도 둘 다 못 참아주겠는 부분이 나오기 때문에 엄청나게 공감이 가고 그럼에도 사실 멀리서 바라보면 있을 법한 단점들인데 이게 또 같이 사는 사람이라면 평생을 이 부분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돌아버리는 것이다.
물론 서브로 나오는 부부의 경우, 100번 이혼해도 될 사유라면 사유지만 이 부부는 또 오히려 서늘하다 싶을 정도로 쿨-하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유쾌하다. 이 두 부부가 또 서로 얽히고 또 어울리면서 풀어가는 이야기가 꽤 재미있다.
큰 사건 없이, 잔잔한 감정들의 표현도 재미있고 각자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이나 슬픔도 엿볼 수 있다. 일상적이고 사소하지만 은근 빵 터지는 대사들과 디테일들이 정말 재미있음.
에이타-가 나온 드라마는 제대로 본 게 처음인 거 같은데, 내가 10대에 봤던 소년이 뿜뿜했던 에이타에서 ~ 너무나 100% 현실에 존재할 것 같은 보통의 남자 (그리고 쪼잔스러운)의 연기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고, 오노 마치코-는 마더에서 학대를 방치한 친모로 나왔던 그 배우. 대책 없이 해맑고 가끔은 너무하다 싶은 여자 연기를 100% 잘 소화했다.
아야노 고-는 사실 이 드라마에서 제대로 매력을 발견한 배우인데, 전형적인 100% 일본남자-같이 생겼다. 이후로도 아야노 고 나오는 드라마는 꼭 챙겨볼 정도로 매력적이고 연기도 잘하고 배역마다 분위기도 180도 바뀐다. 손석구와 비주얼적인 면에서 무쌍에 서늘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이 어딘가
비슷..(손석구 최근에 나오는 배우 중 제일 매력적으로 보인다.....심지어 마더에서도 비주얼은 정말 심쿵-내스타일이네 이랬다는..... 덧붙여 , 마키 요코는 정말 오영실 아주머니랑 너무 닮음..헤어 스타일까지, 입매가 정말 닮음!)
[최고의 이혼]이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되었지만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어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던 것 같다. 드라마에서 전형적인 FM+동물 오타쿠 캐릭터의 원작 남주가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고 배두나는 대책 없고 푼수같은 와이프 역에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메인 커플보다 서브 커플로 나오는 손석구랑 이엘은 캐스팅이 찰떡이지 싶었다. 빈틈 없는 시크한 여자 + 어딘가 외로움이 있는 , 그리고 은근히 섹시하면서 그 매력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남자 캐릭터로!
(그러고보니까 손석구는 한국판 마더에서 학대하는 친모-남자친구역이었는데 묘한 인연이네!)
아야노 고 - 이 캐릭터에 찰떡. 초반에는 완전 나쁜남자네-하고 봤는데 중간에 엄청 비는 모습에 나는 마음으로 용서함....비맞은 강아지마냥 품어주고 싶은 매력이 있는 남자임......... 저 헝클어진 머리카락까지 귀여워.....
딱 한번 울뻔했는데 이 장면에서... ㅜ_ㅜ 일본 드라마에서는 은근 이렇게 편지로 나레이션하면서 나오는 장면이 많은 것
같네.
은근 웃긴 장면도 많아서 중간 중간 빵 터지고
이 네명의 조합이 대환장파티. 숨 막히게 싸우다가 갑자기 스끼야끼 먹고, 사랑스러운 4명의 돌아이...
지진의 인연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과 결혼 생활..
이 메구로 강을 배경으로 매일 매일의 일상이 나오는데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제일 기억에 남는게 이 동네 풍경이다. 너무나 보통의 일본 동네 같은 분위기가 젖어들게 된다. 나중에 도쿄 여행가면 꼭 가보고 싶음. 이 메구로강이 흐르는, 이 동네 ^_^
금붕어 카페도 실제로 있으려나
?
가장 중요했던 장면 중 하나 아, 이 장면에서 나오는 에이타의 퍼붓기는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함... 역시 이혼 안할 수가 없는 남자네-하고 생각하게 됨. 하아..이혼을 부르는 남편은 확실하다.
일드가 몰입이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정말 생활감이 느껴진다고 할까나. 집이나 배경이 되는 것도 최대한 현실감이 있게 설정하는 것 같고 ( 집이 정말 현실적으로! 좁고, 짐이 많고! ) 출연하는 배우들의 옷도 정말 한결같음. 에이타는 브라운 컬러의 누빔 점퍼 , 오노 마치코는 저 핑크색 후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옴.........
현실보다 더 징할 정도로 일관성있다.
(몇년 후 장면인데도 여전히 브라운 점퍼 초지일관, 이런 현실감 인정!)
바라던 대로 혼자가 되었지만 다시
또 그리워지는 오노 마치코에게 편지를 쓰는 에이타.
지나고 보니 그리워지는 과거~
벚꽃 필 때, 이 메구로 강변 정말 예쁠 것 같다
드라마에 계속 나오는 곳이라서 뭔가 이미 가본 것 같은
친근감도 들고, 잔잔한 나레이션으로 마무리되는 장면도 좋고 ^_^
마지막 특별 엔딩, 에이타다운 에이타의 모습이 서비스로 !
ㅋ_ㅋ 그래 원래 이렇게 멀쩡하다고요.
마성의 엔딩 ㅋㅋㅋ 이게 매회 조금씩 다른데 4명이 엄청 끈적끈적하게 밀고 당기면서 코믹 난리 부르스...이거 노래도 은근 중독성있다는 거...
처음과 끝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좋고, 또 극적으로 마냥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게 아니라서 더 재미있게 봤다.
특별판이라는 이름으로 2개의 에피소드가 더 나오는데, 역시 또 극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더
현실적이면서 와닿고~
아주 화려한 볼거리나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공감가고 잔잔히 재미있는 최고의 이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