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기업 순위 - bisangjang gieob sun-wi

수많은 기업 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은 상장기업이다. 
상장기업 실적에 따라 주식시장은 출렁이고, 
그 여파에 전체 경제가 흔들린다. 
그래서 상장기업이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양 취급된다. 
하지만 이러한 스포트라이트 반대편에서 묵묵히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비상장 기업들이 있다. 비상장 기업 중에는 상장기업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나은 기업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한국의 비상장 알짜기업이다. <이코노미플러스>는 한국기업데이터와 공동으로 ‘한국의 비상장 알짜기업 500’을 선정했다.

한국화낙, 비상장 최고 알짜기업

자원 개발 전문회사 삼탄은 2위 등극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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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230조3311억원, 총자산 218조7088억원, 순이익 16조9282억원. 지난해 ‘비상장 알짜기업 500’의 전체 실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의 둔화, 환율 불안정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매출액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1.8%, 15.6% 증가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12월 결산법인이 헛장사한 것을 감안하면 눈부신 실적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법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23.69%)했지만, 순이익은 대폭 감소(40.88%)했다. 특히 코스닥시장 12월 법인들은 수익성 악화로 적자로 돌아섰다.

500대 기업 중

제조업, 비제조업간의 실적 차이는 크지 않았다.

제조업 부문(248개사)의 전체 매출액은 2007년 88조4269억원에서 109조1384억원으로 늘었으며, 순이익도 7조5683억원에서 8조7156억원으로 증가했다. 비제조업 부문(252개사)의 매출액도 100조6089억원에서 121조1927억원으로, 순이익은 7조719억원에서 8조2125억원으로 모두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23조9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하는데 그쳤다. 평균 부채 비율은 102%. 부채 비율이 100% 이하인 기업은 340개사에 달했다. 부채 비율이 낮은 회사는 타인 자본보다 자기 자본이 더 많기 때문에 부채 비율이 높은 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현대삼호중공업 같은 조선사는 선박을 수주할 때 미리 받는 선수금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부채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선수금을 받는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비상장 알짜기업의 표준체형은 ‘매출 4606억원, 총자산 4374억원, 순이익 338억원’.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보다는 작지만 코스닥시장 등록법인보다 컸다. 이들 알짜기업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밀집해 있었다. 전체 기업의 절반을 넘는 294개사가 수도권에 주사업장을 두고 있었다.

500대 비상장기업 중 69개사는 주요 대기업 계열사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14개로 가장 많았으며, 롯데그룹(11개사), 포스코(7개사), 현대자동차(5개사), SK그룹(5개사), GS(5개사), STX(4개사) 등의 순이었다.

삼성그룹 계열사 대규모 흑자 ‘눈길’

특히 삼성전자의 비상장 계열사들이 대규모 흑자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S-LCD는 3년 연속 흑자를 냈고, 삼성코닝정밀유리는 2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LCD 패널 생산을 위해 합작해 설립한 S-LCD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65%가량 증가했다. 또 3년 연속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S-LCD의 지난해 순이익은 2054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급증했다. S-LCD는 2004년 설립돼 첫해 25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05년에도 21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006년 처음으로 11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지난해 3조8327억원 매출에 순이익 1조8286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에 비해 매출액은 70.7%, 순이익은 87.6% 늘어났다. 순이익률은 무려 47.7%에 달한다. 지난해 LCD 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LCD에 들어가는 유리를 만드는 삼성코닝정밀유리도 덕을 본 것이다.

500대 비상장 알짜기업 중 톱 10으로는 한국화낙, 삼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인삼공사, 귀뚜라미, 부영, 한국쓰리엠, 머크어드밴스드테크놀러지(이하 MAT), 환영철강공업, 조선일보사가 꼽혔다. 매출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과 건전성에서 다른 덩치 큰 기업을 앞지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야말로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방증한 것. 몇몇 기업은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업계에선 잘 알려진 우량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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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비상장 알짜기업으로 선정된 한국화낙은 일본화낙(FANUC)이 투자한 공작기계 전문기업이다. 수치제어장치(CNC)와 그 응용제품인 산업용 로봇, 사출성형기, 레이저 발진기 등을 생산, 판매한다. 1978년 한국뉴메릭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1987년 한국화낙으로 사명을 바꿨다. 김해에 본사가 있으며, 김해와 창원에 공장을 두고 있다. 전체 매출액 중 70%를 차지하는 부문은 CNC컨트롤러로, 일본의 미쓰비시와 유럽의 지멘스 등과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사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서비스와 정밀가공, 고속가공의 성능이 뛰어나 국내 시장의 70~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068억원, 순이익은 801억원을 기록했다.

2위에 오른 삼탄은 1962년 설립된 자원 개발 전문기업이다. 설립 초기인 1964년 국내에 부존하는 유일한 에너지원인 무연탄 생산을 시작했으나 자원 고갈 등으로 생산이 줄어들자 1982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유연탄 노천광산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약 10여 년에 걸친 탐사와 개발 준비 기간을 거쳐 1993년 첫 상업생산을 시작해 현재 연간 2200만 톤의 유연탄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2001년 한전으로부터 분리, 설립된 발전 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3위를 차지했다. 한수원은 고리와 영광, 월성, 울진의 4개 원전본부에서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며 국내 전력의 36%를 공급하고 있다. 회사 규모로 보면 세계 2위의 원자력발전 회사다. 한수원은 지난해 5조8023억원의 매출과 352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홍삼제품인 정관장으로 유명한 한국인삼공사가 1450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4위에 올랐다. 1999년 KT&G에서 분리된 한국인삼공사의 2008년 매출실적은 622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다. 2007년 매출실적 5200억원과 비교할 때 약 20% 신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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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에 랭크된 귀뚜라미는 1962년 창업 이래 전통온돌난방 기술을 접목해 만든 보일러로 국내 보일러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2006년에는 새롭게 에어컨 시장에 뛰어들면서 냉난방 전문기업으로 변신하며 제2의 도약을 다지고 있다. 귀뚜라미는 그동안 축적한 보일러 난방기술로 유럽, 중국, 러시아, 북미 등 해외 인증을 획득,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보일러 관련 산업 재산권이 500개를 넘고 부품 국산화율은 98%에 이른다.

귀뚜라미는 2006년 귀뚜라미범양냉방을 인수한 뒤 가정용 에어컨, 시스템 에어컨, 중앙공조 등 냉방기 관련 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냉·난방 전문기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켜 왔다. 지난 6월에는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에어컨 사업부를 인수했다.

아파트 및 주택 건설업체 부영이 6위를 차지했다. 부영은 지금까지 임대 및 분양을 통틀어 전국에 공급한 아파트만 20만여 가구에 이른다. 1994년과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연속 국내 주택 건설 실적 1위를 달성했다. 또 2008년까지 15만2000가구에 이르는 임대주택을 건설했다.

9536억원의 매출과 86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한국쓰리엠이 7위에 올랐다. 한국쓰리엠은 1977년 미국 3M의 48번째 자회사로 설립됐다. 이듬해에 수원 공장을 설립했고 판매망 구축을 위해 지점을 설치했으며, 1990년 나주 공장, 1991년 연구소를 설립함으로써 연구-제조-판매의 회사 운영 시스템을 완성하게 됐다. 최근에는 하이테크 제품 생산시설을 주로 유치했다. 2006년 유기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양면테이프 제품 생산시설 구축에 이어 2007년 글래스 버블 제조라인을 구축했다. 집중 전략 분야의 성장을 위해 화성에 LCD 공장 등을 2006년과 2007년 연이어 준공했다. 2005년 에너지 연구소 등이 한국쓰리엠기술연구소 내에 설치됐고, 2008년 8월에는 경기도 화성 동탄에 기술연구소를 신축해 기술연구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8위에 랭크된 MAT는 독일의 글로벌 제약기업인 머크가 2002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설립한 국내 최초의 액정 전문 연구센터다. 1990년대 중반 세계 LCD 수요의 40%가 넘는 양을 공급하는 한국 LCD 산업의 급성장을 예견한 머크가 국내에 액정 기술 연구소 및 생산 공장 설립을 결정한 것. 2002년부터 MAT는 고정밀도의 액정 혼합물을 생산해 한국 LCD 메이커에 공급하고 있다.

9위를 차지한 환영철강공업은 1977년 설립된 철근, 형강, 기타 압연제품 등의 제조 및 판매가 주력인 업체다. 1989년 거래소에 상장했으나 2001년부터 2년 연속 전액 자본잠식에 따라 2002년 상장 폐지됐다. 주요 주주는 KISCO홀딩스(83.5%), 산업은행(13.7%) 등이다. KISCO홀딩스는 한국철강, 환영철강공업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산업은행은 2002년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환영철강공업의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이 회사는 6091억원의 매출과 5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0위를 차지한 조선일보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3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7.7%)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 침체의 영향을 다소 받았지만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업종별로 분석해 본 결과 덩치가 작은 기업들이 오히려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브랜드에서는 버버리코리아(151위), 루이비통코리아(301위), 구찌그룹코리아(252위), 페라가모코리아(351위) 순으로 매겨졌다. 덩치 면에서는 루이비통이 가장 컸지만, 버버리가 가장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었다.

덩치 작은 기업들이 오히려 알짜

수입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혼다코리아(163위)가 가장 알짜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한국도요타자동차(256위), 한국닛산(355위) 순이었다. 혼다코리아의 매출 규모는 도요타자동차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45억원가량 많았다.

홈쇼핑계의 현대홈쇼핑과 우리홈쇼핑도 명암이 엇갈렸다. 매출과 순이익 면에서는 현대홈쇼핑이 우리홈쇼핑을 앞섰지만 종합순위는 반대로 나타났다. 우리홈쇼핑이 56위를 차지한 반면 현대홈쇼핑은 138위에 그쳤다. 농수산홈쇼핑은 451위였다.

유통업체 중에서는 코스트코코리아(82위)와 롯데역사(93위)가 100위권에 안착했다. 뒤를 이어 농협유통(161위), 한무쇼핑(242위), 삼성테스코(393위), 보광훼미리마트(397위), GS리테일(407위) 순이었다. 역시 덩치가 크지만 건전성 면에서는 떨어지는 삼성테스코와 GS리테일이 하위 순위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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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종에서도 부영(6위), 리젠시빌(23위), 신안(25위), 제일건설(27위) 등 중소 건설사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롯데건설(66위), 엠코(91위), 포스코건설(98위), SK건설(171위) 등 대형사들은 하위로 처졌다.

교육 관련 기업 중에서는 구몬학습으로 유명한 공문교육연구원(43위)이 가장 알짜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능교육(86위), 교원(179위), 천재교육(383위) 순이었다.

국내 SI(시스템통합) 업체 중에서는 삼성SDS가 52위를 차지했으며, 롯데정보통신(150위)과 오토에버시스템즈(200위)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달성한 LG CNS는 227위에, SK C&C는 306위에 올랐다.

외국계 IT 기업 중 가장 알짜기업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였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3785억원 매출과 3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205위에, 한국오라클은 228위에,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328위에 랭크됐다.

● ‘한국의 비상장 알짜기업 500’ 이렇게 선정했다

<이코노미플러스>와 한국기업데이터가 공동으로 선정한 ‘한국의 비상장 알짜기업 500’은 1단계로 한국기업데이터가 보유한 1만6000여 개 외감기업(2009년 3월 결산법인)을 대상으로 했다. 이중에서 한국거래소 상장법인과 금융기관은 제외됐다. 2단계로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유효신용등급(BBB-)을 보유한 3480개 기업을 추려냈다. 유효신용등급이란 한국기업데이터가 직접조사를 통해 비재무적인 요소까지 반영해 산정한 신용등급을 말한다. BBB- 등급은 기대부실율이 1% 미만인 건전한 기업들에 적용되는 등급이다. 마지막 단계로 2008년 매출액, 총자산, 순이익, 유동 비율의 정도로 순위를 매기고, 이들 순위를 더한 순위 총합이 가장 낮은 기업부터 오름차순으로 배열해 500대 기업을 선정했다. 매출액과 총자산은 기업의 외형을, 순이익은 수익성을, 유동 비율은 기업의 지급과 신용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