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로고 의미 - beulaendeu logo ui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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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심볼, 로고타입, 콤비네이션 마크, 브랜드, 브랜드 아이덴티티. 누군가 이 단어들이 각각 무엇을 말하고 있고, 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나요? 대강의 느낌은 있지만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려운 개념들입니다. 그래서 한 번은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세세한 구분은 소통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비슷한 개념들을 구분할 수 있을 때 큰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때보다 브랜딩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브랜드와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언급되는 만큼 그 정확한 의미가 희석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로고나 시각적인 요소를 디자인하는 일이 브랜딩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로고와 브랜드, 그 외의 다양한 개념들의 차이를 알아야 특정 요소가 알맞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할 수 있겠죠. 평소에 로고와 브랜딩, 또 각각의 개념과 비슷한 요소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비교해보면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로고

1.1. 로고타입 또는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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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고타입의 예시 (출처: Icon 8)

로고logo는 '로고타입logotype'이라는 단어를 줄인 말입니다. 이 로고타입이라는 말은 'word'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λόγος'와 'imprint'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τύπος'에서 파생됐습니다. '인쇄된 단어' 정도로 보면 될까요? 금속으로 주조된 활자를 이용하던 시대에는 'the'나 'in', 'and' 같은 낱말을 하나로 묶어서 한 개의 활자로 만들었는데 이걸 로고타입이라고 불렀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인쇄를 진행한 출판사의 이름도 하나의 활자로 만들어 인쇄했기 때문에, 이런 출판사의 이름도 로고타입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이렇게 이어진 텍스트를 표현했다는 성질 때문에 종종 로고타입을 '워드마크wordmark'라고도 부릅니다. 단어에 부여된 의미로만 보자면, 로고타입으로 부를 수 있는 건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글자의 형태로 된 그림들만 가능하겠죠. 예를 들면 IBM, CNN, 소니, 삼성, 버진 등이 내세우고 있는 것들 말입니다.

1.2. 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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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볼의 예시 (출처: Icon 8)

그리스어의 'σύμβολον'이라는 단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심볼Symbol'은 이 그리스어 낱말에서 나왔는데, 로고타입에 비해 심볼은 조금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면이 있습니다. 읽어야만 알아차릴 수 있는 로고타입은 글로벌 환경에서는 빛을 발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랍어로 만들어진 로고타입은 유럽 시장에서, 일본어로 만들어진 로고타입은 한국 시장에서 효과적이지 않겠죠. 게다가 긴 사명을 모두 표현한 로고타입이나 복잡한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로고타입은 경제적이지도 않습니다. 더군다나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표현하기에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죠. 코카-콜라는 각 시장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맞춰 새로운 로고타입을 제작하지만 번역이 필요 없는 심볼이 있었다면 수고를 덜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유니버셜한 심볼을 만들고 이를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치 애플처럼 말이죠.

1.3. 콤비네이션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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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콤비네이션 마크의 예시 (Icon 8)

'콤비네이션 마크Combination Mark'는 회사나 단체를 표현하는 로고타입과 심볼을 혼합한 모양을 말합니다. 도미노 피자나 배스킨 라빈스, 레딧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경우에 따라서는 로고타입이 심볼에 부가적인 설명을 더해주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형태입니다. 나이키의 경우처럼 다양한 상황에 맞춰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을 엄격하게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로고타입이든 심볼이든 콤비네이션 마크든 모두 로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다르게 본다면 이런 용어 구분은 다소 현학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로고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때 구체적인 작업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이 구분을 알고 있는 편이 정확한 소통에 도움이 되겠죠.

2. 브랜드

2.1. 브랜드의 정체

이 용어의 뿌리는 '태우다'라는 의미의 독일어 낱말 'brennen'에 있습니다. 옛날에 소유한 사람을 표시하기 위해 불에 달군 낙인을 찍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의미를 생각하면 브랜드는 로고타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어떤 제품 라인을 브랜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흔히 우리가 말하는 '브랜드를 디자인하다'라는 표현에서 브랜드는 조금 더 추상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브랜드는 사람들이 특정 비즈니스에 대해 갖고 있는 고유한 인식, 아이디어, 느낌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애플이 애플처럼 보이는 것, 나이키가 나이키로 느껴지는 것들 말입니다. 같은 신발이지만 우리는 색, 형태, 착용감, 광고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모델들의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 타이포그래피 등과 같이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이 신발이 나이키 신발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런 정체성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단단하게 결합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나이키를 나이키라고 느낄 수 있게 되고, 어떤 것을 보고 나이키라고 느끼도록 만드는 나이키의 고유한 방식을 나이키의 '브랜드'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브랜드는 사람들이 회사를 인식하는 방식인 셈이죠. 리카르도 팔치넬리가 말한 것처럼 '브랜드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대한 심리적인 아이디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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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리즘 (출처: Plexxie)

하지만 브랜딩 수업에서 수도 없이 좌절을 맛본 사람으로서 브랜드만큼 애매한 개념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브랜드를 약속으로 정의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브랜드를 마음과 심장으로 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브랜드를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모, 목소리, 선택하는 단어의 어감, 어조, 평상시 행동에서 나오는 매너, 걸음걸이, 미소,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모여 그 사람에 대한 느낌, 인상을 결정짓는 것처럼 브랜드는 다양한 요소가 모여 완성됩니다. 고객센터에서의 대기 시간조차도 말이죠. 혹은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기업들은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을 때 빠짐없이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곁들입니다. 이것이 대상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을 때, 이 이야기들은 일종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고 우리는 그런 이미지, 느낌을 브랜드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2.2.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를 완성하는 작은 요소들을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라고 부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는 시각, 청각과 같은 오감,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면서 느낀 경험, 또 그 경험에서 형성된 감정 등 아주 다양하고 잘게 나뉜 요소들이 포함됩니다. 교보문고 냄새라는 것을 아시나요? 교보문고에서는 교보문고 매장 이용객들이 느낀 매장의 향기를 향수로 출시했습니다. 수많은 매장 이용객들이 교보문고의 정갈한 책 냄새를 찾아 헤맬 정도로 교보문고는 후각적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이용했습니다. 만약 교보문고 냄새가 책과 관련이 없는 향이었다면 사람들의 마음에 그다지 와 닿지는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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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에서 출시한 '책향' 제품들 (출처: 교보문고)

코카-콜라의 즐거운 순간과 펩시의 넘치는 에너지, 디바이스의 높은 스펙을 강조하는 삼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애플. 우리가 느끼는 브랜드는 각 브랜드에 내재된 다양한 요소들을 총합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짜임새 있게 뭉쳐 있어야 합니다. 이케아의 로고는 이케아가 북유럽(스웨덴) 출신의 브랜드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우리가 북유럽이나 스웨덴을 떠올릴 때 느끼는 것들은 이케아의 제품에서, 또 매장의 쇼룸과 웹사이트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케아의 홈퍼니싱 아이디어들은 단순히 다양한 제안을 넘어서 이케아가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합니다. 교보문고 냄새에서도 그랬듯 만약 이케아 로고가 빨간색과 초록색이었다면, 그들의 제품이 화려한 장식이 핵심이었다면 우리는 이케아를 지금과는 다르게 봤겠죠. 이렇듯 브랜드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은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향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말이죠.

3. 로고와 브랜드

"브랜드는 사람이고, 로고는 그 사람이 입은 옷과 같다." - Vaibhav Gera

사람마다 어울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빨간색 셔츠가 잘 어울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죽 재킷이 잘 어울리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람을 옷만으로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 것처럼요. 로고와 브랜드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로고가 브랜드의 느낌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도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로고 따위는 크게 상관없을 수 있습니다. 로고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위에서 이케아의 예시를 들었는데요, 이케아라는 브랜드를 궁극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그들이 판매하는 제품과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케아 로고가 빨간색이었다고 해도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이케아 로고는 빨간색인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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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 로고의 점진적인 변화 (출처: Signs.com)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의 로고가 모두 비슷한 느낌으로 바뀌었다는 점은 로고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 기술 중심 서비스들이 선택한 산-세리프 로고타입은 로고보다 서비스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의 사용 경험이 중요한 이 서비스들에게 복잡함은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복잡한 로고조차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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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핀터레스트의 로고 변화 (출처: Fast Company)

그렇다면 로고는 단순히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분위기나 광고 모델 같은 브랜드의 한 요소에 지나지 않는 걸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할 때 대부분의 경우, 로고는 가장 먼저 소비자들을 맞이합니다. 어떤 형태로 되어 있든 간에 로고는 그 회사, 제품, 서비스를 상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또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브랜드 요소이기도합니다. 동시에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로고는 그 어떤 요소보다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전달합니다. 애플의 심플하고 간결한 사과 마크는 그 어떤 로고보다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애플 로고를 보면서 애플 매장의 분위기, 애플 제품의 느낌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로고가 단순한 브랜드 요소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의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로고의 성격은 많은 사람들이 로고를 그래픽 디자인의 본질이라고 부르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표현 속에 정체성, 정보 제공, 소개, 때로는 선전과 같은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조건들이 응축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패션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서 행동 양식이 달라지기도 하죠. 로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세리프로 로고를 변경한 핀터레스트는 이전 로고의 'P' 부분을 심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핀터레스트 서비스를 잘 나타내 주는 이 핀 모양의 알파벳은 사람들이 핀터레스트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브랜드에서의 로고는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꽤 중요한 존재입니다. 산업 분야를 넓혀서 본다면 그 사실은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에르메스, 슈프림, 메르세데스-벤츠, 펭귄 북스…. 로고의 중요성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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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응형 로고의 예시 (출처: Diony)

반응형 로고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루어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모바일 환경이 중요해지고 많은 서비스들이 해상도에 따라 변화하는 반응형 웹에 맞춰 로고의 반응형 바리에이션을 만들어냈고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훌륭하게 이 과제를 풀어냈죠. 단순히 로고를 작게 만드는 게 아닌 현재의 로고에서 가장 최적의 브랜드 마크를 골라내야 한다는 점은, 로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브랜드의 가치를 잘 나타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알아챌 수 있는 형태적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로고의 역할이 더 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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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타임즈의 앱 정보 (출처: iPhone in Canada)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포티파이나 구글처럼 단순한 글꼴로 로고타입을 수정할 수도 있겠지만 샤넬이나 뉴욕 타임즈처럼 형태의 특징을 영리하게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로고=브랜드'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신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로고는 브랜드에서 단순한 간판 이상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고 디자인은 브랜드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브랜드를 결정짓는 로고를 만들지, 그저 따라다니는 로고를 만들지는 브랜드를 이끄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Reference

https://medium.muz.li/logo-vs-brand-whats-the-difference-558094f02915

https://www.fastcompany.com/90161597/why-do-facebook-google-and-pinterest-all-have-such-similar-logos

http://jinwookoh.blogspot.com/2014/10/fastcodesig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