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마구로는 참치의 일본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마구로'의 우리 말로 알고 있는 '참치'가 원래는 표준어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참치는 다랑어의 강원도 사투리였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정확하지 않는 것이 참치는 수많은 다랑어 종류 중 참다랑어 하나 만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수산 자원을 관리하는 공문서에 꾸준히 참치라 이름이 올랐고 생선회와 통조림 등 상품화가 이루어져 사람들 입에 오르 내리며 국립국어원에서까지 참치를 참다랑어와 함께 표준어로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쉽게 말해 참치, 다랑어, 참다랑어 모두 올바른 우리 말인 셈. 그러나 왠지 다랑어, 참다랑어라고 하면 먹거리로 느껴지지 않고 참치, 참치회라 불러야 제 맛이 느껴집니다. 한술 더 떠 마구로라 일본어로 부르면 또다른 의미로 입 맛이 다셔질 때가 있는데, 워낙 그것을 사랑하고 다양하게 개발된 일본인들의 참치 사랑, 마구로 사랑 때문입니다.

유달리 참치를 사랑하는 만큼 일본에서 참치의 수요는 엄청 납니다. 태평양, 인도양 할 것 없이 씨를 말린다 소리를 들을 만큼 엄청난 양의 참치를 잡아 올리고, 매끈하고 덩치 큰 참치는 상상을 초월한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 집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금방 죽어 버리고, 고기도 쉽게 상하는 참치는 원래부터 그리 인기 있던 생선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소고기 마블링을 연상시키는 모양새와 스르르 녹는 맛에 인기가 높은 토로, 참치 뱃살은 기름 덩어리라 해서 제일 먼저 버리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냉동 등 생선 보관 기술, 요리 기법이 발달하면서 참치는 신분이 급상승했고, 1970년대 이후 일본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스시가 고급 음식으로 외국에 소개되면서 참치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대접을 받는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무분별한 포획 탓에 규제가 이루어지고 그 덕분에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 구조가 이루어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참치 양식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까다로운 성격과 배양 조건으로 실패가 거듭되었고, 2002년에 이르러서야 인공 부화가 이루어졌으며 2007년 이후부터 치어 분양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현재 참치 양식은 치어부터 길러내는 방식과 일정하게 성장한 치어나 새끼 참치를 사들이거나 잡아 기르는 양성 양식 두 종류로 발전한 상태인데, 우리나라는 경남 통영 욕지도 인근 바다에서 집중 관리 양식의 향태로 참치 양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오가는 사람 없이 고양이들만 바쁜 통영 욕지도 덕동항. 육중한 무엇인가를 들어 올리는 기중기가 설치된 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나갑니다. 욕지도 참치 양식장을 구경 가는 길. 중량 제한 0.9톤이라 적힌 배 위의 기중기가, 참치가 얼마나 큰 물고기며 그 수확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해주는듯 싶습니다.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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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며 멸치, 작은 고등어 등 배 위에 실린 자잘한 물고기들은 참치들의 식사. 5분이나 갔을 까 배는 직경 10여미터의 둥근 가두리가 여럿 설치된 양식장에 도착합니다. 욕지도 여행을 하며 볼 수 있는, 저 만큼 먼 바다에 떠 있는 동그라미들이 바로 그것.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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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동그란 인공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 말고는 특별한 느낌이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그것이 참치 양식장이라 알고 왔기에 그 안에 참치가 가득할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먹이를 던져주기까지 그것은 그저 잔잔한 바다일 뿐이었습니다.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배를 붙이고 드디어 시작된 참치들의 식사 시간. 준비된 물고기들이 던져지자 조용했던 물살이 춤을 춥니다. 그저 먹이를 먹으려 몰려 오나보다 정도의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사생결단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이 될까요? 대략 50kg이 나간다는 참치들은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의 먹이감을 향해 달려 들고 있었습니다.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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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불꽃이 튀는 듯한 수면. 도매로 출하되는 가격이 kg당 5~6만원 내외라고 하니 50kg이면 마리당 300만원 안팎 하는 '재물'들이 푸다다~ 푸다다~ 물살을 튀기며 먹이를 먹기 시작합니다. 생명의 경이로움, 자연의 신비 정도가 느껴져야 정상일텐데 일단 가격이 얼마인가 따져 보는 속물 근성.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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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배를 옮겨 30kg 내외의 참치를 기르는 가두리에서도 먹이를 던져 줍니다. 앞의 것보다 크기는 조금 작은 녀석들이지만 헤엄치는 탄력은 더욱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얼핏 돌고래처럼도 느껴지는 참치 떼.

그 엄청난 힘, 그것을 돈으로 계산해 보는 속된 머리 속에 문득 이들을 관광 자원화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창하게 이름 붙인다면 참치 사파리. 실제 살아 있는 참치를 구경하고 그들에게 먹이를 주고, 그 주변에서 참치회와 참치 요리를 먹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겠지만 특별히 참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일본 사람들이 가만 있지 않을까 상상되었습니다.

일본 경제가 한참 불타 올랐던 1980년대, 참치, 마구로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그 때 수많은 일본 사람들이 참치선단을 쫓아 서사모아까지 날아 가서 그것을 구경하고 요리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무엇을 하나 좋아하면 그것의 근원까지 치밀하게 파고 들어 가 끝장을 보고 나는 일본 사람들의 특성이 만들어낸 장면이라 할 것입니다.

반성 없는 과거사 문제, 코로나19 등으로 지금 당장 오가는건 거북하겠지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그저 참치를 양식하고 그 살코기를 파는 것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실제,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쿠아리움 중 하나인 가사이 린카이 수족원(葛西臨海水族園)은 참치 수조로 명성이 높습니다. 도쿄 외과의 가사이 린카이 수족원에는 세상의 수많은 아쿠아리움들 중에서도 드물게 거대한 참치 수조를 갖추고 있는데, 잠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참치의 특성에 맞춰 빠른 물살을 일으키는 수조를 만들어 놓고 그 안 수백마리의 참치를 기르고 있습니다. 공립 시설인 가사이 린카이 수족원은 일본의 어류를 연구하는 기관의 부속 시설인데, 실제 참치 양식 연구를 하며 현재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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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가사이 린카이 수족원은 1989년 개장한 이후 2015년 기준 누적 방문객 5,0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금도 매년 수백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입니다. 그 인기가 단순히 참치에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그곳이 참치로 유명하고 그것을 내세우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실제로 가사이 린카이 수족원을 방문해 보면 직경 30여미터 가량의 도너츠 모양 수조 안에 수백마리의 참치들이 헤엄치고 있고, 그 안에 선 사람들이 영화를 보듯 참치 구경에 빠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됩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조 안은 빠르게 회전하고 있으며 마치 그 물살을 즐기는 듯한 참치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그럴 리는 없습니다만, 참치 수조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참치를 바라 보며 그들이 살고 있는 근처 혹은 유명한 참치회집, 참치 요리집을 떠올린다고 합니다. 그 어떤 물고기보다 친근한 참치를 보며, 정확하게 그들의 혀가 기억하는 맛을 되새기며 그들을 바라 보는 것입니다. 유달리 내가 더 그리 느꼈는지는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수족관의 경우 사람들이 해양 생물의 신비, 바다 속 세계에 집중하는 반면 이곳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참치 덕분에 저 녀석은 얼마나 맛있을까? 오늘 저녁에는 맛난 참치회를 먹어야지 정도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새삼 일본에서의 참치의 인기를 실감하는 장면이라 하겠습니다.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욕지도 참치 양식 - yogjido chamchi yangs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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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겠다면 그들은 몰려 들 것입니다. 그것을 구경시켜 주고 먹게 해준다면 더더욱 좋아할 것입니다. 다른 곳에 가서 경치나 문물을 구경한다는 관광의 기본 의미,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현대 관광 산업의 명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참치. 그것을 길러내는 양식장을 보여주고, 먹이를 주고, 준비된 요리를 즐기게 한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앞 다투어 몰려들 것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아름다운 통영 욕지도의 풍광까지 곁들여지는 것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 경제학적 관점을 더해, 그 누구보다 참치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대상의 근원 찾기를 즐기는 일본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타게팅한다면, 참치 사파리-마구로 사파리라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한다면, 참치와 함께 양식이 이루어지는 욕지도 고등어로 고등어 사파리-사바 사파리를 함께 만들어 제공한다면 그것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사업 아이템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사는 바다, 통영 욕지도를 더욱 빛나게 하는 관광 상품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