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 - 오르비 - yeonsedae nonsul - oleubi

연세대를 포함한 논술접수가 끝났습니다.

많은 논술수험생들이 경쟁률에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지금까지 10여 년 이상 연세대 논술을 지도하면서 느낀 바로는

결국 채점교수 손에서 당락에 근접한 논술은 3:1정도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논술접수가 끝난 시점에 몇 가지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1년 넘게 논술을 열심히 준비해 온, 수능 '최상위권' 녀석들이 연대논술을 포기(?)하다.

어떻게 하다보니 지도하는 전국의 논술수강생들 70% 정도는 

오직 연대논술만을 바라보고 논술을 준비한 학생들입니다.

소위, sky 외에는 대학진학의 목적을 두고 있지 않는 애들입니다.

수능 틀린 개수가 몇 개 밖에 안 되는...

그런데 이런 수능 최상위권 학생들이 연세대 경영경제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연대논술이 수능이전에 보기 때문입니다.

수능 후면 수능 결과에 따라 연대 논술시험장에 안 가면 되지만

수능을 잘 봐서 정시 서울대는 그냥 갈 수 있는데, 

연대논술에 합격하면 그야말로 '납치'가 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이런 부류의 수능 최상위권이 우리 주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단언컨데, 연세대 경영경제는 의외로 우리나라 인문계열 수능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았다고 보면 됩니다.

'야, 그래도 지금까지 배워 온 것도 있고 혹시 아냐 수능이 생각보다 안 나올수도?'

'선생님, 부모님이랑 상의했는데 수능 전 연세대는 너무 위험부담이 큰 것 같다고 

연대논슬은 접기로 했어요.'

여기서 위험부담은 연대경영 논술로 합격, 서울대 정시 지원 불가를 말하는 거겠죠.

알고보면 연대 경영경제를 논술로 붙을까 걱정인 녀석들이 

적지 않게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둘째, 강력한 후발주자들이 연대 경영경제를 노리다(?)

지난 번 글에도 한 번 언급했었지만,

저의 작년 수강생 중 논술로 합격한 학생 중(연대 이하 대학)에 숙명여대 합격한 1명을 제외하고는

이번에 모두 반수로 연세대 논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연대 경영경제 쪽을 지원했습니다.

수능을 보지 않아도 되는 이들 대딩1학년들에게는 

정말 마음 편하게 '대박'을 꿈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뭐 떨어지면 다시 본인들의 대학인 

성대/서강대/중앙대/경희대/한양대/이화여대/동국대/건국대 등등으로 돌아가면 되겠죠.

더군다나 앞에서 말했듯이 

수능 최상위권들이 이른바 '납치'를 당할까봐 연대 경영경제를 못 쓰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 대딩1학년들은 미소까지 짓기도 합니다.

그만큼 오랜기간 동안 논술을 준비했던 강력한 경쟁자들의 연대논술 원서 포기는 

이들에게 일생일대의 호재인 것이죠.

그리고 이들 대학생들은 이미 '논술합격'이라는 고기를 먹어본 이들입니다.

심지어 2~3곳을 한꺼번에 합격한 경험도 있는, 즉 고기의 맛을 제대로 즐겨본 녀석들입니다.

결국 우리 고3들에게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바로 

이 고기를 맛본 녀석들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셋째, 그러면 연대논술은 어느 정도 돼야 합격하느냐?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전적으로 제 수강생들의 합불에 대한 

경험치에 근거를 둔 것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실제 연대논술 합격한 이들 중에 아주 논술을 뛰어나게 잘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만큼 논술은 아주 잘 쓰기가 어려운 시험입니다.

그러면 떨어진 이들은 논술실력이 어느 정도냐.

그런데 이상하게도 합격한 애들과 별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만큼 연대논술 합불자 간의 차이는 박빙의 승부라는 것입니다.

(논술은 그래서 잘 쓰는 것보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시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이 박빙이 상위점수로써의 박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나름 10년 이상 연대논술을 지도한 경험상의 객관적 점수는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합격자 70점

불합격자 69점

이 둘의 수가 바로 정원의 3배수, 즉 3:1정도로 보면 됩니다.

그럼 나머지 70%는?

안타깝게도 사실상 답안 채점의 의미가 없는 답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만큼 논술 기본실력 자체가 안 되는 지원자가 많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연대논술에서는 

인서울 불가능한 수능점수로 연대입성을 한 케이스들이 꼭 나오리라 봅니다.

집에서는 공부 못한다고 잔소리 듣고

학교에서는 수능도 쥐뿔도 안나오면서

학원 논술선생님 꼬심에 넘어가서 연대논술 쓴다고 개무시(?) 당했던 녀석들. 

그리고 저에게는 정말 유능한 인재이지만, 

수능과 내신이라는 제도가 자신과 맞지 않아서

주위에서 멍청한 녀석이라고 불리었던 평범한 녀석들이

신촌 연대입성이라는 결과물을 꼭 보여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논술로 원하는 결과 나오시길...

 제 후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소수지만 계신 것 같아서 용기를 내서 적어 봅니다. 아래는 제가 적은 답안의 방향성을 적은 글입니다. ‘답안’을 복기한 것이 아니라, 그 답안의 ‘사고 흐름’을 복기한 것입니다. 저는 연대 논술만 올해로 네 번째 응시한 사람으로서(그동안 단 한 번도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연대 논술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부적절한 서술이 다소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냥 오르비언 한 명의 짧은 생각일 뿐임을 명심하고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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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문 가>는 이스라엘 어린이집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학부모들이 자꾸 아이를 데리러 늦게 오자 어린이집에서는 벌금 제도를 운영했는데, 이것이 학부모들의 도덕적 책임감을 약화시켰고, 결과적으로 학부모들이 더 많이 지각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시문 나>는 롤스의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의 재능 등은 응분의 몫이 아니라 우연적인 것일 뿐이므로 재능에 따른 보상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시문 다>는 오르비언 감성에 잘 들어맞는 글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능력주의와 성과주의를 옹호하는 글이었죠. 개인의 정당한 노력과 성과에 따른 불평등은 불가피하며, 부정의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제시문 라>는 최후통첩 게임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최후통첩 게임에는 제안자와 응답자가 존재하는데, 특정 금액이 주어지고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그중 얼마를 줄 것인지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제안자가 갖게 됩니다. 만일 응답자가 제안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 제안대로 금액이 배분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둘 다 아무것도 갖지 못하게 됩니다. 응답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금액을 제안받든 제안을 수락하는 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만, 실제로 제안자들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을 제안받으면 제안을 거절합니다. 제안자와 응답자 역할을 동전 던지기로 정했을 때는 제안자 60 : 응답자 40의 비율로 주로 거래가 성사되었고, 상식 문제 맞히기로 정했을 때는 제안자 80 : 응답자 20의 비율로 주로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문제 1-1] <가>와 <나>의 입장에서 성과급 제도를 평가하라는 요구였습니다.

 <가>와 <나> 모두 성과급 제도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그 근거가 좀 다릅니다. <가>의 경우 그 역효과를 우려해 성과급 제도를 비판합니다. 성과급 제도는 오히려 직원들의 실적을 악화시킬 것입니다. 성과급 제도로 인해 직원들은 우수한 실적을 내는 것을 직원의 마땅한 의무가 아니라 성과급을 원하면 고려해 볼 수 있는 옵션 정도로 여기게 됩니다. 우수한 실적을 내지 못한 사원 역시 성과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그 책임을 다한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나>의 경우 불공성정성의 문제를 지적할 것입니다. 개인의 능력 또한 그저 우연의 산물일 뿐 응분의 몫은 아닌데, 개인의 능력에 따른 성과에 보상을 더해주는 것은 우수한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일 것입니다.

 [문제 1-2] <나>와 <다>의 입장에서 <라>의 실험 결과를 설명하라는 요구였습니다.

 <나>의 입장에서 볼 때 <라>의 실험은 우연적 요소에 의한 부의 배분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응답자 입장에서는 어떤 금액을 제안받아도 이를 수락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지만, 지나치게 낮은 금액을 제안받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는 제안자-응답자라는 역할이 동전 던지기라는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되었는데, 이러한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부가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것을 사람들이 부정의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다>의 입장에서 볼 때 <라>의 실험은 사람들이 능력에 따른 차별에 보다 관대함을 보여줍니다. 제안자-응답자 역할이 동전 던지기로 정해졌을 때 응답자들은 최소 40%의 몫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역할 분담이 상식 문제 맞히기로 이루어졌을 때 응답자들의 최소 요구 비율은 20%까지 하락했습니다. 우연적 요소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이 개입할 수 있는 시험 성적이라는 요소에 의한 차별이 사람들에 의해 보다 쉽게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문제 2-1] 그래프를 보고 <가>의 주장을 평가하라는 요구였습니다.

 주어진 그래프에 따르면 내적 동기가 강한 집단일수록 성과가 높았습니다. 내적 동기가 중간 수준인 집단과 약한 집단이 그 뒤를 차례로 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적 동기가 강한 집단의 경우 금전적 보상이 커질수록 오히려 성과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내적 동기가 중간 수준인 집단의 경우에는 금전적 보상의 크기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중간 수준의 성과를 냈습니다. 내적 동기가 약한 집단의 경우에는 금전적 보상에 비례해 성과가 좋아졌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세 집단 모두 금전적 보상이 커질수록 내적 동기가 약해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보상 전 내적 동기가 가장 높았던 집단의 경우에는 그 하락의 정도가 가장 심했습니다.

 이 점을 통해 우리는 내적 동기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금전적 보상은 내적 동기가 높은 집단의 성과를 하락시킬 뿐 아니라 전 집단의 내적 동기를 약화시킴으로써 전 집단의 성과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의 주장은 타당합니다. <가>는 금전적인 유인이나 규제가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음을 지적합니다. 내적 동기가 강한 집단의 사람들이 금전적 보상 이후에 오히려 성과가 낮아지고 내적 동기 역시 약화되었다는 것은, 금전적 보상이 어떤 역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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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2-2]에 대한 생각을 쓰기 전에 미리 밝혀 둘 점은, 제가 수학을 아주 못한다는 것입니다. 제 수학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19학년도 수학(나) 3등급, 20학년도 수학(나) 3등급, 21학년도 수학(나) 5등급.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문제 2-2]

 우선 y2 ≥ 0을 만족하면서도 y1을 최대로 만드는 x의 값을 c에 대한 함수로 나타낸 것은 c / 2c +2가 나왔습니다. y2의 그래프를 x ≥ 0.5인 경우와 x < 0.5인 경우로 나눈 후 그 함수의 x 절편을 구한 것입니다.

 c 값은 <라>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제안자가 c 값을 알아야 자기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면서도 판을 깨지 않을 수 있는 제안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c 값은 응답자가 균등한 분배를 중요시하는 정도로서, 제안자-응답자 역할을 정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안자-응답자 역할을 동전 던지기로 정할 경우 x = 0.4 정도로 형성되며 이때 c = 4가 됩니다. 균등한 분배를 꽤 중요시하는 것이죠. 이는 제안자-응답자 역할이 우연적 사건인 동전 던지기에 의해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우연적 요소에 의한 불평등을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제안자-응답자 역할이 시험으로 결정된 경우 x= 0.2 정도로 형성되고, 이때 c = 2/3가 됩니다. 응답자가 균등한 분배를 중요시하는 정도가 급락한 것입니다. 시험은 우연적인 요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 발생하는 불평등에 대해 응답자들이 훨씬 더 관대하게 반응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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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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