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병상 수 - seoul-asanbyeong-won byeongsang 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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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전경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으로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빅5병원 중에서도 규모와 의료 수준에서 1, 2위를 다투는 서울아산병원이기 때문이다.  

최고 의료시설과 의료인들이 모여 있다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손쓰지 못한 채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다고 하자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서울아산병원 등에 따르면 일요일이었던 지난 7월 24일 새벽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근무 중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검사 후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응급치료를 위해 색전술 등 의학적 처치를 시행했지만 A씨의 상태가 위중했고 수술할 의료진이 병원까지 오는 데 시간이 걸려 빠른 조치가 가능했던 서울대병원으로 불가피하게 전원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된 A씨는 끝내 숨졌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이를 둘러싼 파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는 물론 서울아산병원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최대 규모라는 서울아산병원의 의료 환경이 이 지경이었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보건복지부에 해당 병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복지부 이기일 제2차관은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답했다. 

시민단체인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은 사망한 간호사가 근무한 서울아산병원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진상조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전원 이유? 醫 "병상+전문인력 부족 복합적 문제"

의료계 내부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환자를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배경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병상과 전문 인력 부족 등 의료체계의 한계를 원인으로 진단했다.  

서울아산병원이 내부 직원인데도 불구하고 전원을 결정한 배경에는 부족한 ICU(중환자실) 병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히 상급종합병원 대부분 병상 가동률이 90% 이상인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서울아산병원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는 본지와 통화에서 “골든타임이 중요한 환자의 수술적 치료를 할 때 중요한 요소는 수술장과 중환자실, 수술인력인데 상급종합병원일수록 이 3가지 모두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배 이사장은 “특히 병상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니 응급환자가 발생하더라도 들어갈 공간이 없다”며 “필수중증질환에 대비해 수술장과 병상, 인력 모두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이처럼 문제가 생기면 커버가 안 된다. 예견된 결과”라고 했다.

또 서울아산병원이 직원을 우대해 대기하고 있는 환자보다 우선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응급의학과 B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한 빅5병원들은 ICU가 항상 없다. 응급실 대기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직원을 우대해 다른 환자를 전원 시키거나 (입원을) 미뤘다면 그 또한 윤리적으로 괜찮은 일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직원을 살리자고 다른 환자를 안 받는다는 것을 우리나라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겠는가”라고도 했다. 

또 해당 간호사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상황으로 보아 지주막하출혈처럼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당시 서울아산병원 내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재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B전문의는 “혈관 조영술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서울아산병원에서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뇌 꽈리가 터졌다면 그건 6~10시간이 걸리는 굉장히 어렵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 병원 내 그런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뇌수술 하는 의사들 중에서도 소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사가 있다 한들 한 번에 환자가 2~3명이 오면 수술할 수가 없다. 6~10시간 걸리는 수술인데 나머지 (응급) 환자를 어떻게 수술하겠냐”며 “남들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 (치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신경과 C교수는 “간호사가 일반적인 뇌출혈이었다면 다른 신경외과 파트도 수술이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뇌출혈이 지주막하출혈이라면 동맥류 클립 수술을 할 줄 아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필요했을 텐데 (부재로) 전원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골든타임' 사수 위한 의료 안전망 必

이번 사건으로 뇌졸중이나 뇌출혈 등 골든타임이 중요한 필수중증질환에 대비한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여유 병상과 수술장, 인력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더불어 골든타임이 중요한 환자 전원이 즉각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자원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은 “필수중증질환에 대한 즉각적 대응을 위해 병실을 비우더라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손해가 크니 병원들이 할 수가 없다”며 “뇌졸중 등은 1시간 단위로 예후가 바뀌어서 즉각 대응이 가능한 수술장, 병상, 인력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이사장은 “뇌졸중의 경우 첫 번째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게 가장 중요하고 골든타임 내 병원에 도착해 치료가 시작돼야 한다. 그러려면 병상과 인력 등 정보 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런 시스템이 없다”고 했다.

배 이사장은 “심뇌혈관질환은 환자가 병원에만 도착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치료가 시작돼야 한다. 심뇌혈관 치료를 위해서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만큼 별도의 응급의료전달체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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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영입에 공을 들인 서울아산병원은 수많은 스타 의사를 배출하며 ‘수술의 아산’이란 별칭을 얻게 됐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서비스 혁신을 통해 의료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규모 면에서는 삼성서울병원과 비교가 안 된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

“더 이상 규모의 경쟁은 의미 없다.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할 것이다.” (고광철 삼성서울병원 기획실장)

국내 종합병원 1, 2위를 다투는 두 병원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이 ‘환자 행복을 위한 의료 혁신’이란 비전 2020을 발표한 후 암센터를 암병원으로 격상시키고 응급실·중환자실을 개선하는 등 혁신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 같은 신경전은 더욱 직접적으로 거세지는 중이다. 병상 수, 의료진 수 등 규모에 있어 1위를 자랑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삼성서울병원과 맞수로 비교되는 것조차 불쾌하다는 입장인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외형이 아닌 내실만 갖고 따질 경우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주장한다. 삼성서울병원 내에서는 혁신 작업을 계기로 후발주자 이미지를 벗고 서울아산병원을 넘어서자며 ‘으싸 으싸’ 하는 분위기도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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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질적 성장으로 1위 넘본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년간 국내 의료 수준을 현격히 높인 주역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재벌 병원’이란 태생 탓에 설립 초반부터 라이벌 관계로 주목받아 왔다. 서울아산병원은 1989년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세계 최대의 병원을 만들라”는 주문에 발맞춰 설립됐다. 삼성서울병원은 1994년 삼성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한 차원 높이겠다”며 서울아산병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운 병원이다. 두 병원 개원 초에는 병상 수가 1100개로 규모가 동일하고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막상막하의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초반 승기는 서울아산병원이 잡았다. 5년 먼저 설립된 서울아산병원이 능력 있는 의사를 싹쓸이한 덕분이다.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문호 서울대병원 내과과장과 민병철 고려대 구로병원장을 초빙하고 전권을 위임했습니다. 그때부터 이들은 전국 각지, 전 세계를 돌며 인재를 영입하기 시작했죠. 서울의대 출신 중 실력은 있지만 돈 없고 백 없어 서울대병원에 가지 못하고 지방으로, 해외로 나간 의사들이 수두룩했거든요. 우리 병원에 서울의대 수석 졸업생이 유달리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강석규 서울아산병원 홍보팀장의 얘기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에는 세계적으로 내로라할 만한 의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간 이식 분야의 이승규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의 자랑이라 할 만큼 대표적인 명의로 손꼽힌다. 이 교수는 지난 2000년 세계 최초로 2 대 1 간이식(이식해야 할 간의 양이 적은 경우 두 사람의 간 기증자로부터 간의 일부를 떼어내 한 사람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법)에 성공하면서 세계 간 이식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지금까지 간 이식 수술만 4000건 넘게 집도했다. 수술 후 환자 생존율도 96%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박승일 기획조정실장은 “간 이식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어느 국가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간 이식의 메카’로 불릴 정도”라고 자랑했다.

심장병원장을 맡고 있는 박승정 교수는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심혈관 질환의 최고 명의로 불린다. 박 교수는 심혈관 질환의 치료 방법인 관상동맥 중재시술과 혈관을 넓히는 작은 관(스텐트) 삽입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가 이끄는 심장 스텐트 중재시술팀은 연간 2800건의 시술을 시행했다. 성공률은 99.9% 이상으로 완치에 가깝다.

소화기내과의 김명환 교수, 위장관외과의 김병식 교수, 산부인과 남주현 교수도 서울아산병원의 자랑이다. 김명환 교수는 지난 10년간 담도·췌장 질환에 대해 약 200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췌장염 진단법을 개발해 자신의 성을 따 ‘김 진단법’을 세계적인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김병식 교수는 위암 명의다. 복강경(외과의사가 사용하는 수술 도구의 일종) 위암 수술만 4800건 이상 시행해 세계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는 위를 자르고 연결하는 모든 수술 과정을 뱃속에서 진행하는 수술법을 통해 합병증과 통증을 최소화했다. 완치율이 95%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남주현 교수는 부인암 분야 1인자다. 그는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로 여성암 수술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강경 자궁경부암 수술만 1000건 이상 시행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수술의 아산’이라 불리며 승승장구할 때 삼성서울병원은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다림, 보호자, 촌지 없는 3무(無) 병원을 내세우며 환자를 고객 대하듯 친절하게 모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광철 기획실장은 “개원 당시 환자 만족, 고객 만족을 얘기하니 주변 병원에서 다들 미쳤다고 할 정도였다. ‘병만 잘 고치면 됐지 무슨 친절이냐’는 식이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갔는데 몇 년 지나서는 모든 병원이 다 친절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의료 문화를 바꾸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규모 면에서는 갈수록 서울아산병원과 격차가 벌어졌다. 서울아산병원이 본관에 이어 동관, 신관을 증축하면서 2680병상까지 확대할 때 삼성서울병원은 공간의 제약 때문에 병상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못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병상 수는 1983개다. 당연히 의사 수, 수술 건수, 외래 환자 수에서도 차이가 난다. 서울아산병원은 의사 수가 1600여명에 달하고 수술 건수도 연 5만8000건이 넘는다. 외래 환자 수는 연 272만명에 이른다. 일일 평균 1만1000명이 다녀가는 셈이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의사 수 1344명, 수술 건수 연 4만4423건으로 서울아산병원에 못 미친다. 외래 환자 수는 연 200만명가량으로 하루 방문 환자는 7625명꼴이다.

규모가 벌어지는 만큼 실적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적 격차는 사실 규모 격차를 훨씬 뛰어넘는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5년 내 연속 흑자를 낸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1년 삼성서울병원은 종합병원 빅5 중에서 유일하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그룹에서 윤순봉 전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영입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진 못하는 실정이다. 고광철 실장은 “적자를 메꾸기 위해 지난 8월부터 토요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단기적인 경영 실적만으로 병원을 평가할 수는 없다. 질적 성장과 환자 안전 우선에 더 가치를 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질적 성장을 얘기하는 삼성서울병원에는 올해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지난 4월 암센터를 암병원으로 전격 승격했다. 암 분야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 암병원이 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진료 시스템을 개선해 암 진단에서 수술까지 1주일 내에 끝낼 방침이다. 의료 공급자 위주의 기존 프로세스 대신 다수 의료진이 함께 진료하는 다학제 협진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도 변화를 줬다. 병원의 첫 번째 관문인 응급실과 마지막 진료 단계인 중환자실을 개선해 환자 중심 병원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응급실에는 실시간 응급의료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체계적인 진료가 가능토록 했다. 내과, 외상, 소아환자, 중환자구역 등으로 구역을 나눠 진료 공간을 세분화한 것도 특징이다. 또 국내 처음으로 중환자의학과를 개설해 중증환자에 대한 진료를 강화했다. 24시간 중환자 전담 전문의도 배치했다.

한편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서울아산병원과 진정한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친절한 서비스, 체계적인 시스템 못지않게 의료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간 이식 하면 서울아산병원이 떠오르는 것처럼 삼성서울병원만의 트레이드마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암, 심장·뇌혈관, 뇌신경, 장기 이식 등 4가지 중점 분야를 정하고 중증 질환에서 진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만 삼성서울병원에도 폐·식도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심영목 교수, 지난해 반영구 인공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한 이영탁 교수, 치매 분야의 선구자 나덕렬 교수, 국내 최초로 신장 이식에 성공한 김성주 교수, 난치암인 뇌종양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남도현 교수 등 스타 의사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긴 하다.

[김헌주 기자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35호(13.12.04~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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