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란스 992 정가 - nyuballanseu 992 jeong-ga

스티즈 잡스가 즐겨 신으면서 인기 아이템이 된 뉴발란스 992/사진=뉴발란스 공식 온라인 스토어

# 14년만에 재출시된 잡스 운동화

# 웃돈 줘도 마음 편한 거래 플랫폼

# 한정판 아님, 비싸게 사지 마세요

지난 13일 스니커즈 마니아들에게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뉴발란스 992(M992GR)' 2차 온라인 판매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에 처음 출시된 뉴발란스 992는 애플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즐겨 신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출시 14년 만에 재출시됐는데, 지난 2월 1차 출시 때는 5분 만에 완판했고, 이번 2차 온라인 출시 역시 순식간에 동났다.

'전문 리셀러' 판치는 7조원 시장

뉴발란스 992를 애타게 기다려온 이들은 이번 2차 재출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대다수가 '전문 리셀러(되팔이)'들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 리셀러'란 인기 운동화에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이들을 일컫는데, 주로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물량을 싹쓸이하기 때문에 일반 이용자들은 서버 접속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이번 2차 판매 역시 1시간가량 접속 장애가 일어날 만큼 구매자가 몰렸고, 일부 결제에 성공한 이들은 돌연 취소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감'이라는 불만까지 나왔다.

운동하 하나 사는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지만, 지난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 2025년까지 약 60억달러(약 7조5000억원)까지 전망되는 커다란 시장이다. 나이키 조던이나 아디다스 이지(YEEZY) 등 인기 시리즈는 기존 가격에서 수십만원의 웃돈이 붙는다. 나이키와 지드래곤이 협업한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인기 색상의 경우 리셀가가 10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단순한 용돈벌이를 넘어 엄연한 재테크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8만원 더 주고 산 저, 호갱인가요?

기자는 지난달 월급을 받아 뉴발란스 992를 구입했다. 원래라면 금강제화 아울렛을 향했겠으나 IT 전문 미디어 종사자인만큼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인 '크림(Kream)'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지난 1월 출시된 크림은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가 만든 서비스다. 크림의 장점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단순히 연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간에 검수센터를 두고 정품 여부 및 상태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 후 구매자에게 보낸다는 것이다. 현재 거래량이 늘었는지 검수센터를 확장하고 홍대에 별도의 오프라인 쇼룸도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신는 사이즈의 경우 구매 당시 시세가 34만~36만원대를 왔다갔다 했다. 정가는 25만9000원이다. 잠시 고민 끝에 입찰가로 33만9000원을 적었는데, 3초만에 낙찰됐다. 취소할 새도 없이 낚아챈 것이다. 당한건가?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중고나라에서 36만원에 팔린 게시물이 있었으니 2~3만원 싸게 산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배송비와 검수비 무료 이벤트도 진행 중이어서 추가로 붙는 금액은 없었다.

사진=김임수 기자

무슨 운동화가 25만9000원이나 할까, 의문이 들 것이다. 뉴발란스는 992를 비롯한 특정 모델만 '메이드 인 USA/UK' 라인을 따로 만들어 미국이나 영국에서 제작하고 있다. 중국보다 인건비가 10배나 비싸기 때문에 발매가격이 높다. 뉴발란스 992의 경우 36개 조각을 조합해 만들어 지는데 한 켤레가 만들어지기까지 2만3133분이 걸리고, 한 달에 3000여족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어쩐지 마케팅을 위한 말 같기도 한데, 아무튼 세계적으로 물량이 넉넉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정가보다 8만원이나 더 주고 살 가치가 있었을까도 자문해본다. 뉴발란스 992는 뛰어난 착화감(스티브 잡스는 뉴발란스 992를 고집하는 이유로 '편해서'라고 답한 적이 있다)을 바탕으로 리바이스 501 청바지는 물론 톰 포드 같은 명품 수트와 매치해도 잘 어울리지(그렇다고 세뇌당하지) 않은가. 뉴발란스 운동화에 파타고니아 상의, 프라이탁 가방이면 어느 스타트업 종사자도 부럽지 않은 완성된 착장일 테다. 기존에 신고다니던 뉴발란스 574는 곤도 마리에 누님이 말한 것처럼 '더이상 설레지 않기에' 대안이 필요한 차이기도 했다.

실제 물건을 받기까지 일주일가량 소요되었다./사진=김임수 기자

'크림'은 전날 밤샘을 하면서 살 만큼 스니커즈 애호가도 아니고 온라인을 통해 짝퉁을 사진 않을까 걱정되는 이들에게는 꽤 괜찮은 대안이 될 듯하다. 한정판 운동화의 경우 시세가 어느 정도 결정돼 있어 잘만 노린다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물론 정가보다는 비싸겠지만 말이다.

기자처럼 뉴발란스 992에 관심이 있지만 리셀러들의 배를 불리기 싫다면 곧 있을 오프라인 판매를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게 아니기에 상반기 꽤 넉넉한 물량이 풀린다고 한다. 물량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시세도 내려가는 만큼 '크림'과 같은 플랫폼에서도 너무 비싸지 않게 득템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이미 내가 산 가격보다 많이 싸졌다.

김임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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