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쟁 대게 - leosia jeonjaeng daege

“1㎏에 4만원대면 엄청 싼 거네요. 내일 당장 수산시장 갑니다”, “러시아에 간접적으로 전쟁비용 대주는 거죠. 저는 안먹습니다.”

지난주 ‘반값 대게’ 이야기가 경제·산업 분야 뉴스를 달궜다. 러시아에서 잡힌 대게의 40%를 중국이 수입하는데 오미크론 변이 창궐로 상하이 등 주요도시가 봉쇄에 들어가면서 많은 물량이 한국으로 쏟아졌다는 것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 따르면 3월 5주(3월 28일~4월 2일)차 러시아산 활 대게의 평균 낙찰가격은 1㎏에 2만9100원으로 1주차(4만6700)에서 38% 급락했다.

마침 대게 살수율이 높은 대게철인 데다 가격까지 저렴해지자 소비자들은 마트와 수산시장으로 몰려 대게를 찾았다. 소문이 나면서 대형마트에서는 대게가 일찌감치 품절되기도 했고, 오픈과 함께 고객들이 대게를 사러 달려가는 ‘대게런’도 일어났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온가족이 대게파티를 했다’, ‘이틀 연속 대게를 배터지게 먹었다’ 등 인증 글과 사진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그런데 반값 대게를 다룬 기사엔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공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해지는 전쟁의 참상에 전 세계가 우려를 표하며 금융, 항공, 에너지, 농수산물 등 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우리는 그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 대게를 수입해 먹으며 기뻐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한 네티즌은 “러시아에 지불하는 돈이 총탄이 되어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살해해는 데 쓰인다”며 러시아산은 불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도 “아무리 싸다고 해도 전범국에서 파는 걸…”, “누군 전쟁으로 죽어가는데 대게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나”, “결국 우리가 먹는 대게와 킹크랩에 우크라이나 국민이 총에 맞는 것” 등 댓글로 반값 대게에 열광하는 현상을 비판했다. 몇몇 네티즌들은 “왜 우리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네티즌은 “이미 수입했는데 안사먹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러시아 제재하면 국내의 관련 종사자들은 다 죽으라는 거냐”며 반론을 폈다.

미국은 지난달 11일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선언했다. 일본도 관세를 올려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 규모를 줄이는 등 제재에 동참했다. 한국은 수산물 제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초 “국제사회의 대러 금융제재에 동참한다”면서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러시아 은행과의 금융거래 중단을 결정했지만 다른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 수산업이 러시아에 의존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높다”며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 러시아가 보복에 나설 경우 우리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수산물 총 수입금액은 56억2114만5000달러로 러시아가 중국에어 두번째로 많은 16.5%(9억2607만4000달러)를 차지한다. 그중 대게는 수입량의 10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7765t, 2억3114만2000달러(약 2845억원)의 대게를 수입했다. 한국의 ‘국민 생선’ 명태도 수입량의 96.1%가 러시아에서 온다. 지난해엔 25만5730t, 2억4752만9000달러(약 3047억원) 규모의 명태가 러시아로부터 수입됐다.

한편 국내로 밀려 들어왔던 재고가 소진되면서 대게값은 다시 오르는 추세다. 노량진수산시장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주(4∼9일) 활 대게 1㎏ 평균 낙찰가는 4만4217원으로 전주(2만9100원) 대비 34.2% 올랐으며, 11일엔 7만1700원으로 뛰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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