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태로 클럽 '엠디(MD·머천다이저)'들이 주목받고 있다. 마약류 투약·유통 의혹을 받는 중국인 여성이 버닝썬에서 VIP 고객을 유치하며 수수료를 받는 엠디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존재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엠디가 VIP 고객에게 마약을 판매할 뿐 아니라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기사도 쏟아지고 있다.
매장 매출 올려주는 영업직원 역할 1년간 강남권 클럽에서 엠디로 근무했다는 김현수(남 25·가명) 씨는 엠디를 '프리랜서'라고 규정했다. 그는 "엠디는 말 그대로 영업직원이다. 파티를 디렉팅하는 일을 한다. 손님을 불러 매장의 매출을 올려주는 게 기본역할"이라고 말했다. 무료로 입장하는 게스트를 관리하고 테이블 잡는 고객들을 업장에 연결하는 게 엠디의 기본 업무라는 것이다. 업계 경험이 있는 이민주(가명) 씨도 "입구에 엠디 이름이 적힌 표가 있다. 손님들이 엠디 이름을 대고 들어오면 그들이 올린 매상의 일정 부분이 엠디에게 돌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클럽에 자주 가는 사람들을 '클창' 또는 '죽순이', '죽돌이'라고 부르는데 이들 가운데 클럽 직원들의 권유로 엠디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엠디들이 영업을 한다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업장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 사교성 있게 말 걸고 '술 드실래요' 하면서 전화번호를 얻고 '놀러 오세요' 하면서 다음에 올 때는 이름을 대고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 실적에 따라 월급은 천차만별이다. 이 씨는 "강남 모 클럽 엠디는 한 달에 100명 넘게 게스트를 끌어모으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이 다 있는 단톡방에서 누가 얼마 버는지 말하는데 거의 피라미드 구조다. 한 달에 몇 천만 원씩 버는 사람도 있다. 마약이나 성매매에까지 손을 대면 진짜 많이 벌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블 예약 손님 유치도 엠디의 수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김 씨는 "테이블 예약비의 12~70%를 엠디가 가져간다. 잘하는 사람들은 대기업 직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한 달에 500만~1000만 원을 버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씨에 따르면 홍대 클럽 테이블은 40만 원, 강남 클럽은 1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인형뽑기' 등 성추행 당하기도
이 씨는 또 "토하는 손님이나 여자들을 성추행해서 귀찮은 일을 만드는 손님들이 진상손님으로 분류된다. 성추행으로 끌려가야 되는 사람이 매일 몇 명은 나오는데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라 신고 건수가 적다. 오히려 남자끼리 싸워서 경찰서에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체력 소모가 엄청 크다. 주 3회 출근해 5시간 이상씩 일하고 내내 서 있거나 춤추거나 했는데, 퇴근할 때쯤이면 다리가 퉁퉁 부었다"고 했다. '포주 엠디'는 소수에 불과해
김현수 씨는 버닝썬 사태로 논란이 된 GHB(물뽕)는 엠디가 아닌 손님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다만 손님들이 물뽕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도 말리기 힘든 경우는 있다. 엠디에도 피해가 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엠디는 자리를 잡아준 것 뿐이다. 초반에 분위기를 띄우긴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손님들 몫이다. 마지막까지 신경 쓰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 버닝썬 내부 사진 [버닝썬 페이스북 캡처]
이어 "손님 여럿을 챙기는 게 엄청 바쁘고 어렵긴 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변명이다. 이런 것 정도 챙기지 못한다면 엠디가 쓰레기 직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뽕을 당하는 여성은 생존의 위협을 당하지만 먹이는 사람은 아니다. 권리의 경중을 따질 수밖에 없다. 물뽕을 먹은 사람은 모를 수가 없다. 술 먹고 만취한 것이랑 다르다. 진짜 무섭다"고 했다. '꽁치·물게·XX방' 등 엠디만의 용어들
"승리·정준영은 영업방해의 주범" 이민주 씨는 처음 버닝썬 게이트가 터졌을 때는 강남 클럽은 좀 줄었지만, 홍대는 손님이 여전히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준영 단톡방 사건 이후로는 대다수 클럽의 손님이 줄었다고 전했다. ▲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30) 등 유명 연예인과의 유착 의혹을 받는 총경급 인사가 지난 15일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사진은 승리(왼쪽)와 정준영. [정병혁 기자]이 씨는 "클럽 직원들이 승리랑 정준영을 엄청나게 욕하는데 그 맥락이 인간쓰레기라는 게 아니고 영업방해의 주범이라는 것"이라며 "김상교 씨도 같이 욕을 엄청나게 먹는다. 해코지 안 당한 게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언론 때문에 범죄자 취급 받아
김 씨는 언론이 쌓아놓은 이미지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TV에 나오는 이미지 때문에 엠디를 범죄자 취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항변했다. '여성 혐오와 강간 문화' 본질은 똑같아 이민주 씨도 클럽 엠디 자체보다는 '여혐 산업'의 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 구조 자체가 모든 산업이 어느 정도는 여성 혐오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엠디가 지시받고 하는 일들이 여성 혐오 산업의 수단이자 전술들이다"라고 말했다. ▲ 강남 클럽에 샴페인 걸들이 술을 들고 있다. [아레나 페이스북 캡처]
성매매도 이뤄진다. 이 씨는 "강남 클럽에는 '샴페인 걸'로 불리는 여성들이 고용돼 있다. 테이블 손님이 양주를 시키면 폭죽을 꽂은 양주를 들고 와서 세리머니를 해주는 여성들이다"라고 했다. 이 씨는 "이들은 성형한 정도나 복장으로 보면 성 판매 여성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화류계가 맞을 것 같다. 이런 분들이 성매매에 동원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어떤 연예인이 '쟤랑 자고 싶다' 하면 여성분 모르게 엠디들이 알선해주고 자게 해준다는 것을 들었다. 이런 일이 모든 곳에서 벌어진다"고 했다. 대형 클럽 문 닫고, 엠디 없는 클럽 주된 흐름 돼야
UPI뉴스 / 강혜영 기자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