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MD 연락 - keulleob MD yeon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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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태로 클럽 '엠디(MD·머천다이저)'들이 주목받고 있다. 마약류 투약·유통 의혹을 받는 중국인 여성이 버닝썬에서 VIP 고객을 유치하며 수수료를 받는 엠디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존재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엠디가 VIP 고객에게 마약을 판매할 뿐 아니라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기사도 쏟아지고 있다.


·현직자에게 엠디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마약 및 조직적 성매매에 연루되는 엠디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다수 엠디는 클럽에 손님을 유치하고 테이블 예약을 돕는 영업직원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성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여성혐오 산업'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는 99%의 엠디도 일부 언론에 보도되는 1%의 엠디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장 매출 올려주는 영업직원 역할

1년간 강남권 클럽에서 엠디로 근무했다는 김현수(남 25·가명) 씨는 엠디를 '프리랜서'라고 규정했다. 그는 "엠디는 말 그대로 영업직원이다. 파티를 디렉팅하는 일을 한다. 손님을 불러 매장의 매출을 올려주는 게 기본역할"이라고 말했다. 무료로 입장하는 게스트를 관리하고 테이블 잡는 고객들을 업장에 연결하는 게 엠디의 기본 업무라는 것이다. 업계 경험이 있는 이민주(가명) 씨도 "입구에 엠디 이름이 적힌 표가 있다. 손님들이 엠디 이름을 대고 들어오면 그들이 올린 매상의 일정 부분이 엠디에게 돌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엠디는 기본급이 없다. 김 씨는 "엠디는 출퇴근이 자유롭고 정해진 월급도 없다"고 말했다. 이 씨도 "계약서도 없고 최저임금도 없다. 자기가 얼마나 많은 게스트를 유치하고 테이블을 채우느냐에 따라 수입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를 쓴 게 아닌 만큼 여러 클럽에 다리를 걸친 채 일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엠디들은 20대가 대다수이지만 스펙트럼은 넓은 편이다.


엠디는 클럽 운영의 주축이다. 김 씨는 "클럽 종사자들은 대표인 사장과 사장을 보좌하는 이사, 바텐더, 클럽 앞에서 신분증 검사하고 불미스러운 일들을 해결하는 '가드'들, 오픈과 마감 때 청소하는 분들, 술을 서빙하는 분들, 그리고 영업직원인 엠디로 구성된다"고 했다. 한 클럽에 엠디가 100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이사와 엠디가 클럽의 영업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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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닝썬 내부 사진 [버닝썬 페이스북 캡처]

이 씨는 "클럽에 자주 가는 사람들을 '클창' 또는 '죽순이', '죽돌이'라고 부르는데 이들 가운데 클럽 직원들의 권유로 엠디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엠디들이 영업을 한다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업장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 사교성 있게 말 걸고 '술 드실래요' 하면서 전화번호를 얻고 '놀러 오세요' 하면서 다음에 올 때는 이름을 대고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자 손님 유치 때 한 명에 1000원~1만 원


엠디의 수입은 여자 손님을 얼마만큼 유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민주 씨는 "사람 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된다. 남자는 어디서나 0원이다. 여자 손님은 외모별로 돈을 매긴다. '보통'이면 4000원 '진짜 예쁘다'하면 1만 원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이 금액은 업장과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 한 명당 1000원인 경우도 있다. 김현수 씨는 "게스트들이 이름을 대고 들어오면 5000원, 많게는 7000원 정도의 수입이 들어온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0명 이상이 온다"고 했다.

영업 실적에 따라 월급은 천차만별이다. 이 씨는 "강남 모 클럽 엠디는 한 달에 100명 넘게 게스트를 끌어모으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이 다 있는 단톡방에서 누가 얼마 버는지 말하는데 거의 피라미드 구조다. 한 달에 몇 천만 원씩 버는 사람도 있다. 마약이나 성매매에까지 손을 대면 진짜 많이 벌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블 예약 손님 유치도 엠디의 수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김 씨는 "테이블 예약비의 12~70%를 엠디가 가져간다. 잘하는 사람들은 대기업 직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한 달에 500만~1000만 원을 버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씨에 따르면 홍대 클럽 테이블은 40만 원, 강남 클럽은 1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인형뽑기' 등 성추행 당하기도


김현수 씨는 무례한 손님과 밤 늦게까지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을 고충으로 꼽았다. 그는 또 "영업직이고 서비스직이다 보니까 손님이 오면 친분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접대 같은 느낌으로 술 한 잔씩은 마셔야 한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손님에 대해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남자 손님 가운데에는 테이블을 잡아놓고 계속 여자 손님을 데려다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런 진상 소리를 듣는다. 데려다주면 여성들이 싫어서 나가고. 그럼 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 손님 중에서는 짐을 많이 보관해달라고 하거나 줄서기 싫다고 먼저 들여보내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이 진상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엠디들은 성추행도 많이 당한다. 이민주 씨는 '인형뽑기'를 자주 당했다고 말했다. '인형뽑기'란 테이블 손님이 여성을 '픽업'해가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그는 "무례한 손님들이 많다. 몸을 통째로 들고 픽업해가려는 사람들도 있다. 스킨십을 심하게 하는 건 물론, 직원이니까 스킨십해주면 안 되냐는 사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또 "토하는 손님이나 여자들을 성추행해서 귀찮은 일을 만드는 손님들이 진상손님으로 분류된다. 성추행으로 끌려가야 되는 사람이 매일 몇 명은 나오는데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라 신고 건수가 적다. 오히려 남자끼리 싸워서 경찰서에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체력 소모가 엄청 크다. 주 3회 출근해 5시간 이상씩 일하고 내내 서 있거나 춤추거나 했는데, 퇴근할 때쯤이면 다리가 퉁퉁 부었다"고 했다.

'포주 엠디'는 소수에 불과해


마약과 조직적인 성매매를 알선하는 엠디들에 대해서 이민주 씨는 "그런 건 진짜 소수인 것 같다. 그런 엠디들을 '포주 엠디'라고 부르는 걸 보고 감을 잡았다. 일반적인 엠디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현수 씨도 "그런 엠디들은 일부에 국한된 거고 대부분은 그렇게까지 마약이나 성매매를 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 하진 않는다. 우리도 일을 하다 보면 테이블을 잡는 손님이 한두 명이 아닌데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사례는 열 명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얘기다. 옛날부터 클럽에 마약이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으나 직접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물뽕은 손님들이 사용…제지 않는 것도 문제

김현수 씨는 버닝썬 사태로 논란이 된 GHB(물뽕)는 엠디가 아닌 손님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다만 손님들이 물뽕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도 말리기 힘든 경우는 있다. 엠디에도 피해가 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엠디는 자리를 잡아준 것 뿐이다. 초반에 분위기를 띄우긴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손님들 몫이다. 마지막까지 신경 쓰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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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닝썬 내부 사진 [버닝썬 페이스북 캡처]


이민주 씨는 엠디가 물뽕을 사용하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손님이 물뽕을 타는 것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적극적 방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물뽕 관련 농담도 많이 한다고 했다. 이 씨는 "저년 술도 잘 못 마시면서 술 계속 달라고 하네? 물뽕이라도 먹여야 하냐" 등의 농담을 한다고 했다.

이어 "손님 여럿을 챙기는 게 엄청 바쁘고 어렵긴 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변명이다. 이런 것 정도 챙기지 못한다면 엠디가 쓰레기 직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뽕을 당하는 여성은 생존의 위협을 당하지만 먹이는 사람은 아니다. 권리의 경중을 따질 수밖에 없다. 물뽕을 먹은 사람은 모를 수가 없다. 술 먹고 만취한 것이랑 다르다. 진짜 무섭다"고 했다.

'꽁치·물게·XX방' 등 엠디만의 용어들


일반인은 모르는 엠디들만의 이야기를 해달라는 질문에 김 씨는 "어느 곳에 가도 업종 내 은어가 있다. '꽁치'라는 말을 많이 쓴다. 꽁치는 그날 하루 공쳤다는 뜻이다. 그럴 경우 친한 분들이 있으면 밀어준다"고 설명했다. 이민주 씨는 "'물이 좋다' 할 때의 물, 게스트의 게를 묶어 '물게'라는 표현도 쓴다"고 했다.


이 씨는 엠디들 사이의 'XX방'도 폭로했다. 이 씨는 "남자직원들이 여자 손님이랑 업장 밖으로 나가서 자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장면을 몰래 찍고 돌려본다"고 말했다. 

"승리·정준영은 영업방해의 주범"

이민주 씨는 처음 버닝썬 게이트가 터졌을 때는 강남 클럽은 좀 줄었지만, 홍대는 손님이 여전히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준영 단톡방 사건 이후로는 대다수 클럽의 손님이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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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30) 등 유명 연예인과의 유착 의혹을 받는 총경급 인사가 지난 15일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사진은 승리(왼쪽)와 정준영. [정병혁 기자]

이 씨는 "클럽 직원들이 승리랑 정준영을 엄청나게 욕하는데 그 맥락이 인간쓰레기라는 게 아니고 영업방해의 주범이라는 것"이라며 "김상교 씨도 같이 욕을 엄청나게 먹는다. 해코지 안 당한 게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언론 때문에 범죄자 취급 받아


일부 엠디를 가지고 일반화하는 것에 항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현수 씨는 "어느 회사든 영업직이 발로 뛰어야만 돌아간다. 클럽의 특성상 손님이 없으면 망한다. 결국 엠디를 안 좋게 보면 클럽이 사라지게 된다. 너무 안 좋게 보도되고 있다.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언론이 쌓아놓은 이미지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TV에 나오는 이미지 때문에 엠디를 범죄자 취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항변했다.

'여성 혐오와 강간 문화' 본질은 똑같아

이민주 씨도 클럽 엠디 자체보다는 '여혐 산업'의 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 구조 자체가 모든 산업이 어느 정도는 여성 혐오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엠디가 지시받고 하는 일들이 여성 혐오 산업의 수단이자 전술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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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클럽에 샴페인 걸들이 술을 들고 있다.  [아레나 페이스북 캡처]


이 씨는 또 보도되는 1%의 엠디와 99%의 엠디들이 일삼는 여성 혐오나 강간 문화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상위 1%라는 게 상대하는 손님의 사회적 지위나 마약 연루 여부만 다를 뿐 손님 테이블에 여자를 올린다는 본질은 똑같다"고 했다. 이어 "여성을 접대의 수단으로 삼고, 유희 대상으로 삼아서 물건처럼 여기는 것은 99% 내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다. 강간 문화는 1%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직원들이 단톡방에서 '쟤 가슴이 크다. 내가 원나잇 할 거다'라고 말하거나 야한 사진을 올리면서 낄낄거리는 것도 흔하다. 불법 촬영하고 품평하고 환경적 성희롱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성매매도 이뤄진다. 이 씨는 "강남 클럽에는 '샴페인 걸'로 불리는 여성들이 고용돼 있다. 테이블 손님이 양주를 시키면 폭죽을 꽂은 양주를 들고 와서 세리머니를 해주는 여성들이다"라고 했다. 이 씨는 "이들은 성형한 정도나 복장으로 보면 성 판매 여성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화류계가 맞을 것 같다. 이런 분들이 성매매에 동원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어떤 연예인이 '쟤랑 자고 싶다' 하면 여성분 모르게 엠디들이 알선해주고 자게 해준다는 것을 들었다. 이런 일이 모든 곳에서 벌어진다"고 했다.

대형 클럽 문 닫고, 엠디 없는 클럽 주된 흐름 돼야


이민주 씨는 "업계가 엄청 고인 물인데 넓은 고인 물이다. 당장 아레나와 버닝썬이 문 닫았는데도 새로운 클럽이 두 곳이 오픈한다. 이름만 바꿔서 새로 내는 것이라고 한다. 문제가 생기면 대충 수습하고 다시 같은 일을 한다.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클럽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테이블은 있지만, 엠디가 없는 클럽이 있다. 스킨십도 허용되지 않는다. 음악 들으러 간다고 해도 믿어주는 곳들이다. 이 같은 클럽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UPI뉴스 / 강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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