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 소마 - kao soma

 *화이트데이는 아직 멀었지만 화이트데이 이야기입니다..허허.

    "뭐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으세요?"

    귀여운 모양과 독특한 식감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역 주변의 한 사탕가게. 화이트데이 바로 직전이라 한창 가게 안이 붐비는 이 상황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 남자손님이 벌써 한 시간째 상품진열장 주변을 서성이고 있자, 궁금증이 절정에 이른 직원은 혹시 찾는 것이 있냐며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남자는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어깨를 흠칫하긴 했지만 이내 머뭇거리는 말투로 "저…사탕을 사러 왔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 어떤 것을 사면 좋을 지 모르겠소…"하고 진지한 얼굴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애인한테 선물하시려고요?"

    이 진중한 얼굴로 한 시간이나 고민을 하다니, 아무래도 가족에게 주려는 것은 아닌 것 같아 혹 애인에게 줄 것이냐고 물어보니 역시 애인에게 줄 것이 맞았는지 남자의 얼굴이 두 뺨이 복숭아처럼 분홍빛으로 변했다.

    "그, 그렇소."

    요즘 세상엔 참 보기 드문 순정파같네. 귀여운 남자손님 덕분에 점원의 가슴도 덩달아 기분이 간질간질 해졌다. 점원은 가게에서 가장 잘 나가는 물건이라며 박스에 예쁘장하게 담겨 있는 사탕세트를 남자에게 추천했다. 화이트데이 이벤트로 코르크마개에 이니셜을 새겨주고 있다는 말에 남자는 별 망설임 없이 점원이 추천한 사탕세트를 그자리에서 결제했다. 

    "애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 지 여쭤봐도 될까요?"

    코르크마개에 이니셜을 새기기 위해 점원이 애인의 이름을 묻자 남자는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조금만 건드리면 폭발해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하…, 하, …오루요"

   개미굴 기어가듯 작은 목소리로 남자가 무언가를 말했지만 그 목소리가 너무 작아 점원은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정중히 물어보았다. 

    "하, 하, 하카제 카오루요."

    "하하하. 애인분 이름이 유명한 연예인이랑 이름이 똑같으시네요."

    사실 그 본인이오, 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소마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이니셜작업이 다 된 사탕세트를 받아든 소마는 "감사하오"라고 정중히 점원에게 인사를 하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길거리에는 온통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풀풀 풍겨대는 커플들이 가득했다. 그렇다. 소마의 손에 들린 사탕이 증명하듯, 오늘은 일 년에 한 번 뿐인 화이트데이였던 것이다. 

    물론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야 화이트데이 말고도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이 더 존재하긴 했으나 애석하게도 소마는 이번 발렌타인데이 전 날, 본가에 급히 내려가야 하는 일이 생겼던 지라 카오루에게 초콜릿을 주지 못한 터였다. 당연히 발렌타인데이는 그렇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발렌타인데이 당일, 카오루는 소마의 집으로 초콜릿을 퀵서비스로 보내는 정성을 보여 소마에게 감동과 미안함을 함께 안겨줬다. 그랬기에 소마는 이번 화이트데이는 더더욱 챙겨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소마는 집에 들어가기 전, 크로스백 안에 사탕상자를 숨기며 생각했다. 자신이 주는 것이라면 돌맹이라도 기뻐해줄 카오루라는 걸 알긴 알았지만 그랬기에 소마가 느끼는 부담감은 더더욱 컸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 도어락의 문을 연 소마는 곧 집 안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현관부터 높게 쌓여진 박스더미들이 집 안까지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의 정체는 다 카오루의 팬들이 카오루에게 보낸 사탕들이었다. 사탕가게 하나 정도는 거뜬히 차릴 수 있을 만한 사탕의 양을 보며 소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발렌타인데이야 여자가 남자에게 주는 날이라고들 하니 많이 받는 것은 예상했지만, 화이트데이날까지 이럴 줄이야… 제 키보다 높게 쌓인 상자더미들 사이에서 소마가 벙 쪄 있는 사이, 거실에 있던 카오루가 소마를 마중 나왔다.

    "소마군? 왔어?"

    "이 사탕들은…"

    "아아. 팬들이 보내온 사탕들인데…. 절반은 사무실 직원들한테 나눠주고 왔는데도 너무 많아서 처치가 곤란하네…? 흠. 어디 아동센터에라도 기부할까 하는데. 소마군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꺼내다 먹어."

    30평짜리 맨션이 꽉 찰 정도로 어마무시한 사탕의 양은, 최근 저녁시간대 최고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모드라마의 주연역을 맡게 되어 더더욱 상승한 카오루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소마는 괜히 입술이 삐죽 나왔다. 소마가 주는 사탕은 카오루에게 의미가 또 다르겠지만, 여하튼 이렇게 사탕을 많이 받아오는 사람에게 내가 사탕 한 두개 정도 더 준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마군 나한테 뭐 줄 거 있구나"

    소마가 조금 심통난 얼굴로 크로스백만 매만지고 있자, 카오루는 무언가 눈치챈 듯 씨익 웃었다. 츤데레 애인을 둔 덕분에 눈치만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카오루였다.

    "그런 거 없소."

    "혹시 그 안에 사탕이라도 들어있는 거 아니야?"

   카오루는 소마의 크로스백을 눈짓했다. 놀란 소마는 급히 크로스백을 등 뒤로 숨기곤 버럭 화를 냈다.

    "그, 그런 거 없다하지 않았소!"

    "정말~? 한 번 봐볼까~?"

    카오루가 능청스레 다가오자 소마는 슬금슬금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섰다. 최대한 한계까지 뒤로 물러섰지만 집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언젠가는 벽이 등 뒤에 닿기 마련. 계속 등 뒤로 물러서던 소마는 등 뒤에는 벽, 눈 바로 앞에는 카오루로 둘러 쌓인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지 그래 소마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지 않냐는 표정으로 카오루가 생글생글 웃어오자 소마는 분한 지 양 입술을 꾸욱 다물었다. 그 고집있는 모습이 꽤나 귀여워 카오루는 비실비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가방 안에 든 거 사탕이지 소마군~? 숨기려해도 소용없다고? 자, 이제 그만 부끄러워 하고 나한테 줄 게 있으면 지금 주는 게 좋다고~?"

    "하, 하카제공 줄 건 없소! 내, 내가 먹으려고 사온 것이오! 내가 먹으려고!"

    어쩜 몇 년을 봤는데도 이렇게 솔직하질 못할까. 카오루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가방을 끌어안는 소마를 보며 카오루는 한숨을 지었다. 

    "그래? 소마군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없는 걸로 치고…, 그래도 나는 준비한 게 있으니까 받아줄래 소마군?"

    카오루는 바지주머니에서 작은 사탕을 하나 꺼내 포장지를 까 제 입 안에 넣었다.나한테 준댔으면서 왜 하카제공이 먹는 걸까? 의아해진 소마가 카오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카오루는 속을 알 수 없는 수상한 미소를 지었다. 감이 좋은 소마가 무언가 불안감을 느껴 눈썹을 씰룩이려 할 때 쯤, 카오루가 양 손으로 소마의 두 뺨을 꼭 쥐여 잡았다.

    "뭐 하려ㄴ, …웁!"

    소마가 뭐라고 해보기도 전에 카오루는 그대로 소마의 입술에 돌진했다. 그냥 뽀뽀만 할 작정은 아니었는지 카오루가 소마의 입술 틈새를 집요하게 공략했지만 소마는 두 입술이 떨어지지 않게 젖먹던 힘을 쥐여짰다. 쓸데없는 고집 부리지말라는 듯 카오루가 엄지로 소마의 아랫턱을 살짝 내렸다.소마는 비겁하다며 질타하는 눈빛으로 카오루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구렁이 담 넘어오듯 자연스레 제 입 안으로 들어오는 카오루의 혀는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카오루의 혀를 따라 자연스레 소마의 입 안으로 옮겨온 딸기우유맛 사탕도.

    "…으, 응…"

    입 안 가득 들어차는 부드러운 사탕의 향과 맛에 평소보다 키스가 배로 달콤했다. 카오루는 사탕을 소마의 혀 안쪽으로 살살 굴려넣었다. 사탕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꽤나 먹어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달디 단 것은 또 처음이었다. 소마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키스의 맛을 음미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작은 사탕은 곧 타액속으로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져버렸다. 소마는 아쉬운 듯 슬쩍 눈을 떠 카오루를 조르는 눈을 했다. 그리곤 아직 딸기향이 잔잔하게 남아있는 카오루의 혀를 새끼고양이마냥 작게 할짝여보았으나, 카오루는 곧 소마의 입술에서 제 입술을 떼어냈다. 소마는 왜 여기서 끝내냐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준비한 사탕이 이것 밖에 없어서 더 이상은 못하겠네~? 아아, 소마군이 나한테 사탕을 준다면 또 모르겠는데 말이야~, 으응~?"

    사탕이라면 주변에 차고 넘치는 게 사탕이었으나 아쉬운 마음에 어쩔줄을 몰라하던 소마는 급격히 판단력이 흐려진 듯 했다. 사탕이 이것 밖에 없으니 더 이상 키스는 못하겠다고 빙 둘러말하는 카오루의 화법에 낚인 소마는 크로스백을 뒤적여 좀 전에 가게에서 사온 사탕을 카오루에게 조급히 건넸다. 

    "…사탕이라면 여, 여기 더 있소."

    아, 역시 소마군은 소마군이라서 너무 좋아. 카오루는 소마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사탕박스의 포장을 푸른 카오루는 '하카제 카오루'라고 영문이니셜이 새겨진 코르크마개를 보곤 결국 "풉" 웃어버리고 말았다. 자기가 먹으려고 샀다는 소마의 거짓말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증명해주는 순간이었다.

 다시 안읽어봐서,,(2년째이럼) 아마 오타라던가,,,, 이상한 문장이라던가,,,많겠죠,, 많을겁니다..그럴겁니다... 거의 반년만에 새 에피소드를 쓴 게 아닐까요?(까마득) 이 전 내용이 거의 기억이 안나서 전에 썼던 글을 대충 읽어봤는데 저에겐 지옥의 시간이었습니다,,,(눈물) 카오소마 너무 좋아요 카나소마 너무 좋아요 소마른 너무 좋아요 소마른 믿고 천국갑시다 근데 열 살 차이라니 카오루 이 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