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결혼 성씨 - ilbon gyeolhon seongssi

일본 센다이시에 사는 히구치 시즈에(91)는 어릴 적 아버지가 일찍 사망했다. 결혼할 때가 되자 시즈에의 어머니는 사위가 처가의 성(姓)을 따르길 원했다. 가족은 같은 성을 써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즈에의 예비 남편은 난색을 표했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인 1875년 성씨 사용을 의무화했고 1898년 부부가 같은 성을 쓰도록 했다. 보통 아내가 남편 성을 사용한다. 시즈에는 결국 남편 성(히구치)을 따라 쓰게 됐고 어머니에게서 원망을 들어야 했다.

시즈에의 딸이자 현역 센다이시 의원인 히구치 노리코(62)는 23년째 결혼 전 이름을 ‘통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1983년 센다이공무원이던 그는 결혼을 앞두고 평생 써 오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상실감에 빠졌다. 1999년 공무원도 직장에서 통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결혼 전 이름을 되찾았다. 그는 2011년 시의원으로 처음 당선됐을 때 당선증에 법적 이름과 통칭을 최초 병기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시의원이 된 후에는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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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의원의 딸(34) 역시 직장에서 결혼 전 이름을 통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라 이름표를 달고 일하는데 이름이 바뀌면 사생활을 캐묻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통칭을 쓰는 어머니와 성이 달랐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딸 역시 어머니와 함께 선택적 부부별성제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여한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9일 ‘성씨 변경으로 고생한 3대, 부부별성은 다양성의 상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히구치 모녀 3대의 이야기를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선택적 부부별성제는 수십년째 제도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정치권이 이를 실현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상징적인 주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날부터 일본 각 정당들은 후보를 등록하고 31일까지 12일 간의 공식 선거전에 돌입한다.

일본에서 선택적 부부별성제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과 여론은 괴리 현상을 보여왔다. 2001년 내각관방부 여론조사에서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 찬성 여론(42.1%)이 반대여론(29.9%)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2002년 노다 세이코 의원(현 저출산 담당상)을 중심으로 자민당 내에서 논의가 불지펴졌지만 법 개정으로 이뤄지지는 못했다. 2013년 출범한 아베 2차 내각 시절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반대 의사를 보여 논의 자체가 멈췄다. 사법부도 국민의식과 달랐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15년 부부동성제 규정은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부부가 다른 성을 쓰면 정이 없어진다”며 재판관 15명 중 11명의 다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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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부부별성제를 도입하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2018년 출범한 ‘전국진정액션’은 지방의회에 선택적 부부별성제의 국회 심의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낼 것을 요구했고 전국 290개 의회가 의견서를 가결했다. 최근에는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 사이버우즈의 아오노 요시히사 대표가 이끄는 ‘선택적 부부별성제를 촉구하는 비즈니스 리더 모임’이 제기한 행정소송에는 600명 넘게 참여했다. 스가 요시히데 정권 들어 자민당에서도 선택적 부부별성제를 조기 실현하는 의원연맹이 결성되는 등 비로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중도·진보 성향 정당인 입헌민주당·공산당·국민민주당·사민당·레이와 신센구미는 모두 선택적 부부별성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일본유신회는 결혼 전 성 사용에도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이루는 공명당도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에 찬성한다.

하지만 자민당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질의에서 선택적 부부별성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계속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부부별성이 가족의 유대감을 잃게 한다는 자민당 내 보수파 입장을 인식한 발언이다.

일본인들의 소셜미디어에는 “다른 성을 쓰면 가족 간 유대감이 없어진다면 결혼한 딸은 가족이 아닌가”와 같은 말이 올라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동질성이 높은 일본사회와 이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을 방치하면 사회는 격변의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잃고 저출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행복한 여자를 보면 죽이고 싶었다." 36세 남성 쓰시마 유스케는 도쿄 전철에서 4명을 칼로 찌른 뒤 이렇게 말했다.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면 공격이 날아드는 일본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여성들이여, 제멋대로 살거라, 언니가 있다! 작가는 글을 통해 외친다.https://t.co/RNuHW4Ozkt

— 플랫 (@flatflat38) October 18, 2021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과 한국의 문화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인상 깊은 것 하나를 들라하면 ‘결혼한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르는 법 제도’이다. 일본은 예컨대 다나카(田中) 성씨의 여성이 나카무라(中村) 성씨의 남성과 결혼을 하면 나카무라(中村)로 바꾸는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물론 자녀가 태어나면 남편의 성씨를 따른다. 그러니까 남편의 성씨를 부인과 아이들이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김(金)씨 성의 여성이 이(李)씨 성의 남성과 결혼하더라도 성씨는 변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이 볼 때 이러한 한국 여성들의 ‘고유 성씨 유지’가 어떻게 비쳐질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던 적이 있다. 그 해답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꽤 오래된 일이지만 일본에 있을 때 이름하여 ‘부부별성제도(夫婦別姓制度)’라는 주제의 티브이 토론을 종종 목격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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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별성제도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결혼 전까지 사용하던 성씨를 남편 성으로 바꿈으로써 야기되는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웃나라인 한국 여성들은 부부가 각각의 성씨를 쓰지 않는가?” 라는 주장을 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부부가 각각의 성씨를 쓰면 가족 구성원 간의 결속감이 떨어진다.” 라는 주장을 펴는 것을 본적이 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부부가 각각의 성씨를 쓰면 ‘가족 구성원 간의 결속감이 떨어진다’ 라는 말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어느 나라가 바람직한 성씨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 부부별성제도에 관한 사회적인 이슈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2017년에 실시한 「가족의 법제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에서 「혼인을 하는 이상, 부부는 반드시 같은 성을 따라야 하며, 현재의 법률을 바꿀 필요는 없다」라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 29.3%이고, 「부부가 혼인 전의 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법률을 고치는 것도 괜찮다」라고 답한 사람은 42.5%, 「부부가 결혼으로 성씨를 바꾸어야 하지만 혼전 성씨를 함께 써도 좋다는 법률 개정에 찬성한다」 라고 답한 사람은 24.4%였다. 엄격히 말해서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성씨제도를 찬성하는 사람은 겨우 29.3%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성씨제도에 관한한 일본 사회가 상당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부부동성(夫婦同姓: 남편 성을 따르는 것)제도 타파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 왔다. ‘선택적부부별성 전국진정행동(選択的夫婦別姓・全国陳情アクション)’도 그런 단체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과거, “선택적 부부별성제도 도입은 전후(戰後)의 큰 과제로, ‘국제부인회’의 1975년, 민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참의원에 제출된 바 있다. 여성 차별 철폐 조약의 비준을 거치고, 1996년에는 법제 심의회가 ‘선택적부부별성제도’ 도입을 포함한 민법 개정안을 하겠다고 답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5년이 지나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면서 오는 10월 31일 중의원 선거에서 부부별성제도를 찬성하는 국회위원 수를 늘려야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래지 않아 일본도 한국처럼 부부 각자의 성을 사용할 날이 도래할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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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일본 이름을 듣고 낯설었던 경험이 많다. 우리나라 이름에 비교하면 길고 어려운 느낌이 든다.

가가와 신지(香川真司), 아사다 마오(浅田真央) 같은 이름을 들으면 한번 들 어서는 잘 외워지지도 않고, 뭐가 성이고 뭐가 이름인지도 구별하기 힘들다. 일본 이름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성이 앞에 오고 이름이 뒤에 온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서로를 부를 때 이름보다는 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뒤에 상(さん)을 붙여서 가가와 상, 아사다 상 이렇게 말이다. 그럼 이름은 언제 부르나? 아주 친밀한 관계일 때만 이름으로 부른다. 그러니 처음 만난 일본인을 이름만으로 부르는 건 실례일 수 있다.

이름은 보통 한자로 표기하지만, 일본 문자인 히라가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같은 한자를 사용하더라도 다르게 읽기도 하고, 같은 발음이더라도 다른 한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여성이 결혼하면 성이 바뀐다. 일본 여성은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으로 바꾼다. 고야마 미사에(여)가 노하라 히로시(남)와 결혼하게 되면, 노하라 미사에가 된다. 즉 패밀리 네임(family name)을 갖게 되는 거다. 가족이 모두 같은 이름을 공유하는 거다. 결혼 후에도 원래 성을 유지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조금 이상해 보이지만 일본에서 여자가 남편 성을 따르는 것은 남자 쪽 집안의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자가 어느 가문 출신인지를 나타내기 위해서 성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문패에는 보통 아버지 이름을 쓰거나 아버지 어머니 이름을 같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의 문패에는 그 가족의 성만 쓰여 있다. 문패에 가족 구성원 모두를 쓴 것과 같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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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아지고 여권이 신장하면서 결혼 후에도 남편 성을 따르지 않고 본인의 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족은 같은 성을 쓰게 되어 있어서 호적상으로는 성을 바꿀 수밖에 없다. 만약 아내가 바꾸지 않으면 남편이 부인의 성을 따르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인은 서로를 성으로 부른다고 했는데 서로 성으로만 부르면 헷갈리지 않을까? 그런 걱정 필요없다. 일본의 성은 정말 다양하다. 일본인의 성씨는 30만개 이상이다. 가장 많은 성씨인 사토(佐藤)도 200만명이 되지 않는다다. 전체 인구 약 1억3천만명의 2%를 넘지 않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성씨는 5천개가 넘는다고 하지만 가장 많은 성인 김(金)씨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니 성으로 부르기엔 중복되는 사람이 너무 많은 셈이지만…

그렇다면 이렇게 성(姓)이 다양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일본에서는 귀족들만 성을 가질 수 있었다. 일반 평민들은 성 없이 이름만 있었다. 그러다가 일본이 근대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평민에게 성을 부여하고, 1870년대에 거의 모든 사람이 성을 갖게 되었다.

야마시타(山下, 산 아래) 고바야시(小林, 작은 숲) 이런 식으로 성을 부여받았다. 때문에 일본의 성은 지역이나 직업 등과 관련된 것이 많다. 일본인 친구의 조상이 어떤 지역에 살았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