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온라인에서 어떻게 - gyeongjehagjadeul-eun onlain-eseo eotteohge

9점(강추)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당신을 위한 최고 수준의 경제 교양서!

경제학자들은 온라인에서 어떻게 - gyeongjehagjadeul-eun onlain-eseo eotteohge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작가조원경출판쌤앤파커스발매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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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9.5/10(강추)

기다렸다. 내가 경제 책을 이렇게 기다려본 적이 언제였던가. 한때 경제책에 파묻혀 살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내 관심사는 다른 데에 가 있다. 가끔 읽고 싶은 경제책이 나오긴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리는 게 현실이다.

나는 우연히 페북에서 노벨경제학자의 은밀한 향기라는 경제칼럼을 보았다. 경제책을 읽으면서 많은 노벨경제학자들이 나왔지만 실상 유명한 몇몇을 빼고는 그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읽기에는 꽤 부담스러운 길이의 이 칼럼들을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허허.. 일단 내용은 둘째 치고 소위 글빨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작가이다보니 글을 읽을 때 필력을 매우 유심히 보는 편이다. 칼럼을 보면서 아니 경제글 쓰는 사람들 중에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었나?’라는 감탄이 나왔다. 그래서 칼럼리스트가 누군지 알아봤다. 경제분야에 종사하는 실무 중심의 고위 공무원, 그리고 장관의 스피치 라이터... 어떻게 해서 이런 명칼럼들이 시리즈로 쏟아져 나왔는지 이해가 됐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이건 책으로 나올 것 같다는(그리고 꼭 나왔으면 하는) 작가로서의 직감이 있었는데 역시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얼마 전에 출간이 되었다. 이런 책을 만나면 급해진다. 빠르게 입수하여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이건 여담이지만 나는 책 제목보다 노벨경제학자의 은밀한 향기라는 제목이 더 좋다. 출판을 앞두고 제목을 놓고 얼마나 작가와 출판사가 격렬한 회의를 했을 지가 눈에 선하다 ^^

1. 그렇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점은 글빨이다.개인적으로 경제서의 아쉬운 두 가지는 그 어느 분야보다 음모론과 사이비 이론이 판을 친다는 것과 내용은 좋으나 너무나 재미없는 책이 많다는 것이다. 항상 강조하지만 대중서는 논문이 아니다. 일단 글이 재밌고 잘 읽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식탁위의 경제학자들>은 술술 읽힌다. 책은 22개의 챕터로 이루어졌는데 심지어 밋밋한 챕터가 단 하나가 없다. 프롤로그(나는 돈 때문에 케인즈를 죽였다)와 에필로그(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을까)마저 색깔이 있다.

책을 쓰다보면 타협하고 싶을 때가 많다. ‘본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굳이 귀찮고 힘들게 글의 구조를 창의적으로 만들 필요가 뭐가 있겠나하는 생각. 하지만 그 남다른 구조 하나가 대중서로서 책의 가치를 바꿔준다. 특히 경제책 분야에서 이런 고퀄의 글은 더욱 보기 힘들다. 독자로서 참 고마운 일이다.

2. 이 책의 두 번째 미덕은 내용의 풍성함이다.일단 22명의 노벨경제학자들의 이론과 견해를 한 책에 묶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경제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 중에 존 내쉬, 로버트 쉴러, 대니얼 카너먼, 조지 애컬로프 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 헤크먼은 어떨까? 모르는 이가 상당할 것이다.

나는 이 사람에 대해서 꽤 잘 알고 있다. 근데 경제책을 읽다가 안 게 아니라 이번에 아이들에 대한 책을 쓰다가 연구하게 된 인물이다. 미시계량 경제학 분야로 노벨상을 받은 그이지만 헤크먼은 지금 영유아 교육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영유아 단계에서 IQ 중심의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보다 성실성, 사회성 등의 비인지기술 향상을 위한 교육이 얼마나 더 중요한지를 경제학적관점으로 파헤친 학자이다.

이렇듯 기존 경제책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많은 노벨경제학자들의 면면들이 이 책에서는 맛깔나게 나온다. 또한 헤크먼에 대해 내가 연구한 바와 책의 내용은 완벽히 일치했다. 책의 신뢰성이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3. 이 책의 세 번째 장점은 단순히 경제 이론과 상식을 설명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 데에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욕망과 실제사이의 괴리를 찾는 여정을 떠나고 싶었다. 1969년부터 시작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시각을 통해 그들의 주장이 오늘날 우리 경제와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다각도로 살펴볼 계획이다. 세계의 석학들이 케인즈가 꿈꾸웠던 세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줄 것이란 일말의 희망을 갖고, 각박해진 우리네 삶에 위로가 되는 경제적 혜안들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펜을 들었다.”

이 책은 노벨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식견을 브렉시트, 마이너스 금리, 양극화 문제, 실업 문제, 로봇과 인공지능 등 우리를 둘러싼 현재 이슈들과 기가 막히게 연결하고 있다. 탁월한 경제 이론과 상식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경제적 지식이 현재 경제상황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 지를 서술해 줌으로써 책의 유용성과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외 경제 관련 실무를 몇 십년동안 담당하며 쌓아올린 저자의 내공이 없었으면 이런 내용으로 책을 구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조원경 저자의 전작들은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했지만 아직 읽지 못했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을 읽고 보니 전작들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교양을 쌓고 싶은 대학생, 일반인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