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 복싱 차이 - gwontu bogsing chai

이종격투기(UFC)와 복싱을 굳이 비교하며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둘 다 좋아한다. 이종격투기도 예전 프라이드 때부터 봐왔다. 물론 당연히 블로그에 공들여 글을 쓸 정도로 복싱을 훨씬 더 좋아한다.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나는 이종격투기든 복싱이든 최고의 선수, 누구나 인정하는 경지에 오른 선수들을 좋아한다. 보통사람은 도달할 수 없는 그런 경지에 오른 자들이 극한의 신체능력을 겨루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그런데 절정에 오른 이종격투기 선수들보다 절정에 오른 복싱선수의 수준이 더 높다. 그래서 복싱을 더 좋아한다.

단순히 경제논리만으로 탑복서가 탑이종격투가보다 돈을 수십 배 더 받는 다는 것으로 선수들의 수준을 논하고 싶진 않다. 물론 경제논리로도 얼마든지 복싱선수의 수준이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설명 가능하다. 가끔 이종격투기가 복싱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둥, 혹은 이종격투기 단체 그러니까 UFC의 수익이나 단체의 규모가 복싱시장을 위협할 수준이라는 둥의 글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백프로 개소리라고 보면 된다. 카넬로 알바레즈 한 명이 받는 대전료가 UFC탑랭커 열 명이 받는 대전료 합친 거보다 많다. 이건 토 달 것도 없이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하면 된다. 어찌됐건 돈이 몰리는 곳에 좋은 선수들이 몰린다. 대한민국에서 프로복싱시장이 개털렸다는 생각엔 이의가 없다. 동의한다. 하지만 세계시장? 거기다 북미시장을 들먹이면서 UFC의 우세를 경제논리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스스로 멍청함을 인정하는 것밖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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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몸값이 더 오를 예정인 알바레즈

나는 이런 경제논리는 차치하고 왜 UFC, 이종격투기의 선수의 수준이 낮아지고 선수층이 얇을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종격투기의 경우 룰상 주먹은 물론 발차기와 관절기 등도 활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팔꿈치도 쓸 수 있다. 글러브는 관절기가 가능하도록 핑거글러브를 사용한다. 그만큼 글러브가 가볍고 작은 힘으로도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그야말로 재미본위를 중심에 둔 화끈한 격투를 볼 수 있다.  반면 조금만 주먹이 오가도 선수들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고 멍이 들고 피부가 찢긴다.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당연히 복싱보다 심각한 데미지가 경기를 할 때마다 누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가뜩이나 선수생명이 짧은 투기종목에 종사하는 선수의 수명을 더욱 짧게 만든다. 이는 어쩌다 튀어나온 럭키 펀치에 희생되는 일도 잦게 만든다. 덕분에 갑자기 어떤 선수가 부각되거나 저무는 일도 잦고 반전도 많다.

복싱의 경우 기본적으로 체급에 따라 글러브의 무게가 결정되고 이는 선수의 손과 얼굴의 큰 부상을 방지한다. 데미지가 누적되는 것은 이종격투기와 마찬가지이나 당연히 훨씬 적고 그만큼 선수의 수명도 길어진다. 반전도 많지 않다. 강자가 강하다. 재능과 노력이 답을 준다. 물론 가끔 플로이드 메이웨더 같은 선수가 등장해 복싱의 현실에 회의를 품게도 하지만 반면 골로프킨 같은 선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천재들이 즐비하니 방어의 천재가 있다면 공격의 천재도 등장하는 법이다. 

가정을 해보자. 내 주먹이 어릴 적부터 한 대만 치면 사람이 뒤로 넘어간다. 싸움에 대한 재능이 거의 인간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종격투기를 하겠는가, 복싱을 하겠는가. 간단하다. 덜 다치면서 오래 더 많이 벌 수 있는 종목을 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메인스트림에서 한참 밀려난 복서가 이종격투기를 하는 경우는 많아도 그런 격투가가 복서가 되서 경기를 갖는 일은 흔치 않다. 당연하다.

체력이든 주먹이든 재능이 있는 사람이 복싱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이종격투기 UFC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비교대상도 아니다. UFC는 스포츠가 아닌 일종의 쇼에 가깝다. 격투가들의 노력이나 그들의 재능을 폄훼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이종격투기의 경기방식이나 룰, 재미본위의 대진방식이 스포츠가 아닌 쇼로 만드는 것이다. 경기에 따라 복싱보다 더 화끈한 재미는 줄 수도 있을 것이다.

WWE에서 활약하던 브록 레스너가 UFC로 전향해 전설이라던 랜디 커투어를 TKO로 꺾고 한 때 UFC헤비급챔피언이 되었던 것이 쇼-에 관한 좋은 예다. 진정 엘리트 스포츠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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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록레스너는 레슬러일때 제일 멋지다. 

어디서 갑자기 나 복싱할래 하고 등장한 선수가 복싱 챔피언이 되는 일은 절대 없다. 얼마 전 고작 4전 만에 바실 로마첸코가 WBO챔피언이 되었지만 로마첸코는 아마 전적이 무려 397전 396승 1패다. 로이존스도 오스카 델라 호야도 플로이드 메이웨더도 아미르 칸도 모두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복싱시장은 이렇듯 아마추어 복싱이 매우 단단하게 선수층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결국 재능과 노력을 겸비해 두터운 선수층을 뚫고 올라온 정수에 달한 자가 벨트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 현 프로복싱이란 것이다. 물론 이종격투기 선수들도 그런 노력과 재능을 겸비한 선수가 있을 테지만 확실한 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론 복싱만큼 좋은 선수들을 확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복싱

 아마복싱은 학생 때부터 학교 선수부로 활동하며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그 기반을 닦는, 한마디로 엘리트 복싱이다. 아마복서들은 체중, 체고, 체대, 실업팀 등에서 활동하며 이들은 단체나 국가를 대표하는 명목상 명예가 목적인 선수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유니폼에는 국가나 학교, 단체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출전하는 경기로는 전국체전, 아시안게임,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이 있으며 3라운드 3분 시합을 뛰며 휴식시간은 1분이 주어진다. 주로 점수로 이기는 것이 목적인 경기이며, 프로복싱과 달리 라운드 수가 적기 때문에 선수들은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점수를 따내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아마복서들을 보면 프로복서들보다 통통 뛰는 스탭을 많이 살려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들은 어릴 때부터 복싱의 기반을 닦아온 선수들이기에 기본기가 탄탄하고 또 그만큼 기본기와 체력을 중시하는 운동방식을 택한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뒷바라지(예체능은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와 더불어 복싱이라는 한 길만을 파온 아마복서들은 메달을 따고 입상을 하는 게 곧 자신들의 연봉이 되기 때문에 복싱에 생계를 걸고 죽어라 운동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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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무위키 /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아마복서들은 윗옷을 입으며 단체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프로복싱

  프로복싱은 국내의 단체에 소속된 선수로 뛰게 되며, 소속된 복싱체육관에서 운동과 시합 준비를 하는 복싱을 말한다. 아마추어 복서가 프로복서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한국 복싱은 특히, 한국 프로복싱은 더욱 침체기이기에 이는 극소수의 경우다. 그렇기에 대부분 프로복서들은 체육관에서 복싱을 배워 프로에 데뷔하게 된다. 명목상 명예보다는 돈(대전료)을 받으며 직업으로 하는 복싱인데, 이 또한 현재 한국에서 프로복서를 직업으로 하고 살기엔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워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출전하는 경기로는 프로모터에 의한 상업적 경기, 랭킹전, 타이틀전 등이 있으며 12라운드 3분 시합을 뛰며 마찬가지로 휴식시간은 1분이 주어진다. 점수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이나 KO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경기이며, 라운드수가 등급에 따라 12라운드까지 있으므로 아마복싱과 달리 장기전을 생각해야 하며 그만큼 체력 안배와 그를 위한 기술이나 전술적인 부분을 신경 쓰게 된다. 따라서 프로복싱경기를 보면 아마복서들처럼 통통 뛰는 스탭보다는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적은 걷는 스탭을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한국 프로복싱은 그 인기가 땅끝까지 뚫고 들어가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따라서 한국의 프로복서들은 복싱을 생계유지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본업을 따로 두고 차선으로 복싱을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추어복서들과 달리 생계와 목숨을 걸고 복싱을 하기에는 힘든 조건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경우이며, 모든 선수가 그렇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그런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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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무위키 /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프로복서들은 윗옷을 입지 않는다.

아마복싱과 프로복싱. 누가 더 센가?


 아마와 프로는 그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전자는 점수제 후자는 기술적인 부분 등 승패판결의 기준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어떤 상대와 붙게 될지 모르는 토너먼트 방식의 아마복싱과 몇 개월 전부터 상대가 정해지는 원매치 방식의 프로복싱 등 이미 경기 운영의 목적성과 그에 따른 전술적인 부분이 상당히 다르다. 따라서 각각 추구하는 운동방식도 자연스레 달라지게 된다. 짧은 시간 안에 점수를 따기 위해 죽어라 뛰는 아마복싱은 기본기와 체력이 중시되고, 장기전을 생각하는 프로복싱은 테크닉과 전술적인 부분이 중시되는 것이다. 물론 아마추어 복서들은 어린 시절부터 소속 단체로부터 체계적인 훈련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성장했기에 프로복서들보다 상대적으로 기량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두 복싱은 경기 룰과 운영시간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떤 룰에서 붙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 따라서 누가 더 강한가를 기준으로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강함의 기준은 비교하기 힘들어도 목적성이나 정신적인 전념의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역시 아마복싱이 프로복싱보다 조금 더 높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한국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아마복서들은 복싱 외길인생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생계가 달린 일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복싱에 뛰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프로복싱의 경우에는 프로복서를 포함해 투 잡을 뛰거나 어떤 개인의 성취를 목적으로 프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떤 절실함이라든지 전념적인 부분이 아마복서들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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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이브라더드루와드루와 / 결과적으로 아마복싱과 프로복싱중 뭐가 더 센지는 가리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