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역사적 사실 - gwanjeom-e ttala bakkwil su issneun yeogsajeog sasil

김보경의 노크 톡톡! 학내 교수님들과 만나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하는 사회 현상과 문제를 성찰해 보는 시간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역사적 사실과 사건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성찰해 보고자 한다. 역사교육과 최상훈 교수님 연구실을 방문했다. 똑똑~~~

Q. 교수님 안녕하세요? 지루하고 딱딱하고 어렵다... 많은 학생들이 역사하면 드는 생각일 겁니다. 역사는 어려운 학문인가요?

A.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역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시험용 지식이기 때문일 겁니다. 정답이 있는 시험을 치르다 보니 역사는 외우는 과목이라는 오해를 하게 돼요. 역사는 역사답게 가르쳐야 하는데 구조화된 틀 속에서 가르치다 보니 획일적이고 기계적으로 배우고 있어요. 역사교육을 학교와 국가가 망가뜨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역사를 역사답게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살아있는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죠.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어떤 고민을 하며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갔을까?’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것이 살아있는 역사를 배우는 것입니다. 역사 속의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행위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는 거죠. 그리고 역사는 회의하는 학문이에요. 항상 의심하고 비판하면서 잠정적으로 결론ㅇ르 도출해요. 유형화, 법칙화하는 사회과학과 다른 점이죠. 역사란 시대의 특수성을 고려해야하고,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처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함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바라보아야 해요.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되죠.

Q. 항상 의심하고 비판하며 배우라는 말은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 참 상반되네요. 의심하는 것은 나쁘고, 비판은 옳지 않다고 일반화시키면서 그것을 개인의 의식 속에 내면화하는 것이 우리 학교 교육 아닌가요?

A. 그래서 어떤 선생님들은 시험에서 역사과목을 제외시키자고 주장해요.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정답이 있지만 실제 역사는 정답이 없거든요. 역사는 누구의 해석이 더 타당하고, 올바른가를 따지는 학문이지 정답이 있는 학문이 아니에요.

Q.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여러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겠군요?

A. 그렇지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E. H. Carr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어요. 이것은 현재를 주임으로 놓고 보는 것입니다. 역사가는 항상 현재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누군가 ‘역사란 무엇이다’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그 사람의 관점, 즉 주관적 해석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가 역사를 바라보는가가 상당히 중요한 것이죠. 포스트 모더니스트 중에 대표적인 젠킨스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그 질문은 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어요. 이렇듯 역사를 누가 만들었느냐, 누구를 위해서 만들었느냐가 중요해요. 과거에는 역사학이 제왕의 학문이었어요. 왕들이 자기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역사책을 썼다고 할 수 있죠. 모든 역사는 누군가의 관점에 의해 기록되었고 그 관점에 따라 역사가 서술되기 때문에 이 사람이 어떤 관점을 갖고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주체적인 삶을 살 수가 없게 되요. 그저 누군가의 꼭두각시로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죠.

Q. 역사는 현재적 시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현재의 평가가 아닌 후대에서 평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군요.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교과서야 말로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허용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요.

A. 국정교과서는 하나의 관점만 옳다는 사고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것이죠. 차라리 ‘우리는 친일, 독재세력을 찬양하기 때문에 이런 교과서를 만들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면 괜찮은데, 그것을 감추고 은연중에 친일을 미화하고 독ㅈ를 찬양하는 것이 문제라는 거예요.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잖아요? 다양한 관점을 진정하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지금 정권을 잡을 사람들은 민주주의답지 않은 행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 중에 하나가 지난 번 개정 교육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논쟁이에요. 대한민국 헌법에는 분명히 민주주의라고 명시되어있는데, 현 정권은 교육과정 문서에 자유민주주의라고 넣었어요. 자유민주주의는 평등과 복지를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를 배제해요.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본가, 권력자들이고 여기서의 자유는 자본가, 권력자, 재벌들의 자유를 위미하는 것이죠. 부요하면 부유한 대로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자신의 능력대로 살자고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가 주장하는 거예요. 가난한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거죠. 그런데 입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하는 일은 획일적인 국정교과서 추진이에요. 자가당착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죠.
조지오웰은 소설 <1984>에서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는데 이것이 국정교과서 추진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현 집권층은 역사를 지배함으로써 현재뿐만 아니라 차기 정권, 앞으로 계속되는 정권 재창출을 기도하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죠. 국민들이 다양한 시각, 비판 정신을 갖는 것을 막고 정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따라오기를 원하고 그런 교육을 의도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능력인데 우리나라 교육은 기계적인 반복, 암기만 강요하며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려고 하지 않아요. 비판의식을 가질 기회를 뺏어가는 거죠.

Q.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다양하다는 것ㅇ르 인정한다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올바른 역사의식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A. 그게 아주 어려운 질문인데요. 모든 역사는 관점에 따라서 서술되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이런 상대주의는 회의론이라는 함정에 빠지게 돼요. 무엇이 옳은 것인가? ‘역사가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는데 무엇 때문에 공부해?’ 라는 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역사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거예요. ‘누구의 말도 옳지 않다. 누구의 주장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논쟁을 일으키는 거죠. 어떤 사람이 주장을 할 때 저 사람은 왜 저런 주장을 하는지, 다른 사람은 또 왜 다르게 얘기하지? 그 사람의 주장이 근거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의심해야해요. 그런 가운데 논쟁을 하면서 더 타당하고 그럴듯하나 근거를 제시한 주장으로 합의가 도출되는 거죠. 역사에서의 논쟁은 상대편이 근거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들을 비판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면 지적에 대해 상대편은 대개 받아들여요. 그런 과정을 거쳐서 더 다양한 결론이 나올 수가 있죠. 그러니까 정답은 없지만 끊임없이 더 나은 답을 도출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겁니다. 국정교과서도 하나의 관점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관점이 잘 구현된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획일적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해요. 국정교과서가 아닌 다양한 검정 교과서 간에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고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더 나은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예요.

Q. 원래 민주주의는 시끌시끌한 거라고 하잖아요.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시민들의 입을 막으려고 했고, 억눌려있던 분노와 감정이 지금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지금 집회 시위가 아닌가 싶어요.

A. 집권층은 다양한 관점, 다양한 사고를 원치 않아요. 획일적인 사고를 요구하죠. 그러나 역사라는 학문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하죠. 그 사람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는 그 사람의 과거에서 나와요.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느냐가 오늘날 그의 모습이 된다는 거죠. 지금 시국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은 진실을 몰랐던 국민들이라는 거예요. 그저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쫓아갔기 때문에 그들의 관점이 없었다는 거죠. 그들에게 역사의식이 부족했고 역사적으로 생각할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광화문 촛불집회는 기회가 될 수가 있어요. 이번을 계기로 박정희 신화가 끝나게 될 수 있다는 얘기죠.

Q. 권력자들이 비판을 유난히 싫어하는 이유를 알겠네요. 역사공부가 다양한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어떻게 하면 역사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까요?

A. 시간을 내서 일부러 공부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는 역사 드라마든지 역사 영화, 역사 소설을 통해 이미 역사를 가까이 접하고 있어요. 근래에 <명량>이라는 영화도 있었고, 부산을 배경으로 하여 현대사와 관련된 <국제시장>, 그 이전에 <광해>도 있었고.. 텔레비전에서 역사드라마도 많이 방영돼요. 드라마나 소설 감독, 작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서, 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저 이야기는 사실일까 의심해 보는 거예요. 꼭 역사책을 읽지 않아도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관련된 사건들을 찾아보는 노력만으로도 역사 공부가 되고 역사의식이 커진다고 생각해요. 늘 내 주관과 주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선 비판정신이 있어야죠. 16세기에 스페인 수사 비베스는, “역사가 없는 곳에서는 80먹은 노인도 어린아이와 똑같다”고 했어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지혜를 얻는다는 것이죠. 삶의 지혜는 경험에서 나오고 경험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에요. 역사를 모르면 과거를 모르고 나이를 먹어도 지나간 과거를 모르면 오늘 태어난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입니다. 역사를 통해서 삶의 지혜도 얻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얻는 거죠.

Q. 삼포세대, 사포세대라는 용어가 청년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해 회의적이고 의욕이 저하되어 있는 현실에서, 그런 심리의 반영으로 헬 조선이라는 말도 나왔죠. 청년들이 짊어지고 있는 현실의 무게가 어떤지 실감이 되는데요, 예비 사회인이 될 학생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의 어려움과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A. 헬 조선을 만든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사실은 어른들이죠.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해줘야하는 부분이 있어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고방식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조선을 떠난다고 해도 갈 곳이 없어요.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대에 지구상의 나라 중 헬 조선 같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젊은이들을 위한 자기개발서나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어설픈 위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요. 중요한 것은 위로를 받은 다음이에요. 지금 필요한 것은 희망과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어떤 사람은 그 희망 때문에 끝없이 노력하고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희망을 포기하고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헛된 희망이 아니라, 나아질 거라는 자기 암시와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좀 더 노력하자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현상을 바로잡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문제의 방향을 잘못잡고 있어요. 부조리한 권력자,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재벌을 향해 분노가 쏟아져야 하는데,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온갖 혐오를 퍼부으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잘못된 병리적인 현상이 생기고 있어요. 혐오가 아니라 분노해야죠! 불의에 대해 분노해야 하고 잘못을 섣불리 용서하기보다는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학생 개개인은 약자입니다. 약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결과 연대죠. 힘을 합치게 되면 커다란 파워가 생겨요. 촛불 집회에서도 보듯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니 정권은 위기를 느끼고 멋대로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테고, 의식적으로 개선해나가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끝으로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야 해요. 투표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고 말하지 말고 누가 더 나은 사람인가를 곰곰이 따져보고 가장 나은 사람을 뽑아야 해요. 그래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Q.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 한마디가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하고 배워야 하는 동기를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수님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최상훈 교수님께서는 편안함과 자상함으로 한 시간 넘게 인터뷰를 해주셨다. 함께 방문한 김수민 기자의 한마디가 오늘의 배움과, 배움의 감동을 전해 줄 것 같다.
“토요일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기 전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교수님. 남다른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사히 다녀오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김수민 기자의 표정과 눈빛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인터뷰 진행 | 김보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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