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좋아 하는 심리 - gongpoyeonghwaleul joh-a haneun simli

과학산책 장마가 지나가고 어김없이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등골 서늘한 공포물이 생각납니다. 털이 쭈뼛 서는 오싹한 공포에 얽힌 과학 이야기.

여름이면 극장가와 방송가에서 앞다투어 ‘납량 특집’을 방영했습니다. 다들 한 번쯤 봤을 법한 <전설의 고향>은 특별한 피서거리가 없던 시절,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었죠. 최근에는 공포물을 여름 한정으로 제한하지 않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공포물=여름’이 제격이라 생각합니다. 공포물을 보다 불현듯 느끼는 오싹함이 정말 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요?

공포 영화의 법칙: 시각 vs 청각
공포 영화는 무서움(Horror)을 느끼라고 만든 것이라 당연히 보는 내내 겁이 나고 두렵습니다. 귀신이나 좀비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죠. 최대한 무섭게 잘 만든 공포 영화에는 ‘공식’이 있습니다. 공포와 불안감 조성을 위해 시각적 효과와 효과음, 배경음악 등을 적절하게 조합해 관객의 무서움을 자극하는 거죠.
영화사를 통틀어 공포·스릴러의 한 획을 그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1960)가 이 공식을 잘 버무려 넣은 희대의 공포물입니다. 여자 주인공이 샤워하는 도중 커튼 뒤로 비추는 칼을 든 괴한의 그림자는 많은 이가 꼽은 최고의 공포 명장면이죠. 이 장면이 빛을 발휘하기 위해 앞서 세차게 내리는 비와 도로변의 낡은 모텔, 친절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음침한 주인은 관객의 두려움을 극대화한 기폭 장치입니다. 이와 더불어 가장 큰 공포와 긴장을 느끼게 한 것이 바로 음향 효과. 직접적으로 살해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바이올린 줄의 날카로운 배경음과 칼에 찔리는 둔탁한 소리는 보는 이의 공포심을 극대화한 일등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듯 소리는 두려움을 만들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무섭게 장면을 포장합니다.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려도 무서움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죠. 공포 영화에서 단골로 들을 수 있는 삐걱거리는 효과음이 꾸준하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듣기 거북한 삐걱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관객은 극한의 무서움을 느낍니다. 따라서 음향 기술이 제대로 구현된 곳에서 공포 영상을 본다면 두려움을 한껏 자극해 공포감을 극한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나 지금 떨고 있니?
사람에 따라 느끼는 무서움의 차이가 다르지만 계속해서 공포물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인위적 공포가 주는 오싹함을 자신도 모르게 즐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포를 느낀 뒤 일시적으로 아드레날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짜릿한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뇌의 편도체가 관여하는데, 변연계에서 공포를 감지하면 시상하부를 통해 부신피질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하라는 신호가 전달됩니다. 또한 교감신경계를 흥분시켜 싸움-도주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는 즉각적으로 위험에 대처할 준비로 심장박동수와 호흡이 빨라지고 근육으로 피가 쏠려 피부 혈관을 수축시키죠. 이때 털이 서고 순간적으로 서늘한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포를 느꼈을 때 흔히 말하는 표현들은 교감신경계 흥분과 관련 깊습니다. ‘놀라서 눈이 커졌다’는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면서 눈이 튀어나오고 동공이 확대된 겁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한 것은 교감신경계에 의해 ‘심장이 요동’치는 거고, 입모근이 수축하면 ‘소름 돋고 털이 곤두섭'니다.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 역시 공포에 질려 피부 주변의 혈관이 수축해 혈액 양이 줄어들면서 핏기가 사라지는 교감신경계의 반응입니다. 순간 오싹함을 느끼는 것은 혈관이 수축하면서 식은땀이 흘러 온도가 떨어짐을 체감하는 거죠. 공포 영화를 보면 서늘하고 떨리는 것은 그런 듯한 느낌이 아닌 몸의 진짜 반응인 겁니다.
공포 영화를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전두엽을 통해 영화 속 내용이 가짜임을 인식하고 있어 공포 자체를 즐기죠. 재미있는 사실은 정말로 무서움을 느끼는 사람과 즐기는 타입 모두 공포로 인해 신체가 반응하는 ‘기분 좋은 스트레스’를 즐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만성 스트레스는 우울증과 심장마비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률을 높이지만, 공포물 같은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오히려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공포물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합니다. 사회학자 마지 커 박사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놀이기구를 타거나 호러물을 보는 등의 강한 자극이 일시적으로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포의 자극이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을 자극해 긍정적이고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죠.
뿐만 아니라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은 운동 효과도 있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면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공포물만 봐도 30분 정도 걷는 만큼의 칼로리가 소모된다고 하네요. 이번 주말에는 집에서 공포 영화를 보며 칼로리 소모도 하고 스트레스도 푸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싹한 고전영화 best 3 (스포주의!!)


  싸이코(1960)
1960년대에 만들어진 흑백 영화로, 영화사 최고의 호러물이자 미국적인 작품으로 꼽힙니다. 지금 봐도 소름이 돋을 만큼 정교하고 무서운 공포 영화의 기본이 잘 들어간 영상이죠. 당시에는 보기 어려운 파격적인 장면과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틀을 깬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당장 재생 버튼을 누를 것을 추천합니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1974)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더 유명한 영화입니다. 계속해서 리메이크될 정도로 공포 영화의 전설이죠. 전통적인 슬래셔 무비(살인마가 무기로 피해자를 살해하는 영화)로 살인마가 전기톱으로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죽입니다. 관객에게 잠재적 영향을 줄 수 있어 개봉 때부터 지금까지 뜨거운 논란이 있죠. 오리지널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플레이 리스트에 올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샤이닝(1980)
스티븐 킹의 소설을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며 피가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인용돼 더 많은 이에게 알려졌습니다. 레전드로 꼽히는  “Here’s Johnny!” 장면은 60개의 문을 3일 동안 찍었습니다. 광기 어린 잭 니컬슨의 연기와 싸늘한 영상미, 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음향효과까지, 오싹함을 느끼기에 제격입니다.

글=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유리하다고?"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성격 특성 송원지 2021-06-15 09:55:59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송원지 ]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우울,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 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 평균점수가 5.7점으로 2018년 시행한 건강조사 결과보다 2배 이상 증가하였고, 우울 위험군 비율 역시 22.8%로 코로나 19 발생 이전에 시행한 조사 결과에 비해 약 6배 증가하였다. 우울과 더불어 자살 생각 비율은 16.3%로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 9.7%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높아졌으며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공포영화를 좋아 하는 심리 - gongpoyeonghwaleul joh-a haneun simli

출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는 상황 속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유리하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Scrivener 외 연구진들은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성격 특성에 주목하였고 코로나와 같은 위험 상황 속 심리적인 문제를 극복하는데 이러한 성격 특성이 유리한지 알아보고자 설문지를 개발하였다. 이들은 31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하였으며 설문은 긍정적인 회복력(코로나 대유행 기간 긍정적인 경험과 감정 상태를 즐길 수 있는 능력)과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등과 같은 심리적 스트레스(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아 부정적인 감정의 경험) 등에 관해 묻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그 결과 공포 영화를 좋아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 속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회복력과 적은 스트레스를 보고하였다. 즉,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팬데믹 상황 속 심리적인 문제를 덜 경험하였고 전염병으로 인해 변화된 환경에 비교적 잘 적응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어떻게 팬데믹 상황 대처에 도움이 된 것일까? “ 연구진들은 연구 결과에 대해 다음 2가지 해석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공포 영화가 팬데믹 상황처럼 두려움, 불안을 유발하고 위험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모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가 아닌 가상 경험일지라도 위험하고 부정적인 상황을 공포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포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소비한 사람일수록 팬데믹 상황과 같이 실제 위험 상황에 대해 감정적으로 잘 준비가 되어 있고 상황에 상대적으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로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진 성격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sensation-seeking(감각 추구)이라 불리는 성격 특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Sensation-seeking 특성이 높은 사람은 어렵고 복잡한 도전이나 과제를 좋아하는 성향이 높아 스카이다이빙, 암벽등반 등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 활동이나 마라톤 완주 등과 같은 도전과제를 즐긴다. 또 위협이 되는 요인이나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할 도전이자 과제로 간주하며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포 영화의 경우, 영화 속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면이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를 하나의 도전이자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느끼고 즐기기에 좋아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팬데믹 상황과 같은 위험 상황 역시 새로운 도전이자 대처할 수 있는 상황으로 여기기에 심리적 고통을 덜 경험한 것이라는 것이다. 
공포영화를 좋아 하는 심리 - gongpoyeonghwaleul joh-a haneun simli
출처: Pixabay
 심리학자 마빈 주커(Zuckerman, M)는 sensation-seeking에 대해 ‘강렬하고 다양한 경험을 위해 물리적, 사회적, 법적, 재정적 위험 등을 감수하는 성격적 특성’이라 정의하였다. 이들은 안전하고 확실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이나 과제보다 불안전하고 위험하더라도 도전적인 경험을 선호하고 선택한다. 이때 위험을 추구하는 것이기보다 어려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며 두려워하지 않는 특성이라는 것이다. 이런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높으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보고하였다. 종합적으로 감각 추구 특성이 높은 사람들은 위험, 두려움 등에 직면했을 때 높은 도전 동기와 주체 의식을 보인다. 따라서 공포 영화 속 위협이나 두려움에 직면했을 때 도전 의식을 느끼고 발생한 모의위협을 긍정적으로 잘 처리하기에 공포 장르를 즐긴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발생한 위협에 잘 대처하고 높은 정서적 회복력을 보인다. 그로 인해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정서적 스트레스 및 심리적 불편을 상대적으로 덜 경험하는 것이다. 이처럼 sensation-seeking은 팬데믹 상황을 비롯한 삶의 다양한 도전으로부터 도움이 될 수 있는 특성이다. 다만 sensation-seeking 성격 특성은 분명히 적응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약물 사용, 과도한 음주, 여러 파트너와의 안전하지 않은 관계 등 주의가 보장되는 경우에도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강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출처-보건복지부 2021년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결과 -Pandemic practice: Horror fans and morbidly curious individuals are more psychologically resilient during the COVID-19 pandemic(2021)- Scrivner, Coltan, Johnson, John A, Kjeldgaard-Christiansen, Jens, Clasen, Mathias-Psychology today: sensation-see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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