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토키 밑은 이불뿐 - gintoki mit-eun ibulppun

딸랑.

주인장인 양 책상에 발을 걸치고 앉아 있던 남자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인영을 한 쪽 눈으로 훑어봤다. 그의 얼굴 위로 곧 곤란하다는 듯한 미소가 걸렸다.

'여기, 학생이 들어올 만한 곳은 아닌데.'

'학생 아닌데요.'

'신분증 검사하겠습니다, 그럼.'

망설임없이 주머니로부터 주민증을 꺼내드는 상대방을 보며 눈썹을 올리던 남자는 곧 자신의 손에 놓인 사진과 상대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실소를 터뜨렸다.

'이거 딱 봐도 본인 아니잖아.'

'그쪽이 어떻게 알아요. 성형한 건데요.'

'정확히 말해봐. 고3? 많이 힘들 때지 이런 저런 일로-'

'애초부터 그런 거 따질 정도로 합법적인 데도 아니잖아 당신들. 신분증 내고 왔으니까 법적으로 걸릴 일도 없고.'

남자의 눈이 깜박였다. 그는 곧 한숨을 내쉬더니 반쯤 일으켰던 상체를 다시 소파에 털썩하고 기댔다. 그의 흰 머리칼이 먼지처럼 나풀거렸다.

'뭐 정 그렇게 나오신다면야.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학생 취향에 맞을 만한 딜도 몇 개 추천해 드릴까? 호기심 채우는 셈 치고 다치지 않는 정도로-'

'사람 대 사람 서비스도 해 준다고 써져 있던데?'

길게 눈썹 아래로 드리워져 있던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 눈이 조용히 상대를 응시했다. 

'당신이 해주는 거야?'

남자는 이제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이봐, 이게 장난으로 할 만한 일이-'

'나랑 섹스해 줘.'

'그러니까-'

'다시는 없을 만큼 황홀한 섹스. 어차피 다시는 안 쓸 몸이니까 아무렇게나 굴려도 돼. 기분 좋기만 하면 돼.'

낡은 형광등이 검푸른 눈동자를 어둡게 내리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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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우리가 사용할 도구들입니다.'

'응.'

자신이 늘어놓는 도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상대를 보며 남자는 한숨을 삼켰다. 그가 손을 멈추자 딜도들과 바이브레이터 위로 드리워져 있던 까만 머리통이 고개를 들었다. 왜 그려냐는 듯이 눈을 깜박이는 얼굴을 남자는 다시 들여다보았다. 앳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었다. 학생일 거라는 남자의 짐작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본능적으로 조심스러워졌던 그의 태도, 귀엽지 않은 말들을 내뱉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깍듯한 말투, 그리고 몇 년간 이 가게에 자리를 꿰차왔던 남자 스스로의 직감에서 비롯된 추측일 뿐, 상대의 몸이 어리숙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남자는 고등학생이면 이미 다 컸다고 해야 할까. 미성년자라는 이름의 끝자락에 있을 것이다, 이 녀석은. 몸집도 자신과 별반 차이가 없었고, 알 건 다 안다는 남고등학생 특유의 분위기도 어느정도 자리잡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시 한 장만 걸치고 있는 소년의 흰 상체를 흘낏 바라보았다. 무기력하게 무릎 위에 올려져 있는 팔이 유난히 얇게 느껴졌다. 얌전히 안쪽으로 접혀 있는 다리도. 근육적이지 않다. 그다지 욕구가 들지는 않는다.

'굳이 당신이 박을 필요는 없어. 유감이지만 나를 상대로 정 세우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걸.'

남자의 시선을 느꼈는지 소년은 입을 열었다.  

'기분만 좋게 해 주면 돼.'

남자는 또다시 한숨을 집어삼키며 흘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을 끌어봤자 더 달라질 것도 없어보였다. 그는 쌓여 있던 도구들 중 동그란 구슬들이 꿰여 있는 줄을 집어들었다.

'그럼 시작합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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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가 처음은 아닌가?'

'집에서 몇 번 재미삼아 풀어봤었어.'

이미 준비를 다 하고 왔다는 소년의 말처럼 구슬은 쉽게 들어갔다. 미약하게 인상을 찌푸릴 뿐 익숙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상대의 모습에 남자는 조금 울고 싶어졌다. 이거야 섹스를 하는 건지 임상실험을 하는 건지..

'그럼 어디에서 느끼는지도 알겠네요.'

'응. 좀 안쪽에 있어. 검지손가락 한 마디 다 들어간 정도의 부근?'

'이쯤이려나.'

무심코 소년의 허벅지를 붙잡으며 구슬을 밀어넣으려는 순간 소년이 작게 몸서리를 쳤다.

'?'

'아, 아니. 좀 생소해서.'

'많이 해봤다며?'

'다른 사람이 만지는 건 처음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소년은 조금 흥분한 듯했다. 감흥 없는 표정은 여전했지만 남자의 손이 닿을 때마다 얼굴이 조금씩 붉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자신의 상태를 조금은 즐기는 것 같았다. 남자가 큰 손으로 나시를 반쯤 말아올리고 햇빛을 못 받은 것처럼 창백한 가슴팍에 입술을 가져다대자 그는 경련을 일으켰다. 판판한 가슴팍 아래로 순간 도드라지는 갈비뼈의 윤곽은 남자는 긴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헐렁한 뒷구멍과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몸뚱이. 남자는 소년의 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넌센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섹스하자고 말을 건네는 그 무표정한 얼굴과 더불어.

 남자는 소년의 성기를 입에 담으며 창백한 가슴에 투명한 땀방울이 맺혀 늑골의 능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양을 바라보았다. 기둥을 혀로 핥아 올리니 물방울은 가련한 모양새로 부르르 떨었다. 그것은 힘겹게 소년의 미숙하고도 울퉁불퉁한 가슴팍을 타고 내려간다. 혀가 귀두를 감싸오자 소년은 두 팔을 얼굴에 가져다 댔다. 남자는 문득 소년이 운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무리다. 그는 입술을 떼어냈다.

'왜 그래요?'

남자가 움직임을 멈추자 소년은 조금 커진 눈으로 그를 올려보았다. 소년은 울고 있지 않았다. 다만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남자가 봐왔던 쾌락에 점철된 색깔이 아니라, 조금은 이질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너한테는 이게 더 어울릴 것 같다.'

남자는 소년의 팔목을 잡아 품 속으로 끌어당겼다. 맨 가슴팍이 부딪쳐 오면서 그의 분홍빛 유두가 남자의 상체에 부벼졌다.

'으아악.'

전혀 안 귀여운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빠져나가려는 소년을 단단히 잡아 몸을 겹쳤더니 약간의 몸부림 후 상대가 잠잠해지는 게 느껴졌다. 자신이랑 엇비슷한 덩치를 가졌지만 말라서 그런지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나갈 것 같은 소년의 상체 안에서 조용한 속삭임이 새어나온다.

'난 섹스를 주문했어요.'

'알아.'

'이건 섹스가 아니예요.'

'기분만 좋으면 그만이지.'

'아저씨는 날 사랑할 수 있어요?'

'...?'

'난 아저씨를 사랑할 수 있어요. 처음 본 타인이라도 사랑해 줄 수 있어요. 난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눈이 처음으로 마주친 사람을 붙잡아서 평생 사랑해주겠다고 말할 수 있어요.'

'왜?'

'난 내일 죽을 거니까.'

'.......'

'아저씨. 나는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별로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뭔가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뭔가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붕 떠 있는 기분이예요. 나도 사랑을 해 보면 좀 달라질까? 누군가를 매일 생각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즐거워지면, 내 삶도 조금은 재밌어질까? 혼자 자위하는 건 너무나 외로운 일이야.'

'너..부모는 있냐?'

'왜, 내가 사랑받지 않고 자라서 이런 거 같아요?'

소년은 남자의 어깨 위에 기대어 있던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냉소를 터뜨리며 문을 박차고 나갈 것 같은 표정에 남자는 긴장했다. 하지만 상대는 피식 웃기만 했다. 어쩌면 남자가 순간적으로 자신을 안고 있던 팔에 힘을 준 것을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난 되게 평범한 가정에서, 어쩌면 과도할 정도의 사랑을 받고 자랐어요.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난 우리 부모님의 유망주고, 학교에서는 칭찬받는 모범생이죠. 집으로 부를 정도로 친한 녀석은 없지만 학교에서 껄끄러운 사이는 없어요. 이런 내가, 죽고 싶다고 하면 그건 공부에 찌든 고3이 뱉어내는 식상한 투정일 뿐일까요? 하룻밤 자고 나면 나아지는. 남들이 말하는 그런 사춘기 정도의 감정일까요?'

'......'

'우리 어머니는 내가 우울해할 때마다 그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 거라고 위로하시고, 과일을 한 접시 내려놓고 가요. 먹고 자고 나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것처럼. 내가 어쩌다 눈물을 보이면 고3은 원래 힘든 학년이라고, 이것만 견디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내 등을 토닥여 줘요. 하지만 나는 삶이 지독하게 지루해서 매일밤 자위를 하고 별의별 기구를 가지고 놀아요. 한 번 빼고 나면 잠도 잘 오고. 기분이 좋은 건 잠시뿐이지만, 그게 어디에요.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

'그럼 아저씨처럼 섹스중독자로 사는 건 어때?'

남자는 소년의 까만 머리통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말은 무미건조했지만 나름 진지한 표정이었다.

'섹스중독자 치고 여기, 너무 힘없는 거 아니에요?'

소년은 남자의 힘없이 내려앉은 물건을 손 끝으로 축 건드렸다. 움찔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그는 엷게 웃었다.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사카타..긴토키.'

'난 히지카타. 히지카타 토시로.'

'에..히지카타 군. 그럼 황홀한 섹스를 하고 싶다는 건..'

'마지막으로 내가 살고 싶어질 만한 유인이 있나 확인하고 싶었어요. 기분이 좋다면 적어도 내일을 기대할 이유 정도는 생기겠죠.'

'꼭 죽어야 되는 거야?'

'......'

'봐봐, 이 긴 상은..딱히 재미가 있는 인생을 사는 건 아니지만. 섹스중독자라고 해서 섹스에 목숨걸고 사는 건 아니라고? 어쨌든 그렇게 인생이 재밌지는 않지만 죽고 싶지는 않아. 죽어서 뭐 하냐? 오히려 죽음만큼 무취미한 것도 없을 거다. 아무 재미 없다고? 난 사람이 재미없어서 자기 목숨을 끊을 정도로 박한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내일 죽으면 인정할 수 밖에 없잖아요? 사람이 지루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으, 응?'

'내 주변의 누구도 내가 죽고 싶다는 걸 인정해 주지 않아요. 내가 지루해서 죽을 것 같다고 하면 학생인데 네 인생에 재밌는 게 어디 있냐고 웃으면서 지나쳐요. 하지만 그래 놓고선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 학생이 평소엔 어떤 학교 생활을 하고 다녔나 조사하겠죠. 거기서 별다른 점이 안 나오면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내가 정말 너무나 지루해서 죽었다는 걸.'

'어....'

'내가 죽기 전까지 내가 하는 소리는 모두 투정이고, 배부른 소리로 들릴 뿐이겠죠. 나는 어떤 의미로는 내 스스로에게 매우 충실한 채로 이 모든 걸 끝내는 거예요. 내 죽음만큼 내 기분을 잘 대변하고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리도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면서 아는 척 해대는 어르신들보다는 내가 훨씬 나에 대해 더 잘 안다구요.'

'응...그렇지.'

남자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상상해 보았다. 지금 맞닿은 가슴팍 아래로 전해져 오는 소년의 심장박동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지금 안고 있는 몸뚱이가 다시는 맞춰질 수 없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그는 다시 한 번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남겨진 사람들이 매우 슬퍼하겠는걸.'

'남겨진 사람 생각을 내가 왜 해야 합니까?'

소년은 우습다는 듯이 코웃음치며 대꾸했다. 남자는 처음으로 소년의 얼굴이 서늘하게 날카로워지고, 그의 청회색 눈동자가 분한 듯이 수축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살아왔어요. 물론 내가 가는 학교, 내 전공 과목은 다 내가 선택한 거죠. 하지만 그건 내가 선택한 게 아니에요. 난 한 번도 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내가 누군가한테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어머니한테 나는 하나뿐인 우등생 아들, 선생님에게 나는 조용한 모범생이었겠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나한테 준 역할이지 내가 선택한 건 아니에요. 나는..나는..'

그는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때 히지카타의 눈매는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랑 만났잖냐. 이 긴 상이 기억해 줄테니까 그 이름, 조금은 더 오랫동안 붙들고 있는 게 어떠냐.'

긴토키의 말에 히지카타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 그는 곧 배시시 웃어버렸다.

'맞아요. 아저씨는 지금 나한테 있어 가장 가까운 사람이에요. 오늘이라면 아저씨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하지만 아저씨는 오늘이 지나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우리는 또 남남이 될 거예요. 아마 다시는 볼 일이 없겠죠.'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윗입술을 부드럽게 깨물었다.

'그러니까 오늘밤까지는 서로 사랑하도록 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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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토키가 벌려진 허벅지 사이로 몸을 파묻을 때마다 히지카타의 상체는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처음 느껴보는 타인의 체취가 견디기 힘들다는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들이마쉬고 있었다. 하지만 긴토키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는 얼굴에 남아 있던 절박함을 지워내며 조금 경솔해 보이기도 하는 웃음을 대신 내걸었다.

'그래도 세워져서 다행이네요. 마지막까지 동정으로 죽나 했는데.'

'너 임마. 말을 그래도..'

긴토키의 마지막 말은 히지카타가 입술을 포개버리는 바람에 먹혀버렸다. 히지카타의 손은 긴토키의 몸을 기억하고 싶다는 듯이 서툰 몸짓으로 더듬어 내려가고 있었다. 키스가 잠시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시 깊숙이 파고드는 긴토키의 성기에 히지카타는 웃음과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그는 이번에 정말 울고 있었는데, 이 모든 걸 즐기고 있는 건지 부정을 하고 싶은 건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혼잡한 눈물이었다. 긴토키는 그 모양새가 괜히 보기 싫어져서 도구들 중 얇은 막대를 하나 꺼내들었다.

'요도막대?'

'아. 이걸론 자위해본 적 없지?'

'......'

'너 임마 진짜 발랑 까진 거 알아?'

긴토키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막대의 끝부분을 히지카타의 요도 구멍에 맞춰댔다.

'그래도 전문가 손만큼 넣지는 못했을걸.'

'흐아아악!!!'

전문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거친 움직임으로 막대가 꽂혀 들어갔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저릿한 느낌에 히지카타의 손발이 뒤로 꺾여졌다. 오그라든 발바닥을 살살 긁어주며 긴토키는 막대를 한 번 빙그르르 돌린 후 다시 도구들 쪽으로 손을 뻗었다.

'으, 아아..?'

'그 막대 빨대 형이야. 봤어?'

곧 그는 스포이트 모양의 기구를 꺼내들어, 그 입구를 막대의 끝부분에 살짝 넣었다. 고무부분을 누르자 안에 들어 있던 투명한 액체가 막대 안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흐익?!'

'안심해. 젤이니까.'

곧 빨대 밖으로 젤이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사정감에 젖어 있던 성기는 안을 채워 오는 이물질 때문에 고통스러운 듯 고개를 빳빳이 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젤이 더 새어나오기 전에 빨대의 구멍을 막아버렸다.

'잠, 잠깐-'

'기분 좋아지고 싶다며, 히지카타 군? 본편은 지금부터라고?'

'지금 나 놀리는 거예요?'

히지카타는 충혈된 눈으로 웃었다. 친구놈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고3 남학생의 입가에 종종 스쳐 지나갔을 것 같은 웃음. 별 것도 아닌 이야기지만 종종 웃음이 터질 때면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을 것 같은 그런 웃음. 긴토키는 조금 울고 싶어졌다. 학생이라서 살라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아들이라서 살라는 게 아니다. 타인이라는 지독하게 가벼운 탈을 쓰고 긴토키는 소년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그냥 네가 웃으면 이쁠 것 같다. 네가 지니고 있는 걸 차가운 길바닥에 던져버리고 싶지 않다.

'반칙이에요, 긴토키 씨.'

'응?'

'난 사랑받는 데는 이골이 났어요. 누군가를 사랑하러 온 거지, 당신이 그런 식으로 대해 주면 괜히 우습잖아요.'

소년은 여전히 웃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자조적인 형태이다. 하지만 긴토키는 신경쓰지 않고 소년의 이마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그래서, 기분 나빠?'

히지카타의 시선이 긴토키의 얼굴 근처에서 배회한다. 이 곳에 온 처음으로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눈으로 긴토키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찰나의 시간 후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됬지. 기분 좋으려고 온 거잖아?'

'그럼 나도 사랑하게 해 줘요.'

긴토키가 무어라고 대답하기 전에 히지카타는 입술이 긴토키의 입술에 닿았다가 날개짓처럼 떨어져 나갔다.

'오늘만큼은 당신이 내가 사는 이유예요.'

소년은 여전히 웃는다. 미소는 방황한다. 타인과 자신의 경계에서. 찰나의 행복이 자신을 올려놓는 인생의 아슬아슬한 모서리 속에서.

'히지카타 군. 너는 한 번도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어?'

긴토키의 물음에 소년의 입이 꾹 다물린다. 그는 곧 거짓말을 했음을 시인하는 어린애처럼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있어요. 이사 오기 전에 옆집에 살았던 형이요. 그 때는 어렴풋이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형이 좋았어요. 사람 좋은 미소나. 매일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건네는 한 마디 안부 인사나. 사이도 꽤 좋아서 자주 형네 놀러갔어요.'

'그런데?'

'엄마가 공부하는 애가 그렇게 남의 집에 자주 놀러가면 못 쓴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안 갔어요. 그 후에 곧 이쪽으로 이사왔고.'

히지카타는 눈 밖으로 흘러내린 물기를 닦아내렸다.

'..바보 같이. 엄마가 가지 말라고 해도 끝까지 갔어야 해요. 이사할 때 연락처라도 따 왔다던가.'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기회를 차 버린 스스로가 한심한 거예요.'

'.......'

'스트레이트였으니까 이루어지지는 않았겠죠. 그래도 그 사람 옆에 머물면서 매일 두근거리는 감정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러다가 짝사랑이 끝나면 괴로워하면서도,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아프면서도 기분이 좋은 거니까.'

소년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지금의 난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학교에 가서,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 공부를 하고. 그냥 그렇게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구요. 혼자 자위하는 것도 이제 신물나요. 기분이 그렇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눈가에서 새로운 물줄기가 흘러나오는 걸 가만히 바라본다.

'주변 사람들은 다 늦은 사춘기라 부르는데. 결국 지나가버릴 거라고 하는데. 이렇게 내버려 두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말겠죠? 나한테는 굉장히 큰 문제인데.'

'히지카타.'

'내가 뛰어내리지 않는 이상 다들 지나쳐 버릴 거예요. 언젠가는 너도 취미를 찾을 거라고 되도 않는 위로를 해대면서.'

'히지카타.'

긴토키는 소년을 꽉 껴안았다. 품 속에서 소년이 파들거리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난 아저씨를 사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내 마지막이 될 거예요.'

긴토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히지카타의 두 팔을 목에 두르며 그를 끌어안아 자신의 위에 앉혔다.

'하으읏..'

더 깊숙이 치고 올라오는 느낌에 소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을 흘리자 긴토키의 큰 손이 그의 뒷머리를 잡아 조심스럽게 자신을 가슴팍에 끌어당겼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심장 부근에 얼굴을 기대는 형태가 되었다.

'히지카타.'

'..?'

히지카타가 왜 그러냐고 묻기도 전에 다시 강한 추삽질이 시작되었고, 히지카타는 막힌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며 온몸으로 절박한 생리적 신호를 퍼뜨리는 것을 느꼈다.

'이거, 빼, 빼 줘요..'

'아직.'

긴토키는 아직 뺄 생각이 없었다. 그 동안 히지카타의 성감대는 몇 번이고 찔러져 그는 점점 스스로를 가눌 수 없어지고 있었다.

'하으윽! 으, 흐읏..아저씨..나 계속 울릴 거예요?'

'어떠냐. 펑펑 울어라. 긴 상은 우는 얼굴을 좋아하거든.'

펑펑 울고 나면 네가 다시 웃지 않을까. 그런 허무한 기대를 속으로 씹어 삼키며 긴토키는 소년의 내벽을 계속 찔렀다. 혹시라도 피곤하면 네가 뛰어내리는 날을 미루지 않을까. 내가 자정까지 너를 울리면 너는 내일 웃으면서 새벽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긴토키는 자신의 바람이 안일하다는 것을 안다. 동전의 앞면이 계속 나왔다고 다음에 뒷면에 나오지는 않듯이. 기적을 바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말의 변화라도 가능하다면. 긴토키는 그런 자조적 희망으로 히지카타의 속살을 두드렸다.

 어느덧 히지카타의 성기는 울부짖듯이 팽팽해져 있었다. 지난 세월 동안 참아 온 것이 분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그의 일그러진 얼굴과도 같은 혈관들이 창백한 살 밖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하으윽, 아저씨! 이제..제발!!'

소년이 완전히 정신을 잃기 전에 긴토키는 사정을 맞이하는 동시에 요도 막대를 뽑아냈다. 그러자 젤과 함께 정액이 뿜어져 나왔고, 소년은 못에 박힌 듯이 고개를 꺾으며 비명을 질렀다. 뒤로 넘어지려는 소년의 흥건한 몸뚱이를 손으로 받쳐들자,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든 모양인지 소년이 눈꺼풀을 파닥였다.

'...하아..'

'그래서, 어땠냐.'

긴토키는 여전히 소년의 안에 파묻혀 있는 성기 주변으로 정액이 흘러내리는 모양을 머쓱한 듯이 바라보며 물었다. 소년은 멍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곧 긴토키의 얼굴을 보더니 무엇이 우스운지 피식 웃어버리는 것이었다.

'나쁘지 않네요.'

'뭐야, 좋았으면서.'

'그래요, 좋았어요.'

히지카타는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는 상체를 기울여 긴토키의 목을 껴안았다. 어,이러면 긴상의 긴상이 위험해지는데-

'고마워요.'

귓가를 훑고 지나가는 속삭임에 긴토키는 부르르 떨었다. 그는 다시 몸을 떼어 자신을 바라보는 히지카타와 눈을 마주쳤다. 긴토키의 얼굴을 본 히지카타가 놀리듯이 말했다.

'아저씨 지금 조금 울 것 같아요. 그렇게 좋았어요?'

히지카타야, 긴상은 말이야. 비록 처음 본 타인이지만 말이야. 네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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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토키가 눈을 뜬 건 새벽녘이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옷을 다 입고 가게문을 여는 히지카타가 보였다. 긴토키는 잠이 번뜩 달아나는 기분이 들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 소리에 히지카타는 조금 놀란 얼굴을 하며 미안하다는 듯이 웃었다.

'미안. 깼어요?'

'...집으로 가는 거냐?'

'뛰어내릴 거면 사람 없는 새벽이 나으니까요.'

'...긴 상이랑 했던 섹스는 충분히 황홀하지 않았나 보지?'

'......'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말에 조금 상처받은 얼굴을 했다. 어이, 상처받은 쪽은 이쪽이라고. 소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좋았어요.'

'그럼 내일을 기대할 만하지 않아?'

'아저씨는 이제까지 잘 살아 왔잖아요. 이젠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히지카타.'

'여기서 머뭇거리면 다시 지금까지 생활이 반복될 거예요. 난 결심한 거예요.'

소년이 그 말을 끝으로 꾸벅 인사를 하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긴토키는 급하게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럼 나도 같이 가자.'

'? 왜요?'

'혼자 가는 건 외롭잖냐. 어젯밤의 정이라고 생각해.'

히지카타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잘못해서 오해받으면 안되잖아요.'

'남은 사람 걱정은 해서 뭐하냐.'

긴토키의 말에 히지카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다시 말을 하려 하는 듯했지만, 결국 입을 다물더니 길을 나섰다.

새벽 공기가 서늘하게 그들을 감싸 왔다. 긴토키는 아직 동이 터지 않아 어슴푸레한 하늘에 대고 숨을 내쉬었다. 한 밤 동안 씹어 삼켰던 한숨이 그의 머리카락만큼이나 곱슬거리는 허연 김이 되어 창공 속으로 흩어졌다. 춥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아파트의 옥상이었다. 멀리서 주황빛이 하늘의 끝자락을 어렴풋이 물들여 오는 게 보였다. 곧 구름들이 모두 간밤의 검푸른 기억을 잊고 찬란한 아침으로 변색될 것이다. 긴토키는 자신의 앞에 서 있던 소년의 까만 머리통이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럼 여기까지에요, 아저씨. 안녕.'

새벽의 서늘한 바람이 그의 검은 머리칼을 헤치고 지나간다. 비단 같은 머리카락이 날린 자리 사이로 도시의 아침이 밝아오는 풍경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졌다.

소년은 옥상의 쇠울타리 밖으로 발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리고는 좁은 바닥에 완전히 두 발로 서서 몇 발자국 뒤에 서 있는 긴토키를 마지막으로 돌아봤다. 히지카타는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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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남자의 외침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히지카타는 눈을 뜨고 자신의 옷깃을 붙잡고 있는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미안해. 하지만...'

긴토키는 입술을 깨물었다. 등골 사이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젯밤이 기분이 좋았다면..오늘도 하자.'

'.....아저씨.'

'네가 하려는 일을 막으려는 건 아니야! 하지만, 하지만..미뤄주면 안 될까?'

'.......'

'어제 긴 상이 말한 거, 거짓말은 아니었어. 섹스중독자거든 나. 너랑 한 섹스가 지금까지 내 생애 어느 순간보다도 제일 기분 좋았다고 하면 믿어줄래?'

'.......'

'조금만 미뤄줘 히지카타 군. 죽는 건..언제든지 할 수 있잖아. 나랑 있는 것도 이제 지루해서 신물이 나면 그 땐, 정말 보내줄게. 그것도 웃는 얼굴로. 봐봐 이렇게.'

남자의 얼굴을 본 히지카타는 피식 웃었다.

'그게 뭐가 웃는 얼굴이에요.'

'아? 긴 상 웃고 있다고? 하하.'

히지카타는 웃으면서도 입술을 깨물었다. 죽는 건 난데 왜 콧물 눈물은 아저씨가 흘려요?

'그러니까..미안하지만 조금만 이 아저씨랑 같이 있어줘라. 긴 상은 히지카타 군이랑의 섹스가 너무 좋아서..네가 지금 가 버리고 나면 너무나 슬플 것 같아. 난..너를..'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젖어들고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목이 메여서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간신히 뱉어냈다.

'사랑하고 싶어.'

소년은 눈을 깜박였다. 그는 뻑뻑하 두 눈을 문질렀다. 그리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긴토키는 부릅뜬 눈동자로 소년이 옥상 울타리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년을 피해 긴토키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미안하다 히지카타. 타인인 주제에 너한테 이런 부탁을 해서. 하지만 나는..나는...

'?!'

갑자기 풀썩 안겨오는 느낌에 긴토키는 고개를 퍼뜩 들었다. 소년이 긴토키의 옷 속으로 몸을 던진 것이었다. 히지카타는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긴토키의 온갖 액체로 범벅이 된 얼굴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는 자신의 뒤에 있는 옥상 울타리를 다시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이 조금 흔들렸다. 하지만 곧 자신과 이마를 맞닿아 오는 긴토키에 의해 시선이 다시 앞으로 돌려졌다. 긴토키는 속삭였다.

'조금만. 조금만 시도해 보자. 나랑 같이 사랑해 보는 거..'

'......'

히지카타는 말없이 긴토키의 두 손을 맞잡았다. 그는 긴토키의 입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가만히 맞대었다가 조심스레 떼어냈다. 언제부터였을까. 볼 위로 흘러내린 한 줄기의 물방울에 주황색으로 번져 오는 하늘이 담겼다.

'내가 사랑하게 해줘요, 아저씨.'

소년은 웃었다. 그의 뒤로 아침해가 눈부시게 떠오르고 있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