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헤드님의 [완전히 아름다운 세상이 되면] 에 관련된 글. 내가 일하는 피자매연대에서 재생지만을 쓰기로 지난 3월 결의했었다. 물론 재생지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은 지난 3월이 처음이 아니었다. 재생지로 선뜻 전환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재생지가 새종이보다 더 비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궁금증이 커지자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충무로에서 듣게 된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사실 '평화가 무엇이냐' 음반을 낼 때 속지를 모두 재생지로 하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런 사정이 있고 난 후 지난 4월 다시 충무로를 찾을 땐 재생지를 반드시 찾아야겠다는 결의가 있었지만 세상은 결의만 갖고는 되지
않는 법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하여튼 고생 끝에 A4 크기의 재생지를 판다는 종이도매점에 거두절미하고 전화부터 걸었다. 다시 종이 제조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기쁜 나머지 나는 바로 그 재생지
A4를 박스 단위로 판매한다는 도매점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해서 재생 복사용지를 잘 사용하고 있었다. 갱지라니. 나중에 재생지에 대해 많은 문서들을 검색하고 읽어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재생지에는 종류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재생비율이 가장 높고 질이 낮은 것이 갱지였다. 나는 종이는 그 두께에 따라서 미터당 45그램, 50그램, 70그램, 75그램, 80그램... 등등 나뉘어지고, 그램 수가 많이 나갈수록
종이는 더 두꺼워지고 그에 따라 가격도 올라간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나왔다. 그래서 결국 좀 오래된 구식 복사기로 복사를 하거나 프린터로 일일이 직접 출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은 처음엔 지루하고 귀찮기만 했다. 나는 펄프산업이 얼마나 규모가 큰 산업이며, 자본가들이 그 펄프를 보다 손쉽게 뽑아내기 위해 '녹색사막(green desert)'을 만들어 얼마나 많은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다시 한번 나는 생활습관을 바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