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이탈리아 사건 - anjeonghwan itallia sageon

안정환 이탈리아 사건 - anjeonghwan itallia sageon

눈물 흘리는 '반지의 제왕'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31일 오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2.1.31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반지의 제왕' 안정환(36)의 축구 인생은 그야말로 험난했다.

안정환은 31일 눈물의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1998년 대우 로얄즈에 입단하고 2012년 은퇴할 때까지 14년 동안 안정환의 여정에는 기막힌 사건들로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사건들을 모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 골든골 = 2002년 6월18일 대전월드컵 경기장. 한국 축구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행을 결정지은 지 단 4일 만에 '강호' 이탈리아와 8강행을 놓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안정환은 전반 5분 설기현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실축해 선취골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끌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대신 황선홍, 이천수, 차두리 등 공격수를 추가로 투입해 이탈리아의 골문을 노렸다.

히딩크 감독의 초강수가 빛을 발한 것은 경기가 시작된 지 116분이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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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은퇴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31일 오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팬들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2012.1.31

경기 종료를 4분여 앞두고 이탈리아의 수비수 사이에서 솟구쳐 오른 안정환은 이영표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으로 이탈리아의 골문을 흔들었다.

한국의 8강행을 결정짓는 골이었으며 한국이 세계 축구의 중심에 서는 순간이었다.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 모인 4만여 명의 '붉은악마'가 흥분에 들떠 '대~한민국'을 외칠 때 안정환은 그라운드를 뛰면서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에 키스했다.

'반지의 제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탈리아전에서 골 넣고 페루자에서 방출 = 이탈리아를 월드컵 16강에서 탈락시킨 대가는 혹독했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콘스에서 뛰다 임대선수로 2000년 7월부터 페루자에 입단한 안정환은 국내 최초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에 진출한 선수였다.

그는 2002년 6월로 임대기간이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16강 탈락에 충격을 받은 당시 페루자의 구단주 루치아노 가우치는 한 라디오방송에서 안정환이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축구를 망쳤다는 비상식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해 버렸다.

히딩크 감독은 "가우치 구단주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치한(childish) 발상"이라며 안정환을 두둔했다.

페루자 구단주는 언론의 왜곡 보도 때문에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결국 안정환은 이탈리아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진출 좌절 = 안정환은 페루자와의 기나긴 이적 협상 끝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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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반지의 제왕'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31일 오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2.1.31

협상 마무리단계까지 갔지만 취업허가서가 발목을 잡았다.

안정환은 블랙번과 계약기간 3년 이상에 이적료 350만달러, 연봉 100만달러로 이적을 위한 가계약까지 협의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 영국 교육노동부(DEE)는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구단이 안정환 영입을 위해 제출한 취업허가서 발급 신청에 대해 최종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영국 당국은 안정환이 외국인 선수의 취업비자 발급에 필요한 '최근 2년간의 A매치 중 75% 출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데다 전 소속팀인 페루자에서의 출전 횟수가 적은 것을 문제로 삼았다.

안정환은 "계약서에 서명을 다 하고 비행기 표까지 사 짐을 꾸려놨는데 입단을 못 하게 돼 당시 정말 힘들었다"며 지금도 당시 계약서를 가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만약에 블랙번에 갔으면 인생이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결국 안정환은 그 이후로 수많은 구단을 옮겨다니며 '저니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블랙번 진출 좌절 이후 일본 J리그에서 4년을 보낸 안정환은 프랑스 리그앙(FC메스), 독일 분데스리가(MSV뒤스부르크) 등에서 뛰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팀이 2부리그로 강등돼 새 팀을 찾았지만 결국 새 거처를 찾지 못하고 무적 신세가 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수원에 입단해 K리그로 복귀한 안정환은 2008년 부산으로 이적했지만 전성기 때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재계약에 실패했다.

안정환은 2009년 3월 중국 프로축구의 다롄에 입단해 팀의 주요 득점원이 됐지만 중국 프로리그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2/01/31 14:5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