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개 하는 물건 - naleul sogae haneun mulgeon

(누구에게나 인생샷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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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9. 05

#첫 번째 포스팅. – 자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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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과 노트, 축구공, 그리고 물감과 붓.

물건으로써 내 자신을 소개하기에 이만한 것이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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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라디오에서 ‘어떤 사람을 알기 위해선 그 사람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이 무엇인지를 보면 된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에 대한 모든 대답을 내 분신과도

같은 물건들의 이름을 빌어 내 자신을 소개하고자 한다.

적어도 이런 방식이 ‘진부한’ 자기소개는 아니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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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나이 스물다섯살. 이 나이에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마추어 작가다. 그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자칭 작가가

아니고 한국문인협회 소속의 진짜 작가다.

물론 집필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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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전역이 다가올 무렵, 대개의 또래 친구들은 앞으로

다가올 복학 생활에 대한 새로운 다짐과 취업에 대한 걱정 등을

덜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친구들이 수험서를

잡고 있는 와중에, 특이하게도 나는 펜과 노트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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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하기 전에도 가끔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야심한 시각, 감성변태가 되어 분위기에 도취돼

뿜어낸 그런 글이었다. 그러다가 군대에서는 처음에 정말

할 것이 없어서 쓰기 시작했던 짧은 글들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고, 또 그것이 습관이 되어갔다.

심지어 매번 휴가를 나올 때조차도 항상 복귀 전날이면

꼭 싸이월드에 짧은 글을 한 편씩 남겼고, 이것이 나중에는

하나의 단편 소설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무의식적으로는

‘내 글을 남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지 어느 순간

나는 대한민국의 현역 장병들을 대상으로 국방부와 한국문인협회가

주최한 병영문학상 공모전에 내기 위한 소설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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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시간을 내어 공모전 기간 내내 단편 소설을 쥐어짜낸

이후로는 마치 전역일을 기다리는 것 마냥 공모전 발표일을 기다리며

달력을 넘겨댔다. 하지만 결과 발표는 콜라에 김이 빠진 것처럼

시시하게 알아버렸는데, 내가 먼저 수상 명단을 확인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내 입상 성적을 말해줬기 때문이었다.

물론, 알게 된 경위와는 달리 결과까지 시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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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평가하는 공모전은 정해진 정답이 없고,

또 읽는 사람마다 주관적으로 평가내리기 마련이라 수상 여부는

‘운칠기삼’이라고 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 때 나는 운이 좀 좋았는지

‘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고 한국문인협회 소속 회원이 되었다.

하지만 상금으로 받은 300만원 중 80만원을 부대 회식비로

탕진(?)하여 꽤 충격이 컸던 기억도 함께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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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나는 지금까지 아마추어 작가로서 글을 쓴 적은 없지만,

종종 짧은 글을 여기저기 쓰곤 한다.

어쩌면 이 글도 그런 글들 중에 하나가 될 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미에서 내게 ‘펜과 노트’는, 특별한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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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 물건은 ‘축구공’ 이다.

축구공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취미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스물 다섯이 된 지금까지 내가 제일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했던 활동을 고르라면 아마 축구일 것이다.

(숨 쉬기, 밥 먹기, 공부하기 이런 거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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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 남고를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온 내게 축구는 곧

인생이자 내 자신이었다. 잘하진 않지만, 경기를 하는 것도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해외축구까지 챙겨보는 것도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큰 경기가 있는 날은 밤을 새서라도

꼬박꼬박 시청하면서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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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세 번째 물건은 ‘물감과 붓’이다.

사실 그림 그리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물감과 붓이라는

미술 도구를 빗대어 말을 했지만, 채색보다는 종이와 펜 하나로

그리는 그림을 좋아한다. 일러스트에서부터 정물, 초상화까지…

배운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서 주입된 적도 없지만

이상하게 나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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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를 조립할 때조차 조립하기 이전에 요상한 설계 도면(?)을

먼저 그렸고,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도 가족의 모습을

그려 밤마다 집에 늘어놓고 부모님으로부터의 칭찬을 갈구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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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부모님은 당시의 어린 나를 위해 천장을 제외한

내 방 4면을 모두 흰색 벽지로 만들어주셨고, 네 면의 벽이 모두

내 낙서들로 꽉 채워질 때마다 다시 흰 벽지로 도배를 해주셨다.

때문에 어린 시절의 나는 스케치북 앞에 엎드려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내 방 벽을 온통 도화지로 생각하고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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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유년 시절의 내 방은 지저분하지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던 그런 공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은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그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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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여기까지 내 물건을 통해 말한 내 소개가 끝났다.

물론 위에서 쓴 것 만큼 글을 잘 쓰거나, 축구를 잘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한다.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만, 남들과 구분되는 나만의 특징을, 내가 좋아하거나

기억 속에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있는 것에 비추어 적다보니

저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위에서 적은 것들을 빼면

‘공부하고, 친구들과 놀고…’등과 같이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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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 말고 지금의 삶을 간단히 말하자면

‘창업’을 준비 중이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꿈이자 목표가

‘스타트업’을 직접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일상에 있어 더 큰 모티베이션이

되는게 당연하기 때문에, 고시준비를 하거나 취직을 위한

구직활동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 무엇인가의 변화를 만들어보겠다는

다짐 하나로 스타트업 팀에서 Co-founder로 창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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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시절 알던 선배들과 또 새로 알게 된 인연들까지 팀을 꾸려

모바일 앱을 기획하는 일을 진행 중이며, 경영대학에 개설된 수업

‘창업하기’에도 선발되어 이번 학기를 수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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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말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 외에 크게 소개할 만하다

싶은 것이 없지만, 이번 가을 학기를 거치면서 나중에는

‘인간과컴퓨터의상호작용’ 수업 시간에 여러 학우들 앞에서

소개할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자기소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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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이 수업을 통해 얻고 싶은 것

특히나 앱을 만드는 창업팀으로서 HCI 및 UX에 요즘 부쩍

관심이 많아져 이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 기획과 UX에 대한 공부,

그리고 다양한 시각을 길러나가는 것이 이 수업을 듣는 목적이자

내 이번 학기 목표이다.

더욱이 다양한 전공들의 학생들이 모여 있기에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까지 얻어가고 싶다. 사람이 곧 자산이라는 말을 믿으며,

UX의 목표가 여러 유저들의 경험을 만족시킬 수 있는 총체적인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수업에서 만난 교수님, 그리고 여러 학우들과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넓혀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내가 이 수업에서 정말 얻고 나가는 것이 많았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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