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만들까 영어권 한국어 교육 자료의 개발 - mueos-eul eotteohge mandeulkka yeong-eogwon hangug-eo gyoyug jalyoui gaebal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남긴 초기 기록에서부터, 중국과 일본에서 활동한 서양 선교사들의 각종 보고서, 하멜 표류기의 다양한 판본, 서양인이 저술한 한국 관련 저작과 윤치호의 영어 일기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각종 문헌과 고지도를 통해 우리나라 로마자 국호의 1000년 변천사를 고찰했다.

대항해 시대를 풍미한 Core, Cory, Coria, Caoli, Corai, Corea 등 각양각색의 표기들이 각축을 벌이다가 17~19세기를 거쳐 Corea로 수렴되는 과정, 그리고 20세기를 전후해 Corea의 C가 K로 변모하는 과정과 그 원인을 역사적으로 고찰함으로써, Corea와 Korea의 오랜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초급 단계에서의 한국어 교육과 문화 교육

조항록

(연세대학교)

Hang-Rok Cho. 2000. Teaching Korean Culture in Korean Language Education for the Beginning Learners.Journal of Korean Language Education 11-1: 153~173. Recently, the Korean language research and education have developed rapidly in terms of their size and quality. One of the outstanding features in this process has been an emphasis on teaching Korean culture. Various approaches are being used for teaching Korean culture in the Korean textbooks and teaching methodologies. This coincides with the latest trend of CLT (communicative language teaching).

However, level-orientated teaching objectives and syllabus for Korean culture have not yet been developed. This paper is for setting the goals of teaching Korean culture and syllabus in the beginner's level. For this purpose, cultural factors in the present Korean textbooks and the methods of teaching culture in the Korean language training institutes are researched as the first step of this paper. From this research, the objectives of teaching Korean culture in the beginner's level are presented with some criteria. And some detailed cultural codes and their teaching methodologies in the beginner's level are also presented. In conclusion, this paper stresses an integrated approach of teaching Korean language and Korean culture in the Korean language education. (Yonsei University)

1. 서론

최근의 한국어 교육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많은 대학에 한국어 교육 기관이 설립되었고 전문적인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정규 학위 과정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주관의 한국어 능력 시험은 시행 4년째를 맞고 있고 한국어의 세계적 보급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1) 외국에서도 한국어학과 또는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는 대학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글학교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의 양적인 팽창은 자연히 질적인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늘어나는 한국어 학습자에게 효율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교수자의 노력은 개별 교육 기관 별로 또는 교수자의 연합의 형태로 그 성과들을 속속 산출해 내고 있다. 교재의 편찬, 교수법의 개발이 상호 경쟁적 또는 협동적 과정을 거쳐 양산되고 있다.

한국어 교육계의 이러한 양적․질적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가 문화 교육의 강조이다. 새로이 개발되는 교재, 교수법에 거의 예외 없이 문화 교육 항목이 도입되고 있다. 이는 최근의 외국어 교수법의 주된 경향을 볼 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1970년대 이후 외국어 교수법의 중심에 자리잡은 의사소통 중심의 교수법 (CLT: communicative language teaching)에서는 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의사소통 능력의 신장을 위해서는 언어의 구조와 형태와 같은 언어 내적 능력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언어 행위를 통하여 수행해 내는 기능을 중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언어가 사용되는 사회의 문화적 양태를 적절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언어적 숙달도를 신장시키기 위해 문화적 숙달도의 배양은 필수 조건이 된다.

한국어 교육계에서도 문화 교육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일기 시작하였으나 문화 교수요목의 설정과 같은 구체적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각 단계에 맞추어 적절하게 제시되어야 할 문화적 항목이 무엇인가? 그것을 어느 수준까지 제시하여야 할 것인가? 그리고 효율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은 한국어 교육계가 직면한 과제이다. 이와 함께 한국어 교수자들이 교육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문화 교육 지침서의 개발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출발한 하나의 시론이다. 한국어 교육 현장의 문화 교육 현황과 교재에 나타난 문화 항목을 살펴보고 초급 과정에서의 문화 교육의 목표와 교수요목, 교육 방법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의들

일반적으로 문화는 그 사회 구성원의 사고와 행위 양식을 담고 있는 총체적인 개념으로 정의되며 언어는 바로 그러한 문화에 기반하여 구성원의 문화적 양태를 담고 있는 가장 적절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2) 따라서 언어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언어 교육은 바로 문화 교육이며, 언어 학습은 바로 문화의 학습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1970년대 의사소통 중심의 교수법이 등장하기 전까지 일반적으로 외국어 교육 현장에서 중시된 것은 언어학적 능력이었다. 언어와 문화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인류학적 관점에서 또는 민족지학적 관점에서 다루어졌다.3)

그러나 언어의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며 의사소통 능력의 개발을 언어 교수의 목표로 설정한 의사소통 중심의 교수법이 등장하면서 문화적 요소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였다. 이의 최초 시도는 Chomsky (1965)의 “언어학이란 동질적인 언어 공동체에서 이상적인 화자-청자의 언어 능력을 연구하는 것”이라는 것에 반론을 제기하며 의사소통 능력 (communicative com-petence)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Hymes (1972)에서 볼 수 있다. Hymes는 Chomsky적인 언어학 연구는 메마른 것이라고 비판하며 언어학 이론은 의사소통과 문화를 결합하는 좀 더 일반적인 이론으로 발전할 것을 주장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어 교수의 목표는 어떤 표현이 형식적으로 가능한가? 어떤 표현이 실제로 생성이나 이해의 관점에서 사용 가능한가? 어떤 표현이 상황에 적절한가? 어떤 표현이 실제로 이루어졌을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 것인가? 등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보았다. 즉 언어 능력에서 중요한 것은 그 언어가 쓰이는 사회와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에 적절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Canale and Swain (1980)은 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함의하는 또 하나의 논의를 제기한다. 의사소통 능력의 하위 구성 요소를 문법적 능력 (gram-matical competence), 사회언어학적 능력 (socio-linguistic competence), 담화적 능력 (discourse competence), 책략적 능력 (strategic competence)으로 세분한 이 논의에서 사회언어학적 능력은 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즉 화행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맥락과 상황 속에서의 올바른 어법의 사용과 기능의 수행은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4) 이후 외국어 교육과 관련하여 언어와 문화의 통합적 접근을 위한 이론적 주창은 사회언어학의 학문적 영역 안에서 교차문화적 접근 (cross-cultural perspectives), 의사소통 민족지학적 접근 (ethnography of communication) 등의 이름으로 더욱 확대되어 왔다.5)Byram (1989)Kramsch (1993)는 외국어 교육과 문화 교육의 불가분성을 주장하는데 이들은 문화 학습 없이는 제2언어 또는 외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문화란 음식, 사물, 민속, 통계 자료와 같은 눈에 보이는 현상에 국한하지 않고 구성원의 세계관, 신념 등 내재적인 측면을 포함해야 한다고 한다.

한편 의사소통 중심의 교수법에서 문화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외국어 교육 현장에서 문화 변용 (acculturation)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의 과정을 상세히 기술한 연구도 있다. Acton and Felix는 외국어 학습자의 문화 변용의 단계를 여행자 단계 (Tourist), 생존자 단계 (Survivor), 이민자 단계 (Immigrant), 시민 단계 (Citizen) 등 4단계로 설정하고 생존자 단계와 이민자 단계의 사이에 높은 문화 변용의 문지방 (acculturation threshold)이 존재하는 것으로 관찰하고 있다. 외국어 학습이 진행되면 문화 변용이 진행되나 학습의 정도가 고급에 이르러서야 문화 충격에서 벗어나 문화 변용의 단계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은 외국어 교육 과정의 설정 및 외국어 교수법의 개발에 영향을 주어 문화 교육은 다른 중요한 기제와 함께 중심 원리로 자리잡고 있다. 다음은 이의 대표적인 예이다.

첫째, 외국어 교육 현장에서의 사회 문화적 요인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는 교육과정 모델이 있다. Stern (1983)은 외국어 교육 과정 모델의 진행을 역사적으로 논하면서 최근의 모델로 구조적 양상, 기능적 양상, 사회 문화적 양상, 경험적 양상으로 구성되는 4중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구조적 양상은 언어의 형식에, 기능적 양상은 담화 자질에, 사회 문화적 양상은 주어진 맥락 하에서의 사회적 적절성에, 그리고 경험적 양상은 언어 사용 연습에 초점을 둔다. 이러한 교육 과정 가설은 결국 언어 교육에서 문화적 요인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미국 정부가 ACTFL 등 미국 내 주요 외국어 교육 협회에 의뢰하여 개발한 미국 정부의 외국어 교육의 기본 원리는 5C (Communication, Cultures, Connections, Comparisons, Communities)의 성취를 교과과정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즉 문화의 습득은 현대 외국어 학습의 중요한 일면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외국의 행동 문화와 유형․무형의 문화적 소산품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터득할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의 본질을 통찰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모국어와 외국어, 자국 문화와 외국 문화의 비교를 통하여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셋째, 최근 미국에서 개발된 수행 중심의 교수법 (performance based in-struction)은 12개 항목의 기본 원리를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언어와 문화의 통합 교육 (language-culture integration)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 문맥화, 과제 수행, 실제 자료의 사용, 4기술 통합적 접근 등 다른 기제와 함께 교수법의 기본 원리로 설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외국어 교육에 있어서 의사소통 중심의 접근은 교육 현장에서 문화적 요소가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을 요구하며, 이는 이미 교육 과정, 교수요목, 교수법 등에 적절하게 포함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3. 현행 한국어 교육과 문화 교육

최근 국내외적으로 크게 확대된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문화 교육의 수준과 내용이 어떠한가에 대하여 깊이 연구한 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이미 출간되었거나 출간을 준비중인 한국어 교재에 나타난 문화 항목과 국내에서 관찰이 가능한 몇몇 교육 기관의 문화 교육 내용을 소개한다.

3.1 교재

문화 항목의 설정과 관련하여 기존의 한국어 교재와 최근 1-2년 사이에 출간된 한국어 교재는 크게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즉 기존의 한국어 교재는 학습자의 문화적 숙달도 배양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최근 1-2년 사이에 출간된 교재는 문화 항목을 분리 설정하는 등 문화 교육을 위한 적극적인 시도를 엿보이고 있다. 다음은 기존의 한국어 교재에서 문화 항목이 어떻게 설정되었는가를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첫째, 국내의 한국어 교재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문화적 항목을 독립적으로 설정하지 않았다. 1999년 이전에 출간된 교재 중 문화 항목이 분리 설정된 교재는 연세대학교의 󰡔한국어4󰡕-󰡔한국어6󰡕 정도이다. 중급 상 수준의 학습자부터 고급 학습자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이 교재는 해당 단원의 주제와 관련한 문화 자료를 ‘문화 해설’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일반 생활 문화보다는 전통 문화의 소개에 치우친 느낌이다.

둘째, 많은 교재가 독립적으로 문화 항목을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문화 교육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 수준은 크게 차이가 난다.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각과에 담고 있는 교재가 있는가 하면 전편에 걸쳐 한두 항목만을 담은 교재가 있다.

셋째, 중급 이상의 교재에 포함된 문화적 요소를 살펴볼 때 전통 문화에 비중을 많이 둔 느낌이다. 세시 풍속, 통과 의례, 민간 신앙, 민요와 속담, 역사적 인물 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의 문화 전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제의 설정이 빈약하다.

이에 비해 최근에 출간되었거나 출간을 준비중인 교재는 대체로 문화 항목을 독립적으로 설정하여 문화적 숙달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출간된 교재로 선문대학교의 󰡔출발! 한국어󰡕, 이화여자대학교의 󰡔말이 트이는 한국어1󰡕, 󰡔말이 트이는 한국어2󰡕, 연세대학교의 󰡔주제가 있는 한국어 읽기󰡕 등이, 곧 출간될 교재 (현재 시험 사용 중임)로 한국어교육연구센터 (KLEAR)의 한국어 교재와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어세계화추진위원회의 초급 한국어 교재가 그 예이다. 이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교 재

대상 학습자

문화 항목 내용

이화여자대학교

󰡔말이 트이는 한국어Ⅰ󰡕

󰡔말이 트이는 한국어Ⅱ󰡕

초급 과정

각 과의 중간에 ‘쉼터’를 두어 사진과 함께 한국어로 한국 문화를 소개함. 각 권 15개 항목

선문대학교

󰡔출발! 한국어󰡕

초급 과정

20개의 문화 항목을 각과의 끝에 한국어와 영어로 설명함. 그림 또는 사진을 곁들임.

연세대학교

󰡔주제가 있는 한국어 읽기󰡕

고급 과정

각 과의 학습 후 확인 단계인 질문 부분에 문화 이해 질문을 제시함. 주제에 따라 읽기 전 단계에도 부분적으로 관련 문화 항목을 제시하고 설명함.

한국어교육연구센터

(KLEAR)의 한국어 교재

초급 과정의 영어권 학습자

각과의 앞에 학습 목표를 제시하면서 (1)과제와 기능 (task and function), (2) 문법과 어휘 (grammar and vocabulary), (3) 문화적 이해(culture)를 범주화하여 제시함.

한국어세계화추진위원회

󰡔초급 한국어 읽기󰡕

󰡔초급 한국어 쓰기󰡕

초급 과정의 한국어 학습 자를 위한 범용의 교재

󰡔초급 한국어 읽기󰡕는 전체 20개 과 중 주제의 성격에 따라 10개 과에 ‘문화 소개’란을 두었고 󰡔초급 한국어 쓰기󰡕는 3개 과에 ‘문화 노트’를 제시함.

 3.2 문화 교육 방법

국내의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실시하는 문화 교육 방법론에 대한 연구 역시 아직은 빈약하다. 다음은 필자가 소속한 교육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문화 교육 방법과 몇몇 교육 기관의 관련자들과 인터뷰한 것을 참고한 것이다.

첫째, 일반적으로 국내에서의 한국어 교육 기관은 한국어의 구조와 기능을 교육할 때 문화 교육이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즉 한국어의 특정 표현 또는 어휘를 교육하면서 이의 화용론적 특징, 어원 등을 설명하거나 특정 주제 및 기능에 대한 역할극 등 교실 활동을 통하여 학습자의 문화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기대한다.6)

둘째, 신문 자료, TV 뉴스 및 드라마 활용, 광고 전단지 활용과 같은 실용적인 실제 자료의 학습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학습하는 경우이다. 특히 신문 자료와 방송 자료는 중급 이상에서 빈번하게 활용되는 보조 자료로서 한국의 현실 사회 전반을 교육 내용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전체 교육 과정상 특정 목표를 위해 제한적으로 채택되고, 그 채택에 있어서도 학습자의 능력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초급 단계에서 활용하기에는 많은 제한이 있다.

셋째, 일부 교육 기관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한국 역사, 문학, 사회, 현대 정치와 같은 문화의 다양한 영역에 대하여 특정 시간을 설정하여 한국어로 강의하고 토론하도록 하는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학습자로 하여금 관심 영역을 선택하여 참여하도록 하는 선택 과목 제도의 운영이나, 특정 주제에 대하여 자료를 찾아 정리하여 토론하는 활동의 부과, 한국의 분단 상황이나 한국의 지역주의와 같이 배경 상황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요하는 교수 활동을 통하여 실시된다. 앞으로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문화 교수요목이 수립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때 이러한 교육은 중요한 경험적 데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현장 학습을 통한 한국 문화 교육이다. 대다수의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현장 학습은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인식의 확대를 주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비록 학생들 간의 친목 도모, 한국어의 실제 사용 연습과 같은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현장 학습은 학습자의 문화 체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다만 학습자의 한국어 능력, 미미한 시간 배정, 제한된 장소 등으로 폭넓은 문화 학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국내의 한국어 교육 기관이 실시하는 문화 교육은 수업 후 과제 또는 주말 과제의 형식으로 학습자들에게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의 한국어 학습자가 목표어 사회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습자들은 인사하기, 길 묻기, 물건 사기, 전화, 음식 주문, 교통 수단 이용하기, 우체국이나 은행 이용하기 등을 통해 문화적 숙달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3.3 학습자의 인식과 요구

국내에서 문화 교육의 관점에서 실시한 한국어 학습자 요구 분석은 발표된 것이 없다. 따라서 문화 교육에 대한 학습자들의 인식은 잘 알 수가 없다. 다만 교재 집필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실시한 한국어 교재 관련 학습자 요구 분석과 특정 프로그램 종료 후 실시한 학습자 설문 조사를 통해 현행 문화 교육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과 요구를 유추할 뿐이다.

(1) 한국어 교재 집필 목적의 기초 자료 수집을 위한 한 설문 조사는 기존의 교재가 학습자의 문화 이해를 충분히 도와 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백봉자 등의 연구 (1997)는 영어권과 일본어권의 학습자 75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어 교재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을 밝히고 있는데 ‘현행 교과서가 한국의 사회/문화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아주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3명, ‘다소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21명으로 전체의 32%에 불과했다. 그리고 교재 구성과 관련하여 사회 문화적 영역의 하위 영역을 묻는 질문에 대하여는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문화, 습관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43.5%로 사회 (25.3%), 역사 (8%) 등을 크게 능가했다. 이를 볼 때 기존의 한국어 교재가 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으며, 기존에 포함된 문화적 영역 또한 전통 문화에 치우쳐 현대 한국 사회의 제 영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2)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이 1999년 여름에 실시한 5주의 단기 특별 프로그램 후 실시한 설문 조사는 교육 내용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을 보여 준다. 이 설문 조사에서 ‘무엇을 제일 배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한국 문화는 12.9%이었다. 이는 한국어의 84.7%에 비하여 매우 낮은 수준이나 한국 역사 등 그 밖의 항목이 도합 1.2%이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 문화에 대한 학습자의 욕구가 결코 작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3주 과정의 또 다른 단기 프로그램 종류 후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한국 문화 이해에 도움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적극적 반응보다는 ‘다소 도움이 되었다.’는 소극적 반응이 많았다. 이는 어휘와 문법,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영역에 대한 응답이 대부분 ‘아주 좋았다.’는 반응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언어와 문화의 통합 교육이 바람직한 모델로 주장되고 있는 최근의 논의에 비추어 볼 때 각 단계에 맞는 문화 교육 방법론의 미흡함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4. 한국어 초급 과정 학습자에 대한 문화 교육의 목표 설정

외국어 교육 현장에서의 문화 교육의 목표는 어떻게 설정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는 외국어의 학습 단계와 학습자의 다양한 변인, 학습 환경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즉 기초 단계의 학습자라면 목표어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과 언어 사용, 관습 등 문화적 내용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원어민 화자들과의 원만한 의사소통이 1차적이며 직접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학습 과정을 거쳐 사적, 공적 영역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거나 전문적인 영역에서 언어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라면 목표어 사회의 제반 현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어 학습 동기가 특정 영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데 있다면 그것에 필요한 언어적 능력의 발달 단계와는 무관하게 문화적 숙달도를 키우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7)

이는 외국어 교육 현장에서의 문화 교육이 결국은 외국어 학습 단계에 맞추어 설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문화 교육이 의사소통 능력을 발달시키고 목표 언어 사회에 대한 문화적 변용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어 초급 학습자를 위한 문화 교육의 목표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한국어 초급 단계의 등급 기준 내지는 학습 목표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외국어 교육과 문화적 변용의 상관 관계에 대한 이론을 접맥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한국어 초급 학습자를 위한 문화 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하여 다음의 몇 가지를 준거틀로 삼고자 한다.

가. 문화관광부 한국어 세계화 추진위원회가 국내 주요 교육 기관의 교육 과정을 분석하여 제시한 초급의 학습 목표와 교육 내용

교육 목표

교육 내용

∙자모의 발음을 정확히 익히고 교정, 한국어 구문 구조를 이해한다

∙일상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한다 (인사, 자기 소개 및 가족소개, 물건 사기, 음식 주문하기, 하루 일과, 길 묻기, 날씨, 대중 교통 수단 이용하기, 약속하기, 여가 활동, 개인의 관심사 등).

기본적인 문장 구성에 필요한 문법을 익힌다.

∙질문과 응답, 간단한 복문, 현재, 과거, 미래를 표현할 수 있다.

∙적절한 기능어를 사용하여 간단한 주문이나 요청, 제안 등을 할 수 있다.

∙단순한 감정 표현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다. 편지, 엽서 등을 쓸 수 있다.

자모, 받침

인사, 소개, 날씨, 시간, 요일 묻기, 음식 주문, 물건 사기, 은행 업무, 전화 걸기, 미장원, 병원, 취미, 예약하기, 여행, 세배, 회사 일, 편지와 일기 쓰기, 교실, 가족, 날짜, 하루의 일과, 약속, 교통, 하숙집, 여행, 방향 가리키기, 길 묻기

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의 한국어 능력 시험 (KPT)의 평가 기준 중 초급 (1급, 2급)에 있는 사회 문화적 요구와 기본 학습 목표

등급

사회 문화적 요구

기본 학습 목표

1급

이질적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접촉 의지와, 주변 한국인들의 최소한의 도움 아래 개인 영역에서 기본적인 사회생활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야 한다. 공공 영역에서의 활동은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한글 자모 순서, 한글 맞춤법의 기본 구조, 질문과 응답을 구성하는 문법 사항 등의 기본적인 사항을 (아직 익숙하지 못해도) 이해는 해야 한다. 기본적인 인사와, 기본적인 문형과 기본 어휘 1,000단어 정도 (빈도, 난이도, 중요도를 감안)를 가지고 단문 중심의 특히 빈도가 높은 관용적인 표현이 가능하도록 한다. 중간언어 단계를 폭넓게 인정한다.

2급

한국 사회에 대한 기본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 생활을 별 무리없이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 영역에서는 아직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는 있지만 아직 충분히 익히지는 못한 상태이다.

기초적인 한국어를 듣고 말하고, 읽고 쓸 수 있다. 음절식 읽기에는 숙달되어야 한다. 기본 어휘 1,500-3,000단어 정도의 문장을 이해하며,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하는 대화가 가능한 정도이다. 중간언어 단계를 약간 인정한다.

다. ACTFL의 가이드 라인 중 Novice와 Intermediate의 내용8)

등급

기준

Novice

학습한 자료를 가지고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

암기된 자료만으로 발화가 가능할 뿐 기능적 능력이 없음

Intermediate

매우 예상이 가능한 간단한 대면 대화의 유지가 가능함.

친숙한 주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의 생성이 가능하며 단순한 상황에서 의사소통 행위의 유지가 가능함

라. 미국의 FILR (Federal Interagency Language Roundtable)의 가이드 라인에 따른 FSI (Foreign Service Institute)의 평가 기준과 DLPT (Defense Language Proficiency Test)의 0+, 1, 1+의 내용9)

등급

숙달도 수준

기본 과제

 0+

암기된 숙달도 수준

인사, 암기된 발화로 이루어지는 친구와의 대화, 연관성이 부족한 단어와 구의 사용, 공식화된 질문과 대답, 스케줄 읽기, 음식과 자동차에 대한 간단한 광고문 읽기 (값과 모델명), 교통 표지판 읽기, 메뉴 읽기

1, 1+

기본적인 숙달도 수준

기초적인 생활 관련 질문, 창의적 발화의 생성, 짧은 발화, 하루 생활 이야기하기, 간단한 약속 정하기, 직업 구하기, 전화 걸기, 자동차 빌리기, 호텔 이용하기, 물건 사기, 은행 이용하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하기, 간단한 광고 읽기, 간단한 광고문 쓰기

이상의 등급 기준을 바탕으로 할 때 초급 과정의 학습자라면 한국어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사용 능력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일상 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인사 나누기, 물건 사기, 음식 주문, 교통수단 이용, 전화 사용, 우체국 등 공공 시설의 제한적 이용, 여행하기, 숙박 시설 이용하기, 간판/광고 등에서 기본적인 정보 얻기, 취미 활동하기 등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의사소통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이는 다시 문법적 능력 등 의사소통 능력의 하위 구성 능력으로 세분화하여 설정되어야 하나 여기에서 논의하고 있는 문화적 능력의 습득과 관련하여서는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학습 목표: 초급 과정 학습자에게 요구되는 문화적 능력>

∙한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한국어의 올바른 사용 (경어법 등)

∙한국의 자연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한국에서의 의식주 생활 영위

∙기본적인 경제 활동

∙모국과의 통신 및 교류

∙공공 시설의 제한적 이용

∙여행 및 여가 생활

∙한국인과의 교제

∙가정/학교/직장과 같은 특정 영역에의 기초적인 적응

이러한 문화 학습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것들이 교재, 교수 활동 등에 주요 내용으로 포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수요목: 초급 과정 학습자들이 학습하여야 문화 항목>

(1) 한국의 문자, 어휘

  - 한글의 창제자와 창제 시기

   한국어의 문자 체계와 형태론적 특징

   가족, 친척 호칭의 발달

   고유어와 한자어의 병존

(2) 언어 생활 규범

  - 한국어의 겸양법, 경어법에 나타난 한국인의 대인 관계 규범

   호칭의 적절한 사용

   격식체와 비격식체의 적절한 사용

(3) 한국인의 의식주

  - 한국 음식의 종류, 맛

   한국 음식을 먹는 방법

   한국인의 주거 형태 (아파트, 단독 주택, 연립 주택 등)

   한국 가정의 구조

   식당에서의 음식 주문 방법 및 음식 배달 방법

   청소년의 음식 문화 (햄버거, 피자 등의 선호)

   한복

(4) 현대 한국인의 생활 속에 남아 있는 전통 문화적 요소

  - 한국인의 통과의례 중 돌과 결혼

(5) 한국의 공공 시설과 제도

  - 교육 제도 (공교육 기관의 종류와 학제)

   관공서 업무 시간

   도서관, 체육관 이용 방법

   은행 이용 방법

   약국과 병원 이용하기

   주소와 우편번호 표기 방법

   전화번호 표기 방법

(6) 한국의 계절과 날씨

  - 4계절의 구분

   계절 별 날씨

   현대 한국인의 계절 즐기기

(7) 한국인의 사고방식

  -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표현과 ‘우리’ 의식10)

   음식 값 지불과 한국인의 의식

(8) 한국인의 취미 생활과 여가 생활

  - 한국인의 취미 활동

   한국인의 주말 생활

   여가 생활의 변천

(9) 한국인의 경제 활동

  - 한국의 재래시장과 백화점

   물건 값 깎기

   신문의 대형 광고, 광고 전단지 읽기

(10) 한국인의 학교 생활, 직장 생활

  - 학교 내 시설 이용하기

   출퇴근 시간

   월급제 (최근 늘어나는 연봉제와 함께)

   직장인의 취미 활동 (동호인)과 회식

(11) 한국 사회의 예절

  - 물건 주고 받기

   웃어른에 대한 예절

   식사 예절

   초대와 방문 예절

(12) 한국의 교통

  - 대중 교통 수단의 종류와 이용하기

   서울의 교통 체증

(13) 숙박 시설물 소개와 이용 방법

  - 하숙, 여관 소개

   호텔 이용하기

(14) 한국의 자연, 지리, 관광지

  - 한국의 지리적 특징 (위치, 크기, 인구 등)

   유명한 관광지 소개 (민속촌, 설악산, 경주, 제주도 등)

위의 각 항목이 초급 단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단지 초급 단계의 학습자에게 제시되어야 할 항목들이며 그 수준 역시 초급 단계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 학습 정도가 높아지면서 각 문화 항목에 대한 문화 교육의 수준 역시 높아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통과 의례 중 돌잔치를 소개할 경우 초급에서는 아기가 태어나 100일되는 날에 첫 잔치를 하며 첫돌이 되면 가족은 물론 가까운 친척과 친지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한다는 내용까지 가능할 것이다. 중급에서의 돌잔치는 잔치를 한다는 사실 전달을 넘어 돌잡이를 하고 돌잔치에 초대받아 갈 때 어떤 선물을 하고 아기에게 어떻게 덕담을 하는지를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5. 초급 과정 학습자를 위한 문화 교육 방법

5.1 설명

물론 최근의 외국어 교수법에서 어휘나 문법 항목의 교육이 유의미한 맥락 속에서 제시되고 다양한 activity를 통해서 학습된다. 그러나 개념의 설명이 필요한 항목에 대하여는 설명 또는 대조의 방식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다만 이때도 개념의 설명 이후에 학습자의 activity를 동원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설명의 방법이 동원될 수 있는 문화 교육 항목으로는 한글의 창제, 한국어의 문자 체계와 형태론적 특징, 고유어와 한자어, 한국어의 겸양법/경어법에 나타난 한국인의 대인 관계 규범, 타인에 대한 호칭 등 한국의 문자, 어휘, 언어 생활 규범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에 도표, 그림을 병행하면 학습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5.2 실물, 사진, 그림의 제시와 영상물의 감상

그림, 사진, 영상물과 같은 시청각 자료의 활용은 최근의 외국어 교수법에서 하부 기술의 학습 활동과 관련하여 널리 활용되고 있다. 문화 교육의 측면에서는 더욱 권장할만하다. 문화적 함의를 갖는 실물을 제시하거나 직접 체험시키지 못할 경우 이를 담은 사진 등의 제시는 매우 효과적이다. 한복, 한국인의 통과 의례, 한국인의 주거 형태, 한국 가정의 구조, 한국 음식의 종류, 한국의 유명한 관광지 소개 등에 있어 이 방법은 유용하다. 시각 자료의 경우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거나 영상물의 경우 요약문을 배포하면 학습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를 위해 교육 기관이 문화 주머니 (culture capsule)를 준비한다면 더욱 효과적이 될 것이다.

5.3 실제 활동의 동원

한국 문화의 교육이 학습자로 하여금 한국에서의 문화 충격을 줄이고 문화적 동화를 일으키도록 하는 데 있다. 즉 교실에서의 학습 활동은 바로 사회에서의 언어 생활로 연결됨을 전제한다. 교실에서 교육 목적상의 형태적 조작 없이 문화적 함의를 갖는 학습 활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이는 가장 효과적인 문화 교육이 될 것이다. 주소와 우편번호 쓰기, 전화번호 메모하기, 광고 전단지를 읽고 상품 선택하기 등은 쓰기, 읽기 기술의 향상과 함께 문화적 능력을 키울 것이다.

5.4 역할극

최근 외국어 교수법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이 실생활에서 접하는 과제를 어떻게 수행해 내느냐 하는 점이다. 교실에서 교육 목적 상의 형태적 조작을 통해 문화적 함의를 갖는 실생활 과제를 역할극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식당에서의 음식 주문, 대중 교통 수단 이용하기, 호텔 투숙, 물건 값 깎기 등의 역할극을 통해 언어 능력의 하부 기술은 물론 문화적 능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5.5 자국 문화와 비교하여 말하기

문화 교육은 자국과는 양태가 다른 이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이 경우 자국 문화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경험적 지식은 또 하나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매개 역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의 외국어 교수법의 한 원리인 개인화 (persnalization)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창조적 발화도 가능해진다. 한국의 교육 제도, 계절의 특징과 계절 놀이, 취미 활동, 주말 생활 등과 같은 항목은 자국 문화와의 비교를 통해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5.6 현장 견학

문화 학습의 방법으로 오래 전부터 활용되어 온 방법이다. 교사와 함께 문화적 함의를 갖는 곳을 방문하여 직접 체험하는 방법과 주말 과제로 교사의 도움 없이 학습자가 현장을 견학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견학가기 전에 견학의 목적, 견학지에 대한 사전 이해와 견학지에서의 자료 수집이나 문화 활동 체험 등이 부과되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습 목적을 가지고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산다든가 경복궁을 방문하여 사진을 찍어와 설명하도록 하는 등은 학습자에게 유목적적인 학습 활동을 요구하는 것으로 효과가 클 것이다.

5.7 관찰, 참여 관찰 등 의사소통 민족지학의 접근법 활용

이문화 사회에서 겪는 문화 충격의 상황에서 민족지학적 안목을 갖추는 것은 문화 학습은 물론 문화적 동화를 크게 촉진할 것이다. 학습자로 하여금 목표 언어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현상을 관찰하거나 직접 참여하여 체험한 것을 기술하도록 하는 의사소통 민족지학적 접근 방법은 문화 교육에 매우 유용하다.11) 교사의 지침에 따라 특정의 문화적 행위, 예를 들어 한국인의 음식 값 지불 방법, 한국 대학생의 학교 생활, 한국인의 식사 예절 등을 관찰한다면 문화 학습을 촉진할 것이다.

지금까지 기술한 다양한 문화 교육 방법을 실행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문화 교육이 언어 교육과 유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외국어 교육 현장에서의 문화 교육은 언어적 숙달도를 높이는 데 주목적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어 중심 교육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문화 중심의 교육은 더욱 조심하여야 한다.

둘째, 문화 주머니의 사용을 제기했듯이 교육 현장에서 제시하는 자료들은 실물 또는 실물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것들이어야 한다. 문화 학습 자체가 사회의 현상이나 제도, 사회 구성원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므로 구체적이고 사실적이 되어야 한다.

셋째, 앞에서도 분리하여 제시하였듯이 교육 대상의 문화 항목이 무엇이냐에 따라 적절한 문화 교육 방법을 채택하여야 한다.

넷째, 전통 문화의 소개보다는 실생활 문화를 많이 소개해야 한다. 자칫 문화라고 하면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생활 습관 등에 치중하기 쉬우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교육은 그들의 실제 생활에서의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함에 있어 가치 전제를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소개함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이문화 사회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외국인 학습자라는 점을 생각할 때 문화에 대한 가치 정향이 분명히 다르다. 문화적 상대주의에 따라 한국 문화에 대한 가치 판단은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6. 결론

이상에서 한국어 초급 과정 학습자를 위한 문화 교육의 목표와 교수요목, 그리고 교수 방법 등을 제시해 보았다.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시론으로서 앞으로 많은 이의 관심을 요하는 부분이다. 최근의 외국어 교육이 문화 교육과의 통합 과정을 지향한다는 일반적인 전제 이외에 한국어 교육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기대 효과, 즉 한국어 교육의 기능적 측면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도 많은 연구를 요한다.

최근 영어 학습의 효율적인 방법이자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있다고 알려진 표현이 하나 있다. 영어 사회화 (English Socialization)이다. 영어 학습이 단지 영어에 대한 언어학적 능력만을 키워서는 절대 안 되고 영어 화자와의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영어가 사용되는 제반 환경, 즉 그들의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어의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한국어 자체가 낯선 언어인데다가 한국어가 사용되어 온 문화 역시 외국인 학습자에게는 매우 이질적이고 낯선 문화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독특한 위치에 있고 5천 년이라는 긴 역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문화적 정향 또한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게다가 해방 이후 물밀 듯이 들어온 서양 문화와의 혼재,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도와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외국인 학습자가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볼 때 한국어를 통해 의사소통하고자 하는 외국인 학습자에게 한국어 사회화 (Korean Socialization)는 비록 어려움이 있다 할지라도 더욱 긴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이는 한국어 교수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 교육을 적절하게 통합할 수 있는 교재, 문화 교수요목, 교수법의 개발을 요구하는 일이다. 또한 한국어 교육과 관련 있는 모든 이의 협동 노력과 인접 학문과의 연계도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 교육을 통합할 수 있는 좋은 방안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김정숙 (1997), “한국어 숙달도 배양을 위한 한국 문화 교육 방안”, 교육 한글 10, 한글학회.

김하수 (1998), “한국어 능력 시험 (KPT)에서의 평가 기준과 향후 작업 문제: 언어적 능력인가, 사회적 능력인가?”, 국제한국어교육학회 제9회 워크샵 발표문.

남기심 (1999), “언어의 사회․문화적 기능”, 남기심 외.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의 방법과 실제, 한국방송대학교 출판부.

민현식 (1996), “국제 한국어 교육을 위한 국어 문화론의 내용 구성 연구”, 한국말 교육 7, 국제한국어교육학회.

박갑수 (1999),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문화적 배경”, 해외 한민족과 차세대, 계명대학교 아카데미 코리아나.

백봉자, 손연자, 조항록 (1997), ‘신교재 개발 연구 조사’에 관한 최종 연구 보고서, 문화체육부 국어정책과 연구 과제.

손호민 (1999), “미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방법”,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주최 제1회 한국어교육 국제학술회의 발표문.

조항록 (1998), “한국어 고급 과정 학습자를 위한 한국 문화 교육 방안”, 한국어 교육 제9권 2호, 국제한국어교육학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999), 제3회 한국어 능력 시험 문제.

한국어세계화 추진위원회 (1998), 한국어 세계화 추진을 위한 기반 구축 사업 1차년도 결과 보고서.

한국어세계화 추진위원회 (1999), “범용 한국어 교육 교재 (초급) 개발” 사업 보고서.

한상미 (1999), “한국어 교육에서 언어와 문화의 통합적 교육 방안 -의사소통 민족지학 연구 방법론의 적용-”, 한국어 교육 제10권 2호.

Acton, William R. and Felix, Judith Walker de (1995), "Acculturation and mind", in Valdes, Joyce Merrill, ed., Culture Boun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Buck, Kathryn. ed. (1989), The ACTFL Oral Proficiency Interview: Tester Training Manual. NY: Yonkers.

Byram, M. (1989) Cultural Studies in Foreign Language Education, Clevedon, UK: Multilingual Matters.

Canale, M. and Swain, M. (1980), "Theoretical bases of communicative approaches to second language teaching and testing", Applied Linguistics 1(1).

Cortazzi, Martin and Jin, Lixian (1999), "Cultural mirrors: Materials and methods in the EFL classroom", in Hinkel, Eli, ed., Culture in Second Language Teaching and Learning,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Federal Interagency Language Roundtable (FILR) Skill Level Descriptions, DLIFLC Pamphlet (1991).

Hinkel, Eli (1999), "Culture in research and second language pedagogy", in Hinkel, Eli, ed., Culture in Second Language Teaching and Learning,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Kramsch, C. (1993), Context and Culture in Language Teaching,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Krasnick, Harry (1984), “From Communicative Competence to Cultural Competence”, On Tesol, Washington D.C.: TESOL.

Richards, Jack C. and Rodgers, Theodore S. (1994), Approaches and Methods in Language Teaching: A description and analysi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Sasse, Werner (1996), “Teaching Korean Culture through Korean Studies-Creating Myths to Live By-”, Korean Language Education 7.

Sohn, Ho-min (1995), “Performance-based Principles and Proficiency Criteria for KFL Textbook Development”, Korean Language Edu-cation 6.

Stern, H. H. (1983), Fundamental Concepts of Language Teaching, 심영택 외 역 (1995), 언어 교수의 기본 개념, 도서출판 하우.

Valette, Rebecca M. (1995), "The Culture Test", in Valdes, Joyce Merrill, ed., Culture Boun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한국어 1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외 국내 한국어 교육 기관 교재

[출처] 까페 가우리 블로그 정보센터

Toplist

최신 우편물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