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 토니 시아 스토리 R 에디터 - eoseu toni sia seutoli R editeo

  1990년대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게임이 있다면 그 중엔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이름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불모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척박한 한국에서도 이런 멋진 국산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게이머들은 놀라워했고 기존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대사와 독특한 이벤트 등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만의 별난 재미에 즐겁게 플레이를 했던, 어찌 보면 아련한 추억 그 자체라 해도 좋을 게임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흔히들 말하는 명작이라 하기엔 부족한 부분도 있고 꽤 가슴 아픈 버그 문제도 있었지만 당시엔 누구나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고 지금도 추억의 게임으로 기억하고 있는, 손노리란 이름을 게이머들에게 각인시켜준 강한 인상의 타이틀이었던 것은 분명했습니다.

PSP로 이식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1994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발매된 후 2002년에는 국산 휴대용 게임기 GP32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이란 타이틀로 리메이크 타이틀이 발매되었으며, 다시 윈도 버전과 휴대폰 버전, PSP 버전으로 이식되며 그 이름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팬들이 원하던 정식 후속작이 2006년 GXG 버전으로 등장했으며, GXG 버전을 기반으로 다시 PSP로 대대적인 공사를 거쳐 게이머들 앞에 선을 보이게 됩니다. 바로 지난 10월 23일 발매된 PSP용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입니다. 사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는 GXG 버전 발매 당시에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아쉽게도 발매 기종의 문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없었던 타이틀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접하기 쉬운 PSP 버전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발매 이전부터 적지 않은 기대를 모았던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14년의 세월이 흘러 드디어 PSP로 모습을 드러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는 화려한 3D 그래픽을 자랑하는 타이틀이 많은 PSP로 발매되었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2D 그래픽 중심으로 제작되었습니다. 3D 그래픽에 익숙한 요즘에 와서는 조금 수수하게 느껴지겠지만 흠잡을 부분 없이 깔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의 동작과 함께 펼쳐지는 부드러운 색감의 배경 그래픽은 지저분하게 도트가 튀고 조악할 것이라는 2D 그래픽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줍니다. 눈부신 화려함은 없지만 깔끔하고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이용해서 전투 도중의 인상적인 컷인 연출을 넣고 이벤트 시의 대화창에도 GXG 버전보다 훨씬 큼직하게 새로운 일러스트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전작이 PSP로 이식되면서 그러했던 것처럼 PSP 버전을 위해 상당히 멋지게 제작된 오프닝 애니메이션도 추가해서 비주얼적인 부분을 강화했습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거의 모든 것이 바뀐 PSP 버전.

새롭게 추가된 멋진 애니메이션 오프닝.

  320x200 해상도의 GXG 버전에서 480x272 해상도의 PSP로 넘어오면서 넓어진 화면을 적절히 이용해서 마을이나 던전의 구성을 여유롭게 변경하고 한 화면에 많은 정보를 담았습니다. GXG 버전에서는 월드맵만 지원하던 것과 달리 PSP 버전은 던전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GXG 버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시나리오의 볼륨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마을과 던전, 보스 등을 추가했으며 새로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아세로라를 추가했습니다. 유명 성우들을 기용해서 중요 이벤트에서는 음성 지원을 해주며 전투 역시 새로운 연출을 대폭 추가하는 등 GXG 버전이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정도였다면 PSP 버전은 그 모험의 중후반부를 보여주는 완전판이라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다만 UMD를 매체로 쓴다고는 해도 꽤 잦은 로딩이 발생하는데 그리 길지는 않지만 잦은 로딩은 게임의 맥을 자주 끊기 때문에 쾌적한 게임 진행 측면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젠 마을에서도 맵을 지원.

큼직한 캐릭터 일러스트. 표정 변화가 없는 게 조금 아쉽다.

  14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정식 후속작답게 스토리 또한 전작의 5년 후라는 그리 멀지 않은 시간적 배경에 전작에 이어 러덕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해 유저들의 향수를 자극합니다(물론 러덕 외에도 전작에 등장했던 몇몇 중요 캐릭터들이 나옵니다). 카이난의 지팡이 수송식을 맡은 로이드가 전작의 주인공이었다면 이번에는 군사 학교를 갓 졸업한 팔라딘 킬리안이 주인공이 되어 취직을 위한 소개서를 받고 여행을 하다 하나 둘 동료가 생기고 결국에는 스케일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GXG 버전에 비해서 두 배 정도의 상당히 긴 분량의 시나리오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플레이 시간도 길어진데다 뭔가 시작할 만한 부분에서 끝났던 GXG 버전에 비해 확실하게 제대로 된 RPG를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수준의 볼륨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전작과 판박이로 시작되는 도입부.

그리고 점점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정석적인 스토리.

전작에 비해 노출도가 상당히 줄어든 러덕 아저씨.

PSP 버전의 새로운 플레이어 캐릭터 아세로라님의 위험한 대사.

  전투 시스템은 GXG 버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서 액티브 게이지 턴 시스템에서 해당 캐릭터의 스피드에 따라 공격 순서가 정해지는 일반적인 턴 시스템으로 바뀌었으며 공격을 할 때의 연출도 제자리에서 공격하던 것에서 발전해서 빠르게 적에게 전진해서 공격을 한 뒤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식으로 동적인 연출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일반 공격 시 일정 확률로 크리티컬이 뜨고 최대 세 번까지 강력한 연속 공격을 넣게 되면 해당 캐릭터의 일러스트가 화면에 뜨는 등 시각적인 연출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전투의 템포는 상당히 빠른 편으로, 공격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속도가 빠르고 크리티컬 성공 시나 스킬을 사용할 때도 박력 있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굉장히 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연속 크리티컬 공격.

스킬은 물리적인 공격이나 마법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

  해당 캐릭터의 고유 필살기라 할 수 있는 스킬 시스템은 스킬 트리 방식으로, 이전 단계의 스킬을 익혀야 다음 단계의 스킬을 익힐 수 있고 연계 스킬 역시 해당 연계기에 참여하는 캐릭터가 해당 스킬을 익혀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트리에서 해당 스킬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일정치의 스킬 포인트를 사용해야 하고 확인한 스킬을 익히기 위해서 다시 또 스킬 포인트를 사용해야 하며, 그렇게 익힌 스킬은 보물 상자 등에서 얻은 레벨업 아이템을 사용해서 스킬의 위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기나 장비에는 슬롯이 존재하는데 슬롯의 수만큼 체력을 늘려준다거나 부가 기능을 추가해줄 수 있습니다. 다만 한번 장착한 슬롯 아이템은 다시 해제할 수 없고 새로운 장비를 입수하면 다시 이전에 소모한 슬롯 아이템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장비를 강화할 수는 없습니다.

스킬을 확인하고 익힐 때는 각각 스킬 포인트가 필요하다.

연계기를 사용할 때 나오는 일러스트 연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를 처음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가장 당혹감을 느끼는 부분이 조우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필드에는 적이 돌아다니고 있으며 적이 주인공 일행을 발견하면 머리 위로 느낌표가 뜨면서 쫓아오고 적과 접촉하게 되면 전투가 시작되는 방식입니다. 다만 적이 눈치를 채기 전에 먼저 적에게 다가가 전투에 돌입하게 되면 전투 시작하기 전 적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히고 전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기습 시스템이라 할 수 있으며, 이 기습 시스템은 전투 시스템에 전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워낙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기습에 성공하면 그걸로 적들을 전멸시킬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어지간한 적들과의 전투가 지겨워지는 RPG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적이 주인공 일행을 발견하면 쫓아오는 식.

기습에 성공하면 전투를 바로 끝낼 수 있다.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 역시 그리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적이 주인공 일행을 발견하고 쫓아와서 기습을 하게 되면 바로 전멸하게 되거나 전멸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현상은 춥고 배고픈 저렙 시절뿐만이 아니라 엔딩을 보기 직전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레벨을 많이 올렸다 해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효과를 낳습니다. 다만 그로 인해 게임이 너무 타이트해지고 피곤한 감도 없잖아 있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긴장감은 지루함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지만 플레이 내내 적의 움직임에 신경을 써야 하고, 게임 초반부 지리를 잘 모를 때 화면을 많이 가리게 되는 지도를 켜고 이동하다 보면 적을 보지 못하고 얼떨결에 기습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결국 시스템 하나로 인해 게임의 난이도가 대폭 상승하게 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던전은 한 층이 잘게 쪼개져 있고 잘게 쪼개진 각 화면을 오갈 때마다 많은 적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한 화면의 적을 모두 처리하고 나서 다른 곳에 갔다 다시 돌아오면 그대로 적들이 다시 생기기 때문에 수없이 전투를 하게 되고 수없이 적들과 술래잡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다 잠시 실수로 기습이라도 당해서 게임 오버라도 당하게 되면 문제는 꽤 심각해집니다. 결국 전투가 끝날 때마다 세이브를 매번 해야 하거나 언제 끝날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전투 회피 아이템을 사용해야 합니다. 꽤 비싼 아이템인 꼬깔모자를 구입하게 되면 적의 기습을 100% 막아주긴 하지만 초중반에는 어쩔 수 없이 기습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해야 합니다.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기습 한 방이면 이렇게 됩니다.

처음 플레이 당시 이 아이템을 사고는 너무나 기뻤을 정도.

  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전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도 부담을 주는 부분입니다. 던전에 들어가면 던전의 한 층을 넓게 잡아주는 게 아니라 하나의 층을 잘게 쪼갰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고, 던전의 퍼즐 장치를 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갔던 곳을 또 가야 하는 플레이가 이어지는데 그때마다 몬스터는 계속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모든 전투를 기습으로 시작하지 않는 한에야 짧지 않은 전투가 이어지게 되는데 퍼즐 풀기에도 바쁜 와중에 계속해서 적들은 생겨나기 때문에 결국은 운에 맡겨야 하는 도망 시스템을 사용하거나 스피넬의 스킬 중 무조건 도망칠 수 있는 스킬을 사용해서 도망치는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기습 시스템이나 적들이 계속 리필되는 것도 그렇고 플레이어들을 너무 가혹하게 몰고 가는 것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의 시스템인데 또 뻔히 그걸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요소까지 집어넣은 것은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플레이어를 피곤하게 하다가 그런 상황을 완전히 제로로 만드는 요소를 넣는 것보다는 적당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시스템을 짜서 아기자기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땠을까 싶습니다. 물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의 모 아니면 도 식의 우직한 시스템도 최근 게임에서 보기 힘든 진한 매력이긴 하지만 꽤 긴 시간을 플레이해야 하는 RPG에서는 너무 무리한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은근 재밌는 도망 시스템.

100% 전투에서 도망갈 수 있는 스피넬의 스킬.

  전작도 그러했지만 이번 작품 역시 게임 곳곳에 숨어 있는 잔대사나 자잘한 이벤트가 소소한 즐거움을 줍니다. 격식을 차리지 않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생각지도 않은 대사가 나와서 플레이 중간중간 재미를 주며 본 게임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정식 후속작이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전작을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연출이나 대사도 등장하는 등 일본이나 북미 쪽 RPG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친근한 대사나 이벤트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가 갖는 강한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재미난 대사 외에 막상 스토리 진행에 중요한 대사들은 너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어색한 문장으로 나열되는데, 이는 하나의 이벤트 대사에서도 음성이 나오다 말다 하는 뜬금없는 성우 지원과 함께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으로 지적할 만 합니다.

생각지도 않은 대사가 쉴 새 없이 튀어나온다.

무엇을 찾느냐는 질문에 주인공 킬리안이 대답했습니다.

복무신조는 판타지 세계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당.

아… 이제는 추억의 이름이구나.

  게임의 진행은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스토리 퀘스트와 함께 부가적인 퀘스트를 즐길 수 있는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진행하게 됩니다. 스토리 퀘스트에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지시해주기 때문에 특별한 공략 없이 수월하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전투 외에는 그리 어려운 부분이 없기 때문에 깔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다만 서브 퀘스트는 볼륨적인 부분이나 내용적인 부분에서 꽤 빈약함이 드러납니다. 스토리 퀘스트 외에는 딱히 시간을 들여 플레이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의 서브 퀘스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방대한 분량의 퀘스트와 그로 인해 장시간 플레이할 수 있는 측면을 기대하기엔 힘듭니다. 오히려 퀘스트보다는 열심히 스킬 포인트를 모아서 스킬 트리를 완성하는 것이 오히려 게임의 생명 연장에 도움을 줍니다.

가야 할 장소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퀘스트로 인해 게임 진행은 상당히 수월하다.

  또 하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에서 눈에 밟히는 부분은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퀘스트 전개에 있습니다. 솔직히 게임에서 현실적인 내용을 찾는 것 자체가 한없이 바보스러운 짓에 가깝겠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너무나 터무니없는 전개는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게 합니다. 예를 들어서 스토리 진행 도중 어두워질 때까지 여관에서 시간을 죽여야 하는데 여관에 들어가니 주인이 아프다는 전개가 펼쳐집니다. 주인의 병을 고치려면 어디어디 던전에만 있는 약초를 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던전도 아니고 여관에서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던전에 들어가서 치열한 전투 끝에 겨우 최하층까지 내려가 약초를 구해와서 여관 주인의 병을 고친 후, 여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저녁이 되는 이벤트가 나옵니다.

…아 이건 또 무슨 바보 같은 삽질이래요. 나랑 시간 한 번 죽이기가 그렇게 힘든가요. 그 언니는 왜...

  시간을 여관에서만 보내는 것도 아니고 버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PSP 슬립만 해도 수십 시간은 잘도 가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인데다 저기 먼 던전까지 가서 최하층에 있는 약초 구해오는 시간만 해도 게임 안에서 며칠은 족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게임 초반부에 다른 여관에서는 아픈 어머니 대신 가게를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약초를 구해달라는 퀘스트는 생기지 않는다며 개그와 함께 쿨한 모습을 보여줬으면서 왜 뒤에서는 설득력 없는 퀘스트가 이루어지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하나의 큰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부가적인 이벤트가 발생한다기보다는 퀘스트를 위한 억지 스토리 진행이라는 느낌입니다.

단순히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처절한 관문.

초반부에서는 이렇게 쿨했으면서!

  RPG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게임을 관통하는 우직한 스토리가 필수인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는 퀘스트의 진행이나 서브 캐릭터들 간의 이벤트가 억지에 가깝기 때문에 게이머가 스토리에 몰입하기보다는 어색함을 느끼고 부자연스러운 진행만 이루어지게 됩니다. 생명의 은인에게도 여관비는 꼬박 받아내는 여관 주인, 배 몰 사람 없다고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를 죽은 아버지의 복수심을 이용해서 어른들도 꺼리는 위험한 지역에 끌고 가는 모습 등은 그저 가볍게 게임을 진행하거나 개그를 위한 설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한 모습이 자꾸 겹쳐지면 건성건성 억지로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아무런 대책 없이 게임이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결국 어딘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스토리는 엔딩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는데, 뭐 하나 제대로 결말을 맺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끝이 납니다. 전작의 결말은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는 와중에 러덕과 아크라 사이에 약간의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아무런 결말도 이루어지지 않고 모든 캐릭터가 모두 어정쩡하게 끝이 나는, 너무 여운이 남아서 도대체 엔딩인 건지 다음 작품이 나오기 전에 플레이해보는 프롤로그 파트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GXG 버전의 엔딩에서 나아가 더욱 커진 스토리와 확실한 이야기의 맺음을 기대했던 팬들은 큰 기대를 가졌던 만큼 큰 실망감을 느낄 부분이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인공 일행은 참 못된 녀석들입니다.

급변하는 캐릭터의 성격과 어정쩡한 결말은 수습이 힘들 정도.

  대한민국의 게임 시장에서는 흔치 않은, 게이머들이 꾸준히 후속작의 발매를 기대하고 리메이크 타이틀을 원하는 몇 안 되는 타이틀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라 할 수 있으며 그만큼 PSP 버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는 많고 많은 평범한 RPG의 후속작 정도로 취급해선 안 되는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작을 플레이해본 유저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하게 생각했을 러덕과 아크라와의 이야기의 매듭, 그리고 2편에 등장한 새로운 주인공들이 짧지 않은 여행의 끝에 맞이하는 결말은 게이머들이 생각했던 결말과는 너무나 멀게 느껴집니다. 언젠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3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지 또 모르겠지만 14년 만에 등장한 후속작에서 전작의 매듭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언제 등장할지 모를 후속작에서 2편의 매듭을 기대하기엔 힘들어 보입니다.

  또한 요즘 들어 보기 힘든 플레이어에게 가혹한 시스템은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들에겐 꽤 낯선 요소였을 것이며 정식 버전 역시 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지난날 즐겁게 플레이했던 고전 타이틀의 정식 후속작이라는 측면에서 너무나 반갑고 기대를 가질만한 타이틀이지만 반대로 전작을 플레이해보지 않았던 유저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누구나 기대하는 후속작은 과도한 기대감으로 인해 눈에 차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애정으로 인해 다소의 문제점은 눈감아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과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는 그 시대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게이머들과 그렇지 않은 게이머들에게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쉽게 이야기하기 힘들어 보이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레 임대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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