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의 차이 - yeoseong-gwa namseong-ui chai

영국 유전학자, 성의 구분을 뇌 형성 과정과 뇌 구조의 차이로 설명해

남자는 다 똑같아, 똑같아!” 남편이 길을 걸으며 다른 여자의 몸매를 힐긋거리는 모습을 두고 옆에서 같이 걷던 아내가 참다못해 하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남자들은 발끈하며 “여자들은 안 그래?”라고 반문한다. 그런데 여성은 길을 가면서 이 남자 저 남자 힐긋거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니 여자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남녀가 본능에서 다른 것은 뇌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전학을 전공한 박사로서, BBC 방송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남녀 뇌의 유전학적 차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명성을 얻은 앤 무어이다.

남자가 여러 여자를 기웃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자의 직관이 왜 거의 정확한가? 왜 남자는 지도를 잘 읽고, 여자는 사람을 더 잘 읽는가? 왜 남자는 공격 지향적이고, 여자는 관계 지향적인가? 이런 차이에 대한 궁금증은 심리학 서적에서 이미 해소되었을 수 있다. 또 사회화의 차이로 인해, 또 역사적 강요에 의해 남녀의 차이가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먹혀들었다. 하지만 앤 무어는 남녀 차이를 차별로 보는 시대에 ‘용감히’ 나서서, 남녀 차이가 뇌 차이에 있으며 좀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뇌가 남녀의 성을 결정하며 뇌 구조가 남녀의 성 역할을 구분짓는다는 내용을 담은 <브레인 섹스>는, 지난 세기를 주도해온 사회적 조건화에 입각한 남녀 차이의 해석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부모와 사회가 남자와 여자에게 각각 다른 역할을 기대함으로써 남녀가 서로 다른 행동방식을 학습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은 21세기를 전후해 속속 등장한 생물학적 증거들에 의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만드는 사회적 영향력은 우리 내부에 이미 흐르고 있는 호르몬의 영향력에 비하면 너무도 보잘 것 없다는 것이 그 증거들의 핵심이다.

이 책에 따르면 몸속을 흐르는 호르몬의 메커니즘이 아주 다르고, 서로 다른 이 호르몬의 메커니즘은 남자와 여자의 뇌를 극단적으로 다르게 발달시킨다. 그래서 남자 뇌와 여자 뇌는 동일한 환경,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도 다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그쪽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 남자는 여자보다 좌뇌와 우뇌 간의 정보 교환이 원활하지 못한 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북스넷 제공

또, 이 책은 연구 결과 태아의 성별이 결정될 때 남아의 경우 남성 호르몬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반면, 여아에게는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담았다. 예전에는 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고, 모호하게 정의된 ‘기질’이 신경계에 들어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주장이 많았다. 이 책에서 ‘기질’은 ‘호르몬’으로 바뀐다. 호르몬의 흐름이 뇌의 시상하부에 의해 조절되는데, 성별에 따라 호르몬을 다르게 구성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성 호르몬이 흐르는 밸브를 열거나 닫으라고 지시하는데, 이 체계가 남녀에게서 각각 확연한 차이를 보여 남녀가 다른 뇌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녀의 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최선’

뇌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행동방식도 남녀 간에 차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테면, 여성은 더 잘 듣고 남성은 더 잘 본다. 여성은 실용적 문제와 개인적 과제에 집중하지만, 남성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생각에 집중한다.

이렇게 남성과 여성이 같은 일에서 능력의 차이를 보이는 것도 사회화 때문이 아니라, 생물학적 특성인 뇌의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차이에서 연유한다. 좌뇌와 우뇌 사이의 원활한 소통으로 여성은 커뮤니케이션에 우월함을 보이는데, 남성은 좌뇌와 우뇌 간의 정보 교환이 상대적으로 덜 원활하기 때문에 공간지각 능력에서 앞선다. 다시 말해 여성은 공간지각 능력을 담당하는 영역과 언어 영역의 연결이 더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시각적 상상을 쉽게 어휘와 연관시킬 수 있다. 반면에 남성은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의 간섭을 덜 받아 사물의 이미지 쪽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분명한 남녀의 차이를 외면하지 마라’라는 이 책의 메시지가 귀 기울여 들을 만한 것은 여러가지로 다른 남자와 여자가 함께 일을 하면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어쩌다 남성 호르몬에 노출된 태아가 여아일 경우 남성적인 면을 보이고, 남성 호르몬에 덜 노출된 남아가 또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심하게’ 받아 여성적인 면을 보이는 경우가 그렇다. 뇌의 구조가 호르몬의 영향을 달리 받아 그런 것일진대 동성애자나 여성적인 남자, 남성적인 여자를 이상하게 볼 것이 아님을 이 책에서 깨우칠 수도 있겠다. 앤 무어는 “어두운 자궁 속에서 결정적 시기에 일어나는 일들이 뇌의 구조 및 조직을 형성하면서 차례로 마음의 본성을 규정짓는다. 이것은 탄생과 삶에 대한 가장 놀라운 사실 중의 하나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라며 이론의 여지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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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병 기자 입력 2008.06.28 14:48
수정 2008.06.28 14:48 생글생글 152호

수학·과학 잘하고 사물지향적

언어·예술 잘하고 관계지향적

남성과 여성은 태생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남성과 여성의 공통된 생활 양식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결혼 상대로 부자 파트너를 고르는 비율은 세계 어디에서나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정도 높다.

이런 통계가 처음 미국에서 나왔을 때 돈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알래스카 줄로 섬을 포함한 6대륙 37개 섬에서 1만여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든 문화에서 여자는 부유하고 야심적이며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반면 남자는 예쁘고 정숙하고 젊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는 환경과 교육에 관계 없이 남성과 여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요즘 남자와 여자가 좋아하는 영화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발전하고 있다.

남자 관객을 겨냥하는 액션 영화와 여자 관객을 겨냥하는 멜로 영화는 양 극단에서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이는 남녀 간에 정신적 차이가 있다는 증거이다.

남녀의 학습능력 차이가 태생적이냐 환경적이냐는 교육계의 큰 관심사이다.

2006년 당시 미국 하버드 대학의 총장이었던 로렌스 서머스는 비공식 모임에서 '여성은 과학과 수학에서 평균적으로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논지로 연설, 여성 과학자들의 큰 반발을 야기했다.

그 여파로 그는 결국 하버드대 총장 직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발언은 학계에 남녀 학습능력 차이에 대한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하버드대 '마음 두뇌 행동 선도연구소'의 스티븐 핀커 교수는 2007년 남녀 능력 차이에 대한 토론회에서 남성은 과학을 잘할 수 있는 기질을 여성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핀커 교수에 따르면 우선 남성은 높은 지위에 올라가기 위해 집착하는 기질이 있다.

반면 여성은 가족이나 집단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

둘째,남성은 '사물' 정보에 관심이 많지만,여성은 '사람'에 더 관심을 가진다.

셋째,위기나 실패에 직면했을 때 남성은 이를 더 발전하라는 자극으로 받아들이지만,여성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넷째,공간 변형이나 공간 지각 능력에서 남녀의 차이가 뚜렷하다.

예를 들어 길을 찾아갈 때 남자는 지도에서 특정 지점의 좌표를 확인하는 반면 여자는 그 옆에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수학에서 여성은 문제 풀기를 잘하고 남성은 주어진 상황에서 추론을 잘한다.

수학은 추론 능력이 더 중요해 남성이 여성보다 잘한다고 핀커 교수는 말한다.

핀커 교수는 남녀 간에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호르몬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격성,목표 지향성을 일으키는 대표적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이 분비한다는 것이다.

여자 아이도 뱃속에 있을 때 남성 호르몬에 과다 노출되면 어른이 돼 남성적 특성을 보인다는 것.

핀커 교수는 남녀 성 차이는 문화,역사에 관계 없이 어느 인류사회에서나 보편적이고 장기적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물론 남녀 간 차이가 태생적으로 존재한다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사회학자와 여권운동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여권운동가들은 성 차별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며 양성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남녀공학 학교들이 합반 수업보다 분반 수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감안하면 남녀 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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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도 남녀 능력 차이에 어느정도 영향 미쳐

남녀의 능력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보다는 사회적 요인에 근거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예를 들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일란 다님로드와 스티븐 하이네는 여성은 수학능력에서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뒤처진다는 내용만 접하고도 풀이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들은 '미국 대학원 입학자격 시험(GRE)' 형식을 빌려 여성들의 수학문제 풀이능력을 검사했다.

수학영역-언어영역-수학영역의 순으로 문제를 배치하고,언어영역에 시험자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문을 넣어 그 영향을 살펴봤다.

즉 '남녀의 수학능력에는 차이가 없다' '남녀는 차이가 있다' '남녀의 수학능력에는 차이가 있고,이는 생물학적 요인 때문이다' '남녀의 수학능력에는 차이가 있지만,이는 사회적 요인 때문이다'라는 4종류의 지문을 각기 다른 집단에 주고,이 지문 앞뒤에서 수학문제 풀이능력을 비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남녀의 수학능력에 차이가 없다거나 그 차이가 사회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문을 접한 집단의 수학 점수는 '차이가 있다거나 수학능력 차이가 생물학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문을 읽은 집단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결국 수학문제를 푸는 사이에 남녀의 수학능력 차이가 선천적이라고 알려주는 행위만으로 수학능력을 떨어뜨린 셈이다.

실험에서는 또 수학과 관련 없이 남녀는 다르다는 고정관념만으로도 여성의 수학문제 해결능력이 저하됐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과 관련된 고정관념을 접하게 되면 이에 맞는 행동을 보인다는 심리학의'고정관념 위협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흑인의 경우 자신의 인종이 열성이라는 내용이 강조된 상황에서 지능 검사를 하면 결과가 낮게 나온다는 것도 이 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남녀의 능력 차이는 태생적 원인도 있지만 교육과 외부환경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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