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율 n 번째 자리 - wonjuyul n beonjjae jali

BK(우정) 2021. 3. 15. 14:19

3월 14일 15시 9분 2초.

‘3.141592…’로 무한히 이어지는 원주율(π)의 소수점 아래 6번째 자리까지의 숫자를 날짜와 시간에 대입한 것이다. ‘파이데이(π-day)’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주율은 원의 지름과 둘레의 비를 의미하며, 그리스 문자인 π로 표시한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수천 년 전부터 동서양 학자들은 π의 정확한 값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이어왔다. 파이데이를 맞아 π 값을 구하기 위한 수학자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정96각형으로 3.14 구해낸 아르키메데스

학교 수업에서 원의 넓이나 둘레 등을 계산할 때 쓰는 원주율은 대개 3.14로 쓴다. 원주율 값의 소수점 아래 2번째 자릿수까지만 계산에 넣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공학과 산업 분야에서는 계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소수점 아래 6번째 자릿수까지 반영한다. 파이데이를 3월 14일 15시 9분 2초로 기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원주율 값이 처음부터 이렇게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로 꼽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고대 페르시아)이나 황하 문명(고대 중국)에서는 오랫동안 원주율을 3으로 생각했다. 지름이 1cm인 원을 펼쳤을 때 그 길이가 3cm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수레 바퀴가 한 번 구르면 얼마나 움직일지 정확히 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는 달랐다. 기원전 1850년경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긴 린드 파피루스 기록에는 이집트인들이 구한 원의 넓이 공식이 나온다. 그 기록을 오늘날의 방식으로 표현하면 원의 넓이 S는 (16/9)²이다. 이때 r은 반지름을 나타낸다. 이 식과 현재 원의 넓이 공식(πr²)을 같다고 놓고 원주율을 구하면 이집트인들이 사용한 원주율은 ‘3.1604…’가 된다. 다른 문명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정밀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계산 결과는 약 1600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등장한다. 주인공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였던 시라쿠사(현재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태어난 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212년경)였다. 그는 원에 외접하는 정다각형과 내접하는 정다각형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원의 둘레는 외접하는 정다각형의 둘레보다 길이가 짧고, 내접하는 정다각형의 둘레보다는 길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는 그림처럼 외접하고 내접하는 정96각형 두 개를 이용해 원주율이 223/71과 22/7 사이에 있음을 알아냈다. 사실 이 시기에는 소수의 개념이 없어 분수로 값을 표기했는데, 이를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할 경우 약 3.14가 된다. 우리가 학교에서 계산할 때 사용하는 소수점 아래 2번째 자릿수까지의 원주율을 아르키메데스가 완성한 셈이다. 그는 정96각형의 각 변의 길이를 구하기 위해 피타고라스 정리와 현재 우리가 쓰는 삼각함수와 비슷한 형태의 공식, 제곱근에 대한 근삿값 등 매우 복잡한 식을 풀어야 했다.

π의 혁신을 불러온 무한급수

아르키메데스가 제안한 방식처럼 도형을 이용하는 원주율 계산법은 1400년경 인도의 수학자 마다바가 무한급수 중 ‘아크탄젠트(arctanx) 급수’를 발견하면서 빛을 잃어갔다. 흔히 숫자로 이뤄진 항을 나열한 것을 수열이라고 한다. 이 수열의 모든 항을 덧셈이나 뺄셈으로 연결한 것을 ‘급수’라고 하며, 항의 개수가 유한하면 유한급수, 무한한 것을 무한급수라고 부른다. 마다바가 원주율을 구하기 위한 무한급수를 고안하면서 수천 년 간 소수점 아래 10여 자릿수 수준에 머물렀던 원주율의 정확도는 불과 수백 년 사이에 수십 배 이상 높아졌다. 1671년 영국의 수학자 제임스 그레고리는 마다바가 이를 찾아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같은 결과인 아크탄젠트 급수를 알아냈다. 또 1676년 독일의 수학자 고드프리트 라이프니츠는 아크탄젠트 급수의 변수 x에 1을 대입해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원주율 계산식을 고안했다.

독일의 수학자 고드프리트 라이프니츠가 고안한 원주율 계산식.

이 식의 우변은 1과 1/3, 1/5처럼 분모가 홀수고 분자가 1인 분수를 순서대로 더하고 빼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300번째 항까지 계산해도 원주율이 소수점 아래 2번째 자릿수까지만 정확하게 나온다는 한계가 있다. 아크탄젠트 급수는 현재 ‘마다바 급수’가 아닌 ‘그레고리 급수’나 ‘라이프니츠 급수’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마다바보다 상대적으로 두 사람의 이름을 딴 급수가 더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급수를 모른 채 평생 아르키메데스의 다각형법을 고집하며 원주율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학자도 있었다. 네덜란드 수학자 루돌프 판 코일렌이다. 코일렌은 1596년 책 ‘원에 대하여’에서 다각형법을 이용해 원주율을 소수점 아래 20번째 자릿수까지 계산한 결과를 실었다. 그리고 25년 뒤인 1621년에는 최종적으로 약 461경 개 이상의 변으로 이뤄진 정다각형을 이용해 소수점 아래 35번째 자릿수까지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정확한 원주율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무한급수를 활용하는 시대가 되면서 코일렌의 업적은 금세 유명무실해졌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이작 뉴턴이 1600년대 후반 아크사인 급수의 변수 x에 1을 대입해 얻은 ‘뉴턴 급수’가 대표적이다. 뉴턴 급수는 22번째 항까지만 계산해도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16번째 자릿수까지 정확하게 나왔다. 라이프니츠 급수의 정확도를 단숨에 넘어선 것이다. 

영국의 아이작 뉴턴이 만든 원주율 계산법인 뉴턴급수.

현재와 같은 원주율을 뜻하는 문자로 π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뉴턴의 발견 이후다. 1706년 영국 수학자 윌리엄 존스가 자신의 책에서 π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원주율을 지칭할 때 π와 함께 ‘pi’ ‘p’ 등이 혼용됐다. π라는 문자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은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1736년 오일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식’으로 평가 받는 오일러 항등식을 발표하면서 π를 넣었고, 이를 통해 π가 학계에서 널리 쓰이게 됐다.

한편 아르키메데스의 다각형법으로 극한의 계산을 시도했던 코일렌처럼 무한급수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계산을 해낸 사람도 있다. 1873년 소수점 아래 707번째 자릿수까지 계산한 영국의 아마추어 수학자 윌리엄 샹크스다. 그는 무려 15년에 걸쳐 이를 계산해냈고, 이후 컴퓨터 계산을 통해 527번째 자릿수까지만 정확한 것으로 판명됐다. 샹크스의 결과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계산한 원주율의 최장 기록으로,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소수점 이하 50조 번째 자릿수까지 등장

원주율을 구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뛰어난 성능을 지니지 않은 가정용 컴퓨터로 계산해도 윌리엄 샹스크의 기록을 깨는 데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현재까지 원주율 계산 알고리즘 중 가장 빠른 것은 1915년 인도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이 발표한 초기하급수로 완성한 알고리즘으로 알려져 있다. 1946년 미국에서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 ‘에니악(ENIAC)’이 개발됐고, 1949년 9월 에니악이 초기하급수로 만든 알고리즘을 활용해 약 70시간 동안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2037번째 자릿수까지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2005년 야스마사 가네다 일본 도쿄대 교수팀은 약 602시간 동안 소수점 아래 1조2411억 번째 자릿수까지 찾아냈다. 미국 구글의 클라우드 개발팀도 121일 동안 클라우드로 연결된 컴퓨터를 사용해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약 31조4159억 번째 자릿수까지 밝힌 결과를 2019년 1월 발표했다. 가장 최근 기록은 무려 소수점 아래 50조 번째 자릿수까지 확인한 결과다. 2020년 1월 29일 티모시 멀리컨이 클라우드 방식이 아닌 개인용 컴퓨터를 303일 동안 작동해 얻어낸 값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정확한 원주율은 정밀한 과학 연구나 산업 현장에 사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연구나 항공 분야처럼 극도로 높은 정확도가 요구되는 산업계에서도 소수점 아래 수백 번째 자릿수 수준의 원주율을 사용하고 있다.

계산 알고리즘 출발점 된 라마누잔의 초기하급수

일각에서는 컴퓨터 알고리즘의 등장과 발전으로 원주율 계산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수학적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정다각형의 내접과 외접법, 무한급수 등 여러 수학적 개념을 발전시켜 온 원주율 계산이 컴퓨터가 수행하는 단순한 반복 작업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원주율 계산을 통해 수학적 가치를 발전시킨 대표적인 수학 중 한명이 인도의 천재 수학자로 불리는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이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라마누잔은 수학자가 되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포기할 줄 몰랐던 그는 1913년 자신의 수학 정리를 모아 당시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였던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 등에게 보냈다.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알아본 하디의 도움으로 그는 영국에서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 하디는 1915년 6월 런던 수학회 저녁 회의에서 라마누잔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초기하급수(아래 식)도 그중 하나였다. 이 식을 사용하면 첫 번째 항만 이용해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8번째 자릿수까지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1985년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 소속 수학자 빌 구스퍼가 이 식을 적용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1700만 번째 자릿수까지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보다 현대적인 알고리즘은 1987년 미국 수학자 데이비드 추보스키와 그레그리 추보스키 형제가 라마누잔의 식을 변형해 만든 추보스키 공식을 적용한 것이다.

이 식을 사용하면 항을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약 14개 내외로 π의 소수점 아래 자릿수를 알아낼 수 있다. 50조 번째 자릿수 신기록을 세운 티모시 멀리컨도 추보스키 공식을 적용한 알고리즘을 사용했습니다. 32세의 나이로 요절한 라마누잔의 손에서 현재도 사용되는 원주율 알고리듬이 출발한 셈이다.

이상, 출처; 동아사이언스

[주말N수학] 과학계가 3월14일을 기념하는 이유 : 동아사이언스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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